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8-19 16:44:27

환상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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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줄거리3. 등장 인물4. 평가
4.1. 의의
5. 작품 해설6. 한국판 번안

1. 개요

"'The night was young, and so was he. But the night was sweet, and he was sour."'
"'밤은 젊고 그도 젊었다. 하지만 밤의 공기는 달콤한데 비해 그의 기분은 씁슬했다."'[1]

원제는 Phantom Lady. 일본어 번역판 타이틀이 『幻の女』(まぼろしのおんな)라서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에 유령 여인이 아닌 일본식 번역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2]
1942년에 출판된 윌리엄 아이리시(본명은 코넬 조지 호플리 울리치(Cornell George Hopley-Woolrich, 1903년 12월 4일 ~ 1968년 9월 25일)의 대표작이자 한국과 일본에서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Y의 비극과 함께 세계 3대 추리 소설로 손꼽히는 고전명작이다.[3]

2. 줄거리

장 제목을 통해 사형 집행까지 시시각각 줄어드는 시간을 보여주는 신선한 구성은, 알고 보면 조너선 래티머의 하드보일드 소설 [처형 6일 전]에서 먼저 선보였던 수법이다.

유부남인 스코트 헨더슨은 아내인 마셀라와 오랫동안 사이가 나빠져 말만 내외지, 서로 남남처럼 지내다가 사귀던 애인인 캐롤 리치맨과의 결혼을 하기 위해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거절하는 아내와 다투고 집을 나왔다가 웬 낯선 여인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서로 이름도 사는 곳도 묻지 말자고 약속하고 극장과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낸 후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는 살해당했고, 스코트는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4]

스코트는 항변하며 그 밤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을 증인들- 바텐더, 극장 도어맨, 택시기사, 드럼 연주자, 맹인 거지[5] 등등 모든 사람들을 형사들과 함께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붙들고 물어보지만, 어째서인지 그 여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스코트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스코트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환상의 여인'을 찾지 못한 채, 속절없이 사형 집행 날짜는 계속 다가온다. 이에 절친 롬버드와 스코트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누명을 풀어주고자,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그 '환상의 여인'을 찾아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데...

3. 등장 인물

  • 스코트 헨더슨 : 주식중개인. 사랑없는 결혼을 한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워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다.[스포] 아내와 극장 쇼를 보러 가기로 한 날, 대판 싸우고 홀로 거리에 나섰다가 한 여자를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자신의 넥타이로 목이 졸린 채 발견된다. 아내의 살인범으로 몰린 그는, 감옥에 갇혀 사형 집행일만 기다리는데...
  • 환상의 여인 : 스코트와 카페에서 만나 공연을 보고 난 후, 사라진 의문의 여자. 롬버드와 캐롤, 버지스가 그녀를 찾으려 한다.
  • 마셀라 헨더슨 : 스코트의 아내. 스코트와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사실상 혼인관계는 예전에 파탄난 상황이였다. 첫 번째 피해자.
  • 캐롤 리치맨 : 스코트의 애인. 스코트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노력한다.
  • 버지스 : 형사. 스코트가 아내를 죽인 진범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캐롤과 함께 진범을 추적한다.
  • 제리 : 롬버드 교환소의 알바.
  • 안젤모 : 카페 '안젤모'의 지배인.
  • 피트, 토미, 미트리 맬러프 : '안젤모'의 바텐더.
  • 로저 애슐리, 레이번 부인 : '안젤모'의 손님들.
  • 멘도자 에스텔라 : '카지노 극장' 배우
  • 엔리코 : 멘도자의 하녀.
  • 윌리엄 : 멘도자의 운전기사.
  • 클리프 밀번 : '카지노 극장'의 드럼 연주자. 피해자.
  • 바이클 오배넌 : '카지노 극장'의 도어맨.
  • 앨 엘프 : 택시기사.
  • 버드 하키 : '선라이즈 택시회사'의 택시기사.
  • 죠, 타니, 더치, 그레고리 : 형사들.
  • 케티샤 : 의상 디자이너.
  • 루이스 : '케티샤'의 직원.
  • 매지 페이튼 : '케티샤'의 바느질 아가씨.
  • 마지 페이튼, 마르거리트 페이튼, 마그다, 마르고 : 모자 봉제공들.
  • 피에레트 더글러스 : 마르거리트에게 모자를 제작한 의뢰인. 피해자.
  • 하스콤 : 마르거리트 집주인.
  • 조지 : 호텔 보이.
  • 딕시 리 : 배우.
  • 도리 골든 : 옛 여배우.

