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대체 청성(靑城) 장문인에게 뭐가 불만이신 겁니까? 검의 경지로는 천하제일을 넘보고, 또 그 성품은······."
"호호자(好好子)라고 하잖아! 완전 호구라고, 그놈!"
"······칭찬 아닙니까, 그거?"
"칭찬은 무슨! 패면 패는 대로 처맞고 다니면서 가진 거 다 털리는 걸로는 모자라서, 아예 문중의 거처마저 산적패한테 내주려 한다니까! 내가 그놈 멱을 따려고 했는데······."
- 『녹림대제전』의 태대노인과 백무흔의 대화 중에서 발췌.
풍종호 무협소설 『
녹림대제전(綠林大帝傳)』에서는 나이가 100세 후반, 『
검신무(劍神舞)』에서는 200세 후반이 되는 풍월드 최고령 등장인물이다.[1] 처음 등장하는 『녹림대제전』에서도
청성파(靑城派)의 대장로로 속세의 일은 잊을 만한 연세 건만, 깐깐한 성격과 호기심도 왕성해 사문을 박차고 나와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킨다. 『검신무』에서는
개방(丐幇)의 태장로로 처음 나타나 여전히 정정하고 세상만사에 관심이 많은 모습을 보여준다."호호자(好好子)라고 하잖아! 완전 호구라고, 그놈!"
"······칭찬 아닙니까, 그거?"
"칭찬은 무슨! 패면 패는 대로 처맞고 다니면서 가진 거 다 털리는 걸로는 모자라서, 아예 문중의 거처마저 산적패한테 내주려 한다니까! 내가 그놈 멱을 따려고 했는데······."
- 『녹림대제전』의 태대노인과 백무흔의 대화 중에서 발췌.
2.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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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림대제전》 누천년(累千年)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청성파에 괴짜 장문인이 탄생한다. 무조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호구스러움을 자랑한다 하여
호호도인(好好道人)이라 불린다는 장문인, 문중의 대장로였던 태대노인은 소문으로만 듣다가 뒤늦게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가 심각했다. 살인자를 잡고도 앞으로는 살인하지 않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놔 줄 지경이었으니, 어이가 없는 것을 떠나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훈계 뒤에도 호호도인의 행태에 전혀 바뀜이 없자 울화가 치솟은 그는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뒤집어엎으려다 다른 장로들의 말류로 더는 더러운 꼴 보기 싫다며 문중을 떠나온다.
세상에 대한 넘치는 호기심을 편안히 앉은자리에서 채우기에는 딱 개방이 적당했는지 태대노인은 개방주인 무정신개(無情神丐) 백무흔을 쫓아다니며 개방의 장로로 받아달라고 청탁한다. 생뚱맞은 소리라 무시하고 들어주지 않는 백무흔을 계속 찾아다니던 태대노인은 예인들이 모인 마을을 찾아온 왕가채를 도적질 하려는 무리라고 지레짐작해 시비를 건 소폭개(少暴丐) 주아영의 일로 개방과 얽힌 왕삼구를 처음 만난다. 여태껏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왕삼구의 강력한 실력에 놀라면서도 태대노인은 한편으로는 그가 청성파 호구 장문인을 두들겨 패게 해서 갱생시키면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여 즉시 추진한다.
다름이 아니라 왕삼구인 척 가장하여 태대노인이 녹림도들과 수적들을 규합하면 화가 나서 그가 찾아올 것이라 예상, 그리되면 앞으로는 변장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호호도인을 패대기치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왕삼구는 그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체하고는, 한술 더 떠 적사진이라는 마을을 용권풍을 일으켜 가루로 만드는 위엄까지 과시한 뒤 오히려 그인 척하는 태대노인에게로 녹림도들이 더욱 몰려들도록 유도한다. 예상외의 대응에 어쩔 수 없어진 태대노인은 직접 찾아가기로 한다.
