1. 개요
Tu-Vous Distinction. 인도유럽어의 친소어 체계.좁게는 2인칭 구분 체계를 의미하기도 하고, 넓게는 친소어 문화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프랑스어의 2인칭인 Tu와 Vous의 용례와 그와 비슷한 인구어족의 특성에 따른 구분법. 예컨대 프랑스어에서는 아예 "tu 가 이끄는 화용적 변화를 사용하다"를 동사로 tutoyer로 vous의 주도를 vousvoyer로 칭할만큼 중요한 화용론적 구별이다. 참고로 명사로는 tutoiment, vousvoiement.
중요한 것은 tu변용들과 vous변용들이 한국어의 너-당신의 차이와는 비슷해 보일지라도 정확히는 다르다는 것이다. 대개 이렇게 번역하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용법에 있어서는 헐겁게만 대응한다. Tu변용을 택한다고 하여서 한국어에서처럼 반말에 준하는 말이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낮춤말이 아예 아닌 것이 또 아니다. 당연하게도 프랑스 사회, 넓게는 유럽 사회의 관계 형식 자체가 갖는 언어적 용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오래 알아 친숙하게된 교사와 제자와의 관계에서, 한국에서 제자가 교사를 너라고 부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프랑스에서는 흔하게 tu변용을 사용한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vous변용을 꼬박꼬박 사용한다. 이러한 미묘한 바들이 있다.
2. 특징
인도유럽어소통 관계 | 존댓말 | 반말 | 소통 형태 | 총칭 |
친소(親疏)관계 | 존중어 | 평어 | 대칭 | 친소(親疎)어 등 |
한국어, 일본어
소통 관계 | 존댓말 | 반말 | 소통 형태 | 총칭 |
친소(親疏)관계 | 존중어 | 평어 | 대칭 | 친소(親疎)어 등 |
상하(上下)관계 | 높임말 | 낮춤말 | 대칭 관계 없음 | 존비(尊卑)어 및 상하(上下)어등 |
한국어와 일본어의 낮춤말과 높임말과 달리 유럽의 언어는 대체로 상호존대에 기반한다.[1] 한국어에서 두 명의 화자가 대화할 때 높임말(존칭어)과 낮춤말(비칭어)로 위계가 형성되는 것( 존비어 문화)과는 다른 점이다. 한국어의 높임말과 낮춤말이란 개념이 상호 비대칭적인 현상을 낳는데 비해 유럽의 언어는 굉장히 대칭적이다. 다만 수평적인 평등의식과 모르는 사람과 만나는 일이 늘어나면서 한국어도 점점 대칭(친소어 문화, 즉 존중어와 평어)으로 바뀌어 가고 있긴 하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에서는 직급이나 나이가 차이날 것 같으면 쉽게 낮춤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유럽의 언어는 보통 한국어처럼 밥-식사-진지 같은 어휘의 차등이 아닌 2인칭으로 존댓말을 나타내며 반말이라고 해도 한국어처럼 낮춤말로서 하대하는 것이 아닌 평어로서 친밀의 표현에 가깝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친하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존중어를 쓰지 않기도 한다. 이를 친칭(평어)이라고 하기도 한다.
Tu는 프랑스어로 2인칭 단수, Vous는 2인칭 복수인데, Vous는 존/소칭으로 쓰이며 Tu는 비/친칭으로 쓴다. 또한 복수형 동사는 존/소칭으로 쓰이며 단수형 동사는 비/친칭으로 쓴다. 전반적으로 유럽 제어에서 이런 특성이 나타나므로 아예 T-V구분이라 부르게 됐다. 영어는 아예 단수인 thou가 사라지고 복수인 You로 통일되어버렸다. 다만 상대방을 존중하는 차원(존중어)인 Sir이나 ma'am 같은 표현은 남아 있다.[2]
간단히 정리하자면 유럽 언어에 존댓말이 존재하긴 하나 한국어처럼 비대칭적이지 않다. 그리고 반말 또한 한국어처럼 하대가 아닌 친밀함을 나타내는 표현(친소어)에 가깝다. 굳이 한국에서 비슷한 예를 찾자면 인터넷 친목모임에서의 반말 모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유럽 역시 과거 신분제 사회 시절에는 존댓말이 한국어처럼 세세하게 나뉘고 2인칭 단수가 비칭, 즉 낮춤말로 기능하여 상대방을 하대하는 일도 존재했다. 시민사회와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언어적인 변화가 발생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스웨덴어에서도 2인칭 대명사의 경우 과거에는 다른 유럽 언어들처럼 존댓말로 'Ni', 반말로 'Du'가 있었으며 상당히 엄격하게 지켜졌었으나[3] 1970년대 존칭 없애기 운동으로 인해 현재는 왕실을 제외하면 'Du'만 사용하는데, 영어에서 반말 'thou'가 없어지고 존댓말 'you'만 남은 것과 반대이다.