=# 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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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다름아닌 롬버드였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다니. 스코트도 롬버드가 범인이라는 말에 믿기지 않아 했고, 배신당했다고 안타까워한다. 롬버드는 사실 맞바람을 피우는 마셀라와 불륜 관계였으며, 남미 정유회사에 5년 계약으로 떠났던 것도 실은 "마셀라가 결혼 후의 안정된 기반을 요구하자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롬버드는 남미에 신혼집을 차려두고 마셀라를 데리러 왔는데, 헨더슨이 화를 내며 나가는 모습을 보고 바로 집에 들어가 이제 떠나자고 했다. 하지만 마셀라는 롬버드를 따라나서지 않고, "내 말을 믿었냐? 내가 왜 그 시골에 가서 살겠냐? 여기서 헨더슨 등골 빨면서 살거다. 깔깔깔." 하고 비웃으며 그를 차버렸다. 그걸 보고 분노한 헨더슨이 바닥에 팽개치고 간 넥타이를 집어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만 것.

마셀라는 이런 식으로 많은 남자들을 농락해왔는데 불장난에 면역이 없던 다혈질 롬버드는 마셀라의 행동을 참을 수 없었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라 버지스 형사는 롬버드의 진술을 처음 들었을 때 마셀라에게 정신질환이 있다고 생각했고, 헨더슨마저 자신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만들 뻔한 롬버드에게 동정심 비슷한 감정을 가졌다. 나중에 롬버드가 술회하길, 마셀라가 '내가 남미에 가서 살겠다는 말을 정말로 믿었어요? 이제 그만 정신 차리고 다른 좋은 여자를 만나도록 해요.'라고 진지한 태도로 말하거나 울면서 말하기만 했어도 죽이기까지는 하지 않고 그냥 가서 술이나 퍼먹고 말았을 거라고...
롬버드가 헨더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 이유는 마셀라가 자길 거절한 게 남편을 사랑하던 마음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라고 멋대로 생각해서. 착각이 질투와 시기로 번져 친구였던 헨더슨까지 죽여버리려고 범인으로 몰았던 거였다. 버지스 형사는 기술자 일로 늘 삭막한 유전지대만 돌아다녀 이런쪽으로 면역이 없었던 롬버드였기에, 마셀라의 불장난을 앞선 남자들처럼 참아 넘길 수가 없었을 것이라 해석했다.

롬버드는 마셀라를 죽인 직후 헨더슨을 쫒아나가 뒤를 쫓으며 어떤 여자와 저녁을 보내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헨더슨이 여자와 헤어진 후에, 그 여자의 뒤를 미행하여 여관에 묵은 것을 확인한다. 이후 죄를 스코트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목격자들을 돈으로 매수해서 헨더슨이 만난 여자에 대해 증언하지 못하게 하고, 여관으로 돌아와 여자를 죽이려 했다. 하지만 여자는 여관에서 묵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간 것 뿐, 여자를 찾아 헤매나 끝내 찾지 못한다. 또한 남미로 가는 배도 놓쳐서 비행기를 타고 뒤늦게 쫓아가 중간기항지에서 배를 타고, 일말의 불안감을 남긴 채 미국을 떠난다.

그런데 헨더슨이 자신을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내자, 당당히 그녀를 찾을 수 있게 되어 당장 미국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를 증명해 줄 두 명은 우연으로 가장해 살인까지 하지만, 정작 환상의 여인은 찾지 못했다. 결국 갖은 고생 끝에 사형집행일이 되어서야 그 여자를 찾게 되는데, 그 여자가 마음을 고쳐먹고 증언을 하겠다고 하자 인적 드문 곳으로 데려가 죽이려고 하다가, 그것이 버지스 형사가 꾸민 함정이였기에 붙들리고 만다. 버지스는 배를 놓쳤던 기록을 보고는 수상하다고 여기고 있었다가, 거지를 살해했을 때 롬버드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헨더슨의 애인 캐롤을 그 환상의 여인으로 가장시켜 함정을 판 것이다. 이렇게 롬버드는 진범인 것도 모자라 사람을 더 여럿 죽인 것까지 드러나 사형당하게 되었다.

