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09 12:41:17

티베트 불교/환생자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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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생자의 정의와 기원2. 환생자 제도의 사상적 배경
2.1. 불신론(佛身論)과 보살사상2.2. 환생과 업
3. 환생자 선정과 교육4. 환생자 제도의 위기5. 환생자 제도와 스승의 선택

1. 환생자의 정의와 기원

티베트 불교에서 환생자를 지칭하는 뚤꾸(sprul sku)란 깨달음을 얻은 존재, 혹은 높은 수준의 성취자(siddha)로서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 다시 태어난 존재를 말한다. 뚤꾸는 '응신(應身)'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니르마나카야(nirmanakaya)'의 티베트어 의역이다. 통상 티베트에서는 환생자를 '뚤꾸', '린뽀체(rin po che)'[1], '양시(yang srid)'[2], '라마(bla ma)' 등의 호칭으로 일컫는다.

대표적인 환생자로 흔히들 달라이 라마를 연상하지만, 티베트 불교의 공식적인 초대 환생자는 13세기 환생한 까르마 까규의 법왕인 제3대 까르마빠(Karmapa) 랑중 도제(rang byung rdo rje)다. 전해지는 일화에 따르면 초대 까르마빠 뒤숨 켄빠(dus gsum mkhyen pa)가 사망한 후, 그의 제자 중 한 명의 의식 속에 환생자가 될 아이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현시(顯示)하면서 이윽고 제2대 까르마빠인 까르마 팍시(karma pak shi)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까르마 팍시가 사망한 1284년에 제3대 랑중 도제를 까르마 팍시의 환생자로 인정하면서 본격적으로 환생자 제도가 정립되고 초대, 제2대까지 까르마빠 지위가 소급 적용되었다.[3] 이후 티베트 불교의 다른 종단과 티베트의 토착 종교인 뵌(Bon)교에서도 까르마 까규의 환생자 제도를 차용하기 시작했다. #
파일:Karmapa_Rangjung_Dorje.jpg
티베트 불교 최초의 공식적인 환생자인
제3대 까르마빠 랑중 도제(rang byung rdo rje)

2. 환생자 제도의 사상적 배경

2.1. 불신론(佛身論)과 보살사상

티베트 불교의 환생자 출신인 뚤꾸 퇸둡(Tulku Thondup)은 그의 저서 Tulku Thondup,《Incarnation: The History and Mysticism of the Tulku Tradition of Tibet》에서 환생자 제도의 토대(1) 붓다의 삼신(三身) (2) 보리심의 서원(誓願) (3) 업(karma) (4) 환생을 언급하였다. 뚤꾸 퇸둡의 견해를 참조하여 다음과 같이 환생자 제도의 토대를 설명할 수 있다.

환생자를 가리키는 티베트어 "뚤꾸"의 정의와 어원에서 짐작할 수 있듯 환생자 제도는 대승 불교의 불신론(佛身論)과 보살사상에서 유래하였다. 불신론(佛身論)에 따르면 부처의 몸, 즉 불신(佛身)은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중 이타행을 위해 중생의 근기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화현하는 불신(佛身)을 '응신' 또는 '화신'이라고 한다. 중생이 업력(業力)에 의해 불가피하게 윤회하는 것과는 달리 대승의 불보살은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겠다는 원력(願力)으로 응신을 나투어 자발적인 환생을 선택한다.[4] 환생자 제도란 이러한 대승불교의 불신론, 보살사상과 스승-제자 간의 사자상승(師資相承)[5]을 중시하는 티베트 불교의 특성이 반영되어 만들어진 티베트 불교 고유의 종교적 제도이다.

