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02:07

RDRAM

1. 개요2. PC 메모리
2.1. 펜티엄 III 시기2.2. 펜티엄 4 시기
3. 기타

1. 개요

램버스 DRAM은 램버스에서 1992년에 개발한 고속 메모리로, 저속 병렬 버스가 일반적이었던 시기에 고속 직렬 버스를 통해서 대역폭을 향상시켰던 메모리이다. DDR도 제대로 보급되기 전 시절의 SDRAM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으나 램버스의 독점으로 인한 매우 비쌌던 가격과 DDR 진영의 발전으로 인하여 결국 PC 시장에서는 퇴출되었다. RDRAM이 PC 시장에서 퇴출된 이후에도 램버스 사는 수많은 메모리 관련 특허로 매출을 올렸으나, 특허가 무효가 되자 주가가 99% 폭락, 큰 수입원 없이 연명만 하고 있다.

2. PC 메모리

PC용 메모리로는 주로 16비트의 PC600, PC711, PC800 규격이 사용되었고, RIMM 규격 슬롯에 장착되었다. SDRAM의 64비트보다 좁은 16비트 버스 폭을 사용했기 때문에 실제 대역폭은 싱글 채널 PC800 RDRAM (1600MB/s) 기준 PC100 SDRAM (800MB/s)의 두 배 정도이다. 그 대신 데이터 선 수가 적어서 고속화 및 멀티채널화에 유리했기 때문에 듀얼 및 쿼드 채널로 확장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었다. 인텔은 차세대 PC 시장에서 고속 메모리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보고 지금도 명품으로 불리는 440BX 칩셋의 후속작인 i820에 RDRAM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PC 메인보드에 설치하는 RDRAM 모듈은 16비트 버스를 주로 이용했으나, 32비트 버스를 이용하는 모듈이 등장하기도 했다.

2.1. 펜티엄 III 시기

인텔 펜티엄 III 후반기에 133MHz FSB를 도입하면서 고속 메모리로 RDRAM을 선택했다. 1999년 말에 출시된 인텔의 첫 133MHz FSB 지원 칩셋인 i820은 싱글 채널 RDRAM을 네이티브로 지원했고, 기존까지 사용되었던 SDRAM은 MTH(Memory Translator Hub)를 통해서 간접 지원하는 형태를 채택했다. i820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워크스테이션 및 서버용 칩셋인 i840은 듀얼 채널 RDRAM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 시기의 인텔용 메인보드 칩셋은 메모리 컨트롤러를 포함하고 있었고, CPU와 FSB를 통해서 연결되어 있었다. 대개의 경우 FSB와 메모리 대역폭을 일치시키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에 고속 메모리 그 자체는 필요했다.

그러나 인텔의 이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는데...
  1. 우선 RDRAM이 굉장히 고가였고 거기에 생산 업체가 매우 제한되어서 시장 수급상황도 원활하지 않았다. 1999년 당시 미국에서 800MHz(PC800) RDRAM은 램 1개가 100만원이 넘어갔다. 단 구입할 수 있다면.
  2. 고클럭으로 동작하면서 전력 소모도 크고 발열도 심해서 자기 혼자 방열판을 차고 나왔다. 현재에도 방열판을 차고 나오는 램들은 주로 오버클럭용 램들이니 그 발열 문제가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3. RDRAM용 메인보드는 기존에 사용하던 RAM과 호환되지 않았고, 버스 구조 때문에 메인보드에 장착된 슬롯을 모두 채워야만 정상 동작이 가능하다. 만약 빈 슬롯에 메모리를 장착하고 싶지 않으면 모습은 비슷하나 신호만 이어 주는 역할을 하는 Continuity RIMM(CRIMM)을 장착해야 했다. CRIMM은 흔히 공갈램으로 불렸다. 하나라도 슬롯이 비어 있으면 무한 비프음만 내고 부팅이 되지 않는다. 공갈램의 가격은 6000원 내외로 비싸지 않았으며, 메인보드 구입시 최저 동작 보증 슬롯 개수 이상의 CRIMM을 제공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i820에서 사용하는 RDRAM은 속도 상 우위가 별로 크지 않았다. 첫 번째는 가격 문제로 인해 시장의 주력이 800MHz가 아니라 600MHz의 저속 위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고, 600MHz 싱글채널 RDRAM은 PC133 SDRAM과 대역폭이 비슷했다. 게다가 펜티엄 3 CPU는 요구하는 메모리 대역폭도 크지 않아서 체감 성능 차이는 더 적었다. 두 번째는 고클럭이라는 특성 상 동작 속도는 빠른데 정작 응답 지연 시간이 길어서 실제 성능 차이가 그만큼 나지 않았다. 세 번째는 당시 사용되었던 메인보드 칩셋도 성능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인텔의 구형 칩셋이었던 440BX 칩셋도 아주 자연스러운 오버클럭을 통해서 FSB 133MHz 및 PC133 SDRAM을 사용할 수 있었고, VIA 등 서드파티 칩셋 업체는 아예 네이티브로 PC133 SDRAM을 지원했다. 설상가상으로 듀얼 채널을 지원하는 i840은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용 칩셋이었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용으로는 너무 비쌌다.

