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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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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로 로마군의 배를 공격하는 아르키메데스를 그린 16세기 삽화.

1. 개요2. 역사
2.1. 논쟁과 검증
3.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실험
3.1. 집광의 어려움3.2. 발화 능력의 한계
4. 창작물에서의 묘사5.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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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아르키메데스의 불타는 무기(Ἀρχιμήδους καύσων, Archimedous kauson) 또는 아르키메데스의 열선(Archimedes' heat ray)이란 제2차 포에니 전쟁 (기원전 218 ~ 201) 당시 시라쿠사 공방전에서 그리스의 천재적인 발명가인 아르키메데스가 로마 함선을 화공으로 공격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거대한 거울과 그에 관한 전설적인 일화를 말한다.

2. 역사

아르키메데스의 화공에 관한 최초의 언급은『 고대 로마』의 작가인 루키아노스 (125년 ~ ?)가 자신의 저작『히피아스』에서 "아르키메데스가 교묘한 수단으로 로마 선박에 불을 붙였다."고 기록한 것이다. 이후 동로마 제국 수학자 트랄레스의 안테미오스 (474년 ~ ?) 공방전 당시 채화경(burning-glass)이 사용되었다고 언급하였으며, 그 밖에도 시리우스 이탈리쿠스 등이 거울을 이용한 화공에 대해 언급하였다.

이후의 몇 가지 문헌과 전승에 따르면, 아르키메데스는 시라쿠사 해안에 여러 개의 거대한 청동 거울을 설치했고, 이를 적절한 각도로 기울여 가면서 햇빛을 반사시키고 그 빛을 한 점에 집중해서 적의 전함들을 태워버린 병기로 묘사된다.

2.1. 논쟁과 검증

아르키메데스의 거울 이야기는 고대로부터 서양 공학자들의 유구한 논쟁거리였다. 갈레노스는 자신의 유명한 저작인『기질론』에서 아르키메데스가 퓨리온이라는 물질을 사용해 로마의 트리레미스를 불태웠다고 기술하였으나, 문제는 이 퓨리온이라는게 어떤 물건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중세에는 연금술의 영향으로 실제로 있었다는 설이 우세했는데, 근대에 들어 데카르트가 이러한 방법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1747년, 뷰퐁은 가로, 세로 6푸스 x 8푸스(16cm x 21.5cm) 크기의 주석도금판 169매를 사용한 실험에서 30분 안에 50m 거리의 나무 판자에 불을 붙이는데 성공했으나, 현대에 들어 영국의 광학자 D.L. 심즈는 이것이 제대로 된 실험이 아닐 것이라고 추정했다. 심즈에 따르면 나무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 1㎤ 당 0.7㎈가 필요한데, 뷰퐁의 실험에서는 이론상 0.43㎈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1973년, 그리스의 공학자 요아니스 사카스(Ioannis Sakkas)는 당대 그리스 보병들이 들고 다니던 표준 크기의 가로세로 70cm, 170cm의 청동 거울 70개로 50m 떨어진 목재를 단 2초 만에 불태우면서 화공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점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당시의 기록에서 거울을 직접 언급한 사례가 없다는 점 때문에 논쟁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다. 루키아노스나 안테미오스의 기록은 아르키메데스 사후 최소 300년 이상 후대의 인물들이고, 정작 당대의 인물인 폴리비오스, 티투스 리비우스, 플루타르코스 등의 저작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거울이나 화공에 대한 언급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리스의 불처럼 절대적인 사료의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 전설적인 일화의 해답은 영원히 가설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실험

한국 호기심 천국 디스커버리 채널 Mythbusters에서 이 내용을 가지고 실험을 한적이 있다.
  • 호기심 천국 쪽에서는 청동 거울이 아닌 유리 거울을 사용해서 목조선을 태우는 데 성공했다. 일단 이 원리 자체는 가능하다는 소리다.
  • 반면 미스버스터즈 쪽에서는 청동 거울을 사용해서 실패했다.[1] 암만 청동을 잘 제련하고 연마해서 거울을 만든다고 해도 애초에 유리와 청동의 반사율이 다르기 때문에 반사되는 빛의 양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당시 실험을 했던 MIT교수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르키메데스가 실제로 적함을 태웠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라고 답했다.