2.2. 환생과 업

예를 들어 환생자 중 달라이 라마의 경우, 전대 달라이 라마와 무관하게 새로 후임자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환생설을 바탕으로 전대의 환생자를 찾아 달라이 라마의 지위를 계승하게끔 한다. 그렇다면 전대 달라이라마와 후대 달라이라마는 같은 인물일까? 둘의 몸만 다를 뿐 영혼은 같다는 설명은 불교적으로 옳지 않다. 불교에서는 고정불변하는 독립적 실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아설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단, 불교의 무아설은 독립적 실체를 부정할 뿐 유물론에서처럼 마음/의식 등 비물질적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불교 학파에서 윤회환생의 주체로 보는 마음/의식 역시 분석해보면 독립적이고 불변하는 실체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러나 심상속/식상속(Skt. citta-saṃtāna/vijñāna-saṃtāna, Tib. sems kyi rgyud, 心相續/識相續)이라고 일컬어지는 정신현상의 인과적 연속은 존재한다. 즉 불교적 관점, 특히 귀류논증 중관학파의 관점에서 전대 달라이 라마와 후대 달라이 라마 간에는 절대적인 동일성이나 절대적인 타자성은 없지만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인과적 연속성은 있다. 선대 달라이 라마로부터 이어지는 마음/의식의 상속 내지 흐름은 선대로부터 축적된 지혜와 공덕[6]을 운반하는 토대가 되고, 그러한 지혜와 공덕이 바로 환생자가 차기 달라이 라마의 직위에 오를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스승의 사후에 법을 전할 가장 적합한 인물이 스승의 공덕을 이어받은 스승 본인의 환생자라 보고 환생자를 찾는다.[7] 인연 있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보살의 서원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법맥의 순수한 가르침을 최대한 오염시키지 않고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 그 법맥의 창시자나 주요 스승들이 다시 환생하여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환생자를 찾은 후 그에게 내재된 수승한 자질을 다시 발현시키기 위하여 환생자는 일정 기간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환생자가 교육을 받는 동안 생기는 가르침의 공백은 전생의 제자들이나 다른 스승들이 메꾼다.

3. 환생자 선정과 교육

스승의 사후에 전생 제자들과 다른 고승들은 후보들을 대상으로 여러 단계에 거쳐 전생에 대한 기억, 환생진로서의 자질 등을 검증한 끝에 진정한 환생자를 찾아낸다. 일반적으로 여러 물건 중에 전생에 사용하던 물건을 찾아내거나 전생 제자를 알아보는 방식으로 환생자를 찾곤 하지만 환생자를 찾는 방법이 반드시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 밖의 다른 예는 다음과 같다.
  • 죽기 전 유언이나 편지로 자신의 내생을 직접 밝힌다. 그들은 자신이 인간으로 환생할지 혹은 정토에 태어날지 등을 밝힌다. 심지어 어느 곳에 태어날지, 부모의 이름은 무엇인지 알려주기도 한다. 환생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명시할 때도 있고 시(詩) 형식으로 암시하는 글을 남겨 해석을 요할 때도 있다
  •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전생이 어떠했는지 말하고, 사원에 출가하고 싶다는 의지를 직접 밝힌다.
  •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가진 비범한 지혜와 능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임에도 자신이 전생에 배운 경전을 강의한다든지, 처음 보는 경전을 한 번만 보고 외운다든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언을 외운다든지 하는 식으로 자신의 지혜와 능력을 드러낸다.
  • 다른 고승들로부터 환생자임을 인증받는다.
  • 과거에 경전이나 기록에서 예언된 환생자이다.

환생자들은 대개 전생으로부터 이어진 비범한 자질을 갖고 있지만, 잠재된 능력을 다시 발현시키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환생자 역시 완벽한 깨달음을 얻지 못하였거나, 여러 생을 거치며 퇴락의 위험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8] 대부분의 환생자는 환생 후에도 스승의 지도를 받으며 과거생에 세운 중생 구제의 서원을 지키기 위해 정진하는 과정을 거친다. 충분한 교육과 수행을 거친 후에는 본격적으로 중생 제도를 위한 전법활동을 펼친다.

4. 환생자 제도의 위기

환생자 제도가 본 취지대로 잘 적용되면 선거로 뽑힌 선출직 지도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영적, 정신적 권위를 갖게 된다. 환생자는 사원의 정신적 구심점으로서 종교 권력을 안정적으로 계승ㆍ유지하는 역할과 함께 사원의 운영과 전법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교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로 손꼽히는 # 달라이 라마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듯 많은 환생자들은 범인(凡人)이 행할 수 없는 여러 업적을 남기며 중생 구제의 사업을 충실히 이끌어왔다.