튀르키예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지 않지만 오랫동안 유럽에서 부대끼다보니 이 영향을 받아서 특히 이스탄불(튀르키예어의 표준어)과 서부지방에서는 2인칭 복수형인 siz가 존칭으로 쓰인다. 오스만 제국시절에는 아예 황제의 경우 장엄복수형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당대 유럽권의 풍습과 같다. 다만 현대 유럽과 달리 존칭의 개념이 튀르키예어에 남아있기 때문에 손윗사람은 존댓말로 받고, 반말로 답할 수도 있다. 2020년대 튀르키예에서는 학생들끼리 서로를 hoca(선생)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식으로 유럽식 상호존중 운동, 혹은 비칭 없애기 같은 현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미래에는 유럽권처럼 비칭이 사라질 수도 있다.
3. 매체에서
"Det er meget ligefremt og velmeent sagt, jeg vil være ligesaa velmenende og ligefrem. De, som en lærd Mand, veed vistnok hvor underlig Naturen er. Somme Mennesker kunne ikke taale at røre ved graat Papir, saa faae de ondt; Andre gaaer det gjennem alle Lemmer, naar man lader et Søm gnide mod en Glasrude; jeg har ligesaadan en Følelse ved at høre Dem sige Du til mig, jeg føler mig ligesom trykket til Jorden i min første Stilling hos Dem. De seer at det er en Følelse, det er ikke Stolthed; jeg kan ikke lade Dem sige Du til mig, men jeg skal gjerne sige Du til Dem, saa er det halve gjort!"(덴마크어 원문)
출처
"I will be equally kind and straightforward. You are a learned man, and know how wonderful human nature is. There are some men who cannot endure the smell of brown paper; it makes them ill. Others will feel a shuddering sensation to their very marrow, if a nail is scratched on a pane of glass. I myself have a similar kind of feeling when I hear any one say thou to me. I feel crushed by it, as I used to feel in my former position with you. You will perceive that this is a matter of feeling, not pride. I cannot allow you to say thou to me; I will gladly say it to you, and therefore your wish will be half fulfilled."(영어, 수잔나 메리 폴 번역) 출처[4][5]
"나도 동등하게 친절하고 솔직하게 대하게 될 거예요. 당신은 배운 사람이고,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멋진지 아는 이예요. 그들을 아프게 만드는 갈색 종이 냄새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골수까지 전율하는 느낌을 느끼겠지, 유리창에 손톱이 긁히게 된 경우라면. 나는 나 스스로 누군가가 나에게 너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아요. 나는 그것에 의해 짓눌렸던 느낌이 들어, 내가 예전에 당신과 함께 있을 때 느꼈던 것처럼. 당신은 이것은 감정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예요, 자존심이 아니라. 나는 당신이 나에게 너라고 말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어요. 나는 기꺼이 그것을 당신에게 말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소원은 절반쯤 성취될 것이라고."(영어 기반 번역)
"그런데 나는 당신이 나를 '너'라고 부를 때마다 그와 똑같은 느낌을 받아요. 그럴 때마다 땅으로 꺼지는 것처럼 기가 죽어요. 내가 당신의 그림자로 살던 때가 생각나서 그런 거겠죠. 이건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그냥 순수한 느낌이 그렇다는 거예요. 그래서 당신이 나를 너라고 부르는 걸 허락할 수 없어요. 하지만 나는 당신을 너라고 부르고 싶군요.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바가 절반은 이루어진 것 아닌가요?"(한국어, 배수아 번역) 출처[6]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그림자(동화)'
안데르센의 동화인 '
그림자(동화)'에서 서양 매체에서는 보기 드물게 유럽권 언어의 경어-평어가 작품의 중요한 소재로 언급되었다. 더운 나라에 온 추운 나라의 학자가 살아 움직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경어를 쓰는 친소어로 대화했지만, 학자가 그림자에게 여행 경비를 신세 지고 존칭을 생략하고 말을 놓기로 하자고 하자, 그림자는 학자에게 일방하대를 하고 학자는 그림자에게 일방존대를 하게 되어 주종관계가 뒤바뀌고 만다. 덴마크어는 현재도 일상에서 존칭 2인칭을 사용하는 몇 안되는 북유럽권 언어이다. 물론 북유럽의 다른 언어로 번역한다면 영어에서 비칭을 Thou로 번역했듯이 과거의 존칭 표현을 차용해야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안데르센은 친구에게 너라고 부르지 말고 당신이라고 불러 달라는 편지를 받기도 했다. 