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1-12-29 23:59:56

유리창(시)



1. 개요2. 시 전문
2.1. 상세2.2. 해설
3. 의의와 평가

1. 개요

1930년 1월 『조선지광』에 발표된 정지용 작품.

2. 시 전문


유리창1
정지용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흔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ㅅ새처럼 날아갔구나!

유리창2
정지용

내어다 보니
아조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앞 잣나무가 자꼬 커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히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안에 든 金[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小蒸汽船[소증기선]처럼 흔들리는 窓[창].
透明[투명]한 보라ㅅ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熱[열]이 오른다.
뺌은 차라리 戀情[연정]스레히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마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音響[음향] ―
머언 꽃!
都會[도회]에는 고흔 火災[화재]가 오른다.

2.1. 상세

총 두 개의 시가 존재한다. 이중 《유리창 1》에서 '늬' 라고 불리는 존재가 어릴 적 병으로 죽은 그의 아이라는 말이 있다. 정확히는 그의 막내이자 첫 딸아이인 '구원' 에 관련된 시인데, 보통 시에서 '늬' 는 아들로 해석되며 시가 말하는 건 아들을 잃은 슬픔이라 알려져 있지만 실은 구원이를 기리기 위한 시이다. 이 아이가 어린 나이에 폐결핵으로 죽었기 때문이라고.[1]
참고로 유리창 1에 산ㅅ새라는 단어가 있는데, 가운데 ㅅ은 중세국어 관형격조사의 잔재다.

이 중에서 《유리창 1》의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부분은 역설법이 사용된 부분의 예시로 시험에 매우 자주 나온다.

2.2. 해설

<유리창 1>은 총 네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문장은 한 행, 두 번째 문장은 두 행, 세 번째 문장은 세 행, 네 번째 문장은 네 행으로 이루어져 있어 시상 전개에 따라 점층적으로 호흡이 길어진다. 화자가 유리창에 기대서 있는 상황의 묘사에서 시작하여 점점 감정의 상태가 드러나게 된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는 첫 문장은 추운 겨울날 성에가 껴있는 유리창에 입김을 불고 있는 현상과 관련된다. 성에로 흐린 유리창에 입김을 부니 무언가 어른거리며 언 날개를 파닥거리는 듯하다. 언 날개를 파닥거리는 가녀린 존재는 유리창 밖에 있어 유리창 안쪽에 있는 화자와 차단되어 있다. 화자는 애틋한 몸짓으로 입김을 불며 이 가녀린 존재인 '너'를 만나고 싶어 한다. 입김을 지우고 유리창 밖을 바라보면 '너'의 몸짓은 사라지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별이 보석처럼 박히는 순간 삶의 저편에 있는 '너'의 존재는 화자의 가슴속으로 아프게 파고든다. 이 시의 화자는 '너'와 '나'의 거리가 이승 저승으로 떨어져있어 결코 무화될 수 없음을 안다. 그렇지만 유리창 너머의 별이 가슴으로 다가와 보석처럼 박히는 한 순간처럼 황홀한 일치를 염원한다. 그러한 순간은 영원할 수 없기에 '외로운' 것이며 순간적이나마 일치감을 맛볼 수 있기에 '황홀한' 것이다. '외로운 황홀한 심사'라는 매력적인 모순어법은 이러한 사정에 기인한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는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라는 직정적인 탄식으로 '너'와 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이 시는 시인의 딸이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슬픔을 표현한 것이다. 유리창에 감정을 투사하면서 슬프고 아름다운 비유들이 발생한다. 죽은 딸을 만나고 싶어 하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유리창에 어리는 여러 이미지들을 통해 절제된 감각으로 표출된다.

3. 의의와 평가

이 시는 정지용 초기시의 특징인 감각적 이미지의 연쇄를 통해 감정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감정의 직접적 표출을 억제하고 간접적 투사로 세련된 형식미에 도달하는 이미지즘 시의 전범을 이룬다.
[1] 그래서 시의 내용 중에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하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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