범인 못지 않게 정체가 의심스러웠던 헨더슨이 만났던 환상의 여인은, 그새 치매의 종류로 보이는 정신착란으로 병원에 들어간 상태였다고 나온다(…). 형사가 이름을 말하려 하자, 캐롤이 그만! 이제 됐어요! 라며 막아서 작품에서 끝내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에 둘이 맺어지는 결말을 슬쩍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4. 평가

추리 소설의 형식을 취한 듯하지만, 추리보다는 서스펜스 장르의 작품이다. 작가인 윌리엄 아이리시가 서스펜스 묘사에선 최강으로 꼽히는 작가이고, 그런 점 때문인지 이 작품은 역대 가장 서스펜스가 강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사실, 반전이 강렬하기는 하나 그만큼 구멍이 꽤 크게 있는 작품이라 서스펜스가 아닌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었다면 상당한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코넬 울리치(윌리엄 아이리시)라는 작가의 특징인데 과거 추리작가들이나 동시대 추리작가들에게 없었던 서정적이고 유려한 문체로 지속적으로 등장인물을 옥죄는 서스펜스 묘사가 일품인 대신, 추리의 엄정함이나 개연성은 매우 떨어진다. 울리치의 다른 전성기 작품인 검은 옷을 입은 신부, 상복의 랑데부, 새벽의 데드라인에서 모두 드러나는 단점.

분명히 어떤 처음 만난 여자와 데이트를 했는데, 아무리 탐문조사를 해도 누구도 그 여자를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주인공도 하루 저녁을 같이 보낸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 머리 색깔, 입은 옷, 체격, 눈동자 색, 등등 -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아주 평범했다'고만 진술할 뿐. 이 정신 나간 상황 설정이 작품의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요소이고, 독자들은 당연히 어떻게 이런 트릭이 가능할까 환상의 여인의 정체를 열심히 고민하면서 작품을 읽게 되는데, '사실 롬버드가 범인이었습니다!' 하고 작품이 끝나 버리니 그저 멍해질 따름.

돈으로 매수를 했다는 설정이긴 한데, 롬버드가 매수한 건 고작 서너 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게 경찰의 탐문조사 대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영수증 따위를 어떻게 조작했는지도 제대로 설명이 없고, 정황상 여자를 기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도, 경찰의 조사 대상은 롬버드가 매수한 사람들로만 정확하게 한정되며 캐롤과 롬버드가 백방으로 탐문을 하고 신문광고를 내고 해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주인공이 왜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너무나 특이하게 생긴 모자가 관심을 끌어서 다른 부분에 관심이 덜 갔다는 언급은 분명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기억하는 게 없다.

게다가 경찰인 버지스의 행적도 가관인데, 롬버드가 범인이라고 확신했음에도 확실한 증거를 잡아내기 위해 방치해둔 결과, 롬버드는 본의 아니게 다른 증인 두 명도 죽어버리는 참사가 벌어진다. 롬버드가 일면식도 없던 가짜 환상의 여인을 살해하려던 이유는 결정적 증인을 제거함으로써 헨더슨의 무고를 증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이전의 맹인 거지나 피에레트를 살해할 때도 마찬가지다. 버지스 왈 이 살인은 헨더슨의 아내의 살인범을 밝혀내는 것과는 무관한 단독적 범행이라 그 시점에서 롬버드를 체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면 롬버드가 증인을 찾아다니며 죽여대는 이유는 대체 뭐란 말인가?
그런데 바쁘다면서 일반인에게 탐문을 떠넘기고, 한 발 물러서 있느라 증인들이 픽픽 죽어나가지만 코넬 울리치 소설에서 이 정도면 올해의 경찰감이다(...) 코넬 울리치 작품의 특징 중 하나가 경찰은 늘 한발 늦고,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건데 이 작품에선 드물게 나름대로 활약하는 편.

이렇다보니 현재 미국에서는 그냥 옛날 추리소설 하나로 대충 알려지고 묻혔다.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앞서 서술한 대로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지 미국이나 서구권에서는 이젠 잊혀진 소설이라 책도 절판되었다.[7] 단 일본에서의 유명세에는 못 미쳐도 영향력이 아주 없진 않다. 히치콕 매거진 선정 10대(사실 12대) 추리소설에도 선정되었고 '주인공이 한 사람을 만나 여러곳을 돌아다니지만, 아무도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은 이후 심슨가족 등 미국 매체에서 수차례 패러디되었다. 세월이 지난 지금 미국 현지에서는 영화판 쪽이 좀 더 기억되는 쪽인데, 누아르 명장인 로버트 시오드막이 처음으로 누아르에 손을 댄 영화라 꾸준히 찾는 유입이 있다고 한다. 각색도 좀 더 말이 되게 바뀌었다.