유럽의 친소어 문화는 일방하대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안데르센이 살던 19세기는 유럽이 존비어 문화에서 친소어 문화로 바뀌는 중간 단계의 시기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어의 존비어 문화라면 서로 말을 놓아도 나이가 적은 쪽이 나이가 많은 쪽을 너라고 부르지 말고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다. "I will be equally kind and straightforward. You are a learned man, and know how wonderful human nature is. There are some men who cannot endure the smell of brown paper; it makes them ill. Others will feel a shuddering sensation to their very marrow, if a nail is scratched on a pane of glass. I myself have a similar kind of feeling when I hear any one say thou to me. I feel crushed by it, as I used to feel in my former position with you. You will perceive that this is a matter of feeling, not pride. I cannot allow you to say thou to me; I will gladly say it to you, and therefore your wish will be half fulfilled."(영어, 수잔나 메리 폴 번역) 출처[4][5]
"나도 동등하게 친절하고 솔직하게 대하게 될 거예요. 당신은 배운 사람이고,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멋진지 아는 이예요. 그들을 아프게 만드는 갈색 종이 냄새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골수까지 전율하는 느낌을 느끼겠지, 유리창에 손톱이 긁히게 된 경우라면. 나는 나 스스로 누군가가 나에게 너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아요. 나는 그것에 의해 짓눌렸던 느낌이 들어, 내가 예전에 당신과 함께 있을 때 느꼈던 것처럼. 당신은 이것은 감정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예요, 자존심이 아니라. 나는 당신이 나에게 너라고 말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어요. 나는 기꺼이 그것을 당신에게 말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소원은 절반쯤 성취될 것이라고."(영어 기반 번역)
"그런데 나는 당신이 나를 '너'라고 부를 때마다 그와 똑같은 느낌을 받아요. 그럴 때마다 땅으로 꺼지는 것처럼 기가 죽어요. 내가 당신의 그림자로 살던 때가 생각나서 그런 거겠죠. 이건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그냥 순수한 느낌이 그렇다는 거예요. 그래서 당신이 나를 너라고 부르는 걸 허락할 수 없어요. 하지만 나는 당신을 너라고 부르고 싶군요.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바가 절반은 이루어진 것 아닌가요?"(한국어, 배수아 번역) 출처[6]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그림자(동화)'
[1]
한국과 일본만이 존비어 체계가 존재한다고 볼수있는데 이 중에서도 한국은 전세계 유일하게 나이에 따른 존비어가 현존하는 국가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존비어는 대개 자신이 속한 사회 안에서의 직급에 따라 나뉘어질 뿐 접점 없는 사람들끼리 나이에 따라서 나뉘는 경우는 없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사람이 아닌 낮선 사람이라면 친소어로 활용하여 나이와 상관없이 경어와 평어의 사용이 자유로운 편이다.
[2]
브라질식
포르투갈어역시 2인칭 단수를 나타내는 Tu를 생략시키고(
포르투갈은 존치) 2인칭 복수인 você로 통일하여 사용하고 있다. 대신 두 나라 모두 존중하는 호칭인 영어의 Sir이나 Ma'am에 해당하는 격인 Senhor(남), Senhora(여)를 사용한다.
[3]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달라르나 등 일부 지역에서는 친한 정도와 상관없이 연장자나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는 존칭으로서 무조건 'Ni'를 썼었다고 한다. 즉 반대로 친한 정도와 상관없이 연소자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는 비칭으로서 무조건 'Du'를 썼다고 볼 수 있다.어감이 묘하다.
[4]
덴마크어에서 구분되는 표현을 영어로도 구분해야 하는데, 현대 영어에서 사용되지 않는 thou로 번역차용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다만 오늘날에는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요즘 영어에서 thou라고 말하고 이에 따른 동사변형을 사용하면 현대인이 대화하는 게 아니라 사극에서 왕이 신하에게 명령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서는 단어 구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번역체로서 사용한 것이다.
[5]
이 문장을 반말(친소어 체계의 평어) 느낌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I'll be equally kind and straightforward. You're(Thou art) a learned man, and know how wonderful human nature. There some men who can't endure the smell of brown paper; it makes them ill. Others will feel a shuddering sensation to their very marrow, if a nail scratched on a pane of glass. I myself've a similar kind of feeling when I hear any one say thou to me. I feel crushed by it, as I used to feel in my former position with you. You'll(Thou wilst) perceive that this is matter of feeling, not pride. I can't allow you to say thou to me; I'll gladly say it to you, and therefore your(thy) wish will be half fulfilled."
[6]
사실 '당신'이라는 표현도 한국어에서 존댓말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역시 구분을 위해 번역체로 사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