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Bulletin Board System게시판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대한민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다.
다른 방식으로는 스레드 시스템이 있다.
2. 역사
최초의 BBS는 1978년 시카고 컴퓨터 클럽의 워드 크리스턴슨(Ward Christensen)과 랜디 수스(Randy Suess)가 만든 "CBBS"였다.[1] 오늘날엔 모든 BBS가 인터넷 웹사이트 기반이므로 1970~1980년대 BBS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설명이 필요하다.당시 BBS는 한 대 또는 몇 대의 마이크로컴퓨터[2]에서 작동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었으며, 이 컴퓨터는 모뎀으로 전화선에 연결되어 있다. BBS에 접속하고 싶은 사람은 BBS의 전화번호를 알아야 하며 모뎀이 있어야 한다. 사용자가 컴퓨터를 모뎀으로 전화선에 연결하고 BBS에 전화를 걸면, BBS 컴퓨터와 사옹자의 컴퓨터가 전화선으로 연결되며 사용자는 BBS의 내용을 열람하고 BBS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연결되어 있는 중에는 전화 통화료가 계속 나가므로 빨리 볼일을 보고 전화를 끊어야 한다.
BBS에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사용자의 수는 BBS 운영자가 갖고 있는 전화 회선 수에 달려있다. 적으면 한 회선, 많아봐야 100회선 정도였다. 즉 동시 접속자 수가 오늘날의 인터넷과는 비교가 안 되게 낮았다. 소규모 BBS의 경우 낮에는 그 전화선을 전화 통화용으로 써야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심야에만 BBS 접속이 가능한 경우도 흔했다. 인터넷이 없던 20세기 후반에 전화 회사들은 BBS 사용자들이 내는 전화 통화료로 짭잘한 수익을 올렸다. 집전화가 장식품으로 전락한 오늘날엔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 시기 컴돌이들은 전화료로 한달에 (당시 돈으로) 수십만원에 달하는 돈을 전화 회사에 갖다바쳤다. 당대의 유명 해커인 “캡틴 크런치“ 존 드레이퍼, “더 워즈“ 스티브 워즈니악이 전화 통화를 공짜로 하는 해킹 기술을 개발한 것은 당시 컴퓨터 통신은 전화 회사들이 깔아둔 구리선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CBBS의 창조자들이 미국 컴퓨터 잡지인 Byte에 BBS 만드는 법을 자세히 공개한 후 미국 전역에 수많은 BBS들이 생겨났으며 한때는 그 수가 10만 개에 달한 적도 있었다. BBS는 유용하거나 흥미로운 글을 제공할 뿐더러,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게시판에 글을 남길 수 있고 거기에 다른 사용자나 시솝이 댓글을 달 수 있었다(BBS라 불린 이유). 때문에 BBS는 당시 컴퓨터 사용자들의 사교장이기도 했고,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이미지를 업로드/다운로드하는 것이 가능해 큰 인기를 끌었다. BBS 서비스 중 가장 인기가 많고 동시 접속자 수가 많았던 것으로 멀티유저 던전( MUD)이 있는데, 이는 최초의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에 해당한다.
이런 사설 BBS가 인기를 끌자 기업들도 BBS를 개설해 운영하기 시작한다. 1980년대 중반, 마이크로프로즈, 시에라 온라인 등 비디오게임 회사들은 자사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패치를 배포하기 위한 BBS를 갖고 있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BBS와 MUD를 병합한 서비스인 배틀넷을 운영했다. 최초의 배틀넷은 전화선으로 접속하는 BBS였으며, 플레이어들이 “로비”에서 채팅을 하다가 의기투합해 디아블로 1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다.
