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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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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구성 요소3. 예시4. 외부 링크5. 여담


1. 개요

판의 한가운데를 뜻한다. 동양 전통 장정 중 하나인 선장본에서는 판심이 쪽의 끝부분에 위치하게 된다. 선장본에서는 페이지의 앞뒤 양면을 1번에 찍어내고, 이를 바깥쪽으로 접어 낱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판심은 반으로 접혀서 페이지 끝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2. 구성 요소

판심은 주로 다음의 요소로 구성된다.
  • 어미(魚尾): 판심 가운데 즈음에 ∑ 모양으로 새겨진 무늬이다. 한자 뜻 그대로 물고기 꼬리 지느러미 모양을 닮았다고 어미라고 한다. 이 역시 반으로 접히기 때문에 한 페이지에서는 반쪽만 보인다. #
    • 상어미/하어미: 보통 어미는 위아래에 2개이며 위의 어미를 상어미, 아래 어미를 하어미라고 한다. 대개 상어미와 하어미의 색은 일치하므로 '상하 흑어미'(상어미, 하어미 모두 흑어미) 식으로 합쳐서 묘사하곤 한다.
    • 화문(花紋): 어미 가운데에 꽃 모양의 무늬를 뜻한다. 꽃무늬의 잎 개수/2로 이엽(二葉)화문, 삼엽(三葉)화문 식으로 부른다.
    • 백어미/흑어미: 어미가 먹으로 칠해져있으면 흑어미, 그렇지 않고 비어있으면 백어미이다.
    • 하향/내향: 어미가 좁아지는 방향에 따라 상향/하향이라 부른다.[1] 색깔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상어미, 하어미의 방향이 같기 때문에 '상하 하향', '상하 내향' 식으로 '상어미/하어미가 모두 하향이다' 식으로 합쳐서 일컫는다. 상어미가 하향, 하어미가 상향인 것은 내향(內向)이라고 부른다. 의미상 바깥쪽으로 뻗은 '외향'도 있을 법하나 그런 책은 거의 없는 듯하다.
  • 흑구(黑口)/백구(白口): 어미 위아래로 뻗는 까만 선이다. 안이 칠해져 있으면 흑구, 비어있으면 백구이다. 선이 굵으면 대흑구, 가늘면 소흑구라 한다.[2]
  • 판심제: 판심에 쓰는 제목이다. 표제(표지 제목), 권수제(책 앞머리 제목)과 대체로 유사하나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3] 판심의 공간이 그리 넓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축약된 제목이 쓰일 때가 많다. 여기에 더해 권차(卷次, 권 번호)가 들어간다.
  • 장차(張次): 페이지 번호이다. 대개 세로쓰기[4] 한자로 장차를 표시했다. 앞서 언급했듯 동양 고서는 2면을 한번에 찍으므로 한 장차의 페이지는 두 쪽이다. 오늘날에 표기할 때에는 순서상 앞면을 ㄱ(혹은 a)[5][6]로 구별한다. 장차가 十二로 돼있는 쪽의 앞면이 12ㄱ(12a)인 식이다.

판심 형식은 시대별로 유행이 있기 때문에 판심의 모양새에 따라 간행 연도를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또한 매우 장식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새로 인쇄( 복각)할 때에는 당대의 유행을 따라 다르게 새길 때도 종종 있어[7] 원간/개간본을 구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서적의 판심이 어떤 양식으로 되어있는지는 서지학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8] 서지학 해제에서는 '상하 하향 흑어미'[9] 등의 표현을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판심은 장 끝에 위치하기 때문에 책의 옆면만 봐도 판심의 형식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가령 흑구가 있는 책은 책 옆이 온통 새카말 것이다.