다행히 음마문(陰魔門)의 태상장로를 찾는 일로 태대노인의 도움이 필요해진 왕삼구는 대가로 그 부탁을 받아들인다. 그 때문에 왕삼구가 청성파를 찾아가는 동안 그는 규합된 녹림도들의 왕 노릇을 계속해야만 했다. 물론 돌아갈 생각이 없던 왕삼구는 호호도인을 두드려 팬 다음에는 산적들을 데리고 추적해오는 태대노인을 뿌리치고 냅다 도망쳐 자취를 감춰버린다. 결국, 분란을 막아야 했으므로 태대노인은 왕삼구인 척을 멈출 수 없었다. 아니 이왕 하던 역할 많은 산채와 녹림삼가(綠林三家)까지 휘하에 두며 제대로 녹림왕으로서의 위세를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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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무》 그런 녹림왕(綠林王)의 대역이 끝난 뒤에도 태대노인은 청성파로 돌아가지 않고 개방에 남는다. 청성의 장문인이
삼절도인(三絶道人)으로 바뀌었으며, 다시 선풍신검수(旋風神劍手)
안원령으로 바뀌는 동안에도 그는 거지 생활을 청산하지 않는다. 그래도 고향은 잊지 못했는지
완롱자(玩弄子)가 의형제 맺기를 강요하면서 놀려댄 것에 열이 받은
청성육검협(靑城六劍俠)의 둘째 독풍검(獨風劍)
양고흔이 사부인 신풍검마(神風劍魔)
하후염을 이끌고 배분 정립을 명분으로 개방을 들쑤시고 다닐 때, 청성의 도포를 입고 있던 그는 모르는 사이요 시치미를 뗐다고 한다.[2]
수십여 년이 흘러 청성의 앞날을 밝게 비출 것이라 여겨졌던 6명의 검협이 세상을 떠났고, 태대노인도 속세에서 벗어나 개방의 일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하후염이 일곱 번째 제자를 거두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100여 년을 묻어둔 청성으로 다시금 돌아갈 결심을 굳힌다. 또 한 명의 일세의 호걸이라 할 수 있는 뛰어난 문중 후배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과 더불어 앞길에 도움도 줄 생각이었다. 그 방법으로 도운연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도마(刀魔) 태사경을 제대로 일깨워 선의의 경쟁을 이끌어줄 생각이었다. 마침 완롱자가 태사경에게 붙어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그렇게 완롱자를 찾아 대뜸 도망치려 한 죄로 한 방 먹인 태대노인은 건곤일월기(乾坤日月氣)에서 건곤일기공(乾坤一炁功)을 깨우칠 수 있게끔 태사경에게 망아(忘我)에 관한 가르침을 준다. 그리고 그를 데리고 청성파 운리관으로 먼저 가서 도운연을 기다린다. 두 사람의 대결이 잘 마무리된 후, 태대노인은 청성의 대장로로 복귀하여 하후염의 무기명 제자로 받아들인 오호문(五虎門)의 추장연을 부리며 청성파에 새로운 장서각을 만든다고 부산을 떤다.
3. 무공
- 청풍검법(淸風劍法): 청성의 제자답게 청풍검법이 그의 본령(本領)이다. 개방에 적을 두고 있으며 손을 놓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운리관에 돌아왔을 때 극도로 정련된 청풍검법을 선보여 좌중을 놀라게 한다.
- 반룡권(盤龍拳): 아무래도 청성의 제자라 반룡권을 처음부터 제대로 익히지는 않았으나, 보고 느낀 세월의 힘이 큰지 개방의 장로인 완롱자가 절대 피할 수 없는 주먹질을 한다.
[1]
『검신무』에서는
광인십걸(狂人十傑)보다도 나이가 많은 것으로 설정되었다. 이것이 『녹림대제전』에서 광인십걸과 배분은 같으나 나이는 적은 것으로 바뀐다. 백무흔이 장로 중의 장로 태장로라는 새로운 직분으로 그를 초빙한 것인 만큼 나이가 더 많은 전자의 설정이 더 적절하지 싶다.
[2]
태대노인이 청성을 떠난 시기가 삼절도인이 어려서 '삼보'로 불릴 때이다. 그러므로 아직 삼절도인이 제자를 거두기 이전이니, 그가 청성을 잊고 있었다면 하후염을 알 수가 없다. 더욱이 호풍귀(呼風鬼)도 알고 있었던 것을 보아 청성과 인연의 끈을 이어놓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