Mythbusters 팀은 아예 역사학적으로도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이 후대의 도시전설이라고 쐐기를 박아버렸는데, 아르키메데스와 시라쿠사 상륙전을 다루는 고대 문헌들을 죄다 조사했더니, 아르키메데스가 거울 무기를 사용했다는 저술은 서기 2세기 경에나 등장하고, 그 이전에 쓰여진 역사적 문헌들에는 아르키메데스가 거울 무기를 사용했다는 언급이 전혀 없어서, 이들은 "후대의 도시전설에서 나온 창작이 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물론 당시에는 유리에 수은을 덧바른 현대식 거울에 준하는 반사율을 가진 거울 제작법이 있었으나 어쩌다가 멸실되어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되어 이 설화만 전해지고 거울 제작법은 전해지지 않는 가능성도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

Mythbusters 팀은 여담 삼아 남겨진 문헌들을 토대로 아르키메데스가 실제로 설계했을 법한 무기들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서 발리스타식의 병기[2]를 만들어서 불화살을 쏴 날렸는데, 실험팀이 이 발리스타로 불화살을 쐈을 때는 단번에 그 배에 불이 붙었다.

다만, 눈이 멀어서 실수로 옷 등에 불이 붙었거나 기타등등의 여러 가능성이 있으므로, 불을 붙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런 실험에서는 편의로 만든 배 모형을 안전하게 띄웠지만 목선시대의 수많은 기록을 살펴보면 온갖 사소한 이유로 화재가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당시 목선은 뜨거운 햇살에 바짝 목재가 말라있었으며 방수재, 밧줄같은 온갖 불쏘시개에 역청이나 타르 같은 방수페인트까지 발라져있어 자그마한 불똥으로도 화재로 번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눈이 멀고 실수해서 불이 붙고 빛 때문에 진화 작업에 실패한 경우, (간접적으로) 거울이 배를 태웠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3.1. 집광의 어려움

설령 가능했다 해도 실전에서 써먹기도 난감했을 것이, 한 곳에 집중해야 제대로 효과를 보는데, 한두명도 아닌 여러명이, 여러척중에 한척에 일심단결해서 조준한다는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으로 3차 실험을 한 Mythbusters는 이 점에서 큰 난항을 겪었고 마침내는 거울의 빛이 불을 내지는 못했지만 일시적으로 눈을 멀게 했다며 원래 아르키메데스의 목표는 그게 아니었나 하는 결론을 내며 실험을 마쳤다.

물론 정박해 있는 적 함선을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기습하면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적 함선이 종횡무진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격침은 고사하고 조준부터 불가능하다.

호기심천국의 실험에서는 수십명이 동시에 표적에 거울을 대지 못하는 이유를 자기 거울의 빛이 어느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파악하곤, 거울에 순번을 매겨 1번이 표적에 빛을 맞추면 2번이, 그 뒤에 3번이… 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물론 시간은 드럽게 오래걸리지만 성공. 당연한 얘기지만 실제 표적은 움직이므로 움직일때마다 이 짓을 해야하니 현실성은 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멀리 있는 곳에 비추는 빛은 조금만 각도가 틀어져도 엄청나게 먼 곳으로 가버린다. 고정된 물체를 조준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움직이는 물체에 계속 조준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우선 호기심 천국이나 Mythbusters 모두 '한 척의 정지되어 있는 배'를 상대로 실험했다. 실제로 Mythbusters 팀은 수많은 청동 거울을 모아 약간의 그을음과 연기를 낸 후에, "한 척의 배를 상대로도 이만큼이나 비효율적이고 오래 걸리는데, 수많은 배를 상대로는 불을 붙이는 게 가능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또 중요한 것은 로마 함대는 시라쿠사 근처 바다에 배를 정지시켜놓고 야유회를 나온 게 아니라, 시라쿠사에 상륙하고 점령하기 위해 기동 중이었다는 것이다. 즉 수십, 수백 척의 함선들은 지속적으로 이동했을 것이며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은 지속적으로 움직여서 표적을 겨냥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된다. 단 한 척의 정지된 배에 초점을 맞추기도 어려웠는데, 수십 척의 움직이는 배에 제대로 초점을 맞추는게 가능했을까?

여담으로, 위의 실험에서는 쓰지 않았지만, 명중률은 약간의 장치를 덧붙이는 걸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총의 가늠쇠 같은 것을 각 거울에서 약간 떨어진 앞에 각각 1대 1로 배치하는 것. 가늠쇠는 빛을 받는지 알기 쉽게 약간 큰 쪽이 좋으며 Y자 모양의 간단한 것도 된다. 거울에서 반사된 빛으로 가늠쇠의 가운데를 맞추면, 빛은 가늠쇠의 중앙을 거쳐 가늠쇠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쭉 뻗어나갈 것이다. 이 방법을 쓰면 명중률이 대폭 늘어나며, 타 거울의 빛인지 구분할 필요도 없다. 물론 원거리일수록, 가늠쇠가 거울에 가까울수록 오차는 커진다. 실제로 위에 언급된 뷰퐁은 하나의 장치로 전체 거울을 조작할 수 있는 집광경을 만들어서 써먹었다. 문제는 그 장치가 조악하여 전체 거울을 일점 집중시키기 위해서 30분 가량이 필요했다는 거지만...