(1944년 영화)

4.1. 의의

이 소설을 옹호하자면, 트릭이나 수수께끼 풀이보다는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둔 서스펜스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장르를 개척한 소설로 문학사적 의미가 있다. 에도가와 란포가 '새로운' 소설이라 극찬한 것은 이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며 울리치의 또 다른 서스펜스 단편소설《아마도 살인이 벌어졌다(It Had to Be Murder)》를 '서스펜스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영화화 한 것도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바로 걸작인 ' 이창'이지만 문제는 저작권비를 내지않고 무단으로 영화화했다는 것(!) 히치콕이나 파라마운트 영화사 모두 이를 15년 넘도록 배째라하다 1972년에서야 제작사 측은 단 650달러를 내주며 저작권을 샀다고 주장했지만, 당시까지 이 영화로 벌어들인 수익은 12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원작자는 이미 1968년에 죽어서 남겨진 유족들이 '겨우 650달러? 장난치냐'며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미 법원은 20% 이상을 내주라는 판결을 내주며 사건은 끝났다.

5. 작품 해설

서스펜스의 명장 윌리엄 아이리시
출전: 동서 미스터리 북스

1930년대 끝무렵부터 40년대로 넘어오면서, 그때까지 트릭 창의에 중점을 둔 나머지 스토리가 형태화되기 쉬웠던 경향이 점점 바뀌어서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만한 추리소설이 차례로 나타나 미스터리의 폭이 차츰 넓어졌다. 《환상의 여자》를 그런 시기의 으뜸가는 작품으로 꼽는 데 불만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환상의 여자》의 무대는 뉴욕이다. 여기에는 메이시 백화점도, 타임스 스퀘어도, 흑인 빈민가도 그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는 이 작품을 읽으며 뉴욕 거리의 냄새를 아주 가깝게 물씬 맡을 수가 있다. '밤은 젊고 그도 젊었다'로 시작되는 첫머리의 문장에 이어지는 거리 풍경, 생동하는 젊은이들의 모습, 데이트 코스, 남미 출신의 댄서가 묘하게 생긴 모자를 쓰고 춤추는 극장 무대 등등 활기로 넘치는 뉴욕 거리가 바로 서울의 거리일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활기 속에서 바에 들렀다 우연히 만난 오렌지 빛 모자를 쓴 여인! 아내와 다투고 집을 뛰쳐나온 스콧 헨더슨은 그녀와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려 하루 저녁의 데이트를 즐기고 헤어지지만, 그때로부터 그녀의 모습은 아련한 안개 뒤로 숨어 버린다. 그리고 아내 살해의 누명을 벗으려고 알리바이의 증명을 위해 몸부림치는 헨더슨의 절박한 마음을 비웃듯이 뉴욕 시의 온 거리 전체가 그를 외면한다. 헨더슨과 그녀의 데이트는 한여름 밤의 꿈처럼 오직 그 한 사람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감방 안을 초조하게 서성거리며 사형집행 날만 기다리는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선 헨더슨의 연인 캐럴 리치먼--교묘한 트릭과 아울러 끝무렵에 이르면 넘치는 서스펜스가 읽는이의 마음을 숨가쁘게 압박해 온다.

