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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영화)/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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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회장 암살범은 누구인가
2.1. 장수기와 원로이사들2.2. 정청2.3. 이중구2.4. 경찰2.5. 의도치 않은 교통사고2.6. 결론
3. 그 외 해석4. 표현주의5. 신세계 프로젝트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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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신세계에 관련된 각종 해석과 탐구에 대한 문서.

2. 회장 암살범은 누구인가

극중 가장 큰 사건인 '회장 암살'의 범인을 아무리 추론해도 '도대체 누구인가'하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원점으로 돌아온다. 작중 모든 사건이 시작되는 계기였으면서 그 진실은 결말에서도 묻혀버린다는 점에서 훌륭한 맥거핀이라 볼 수 있다. 애초에 신세계라는 영화 자체에서 석회장의 사망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며, 좋은 맥거핀들이 으레 그러하듯 작품에 몰입시키기 위한 장치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추론은 재미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감독이나 각본가의 의도가 따로 있을 수는 있겠으나 작품의 방향성과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짓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석회장 암살범의 후보로는 다음 캐릭터들이 꼽힌다.
  1. 골드문 공식 서열 2위이지만 실권이 없는 허수아비 장수기를 필두로 한 원로이사들
  2. 중국계 마피아인 삼합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화교 출신의 정청
  3. 재범파의 정통을 잇는 이중구
  4. 골드문 통제를 위한 경찰
  5. 단순 교통사고

2.1. 장수기와 원로이사들

장수기 이사는 원래 지역구 조직의 보스였으나, 골드문의 전신인 재범파와 흡수 통합된 후 재범파의 보스이자 골드문의 전 회장인 석동출에게 가지치기를 당해 조직원들이 궤멸당하고 본인은 팔다리 다 잘린 노인네 취급 받을 정도로 몰락했다. 개인적으로 석동출에 대한 원한이 가장 클 수밖에 없는 인물이며, 또한 이후 다른 원로 이사들과의 대화 장면에서 '석회장 시절에는 숨도 못쉬고 살았는디 이제 좀 살 것 같네잉'이라는 다른 이사의 대사를 볼 때, 그리고 이중구가 잡혀가던 날 아침에 송아지 스테이크를 뜯을 때 그의 측근이 '요즘 장이사가 다른 이사들과 차 마신다고 자주 만난다'라 했던 첩보 내용을 볼 때, 장이사가 다른 이사들과 짜고 석회장을 제거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장이사가 회장 자리를 승계받을 경우 검경찰 측에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큰데, 허수아비로 아무런 실권이 없고 장악력도 없는 인물이 지도자가 되면 당연히 골드문 조직 자체가 분열될 가능성이 커지며, 실제로 중구 파벌과 정청 파벌의 갈등은 폭발 직전이었고 결국 작품 내에서 폭발해 전쟁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장이사가 회장이 되면 이러한 통제 불능 상태의 극단적 갈등이 만성화되어 조직이 점차 와해되어 공중분해되는 건 시간문제이고, 검경은 손쉽게 이들을 일망타진할 환경이 조성되게 된다. 만일 장이사가 실제 대권에 개입했다면 이자성의 경우처럼 검경찰과 장이사 계열에서 어떤 딜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당시 장수기가 석회장이 죽기 전까지 그만한 일을 지시할 부하들이 없었다는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당장 회장선거때도 외부인사인 천안 화교 조폭들을 급하게 동원했다가 역으로 배신당해서 죽어버릴 정도로 장수기가 당장에 쓸 수 있는 부하들이 없는 시점에서 회장 암살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저지를 기반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며 이런 큰 사건을 준비해 성공시키면서 골드문의 실권자인 이중구과 정청의 정보망에 발각되지 않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다만, 만약 장수기 단독 작전이 아니라 이사진과의 합동 작전이라면 얘기가 많이 달라진다. 지분이 적을 뿐이지 지분의 총합이 다른 세력들에 밀릴 정도가 아닐 경우를 가정한다면 이사진의 입장으로선 장수기가 가장 이상적이고 균형적이라 할 수 있다. 삼합회의 뒷배경을 갖고있는 정청이 회장이 될 경우 이사진들의 입지는 더욱 난처한 상황에 몰리기 쉽고, 이중구쪽은 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엔 능력도 부족하거니와 지나치게 잔인해서 다른 의미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사진 입장으로선 경영능력도 무난하고, 팔다리가 짤려 단독으로 무언가 처리해 나갈 능력이 없는 장수기를 역 이용해 자신들 세력을 불리기도 쉬울테니까.

