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TH バース.
1984년작. 빅터 엔터테인먼트에서 첫 제작한 OVA. 제작은 카나메 프로덕션. 감독은 사다미츠 신야. 디렉터 및 캐릭터 디자인 및 메인 애니메이터를 카나다 요시노리가 만들었다. 음악은 히사이시 조.
감독은 사다미츠 신야지만 실질적으론 카나다 요시노리가 만든 작품으로 그가 연출을 한 몇 안 되는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카나다는 기획 단계에서도 크게 참여했으며 기획이 진행 중인 1982년엔 홍보 용으로 모션 코믹이란 잡지에 그림 스토리를 연재하기도 했다.
내용은 레이싱 애니메이션. 80분 내내 뭔가를 타고 달리고 싸우기만 한다. 스토리는 없다고 봐도 좋다. 얼마나 스토리가 없었는지 제작 당시 애니메이션 잡지 인터뷰에서 카나다는 "스토리요? 없습니다." 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
그나마 없는 스토리를 짜내보자면 지구에서 수만광년 떨어진 판도라 행성이라는 별에서 그곳을 지배하는 무지성 생명체 이노가닉에게 성검을 들고 싸우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노가닉의 목적이 뭔지, 주인공 일행이 어떤 사정이 있어서 이노가닉과 싸우게 되었는지, 성검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거기다 성검으로 싸운다고 하면서 정작 이노가닉을 물리친 것은 유적에서 찾아낸 플레닉 버스터[1]였고, 뭔가 있을 것 같던 성검은 주인공 일행은 흡수해버리고 멸망하는 행성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이야기가 수미상관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성검이 무대가 되는 행성에 오기 전에 이미 최소 한번 이상 다른 행성이 같은 경위로 멸망했을거라는 사실은 덤이다. 안 그래도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는데 이해해서 보면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였던 셈.
일본 애니메이터 계의 두목이라 불리는 카나다 요시노리가 만든다는 소식에 많은 카나다 요시나리 스타일의 애니메이터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카나다 요시노리 본인도 작화를 그렸고 타무라 히데키, 나베시마 오사무, 이노마타 무츠미, 코즈마 신사쿠, 야마시타 마사히토, 오치 카즈히로, 안노 히데아키, 오오누키 켄이치, 카메가키 하지메, 사노 히로토시, 이토 코지, 마에다 마히로, 카게야마 시게노리, 이이지마 마사카츠 등 유명 애니메이터가 다수 참여했고 기대의 신인 야마우치 히데코가 처음으로 원화를 담당한 작품이다. 원화를 많이 쓰지 않고도 박력있고 과장된 카나다 류 작화가 매우 많이 나온다. 카나다 류를 위해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뺀 장면이 많으나 액션 신이 매우 많아 동화가 매우 많이 들어간 작품으로 작화 매수는 5만 장을 썼다고 한다. 배경까지 움직이게 그리는 고난이도 작화기술 '배경동화'도 매우 많이 사용됐다.
그러나 평소 명장면 및 TV 애니메이션의 개별 에피소드 위주로 활동하던 카나다는 장편 연출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당시 애니메이션 잡지에서 큰 혹평을 들었다. 카나다 팬들 조차도 대체 이게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다는 애니메이션이다. 3만 장을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데 1만 8000 장 밖에 팔지 못했다고.
평론가 오구로 유이치로는 애니메이션 팬들의 영웅이었던 카나다가 만드는 작품이라 "카나다 작화로만 1시간이 나오면 정말 재밌겠다." 하고 기대했는데 본 뒤로는 "세상에 이렇게 재미없을 수가!" 라는 생각이 들고 자신이 좋아하던 크리에이터가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혹평했다. # 오구로의 개인 주장이지만 오구로에 따르면 1980년대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토미노 요시유키, 오시이 마모루처럼 학식과 연출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어 사람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연출가, 애니메이터는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잡지도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코너가 고정적으로 있었다. 카나다도 그 중에 한 명이었는데 이런 스타 애니메이터를 다 모아서 만든 BIRTH가 이 꼴이 나버리자 사람들은 "뭐야 그림만 잘 그리는 놈들이었잖아." 라고 낮춰 보기 시작했고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이 박살나버렸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잡지도 제작자를 소개하는 코너를 없애버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구로 말로는 이후로 다시 작화나 애니메이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 건 나루토 30화의 마츠모토 노리오 작화가 유명해진 뒤라고 한다.
한마디로 작화만 보는 작화 쇼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애니메이터들의 기본 작법이 된 '카나다 류' 라는 작화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보고 연구하는 교과서 내지 교재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정착했다. 뒤늦게 작품이 재조명을 받은데다 시중에 너무 적은 양만 유통되어 애니메이터 사이에선 녹화 테이프를 공유하는 불법 복사가 횡행했다고 한다. 뒤늦게 출시된 DVD도 현재는 절판되어 개봉된 중고품도 1만 4000 ~ 1만 6000 엔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OVA 사상 처음으로 극장에 개봉한 작품이다. 단 대대적으로 개봉한 애니는 아니고 이벤트 형식이라 OVA로 분류된다.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1992년에 영성프로덕션에서 '성검 쉐이드'라는 이름으로 비디오 발매 하였으며, 김정애, 김환진, 김민석 같은 성우진이 참여했다. 1993년 화인프로덕션에서도 '우주전사'라는 제목으로 발매되었다. 그리고 1994년 9월 19일 한가위 특선으로 MBC에서 <판도라 행성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방영했다. 이때는 원작의 스토리가 너무 난해한 것을 신경 썼는지 원작에서는 묵음으로 처리되던 캐릭터들의 대화에 내용을 넣어서 어떻게든 이야기를 만들려 했기 때문에 그나마 일본 원작보다는 이해하기 쉽다.
성우 야오 카즈키의 데뷔작이다.
자세한 건 송락현 블로그 [2]를 참조.
[1]
Planet Busters. 한번 쏘면 어디에 명중하던 주변의 물체를 무작위로 침식해서 결국 행성 하나를 통째로 파괴해버린다. 한마디로 스케일이 행성 단위인 자폭병기
[2]
송락현이 쓴 글의 본문에선 카나다의 만화가 원작이라고 되어있으나 카나다는 원작이 아니고 홍보용 기획을 연재한 것이다. 그 외의 내용은 대부분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