그러나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환생자 제도에도 명(明)과 암(暗)이 존재한다. 가령 환생자의 활동이 사원의 명성과 재정 수입에 직결되다보니 과도한 교육과 전법(傳法) 활동으로 환생자를 혹사시키는 사례가 있었고, 또한 환생자의 권위를 뒷배 삼아 환생자의 친족이나 측근들이 사원 운영에 간섭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심지어 환생자의 선정 과정에서부터 이권을 노린 세력이 개입하여 종종 가짜 환생자가 등장하였고, 또한 환생자가 권력다툼의 희생양이 되어 유폐되거나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환생자 제도는 귀족과 사원으로 구성된 티벳의 봉건제도와 연계되어 비판의 대상이 될 때도 있다. 환생자 중 일부는 종교지도자이면서 동시에 정치지도자로서 왕, 귀족들과 함께 세속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였다. 더 나아가 1950년대 이전 티베트는 국민의 95%가 농노(農奴)인 봉건 농노제 사회였으며 환생자를 비롯한 승려 계층이 농노를 착취하는 소유주였다는 중국 공산당의 주장도 있다. 라싸 대학의 따시 체링(Tashi Tsering)이나 탐 그룬펠드(Tom Grunfeld) 뉴욕주립대 교수 역시 티베트의 봉건 농노제를 비판하였다.

그러나 과연 서구식의 봉건제도(feudalism)와 농노제(serfdom) 개념을 티베트 사회에 적용하는 것이 합당한지, 농노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과장되거나 조작되지 않은 신뢰할만한 근거인지, 달라이 라마와 환생자들이 세속의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신분이었는지, 중공의 티베트 지배가 과연 티베트인들의 복지를 향상시켰는지 등의 여부를 두고 학자들 간에 이견이 있고 중국 공산당과 티베트 망명정부의 주장도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티베트의 역사, 정치 관련 연구는 특정한 정치적 시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 대만 출신 학자들과[9] 서구권 출신 학자들의 시각차가 두드러지므로 서로 다른 연구 결과들을 아우르는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일례로 티베트의 인구수 증감에 관하여 중국 학자들은 티베트의 총 인구수가 18세기에 정점을 찍은 뒤 티베트가 중국에 병합되는 1950년대까지 줄곧 감소하였다고 보는 반면, UN 소속 인구통계학자 토마스 스푸렌버그(Thomas Spoorenberg)는 티베트의 인구수가 1950년대까지 완만하지만 꾸준히 증가하였다고 추정했다.

Wikipedia, 《Serfdom in Tibet controversy》
심혁주, 《티베트의 활불제도》
Thomas Spoorenberg, 《Mortality, Fertility, and Population Growth in Historical Tibet》

엄밀히 말해 환생자 제도와 관련된 논란 대부분은 환생자 제도 자체보다 환생자 제도를 포괄하는 티베트의 정교합일(政敎合一) 체제에서 기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 권한을 티베트 망명정부에 모두 이양하여 정교분리를 이룬 현대에는 이러한 논란의 여지가 대폭 감소하였다. "앞으로도 달라이 라마의 환생은 지속될 것이지만, 자유가 없는 땅에서 환생하지 않을 것이며 달라이 라마에 의한 티베트 통치도 종식될 것"이라는게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망명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 2011년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중앙 티베트 행정부(Central Tibet Administration)에게 정치적 권한을 이양하고 달라이 라마를 국가원수로 삼는 입헌군주제하 의원내각제 정부를 구성하였다. 이후 2016년 두 번째 총선을 거쳐 2021년 세 번째 총선을 통해 차기 정부수반과 45명의 의회 의원들을 선출하였다. 티베트 망명정부의 총선은 선거권을 가진 망명 티베트인들의 직접 선거로 이루어진다.[10][11] # # #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제 친구 삼동(zam gdong) 린뽀체와 마찬가지로-바로 이런 것입니다. 환생자 제도는 박물관에 속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이제 환생자 제도와 함께 끝이 났습니다.
로덴 셰랍 닥얍 린뽀체(Loden Sherab Dagyab Rinpoche) #