또한 이중구가 극중에서 이사진들의 지지를 끌어모으려는 자리에서 한 "회장님이 과연 사고로 죽었을까?"라는 말을 역으로 해석해 보자면 "이사진 너희들 중 한놈이거나, 너희들이 작당해서 회장 제낀 거 아냐?"라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말까지 들어버린 이사진 입장으로선 더더욱 이중구를 지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기에 장수기를 다음 차기 회장으로 앉히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이사회 말곤 힘이 없는 장수기가 회장이 된다면 자신들의 입지나 세력을 더 늘릴 수도 있고, 장수기가 정청이나 이중구를 쳐낼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오히려 극 중 정보가 지나치게 없는 장수기와 이사진이야 말로 해석 여하에 따라 석회장 암살에 조력한 세력일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2.2. 정청

정청은 삼합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화교 출신의 간부이다. 삼합회의 뒷배경을 이용해 재범파에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 주어 대기업 골드문으로 키워낸 공신으로 조직 내에서 신진세력으로 들어와 급성장한 경우이다. 따라서 만일 정청이 회장을 암살했다면 이는 삼합회가 정청을 이용해 골드문을 먹어치워 한국의 지하경제를 중국 범죄조직의 식민지화하려는 포석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자성이 경찰조직에 끊임없이 지령을 받는 것처럼 정청도 수상한 모습을 보이는데, 회장의 죽음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끊임없이 정청은 중국을 왔다갔다 한다. 게다가 회장이 사고 당했던 당일에도 정청은 중국에 있었다. 중국에서의 사업 자체가 알리바이일 수도 있었단 말.

그리고 회장이 죽기 전부터 정청 패밀리는 회장을 모셨던 측근 부하들을 하나하나 고문해서 제거하고 있었다. 강과장 또한 공항에서 정청에게 '까놓고 니가 회장 수족들 다 제끼고 조직 통째로 들어먹으려는 거 아니냐'라고 말하자 정청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건 뭐 알아서 생각하시고'라 대답하는 대화 부분도 이를 의심케 한다.

다만 정 반대의 모습도 보여주는데, 회장이 죽던 날 병실 앞에서 망연자실하며 깊게 슬퍼하던 모습을 보였으며, 이중구가 회장을 처리했는지를 캐묻는 반박으로 "너 아니었냐?"라고 하던 장면이나, 어차피 그럴 놈이 한두 놈이 아니란 투로 답답하다는 듯 읆조리는가 하면, 차 안에서 이자성과 회장의 죽음이 다소 뜬금없다는 식으로 나눈 대화에서도 알 수 있다.

즉, 정청이 회장을 실세에서 끌어내릴 계획은 가지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죽일 의도나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일개 조폭이 아니라 기업적 조직으로 성장한 골드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중구같은 고전적이고 독단적 이미지의 조폭은 오히려 사업에 걸림돌만 되기 때문에 당장 2인자로서도 정청의 입지를 위협할 것은 없었다.