게다가 i820 칩셋의 결함 때문에 RDRAM의 이미지는 더 구겨졌다. i820 개발 마무리 단계에서 RIMM 3개 슬롯을 설치하려다가 이게 모든 슬롯에서 인식이 안 되는 버그가 발생하여 RIMM을 2개로 줄이는 수정으로 인해 i820의 출시가 지연되기도 했다. 인텔도 RDRAM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PC100 SDRAM을 사용할 수 있도록 MTH를 개발했지만, MTH가 전기적 잡음에 매우 취약했기 때문에 심각한 데이터 오염이 발생했다. 인텔은 i820 칩셋의 레퍼런스 보드로 RDRAM용 VC820, SDRAM용 CC820을 출시했으나 MTH 문제로 인하여 CC820 보드를 2000년에 전량 리콜했고, VC820과 함께 128MB RDRAM을 패키지로 묶어서 보상해 주었다. 그러나 인텔제 i820 칩을 사용한 서드파티 메인보드 업체의 리콜은 나몰라라... 결국 i820은 2001년에 단종됐다.

인텔의 RDRAM 우선 정책이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치면서 반사 수혜를 받은 칩셋이 바로 PC133 SDRAM과 AGP 4배속이 동시에 가능했던 VIA의 694X. 당시 컴퓨터를 좀 아는 사람들 조차도 RDRAM을 직접 본 적은 드물 정도였다. 한편 820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인텔 810 칩셋은 133MHz FSB(i810E)를 지원하고 SDRAM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저가형 시장용으로 기획된 탓에 내장 그래픽이 달려 있는 대신 AGP를 지원하지 않았다. 서드파티 칩셋에 데인 인텔은 여기에 AGP 슬롯을 추가하고 살짝 개량해서 815 칩셋을 출시했다. 이 쪽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으나, 메모리를 최대 512MB까지만 지원했기 때문에 VIA는 여전히 힘을 쓸 수 있었다. 심지어 이건 440BX에 비해서도 다운그레이드된 거다!

인텔은 이 시기에 저가형 PC를 위한 펜티엄 III 기반 SoC인 팀나(Timna)를 준비하고 있었다. 메모리 컨트롤러와 GPU를 펜티엄 III 기반 코어에 내장시키고, 소켓 370의 파생형인 소켓 370S를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필 메모리로 RDRAM을 사용한다는 결정을 했기 때문에 저가형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MTH 문제로 인해서 결국 출시되지 못했다.

2.2. 펜티엄 4 시기

하지만 인텔은 램버스와 맺었던 독점 계약 때문에 이 메모리를 FSB를 대폭 늘린 펜티엄 4까지 가지고 간다. 인텔은 Quad Pumping이라고 불린 QDR을 도입해서 대역폭을 4배로 올려 놓았다. 윌라멧 펜티엄 4만 하더라도 FSB 400MT/s, 3.2GB/s 메모리 대역폭을 자랑했다. 반면 당시 많이 사용하던 메모리는 PC133 SDR(1066MB/s)과 PC2100 DDR(2133MB/s)이었다. 그래서 인텔은 듀얼 채널 RDRAM을 일반 사용자 시장으로 가지고 왔고, 펜티엄 4 초창기 칩셋이었던 i850, 펜티엄 4 기반 제온용 칩셋인 i860은 듀얼 채널 RDRAM을 사용했다. i850E 칩셋은 여기에 FSB 533MHz와 PC1066 RDRAM 지원을 추가했다.