게임과 관계없는 기업들도 대형 BBS를 개설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AOL이 되는 미국의 아메리카 온라인, 프랑스의 국영 BBS인 미니텔(정식 명칭은 TELETEL), 우리나라의 하이텔과 천리안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초에 월드 와이드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BBS는 인터넷으로 흡수되는 수순을 밟았다. 당시엔 인터넷 역시 전화선을 통해 접속하는 방식이었으므로 BBS보다 더 빠를 것도 없었지만, 인터넷 안에서 여러 BBS들(즉 웹사이트들)을 두루 열람할 수 있어 훨씬 편리했다. 전부 다른 전화번호로 별개 접속해야 하는 옛 BBS들은 이와 경쟁하기 힘들었고, 대부분의 BBS들이 인터넷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도 드물게 남아있는 사설 BBS가 있긴 하지만, 희귀종 취급이다.
PC통신에서 사용되었던 BBS가 계속 인터넷에서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제로보드 등의 영향인 듯하다. 물론, 여전히 도메인 등에선 board가 써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게다가 url이 bbs라고 적힌 사이트도 여전히 있는데 대표적으로 루리웹의 PC버전 게시물 URL이 ' bbs.ruliweb.com'으로 시작한다. 그누보드 역시 게시물 주소에 bbs가 들어간다.[3]
PC통신이 몰락한 후 인터넷의 초창기에도 게시판이라는 용어와 동일하게 쓰였지만 현재는 이 표현이 거의 쓰이지 않으며 BBS 대신 보드(Board)라고 많이 부른다.
물론 BBS라는 용어가 잘 쓰이지 않을 뿐, BBS는 여전히 국내 사이트 게시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실 용어 자체가 사라진 이유도 한국 인터넷 문화에는 해외와 다르게 '스레드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하고 거의 전멸했기 때문에 그냥 '게시판'이라고 하면 BBS를 의미하기 때문인 것도 있다. 즉 따로 구분지을 필요가 없다보니 전문 용어가 실생활에서 사멸해버렸다.
BBS와 스레드 모두 해외에서 온 것이지만, 국내와 다르게 해외(일본과 서양권)에서는 PC통신 몰락후에 BBS 시스템이 거의 멸종하고, 대부분 스레드로 정착되었다. 그래서 5ch이나 레딧 같은 굵직한 커뮤니티들이 전부 스레드 시스템을 쓰고 있으며, BBS 하면 거의 사설 BBS를 가리킨다.
3. 특징
- 게시물은 하나의 주제보다는 특정 글쓴이의 독자적인 영역 성격이 짙다.
- 타 이용자는 게시물에 연결되는 또다른 글이 아닌 '댓글'을 달 수 있으며, 댓글은 게시물에 비해 태그 사용이나 이미지 또는 동영상 첨부에 있어 제약이 존재한다.
- 게시물 안에서 이용자를 구분하는 고유 식별번호가 없으며, 댓글은 나중에 달린 댓글이 맨 아래에 위치한다.
- 같은 주제를 공유하는 여러 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긴다.[4]
- 조회수나 인기가 높은 게시물이 정렬 상의 이점을 가지지 않는다.[5]
예시로 설명하자면, A라는 주제가 화젯거리일 경우 BBS는 사용자 X가 "나는 A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라고 글을 적고 거기에 Y와 Z가 호응 또는 반박 등을 올리고 다른 생각을 가진 W가 있으면 W도 자신의 글을 올리는 식이다. 반면 스레드 시스템은 'A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레드'가 생성되고 X, Y, Z, W가 그 스레드에 모여서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는 스타일이다.
4. 현재
인터넷 초창기만 하더라도 BBS와 스레드는 웹 구현 상의 명백한 차이점이 존재했지만, 현재에 와서는 이러한 특징들이 많이 희석된 편이다. 따라서 이 둘을 구분하는 특징은 해당 커뮤니티의 문화적인 측면이 더 커졌고 BBS 형식의 게시판이지만 스레드의 특징을 일부 가진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다.인기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의 경우 게시판 자체는 BBS 형식으로 운영되지만 인기글에서는 스레드처럼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인기있다'의 기준이 높을수록 이러한 현상이 심한 편이다. 예를 들어, 디시인사이드 같은 경우 각 갤러리에 쏟아지는 글에 비해 '개념글-초개념-힛갤'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다보니 초개념 쯤 되면 같은 주제로 다른 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거의 없고 스레드 시스템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반면 루리웹의 유머 게시판 같은 경우 올라오는 글의 숫자나 주목도에 비해 베스트 기준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특정 이슈가 화제에 오르면 비슷한 인기글이 도배되는 등, 베스트글 영역도 BBS처럼 굴러간다. 그래서 루리웹은 기계적으로 등록되는 베스트와는 별개로, 운영자가 선정하는 힛갤/오른쪽 베스트 영역이 따로 존재한다.