또한 회장의 두터운 신임까지 받는 입장에서 가만히 있어도 조직을 물려받는 입장에서 굳이 이런 대혼란을 야기할 이유가 없다. 당장 정청은 조직내에 정적이나 마찬가지던 이중구마저도 적대할 계획이 없었다. 조금만 협조하면 중구를 처리해 주겠다는 강형철의 회유에도 '아무리 우리 사이가 좆같아도 같은 식구한테 그럴 것 같냐'며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1]

또한 이런 큰 일을 진행하는데 조직내에서 정청이 유일하게 100% 신뢰하는 오른팔인 이자성이 이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그래서 정청일 확률은 매우 낮다. 물론 작중 강과장의 신상을 터는데서는 이자성에게 알리지않고 변호사와 단 둘이 처리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흔한 사전 정보수집 작업일 뿐이고 무엇보다 경찰의 스파이가 잠입해 있다는 걸 알아챈 타이밍이기에 굳이 알릴 이유가 없는 상황에 더 가까웠다. 실제로 정청은 주로 삼합회를 비롯한 중국에서의 거래를 맡았고 이자성이 주로 국내의 일들을 처리했다고 한다. 회장 암살이라는 건은 국내 일들을 담당하던 이자성도 모르게 극소수로 진행할 수 있을정도로 작은 계획이 아니다.

오히려 조직 서열상 중국에서 벌이던 사업을 알 수밖에 없는 이자성 위치상 정청의 계획적 공백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게 말이 안된다. 아무리 국내 사업에 집중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중국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는 지는 알아야만 한다. 단순 알리바이를 위한 사업이라면 이자성에게 숨겨야만 했을텐데, 그것부터 이자성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지 못하고 있단 얘기에 불과하며 이자성은 이 이상상황을 눈치채고 보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정청은 이자성이 첩자라던 사실을 알면서도 차마 정이 남아서 못 죽이고 덮으려 했을 만큼 이자성을 아낀다. 해커로부터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진 이자성을 의심치 않았다. 이자성의 파벌내 위치도 정청이 없을 시 조직원 모두가 당연히 이자성이 리더라고 생각할 정도로 확고한 No.2다.

이런 이자성의 위치를 보아 정청이 이자성이 아예 전혀 모르게 회장 암살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추호도 의심치 않던 형제같은 No.2에게 꽁꽁 숨기고 그런 큰 일을 시행했다 하기엔 앞뒤가 맞지 않다. 오히려 극에서 묘사된 정청의 성격상 이자성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어 추후 일어날 변수들에 대해 예방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이 모든 알리바이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청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 성질을 띄고 있는 것은, 그가 '외부인'이자, 삼합회의 하수인인 중국계 마피아라는 굉장히 의심스러운 출신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3. 이중구

이중구는 회장의 사망 당시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던 감정적인 모습, 선배 이사 삼인방을 두고 '왜 고향후배이자 식구인 나를 버리고 중국인인 정청패에 붙었냐'라고 배신감을 표출하는 장면, 대책없이 여기저기 적을 만들고 말썽부리는 장면, 담당 분야가 사채와 엔터테인먼트라는 전형적인 조폭의 면모,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무식하고 투박하지만 의리를 중시하는 정통건달 스타일'이기에, 극중 가장 회장 암살범의 이미지와 관계가 멀어 보이지만, 사실 그가 처해있는 입지상 오히려 회장 암살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포지션이다. 게다가 이사들에게 '살려는 드릴게'라고 협박하며 회장님이 정말 사고로 죽었을까라고 띄우는 말은 어떤 간부보다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장면이다.[2]

그는 재범파 정통계승자로 원래대로라면 차기 회장 승계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었지만, 중국계 정청의 활약으로 점점 대권에서 멀어져 서열 4위로 주저앉았기에 이대로 가면 회장의 총애를 받는 정청에게 모든 걸 뺏기고 몰락해버릴 가능성이 큰 인물이다.

사실 정청의 경우 어디까지나 외래인물이라 재범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골드문의 성골세력을 압도하기에 힘이 부족한 상황이고[3], 차라리 정청 자신에게 호의적인 회장을 최대한 오래 살려놔 더욱 골드문 내에 중국계 마피아들의 조직력을 튼튼하게 쌓는 쪽이 유리할 것이고, 장이사의 경우에도 지나치게 리스크가 크다. 그렇기에 회장을 암살했을 때 가장 안정적으로 많은 것을 얻는 이는 위의 두 인물보다는 이중구다.