지은이의 이름은 코넬 존 호플리 울리치. 필명은 윌리엄 아이리시이다. 그는 1903년 12월에 뉴욕에서 태어나, 코넬 울리치 및 윌리엄 아이리시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장편소설을 썼으며, 조지 해블리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장편소설도 두 권이나 있다.
그는 소년 시절을 멕시코와 쿠바 등의 외지에서 보내고 뉴욕으로 돌아와 교육을 받았다.
그리하여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에 첫 장편소설 《카버 처치(1926)》를 썼으나, 이것은 그가 뒷날 자랑으로 여기던 서스펜스 미스터리에는 속하지 않는다. 이어서 그는 《리츠의 아들》을 써서 1927년에 책으로 펴냈는데, 이것이 <칼리지 유머>지에서 주는 상을 받아 상금 1만 달러가 손에 들어왔으므로 파리로 날아가 모조리 써 버렸다.
이때가 그의 나이 23살 때였다.
그는 한평생 독신으로 지냈다는 말이 있지만, 그러나 결혼 체험이 있었다. 1929년 26세 때 《카버 처지》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이 영화 연출자의 딸과 결혼했던 것이다. 그러나 울리치의 성격이 평범하지 못한 탓인지 한 달 만에 두 사람은 이혼하고 말았다. 그 뒤로 그는 과보호형인 어머니와 둘이 뉴욕에서 호텔 생활을 계속하며 끝내 결혼하지 않았다.
그는 이혼한 해로부터 1년에 한 작품씩 장편소설을 써내는 작업을 6년 동안 계속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블랙 마스크>지 등의 잡지에 중편 및 단편 미스터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특색 있는 문체와 교묘한 분위기와 발상의 특이함으로 울리치는 곧 미스터리소설계의 새로운 별로 등장했다.
그리고 1940년에는 또다시 장편소설로 돌아가 《검은 옷의 신부》를 출판하고, 1942년엔 《환상의 여자》를 윌리엄 아이리시라는 이름으로 출판하는 등 정열적인 작가 활동을 펼쳤다. 《환상의 여자》는 이색적인 구성과 농후한 서스펜스가 있는 미스터리소설로서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앞의 두 작품 말고도 《검은 옷의 천사(1943)》 《새벽의 사선(1944)》 《공포의 황천길(1944)》 《상복의 랑데부(1948)》 등이 있다.
울리치는 1968년 9월 25일에 64살의 나이로 뉴욕의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남겨진 작품으로는 장편 17권과 단편집 15권 및 책으로 나오지 않은 수많은 단편들이 있으며, 쓰다 만 자전적 장편소설 원고와 미완성 장편소설 두 편이 그가 죽은 뒤 발견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 마디로 말하면 그는 다른 사람과 사귀기를 아주 싫어하여 친구들의 파티는 물론 출판사 주최의 파티에도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았으며,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신경질적인 이상성격자라 할 수 있었다. 1957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그 성격이 더욱 도드라져 고독하게 살다 간 신비에 싸인 작가였다.

6. 한국판 번안

  • 80년대 KBS 미스터리 극장에서 극화된 적이 있다. 무대만 서울로 바뀌었고 감옥에서 목사(?!)랑 맞짱뜨는 장면 등의 세세한 재미를 제외하고는 의외로 원작과 비슷하고 서울의 밤거리를 몽환적으로 묘사한 걸작.
  • KBS2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 중 나현희를 주연으로 한 에피소드로 만들어졌는데, 전체적인 얼개와 범인은 똑같지만 디테일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우선 스코트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하는 캐롤은 스코트의 여동생으로 바뀌었으며 심지어 롬버드와 연인으로까지 발전한다(...) 또한 범죄를 저지른 동기가 불륜이 아니라, 주식 정보를 스코트의 아내에게 알려 줬는데 정보가 엉터리인 탓에 주식이 폭삭 망해서 궁지에 몰리자 죽인 것으로 나온다. 피해자들을 죽인 트릭도 바뀌었는데 우연한 교통사고로 죽은 바텐더는 롬버드에게 칼 맞아 죽으며, 원작에선 죽지도 않는 택시기사( 김희라)가 오히려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살해당한다. 환상의 여인의 정체도 롬버드의 숨겨진 애인으로 바뀌었으며, 롬버드의 손에 죽는다. 그리고 롬버드도 자살한다.


[1] 해문출판사 번역 환상의 여인 첫 문장. [2] 그런데 막상 일본의 타이틀 幻(まぼろし)에는 환상보다는 허상(虛像)라는 의미가 있어, 원작의 뉘앙스를 정말로 살린다면 '허상의 여인' 정도가 될 것이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에서는 '환상의 여자'로 번역되었다. [3] 일본에서는 에도가와 란포가 1946년에 '새로운 소설이다. 이 소설은 꼭 번역되어야 한다'고 잡지에 칭찬하는 글을 실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다만 후술하듯이 일본을 통해 알려진 것이지, 서구에서는 그다지 큰 평가를 받지 못했다. [4] 1940년대 작품이기에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라면 사방팔방에 널린 CCTV에 모습이 찍혀 알리바이가 곧 증명되었을 것이다. [5] 실은 종점의 기적이었다(...) [스포] 나중에 알고보니 맞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그것도 아내쪽이 훨씬 심했다. 스코트는 한 명이지만 아내는 말바꿔 타듯 남자를 바꿔탔다. [7] 전자책으로 구입할 수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