3.2. 발화 능력의 한계

위의 분석에서는 배의 선체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가정했다는 약점이 있다. 배를 태웠다고 해도 돛이라거나 기타 배에서 더 불이 붙기 쉬운 물질로 된 부분을 노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Mythbusters에서도 돛을 노려봤으나 돛은 흰색이라 빛을 반사하고, 계속 움직이므로 초점을 맞출 수가 없어서 불을 붙이는게 불가능했다. 눈을 멀게 했을지 모르지만 불을 내기는 힘들다.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은 무기의 원동력이 태양빛에서 나오므로, 그 태양빛이 약하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Mythbusters 팀은 맑은 날씨를 골라 실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햇빛이 가장 강한 시기였던 오후 2 ~ 3시가 지나가자 "햇빛이 점점 약해지기 시작해서 더 이상 실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실험을 중단하였다. 게다가 날씨가 흐려졌다던가, 아예 멀찍이 대기하다가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상륙한다던가, 아예 밤에 상륙한다던가 해버리면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은 고철덩이가 될 수밖에 없다. 병기로서도 지극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4. 창작물에서의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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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 MBC에서 방학특선으로 방영했던 태양소년 에스테반에 등장하는 아티팩트 중에서 거울돛을 지닌 전함 "솔라리스"가 등장하는데 햇빛을 반사시켜 적함을 불태우거나 적의 요새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등장한다.
  • 기동전사 건담시리즈에는 이 병기를 우주구 급으로 확대시킨 결전병기 솔라 시스템이 등장한다. 솔라 시스템은 엄청난 물량의 거울을 동원하고 조준은 기계에 맡겨서 움직이지 않는 우주요새에 사용함으로써 위에 언급된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의 단점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유레카[3] 에서는 주인공 스파르타 사람 다밋포스가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불이 붙기 쉬운 로마군 함선의 돛을 주로 공격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현실성이 있다. 함선 함체도 검게 칠해진 부분을 노리는 것으로 나오며 그나마도 돛에 비해 훨씬 불이 늦게 붙는 장면을 그리는 등 과학적 사실을 충실히 반영한다.
  • Fate/EXTELLA의 등장 서번트인 아르키메데스의 보구. 모이거라 짚이여, 달처럼 불타올라라 - 카토프트론 카토프레곤 ([ruby(集いし藁、月のように燃え尽きよ, ruby=カトプトロン カトプレゴン)] / Κατόπτρων Κατω φλέγον) 는 당시 기술력으로 재현 불가능한 가정상의 도구라는걸 역으로 파고들어, 사실 태양빛뿐만 아니라 주변의 [ruby(대원(大原), ruby=마나)]을 빨아들여 열선으로 발사하는 마술예장이었다! 라는 방식으로 고증오류를 피해갔다.
  •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로마의 부흥 Syracuse 캠페인에서 Mirror Tower(거울 타워)가 등장하여 아군(로마)의 배를 부숴버린다.
  • 원탁의 삼총사에서는 중국에서 화약과 대포를 도입한 적군이 아더왕 군대를 공격해 궁지에 몰아넣고 궁여지책으로 멀린[4]이 고대 문서에서 본 거라며 거울을 모아 태양광 공격을 가해 포대 하나를 폭파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다른 포대들이 대포병 사격을 가해 박살(...).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선의로 기술을 전해준 중국 사신이 자신이 전해준 기술로 침략 전쟁을 벌이는데 회의를 느끼고 적국 왕과 함께 화약고에서 자폭하며 위기에서 벗어난다.

5. 여담

  •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을 우주 규모로 만들어, 화성 테라포밍 계획중에 우주에 거울을 띄워 태양광으로 극점의 얼음을 녹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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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의 커튼 월 건축은 설계 시 주변 건물의 고도나 태양빛과 유리창의 배열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면 자칫 건물에 배열된 유리창이 거대한 오목 거울 역할을 하여 햇빛을 한 곳에 모아 온도를 올리는 등 중대한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주차된 차량이 우연히 태양광이 모이는 곳에 있던 탓에 파손되는 사건도 발생했으며, 한국에서도 네이버의 사옥인 그린팩토리의 반사광이 너무 심해 문제가 된 적 있었다.

[1] 하지만 청동 거울을 쓴 쪽도 어느정도 그을리거나 하는 데는 성공했다. [2] 활시위가 돼지 창자였다... [3] 기생수, 히스토리에로 유명한 이와아키 히토시 작. [4] 이 만화의 멀린은 마법사보단 학자나 참모에 더 가까운 이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