그런데 위 칩셋들은 듀얼 채널 때문에 안 그래도 비싼 RDRAM을 최소한 두 개는 사용해야 했다. 보드에 달려 있는 RIMM 슬롯은 4개였지만, 이 4개를 갑부&돈지랄로 다 채우거나, RDRAM 두 개와 CRIMM 두 개 조합으로 사용해야 했다. 메인보드 설명서에 있는 대로 RDRAM을 장착하지 않고 전원을 켜면 부팅이 안 되는 건 i820과 i840 때와 마찬가지... 그러나 펜티엄 4는 높은 메모리 대역폭을 잘 소화했고, 850 칩셋은 안정화가 되었기 때문에 고성능을 추구하는 유저들이 종종 사용했다. 한때 DDR SDRAM 가격이 폭등하면서 오히려 RDRAM이 저렴한 때도 아주 잠시나마 있기도 했고... 사실 RDRAM이 존재감을 잠시나마 보였던 시절은 펜티엄4 초기였다.

i820 시기 MTH에 데였던 인텔은 메모리 변환 칩셋을 따로 만들지 않고 SDRAM용 845 칩셋을 별도로 개발했다. 시장 상황도 DDR SDRAM으로 기울고 있었기 때문에 DDR SDRAM용 845 칩셋도 나왔다. 두 종류 다 싱글 채널 구성만 가능했다. 845 칩셋은 다행히도 버그는 없었지만, SDRAM이나 DDR SDRAM을 사용했을 때 메모리 대역폭이 RDRAM만큼 나오지 않아서 속도 저하가 일어나는 문제가 있었다. 이 시기 VIA는 P4X266 칩셋을 개발하면서 i845보다 더 나은 메모리 성능을 보여 주었으나, 펜티엄 4 FSB 라이선스 문제로 인하여 인텔과 오랜 소송이 시작된다.

결국 인텔이 E7205 칩셋과 E7505 칩셋을 내놓으면서 AMD용 엔포스 칩셋보다 한참 늦게 DDR 듀얼채널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나, 이들은 워크스테이션과 서버가 타겟이라 메인보드 가격이 고가였다. 이어서 데스크톱용으로 DDR 듀얼채널을 지원하는 i865와 i875 칩셋이 나오면서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된다. 그나마 유일한 장점이었던 듀얼 채널 구성에 의한 대역폭 우위조차도 없어지게 되면서[1] RDRAM은 i850이 단종되고 난 얼마 후 PC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었다.

한편 RDRAM을 지원하는 서드파티 칩셋도 있었다. 2002년 발표한 SiS R658은 i850E보다 더 좋은 사양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사용한 마더보드는 Abit SI7 시리즈가 유일했다. i850E 단종 이후 후속 칩셋으로 준비하던 R659에서는 쿼드 채널 지원으로 듀얼 채널 DDR SDRAM 대비 대역폭의 우세를 점하려 했으나, 실제로 해당 칩셋을 사용한 마더보드는 시중에 출시되지 못했다.

3. 기타

  • 그 외에도 1997년에 등장한 시러스 로직 최초의 3D 그래픽, AGP 지원 칩셋인 GD-5465 구라 라구나 3D에도 당시로써는 고성능인 RDRAM이 그래픽 메모리로 채택되면서 최대 600 MB/s의 메모리 대역폭으로 등장 당시에는 상당히 주목을 받았으나, 이쪽 역시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로 낮은 3D 성능 덕분에 시장에서 참패하였고, 결국 이듬해인 1998년에 시러스 로직이 그래픽 칩셋 사업 철수를 선언하여 결국 시러스로직 최후의 그래픽 칩셋으로 남아버렸다.


[1] RIMM 4200 (듀얼 채널 PC1066)의 대역폭은 4266MB/s지만, 당장 PC2100 DDR SDRAM을 듀얼채널로 구성하면 이와 비슷한 대역폭이 나온다. 게다가 DDR SDRAM은 PC3200(듀얼채널 기준 6400MB/s)까지 나오게 되므로 당연히 RDRAM이 밀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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