정교분리로 인해 환생자 제도는 정치적 기능을 상실하였지만 여전히 종교적 제도로는 남아 있다. 그러나 종교 제도로서의 환생자 제도 또한 앞으로 얼마나 존속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중국 정부의 간섭과 통제, 망명지에서의 활동의 제약, 티베트 사회의 세속화 등으로 인해 환생자 제도는 이미 종교적으로도 상당 부분 기능을 상실하였다.

또한 환생자들의 자질이나 환생자 본인의 인권 문제,[12] 환생자에게 집중된 특권, 환생자를 앞세운 이권 활동 등으로 인해 티베트 불교계 내ㆍ외부에서 환생자 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 측은 일부 환생자들에게서 발견되는 결점과 비행, 부패가 단순히 환생자 개인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환생자 제도와 관련된 윤회와 환생, 업과 인과, 보살 사상, 구루(스승) 원리 등 티베트 불교의 근간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티베트 불교계의 자성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5. 환생자 제도와 스승의 선택

라마(lama)와 뚤꾸(tulku)는 티베트 사회에서 존경받는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칭호들이 단지 사회적 신분이 되어서 어떤 사람들을 뚤꾸나 린포체(rinpoche), 라마라고 부르는 것이 부패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칭호를 너무 높이 평가하는 것을 나는 안타깝게 여긴다. 불교는 사회적 신분에 대한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을 자신의 종교적 스승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그 사람의 자격과 자질을 점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스승들은 칭호의 유무와 상관없이 열심히 수행해야 하고, 존경받을 자격을 갖춰야 한다.
제14대 달라이 라마, 툽텐 최된,《달라이 라마의 불교 강의》(주민황 譯)

티베트 내부에서 환생자가 존숭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환생자 제도와 스승을 선택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환생자로 선정되면 사원과 종단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므로 그/그녀를 스승으로 모실 가능성도 커지지만, 반드시 환생자를 스승으로 모셔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대승장엄경론》등의 경론에서 말하는 선지식의 요건 중에 스승이 환생자여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환생자라 함은 선대로부터 지혜와 공덕을 이어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어렸을 때부터 믿을 만한 법맥의 가르침을 잘 전수받았으리란 점 등을 시사하는 일종의 참고 사항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대승열반경》의 <사의법(四依法)>에 나와 있듯 사람이 아니라 법(法)에 의지해야 하며, 바른 법을 전해주는 사람이라면 환생자가 아니라 백정이나 거지라도 스승이 될 수 있다.

서구에 처음 티베트 불교가 소개되었을 때, 서구인들은 환생자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고 별다른 고민 없이 환생자를 자신의 스승으로 삼곤 하였다. 그들은 스승의 자격이나 스승과 제자 간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때로는 티베트 불교 지도자들이 사전에 스승의 중요성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고 제자를 받아들이는 우(愚)를 범할 때도 있었다. 이로 인해 나중에는 스승과 제자 간의 관계가 훼손되고 스승을 거역하거나 모독하는 심각한 업을 짓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환생자 제도와 스승의 선택 문제가 별도의 사안임을 알고, 스승의 자격과 제자의 의무 등을 미리 상세히 숙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스승으로 모시려는 사람이 경전에서 말하는 스승의 자격을 갖추었는지 신중히 관찰한 후에, 확신이 생기면 그 때 자신의 스승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초심자가 처음부터 완벽한 스승을 찾기란 쉽지 않다. 훌륭한 스승을 알아본다는 것은 곧 자신의 안목과 능력이 그만큼 성장하였음을 의미한다. 칸드로(Khandro) 린뽀체는 "제자가 스승을 찾는 것이 아니다. 제자가 준비가 되고 공덕이 갖추어졌을 때 스승이 제자를 찾아오게 된다."고 말하였다.