3. 예시

파일:yuseo.png
유서필지》(儒胥必知, 1870?) 이두 어휘 소개

이두 문서에 인용된 《 유서필지》의 이미지이다. 이미지의 왼쪽 끝을 보면 상하 내향 이엽화문 흑어미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에서 보듯 어미, 판심제, 장차가 모두 반으로 잘려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판심을 중심으로 종이를 접어서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한 페이지에는 반이 잘린 형태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머지 반쪽은 다음 쪽에 있으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동양의 이러한 책 구조를 모른 상태로 이미지로만 보면 판심의 이미지를 일부만 잘라서 가져온 것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파일:sambong11.jpg
삼봉집》 목판
목판을 보면 판심이 가운데에 있는 것을 잘 확인할 수 있다.

4. 외부 링크

5. 여담

  • 판심을 비롯하여 인쇄면의 글자 수(행격行格, 혹은 행자수行字數), 광곽匡廓(외부 테두리를 뜻하는 변란邊欄) 등의 형식들을 모두 포괄하여 판식版式이라 한다.[10]
  • 서양 도서 및 오늘날의 서적에는 이러한 형식이 아예 없다. 잘 알려진 대로 현대 서적은 한 페이지씩 찍기 때문이다. 대체로 책 테두리 인근에 글자나 이미지가 오지 않게 조정하기 때문에[11] 판심이 위치해있던 책 페이지 테두리에는 아무것도 인쇄되어있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다.
  • 오늘날에는 고문헌들도 주로 쪽 단위로 스캔하여 열람하는데 이런 이미지들은 판심의 글자를 읽기가 약간 번거롭다. 쪽이 접히면서 글자도 반씩만 보이기 때문이다. 판심제야 제목이니 다른 데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장차는 페이지마다 다르니까 확인을 해야 하는데 반씩만 보여서 읽기가 힘들다. 위 유서필지 이미지에서도 '四十六'(46)의 반쪽만 보이니 숫자 한자의 모양새를 얼추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추측하기가 어렵다.

[1] 이론상 그런데, 상하 상향 어미, 상어미 상향 같은 책은 없다. 대체로 '상어미'라고 하면 하향이다. [2] 대흑구는 관흑구(寬黑口)ㆍ조흑구(粗黑口), 소흑구는 세흑구(細黑口)ㆍ선흑구(線黑口)라고도 한다(표준국어대사전). [3] 잘 알려진 《 훈민정음》 역시 판심제는 '정음해례'(正音解例)이다. [4] 원래 한자문화권은 세로쓰기가 일반적이었고, 위에서 보듯 판심은 세로로 길쭉하므로 세로쓰기를 할 수밖에 없다. [5] 동양 전통 책은 보통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으므로 ○a 면은 오른쪽에 위치하게 된다. [6] 일본에서는 ( 오모테니혼-우라니혼에서처럼) 오모테(表, "겉")-우라(裏, "속")의 앞글자를 따 (오), (우) 식으로 표기한다. 따라서 장차 12의 앞면은 12オ가 된다. 여담으로 이런 オ/ウ 식의 표기는 야구에서도 쓴다. # [7] 이는 현대 출간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예전에 나온 책을 새로 낼 때 책 내용은 (작가가 복간 기념으로 수정하지 않는 한) 크게 터치하지 않지만 표지나 레이아웃 등의 디자인은 바꿔서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8] 특히 이러한 책의 형태에 집중하는 서지 분야를 형태서지학(혹은 판본학)이라고 한다. [9] 본 문서에서는 의미 분절을 위해 띄어서 썼지만 보통은 '상하하향화문어미', '상하내향혼엽화문어미' 식으로 붙여쓴다. 보통은 한글로 쓰지도 않고 한자로 쓴다. # [10] 규장각 원문 검색 서비스의 " 구급간이방" 상세 서지의 예( #). '광곽' 단락에서 행자수를 함께 다루고 있다. [11] 만화책이나 도록처럼 이미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책은 책 페이지 끝까지 인쇄할 때가 종종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인쇄기의 특성상 인쇄 자체는 종이에서 약간 안쪽으로 인쇄가 되고, 이미지가 없는 부분을 잘라내는 식으로 책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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