BBS 방식은 게시글과 댓글의 질적인 차이를 크게 두는 편이고 게시글을 거의 독자적인 블로그 수준으로 여러 기능을 지원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러 BBS 커뮤니티들이 게시글에는 GIF 포맷을 포함한 이미지와 동영상, 스타일 문법 등을 지원한다. 이게 가장 극단적으로 벌어진 케이스가 바로 디시인사이드 같은 커뮤니티다. 디씨에서 본문은 이미지와 동영상 '업로드'까지 지원하지만 댓글은 텍스트와 정해진 디시콘 외에는 지원하지 않는다. 그 외에 루리웹이나 웃긴대학같은 다른 커뮤니티들은 댓글에 이미지나 동영상 정도는 첨부할 수 있게 지원해준다.
Rhymix 기반 커뮤니티는 댓글에 에디터 사용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댓글도 본문처럼 쓰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관리자 설정에 따라 댓글에 에디터 사용이 금지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에디터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Rhymix는 기본값이 BBS이긴 하지만 스킨이나 설정에 따라 스레드식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주요 사용처인 한국 커뮤니티에서 이렇게 운영하는 일은 거의 없다.
간혹 BBS는 시대착오적인 시스템이니 한국 커뮤니티들도 스레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인터넷 포럼으로 개편해야한다는 다소 급진적인 주장이 보이는데, 오히려 경로의존성으로 인해 기존 이용자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대거 이탈해서 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포럼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절대로 아니며, 반대로 BBS만의 장점도 많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 보니 2020년대 이후로는 BBS에서도 포럼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차용하거나, 반대로 포럼에서 BBS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차용하는 등 이전에 비해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5. 기타
한때 PC통신 용어 순화 운동이 일어났을 때는 '벼락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bulletin을 bullet과 혼동하여 '총알같이 빠른 글판'으로 오해한 듯 하나 사실 Bulletin board 자체가 게시판이라는 뜻이다. bulletin과 bullet은 공이라는 뜻의 라틴어 bulla를 어원으로 공유하기는 하지만 프랑스어에서는 편지에 찍는 봉인이 원형이라는 점에서 서신을 뜻하는 단어와 공이라는 단어로 분화하였다. bulletin은 작은 서신, 즉 쪽지를 뜻하는 말이므로 총알과는 관계가 없다.
[1]
Computerized Bulletin Board System, 즉 컴퓨터화 게시판 시스템.
[2]
예를 들어 CBBS는 알테어 S-100 마이크로컴퓨터에서 작동했다.
[3]
이는 그누보드의 게시판 구동기가 bbs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누보드를 최상위루트에 설치하지 않으면 해당 폴더의 이름까지 추가로 붙을 수 있다 (예: example.com/gnuboard/bbs/board.php).
[4]
스레드 시스템은 이런 식의 남발을 최대한 지양하고 일정 시간 동안 화두에 오르는 이슈는 특정 스레드에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최대한 지향한다. 국내 BBS 커뮤니티 중에서도 이런 경우가 간혹 있다. 소위 '불판글'같은 시스템이 그것이다. 또 인터넷 포럼의 서브포럼과 비슷하게 비슷한 주제의 게시판을 여러개 묶어놓은 뒤 모아서 볼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다.
[5]
따라서 거의 모든 BBS 시스템들이 소위 '인기글'이나 '베스트'를 별도의 페이지나 상단에 노출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스레드 스타일은 최근 올라온 일련의 글들 중 화제순으로 모아보는 기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