일단 스승을 선택한 후에는 스승을 부처로 보는 청정한 인식을 유지하고 흠을 잡거나 비난하는 일 없이 신심과 헌신으로 제자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 함부로 스승을 배반하거나 거역해서는 안되며 이는 중대한 악업에 해당한다. 스승의 수에는 제한이 없어서 스승을 한 명만 모실 수도 있고 또는 여러 명을 모실 수도 있으나 그 전에 먼저 자신의 능력과 형편을 고려하여야 한다. 특히 스승에 대한 청정한 믿음이 약한 사람은 다수의 스승을 모시기에 적합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초심자에게는 한 명이나 소수의 스승을 꾸준히 섬기며 배우는 것을 권장한다. 각 전승과 종파들의 가르침은 모두 동등하게 존중받지만, 까르마 까규의 대학자 잠곤 꽁뚤 로되 타예(‘jam mgon kong sprul blo gros mtha’ yas)가 지적한대로 초학자가 여러 전승의 가르침을 두서없이 배울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우선 자신이 속한 전승, 종파의 가르침을 충분히 익힐 필요가 있다. 자격을 갖춘 수행자가 여러 스승을 섬기며 다양한 가르침을 받는 것은 가능하고 때로 권장되지만, 비록 수행자 본인의 역량이 성장하였더라도 스승을 선택할 때는 언제나 신중을 기해야 한다.

스승을 찾는 것은 결혼 상대를 찾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나 티베트의 격언에 따르면 잘못된 결혼은 한 번의 인생을 망치지만, 잘못된 스승을 섬기는 것은 세세생생 수많은 생을 망칠 수 있어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스승을 찾을 때 유용한 종사르 켄체 린뽀체의 몇 가지 조언이다.
초심자는 의구심을 갖고 구루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하길 바란다. 구루 주위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그/그녀의 책과 다른 저작물을 읽고, 그/그녀의 소셜 미디어를 평가해보라. 또한 단지 한 명의 구루에만 국한하지 말고, 눈 앞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다른 선택지들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어 두어라.

구루가 수많은 추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그/그녀의 진정한 가치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에서 알 수 있듯 많은 수의 대중은 집단 부인(group denial) 현상을 유발하기 쉽다. 처음으로 흥미를 끄는 사람에게 안주할 수도 있지만, 제자가 되겠다는 서약을 하기 전에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스타일, 다양한 법맥의 스승들을 알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그들은 아마도 당신의 마음을 열어줄 것이다.

아마도 당신은 특정 타입의 구루를 싫어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바로 그 타입의 구루가 당신에게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랄 지 모른다. #

예외적으로 과거 전생부터 사제(師弟)의 인연이 있는 선지식은 얼굴을 보기만 하거나 혹은 이름만 들어도 특별한 감흥이 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밀라레빠의 경우 처음에 스승 마르빠의 이름만 들었을 뿐인데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신심(信心)이 생기면서 온 몸의 털들이 곤두서고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한다. 이런 경우 바로 상대방을 자신의 스승으로 모시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서든 먼저 경전에 의거하여 스승의 자격을 신중히 검증할 것을 권장한다.
[1] '보배'란 뜻을 가진 티베트어로 고승(高僧)에 대한 경칭으로도 쓰인다. 환생자 뿐 아니라 환생자가 아닌 당대에 높은 성취를 이룬 고승에게도 쓰이는 경칭이다. [2] '환생' 혹은 '환생자'를 뜻하는 티베트어. [3] 깔마 까귀 수장의 전승이 환생자의 제도화의 시작이었다는 것에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지만, 몇 번째 수장이 최초의 공식적인 "환생자"였느냐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 티베트에서 가장 권위 있는 15세기 종교사 저술인 《뎁텔왼뽀(Deb ther sgnogn po)》에서는 두번째 수장인 깔마 팍시부터 환생자 제도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반면 야마구치 즈이호(山口瑞鳳)와 터렐 와일리(Turrell Wylie)는 깔마 팍시가 아닌 그 다음 전승자인 랑중 돌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았다.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저서 《My Land, My People》에서 네 번째 깔마 까귀 수장 전승자인 뢸뻬 돌제(Rol pa'i rdo rje, 1340-1383)가 환생자 제도의 시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한웅, 《清帝國과 티베트 活佛 ― 쑴빠켄포의 사례로 본 清代 內陸아시아의 活佛制度 ―》 [4] 보살의 생(生)에도 4가지 종류가 있다. ① ལས་ཀྱི་དབང་གིས་སྐྱེ་བ་ 업생(業生):  자량도, 가행도에 있는 범부보살이 업과 번뇌의 힘으로 태어남. ② སྨོན་ལམ་གྱི་དབང་གིས་སྐྱེ་བ་ 원생(願生):  견도, 수도(초지~십지)에 있는 성자보살이 중생구제하려는 원력으로 태어남. ③ ཏིང་ངེ་འཛིན་གྱི་དབང་གིས་སྐྱེ་བ་ 선정생(禪定生):  색계에 있는 보살이 욕계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선정의 힘으로 욕계로 태어남. ④ དབང་འབྱོར་བའི་དབང་གིས་སྐྱེ་བ་ (왕조르와):  십지 중 거의 부처와 다를 바 없는 힘을 가진 대보살이 중생구제를 위해 태어남. [5] 제자가 스승에게서 정법(正法)을 받아 이를 상호ㆍ계승한다는 뜻의 불교 용어. [6] 지혜자량은 부처의 법신을 이루는 원인이 되고 공덕자량은 부처의 색신을 이루는 원인이 된다. [7] 물론 다음 생에도 환생하겠다는 스승 본인의 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8] 보살은 견도(見道)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이루기 전에는 수행의 과정에서 종종 삼악도(三惡道)나 성문, 연각의 경지로 퇴락하기도 한다. 반면에 더이상 퇴락하지 않고 깨달음을 잃지 않는 상태를 '불퇴전', '아비발치'라 한다. [9] 티베트의 역사, 정치를 바라보는 중국 학계와 대만 학계의 인식은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주체만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중화민국으로 바뀔 뿐, 대만 역시 중국처럼 티베트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티베트 연구에 있어 양안(兩岸) 학계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990년대 이후 양안 간 학술 교류가 활발해졌고, 대만에서 티베트 관련 연구를 하려면 문헌 조사를 하든 현지 답사를 하든 간에 중국 학계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연구의 양적 규모도 중국이 대만을 압도한다. 다만 티베트를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중국에 비해 대만은 정치적으로 보다 온건하고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민주진보당을 비롯한 범록연맹 계열에서 티베트의 독립 내지 실질적 자치를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의 자율성/독립성도 대만 측이 상대적으로 더욱 보장된다고 알려져 있다. [10] 2021년 총선은 전세계 25개국, 57개 지역에서 82,969명의 등록 유권자 중 76.78%인 63,701명이 참가해 역대 최고 투표율을 보였다. # [11] 티베트 망명정부 의회 의석 중 일부는 승려 신분의 각 불교 종파 대표들에게 할당된다. 이는 귀족과 승려들로 구성된 전통적인 티베트 정부 내각(카샥Kashag)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총 45석의 의석 중 닝마, 사캬, 까규, 겔룩 등 티베트 불교 주요 4대 종파와 티베트 전통 종교인 뵌교에 각각 2석씩 의석이 할당된다. 의회에 참여할 종파별 대표는 각 종파에 소속된 승려들의 투표로 선출한다. 현재 해외에 거주 중인 티베트 난민은 총 13만여 명 정도이고 그 중 승려가 2~3만여 명에 달하므로, 승려에게 할당된 의석 수와 인구 비율은 얼추 상응하는 셈이다. [12] 인격과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미성년일 때부터 집중적으로 종교 교육을 받고 종교지도자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며 대중의 관심과 숭배를 받게 된다는 점 때문에 환생자 제도가 아동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티베트 외부의 시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