하지만 특별한 사건이 없다면 정청의 입지가 제일 크다는 점에서 굳이 회장을 죽인다면 더 불리해지는 건 자신의 입장이다. 1인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본인이 입지를 타개할 방법이라면 결국 전쟁뿐인데, 아무리 시종일관 정청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중구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고 무엇보다 명분이 전혀 없기에 다른 이사진의 지지조자 받지 못한다.

게다가 일개 폭력조직인 재범파가 기업형 범죄조직인 골드문으로 팽창한 것도 중국계 정청파의 공덕으로 보이기에, 쌈질만 잘하지 경영 능력은 형편없는 재범파의 반란은 초기 단계에서 벌써 명백한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실제로 당장 강과장에게 정청과 정보를 주고받았다는 증거를 보자마자 그 증거의 사실여부 확인은 제쳐두고 모든 인원을 동원해 정청을 기습공격하다 오히려 재범파가 궤멸당해버린 결말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그의 무모한 점이 오히려 회장을 암살가능성의 설득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단, 감옥에 갇힌 뒤 면회를 온 정청에게 "회장님 니가 제낀거지?"라 질문한 점에서 후보에서 제외되게 된다. 단 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질문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중구는 회장암살범이 누군지 모르는 입장이었으며, 정청이 경찰과 짜고 자신을 감옥에 집어넣었다고 의심한 상황에서 나온 이 대사는 '회장님을 제낀 것처럼 나까지 감옥에 처박아 재범파들을 숙청한 뒤 니가 골드문 다 먹으려는거 아니냐'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 특히 부하에게 명령을 내려 재범파가 정청을 습격하게 만들 때의 대사를 보면 경찰의 이간질임을 알고 있는데다가 패배할 것조차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는데, 얼마안가 감옥에서 나올 수 있고 재범파의 세력이 멀쩡함에도 굳이 파멸밖에 없다는걸 알고 있는데도 칼춤을 춘 것 자체가 정청이 회장 암살부터 시작해 자신에 이르기까지 재범파 숙청 계획을 짰고, 회장이 되는 순간 이를 실행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이러나저러나 파멸밖에 없으니 정청에게 한방 먹여주려고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이중구는 최측근의 질문인 정청 세력은 어떻게 할거냐?는 물음에도 얼버부리기만 하는데, 이후 보여준 모습을 보면 애초에 정청 세력을 견제할 계획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같은 골드문 소속이기에 서로 신경전은 벌이지는 선은 넘지 않으려 한 정청과 마찬가지로 이중구도 같은 식구인 정청 세력을 견제하거나 숙청할 생각은 없었다는 것이므로, 최대 라이벌인 정청마저도 놔두는 이중구가 굳이 자신이 충성을 다 바쳤던 회장을 암살할 캐릭터가 아니라는 뜻이 된다.

이처럼 세 인물 중 두 인물은 각각 골드문 조직에서 냉대받고 있거나, 혹은 외래세력이라 의심할 여지가 크거나 하는 상황이며, 나머지 한 인물은 안정적 기반을 지닌 정통세력임에도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수세에 몰려 있어 얼마든지 반역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며 동시에 회장 암살을 실행했다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즉, 관객들로 하여금 '대체 누가 회장을 죽인 거야?'라는 의문이 토의를 거듭해도 해소되기 어려운 건 이처럼 시나리오가 철저히 누수의 여지를 봉쇄하도록 짜임새 있게 쓰였기 때문이다.

2.4. 경찰

현실에서 대한민국 경찰은 이렇게까지 직접 개입하지는 않겠지만, 영화상 주요 간부가 총까지 맞아가며 현장에서 뛰기 때문에 경찰 역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골드문은 3대 조직이 합쳐져 있어서 서로 사이가 좋지 않지만 화해 및 단결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도 나중에 곤란해지기 이전에 먼저 싹을 잘라야 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영화와 관련된 인터뷰에서도 원래 이 프로젝트는 석 회장을 잡아넣는 게 목적이었다고 하니, 우두머리를 잃고 혼란에 빠진 조직을 무너뜨리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골드문을 구성하는 세 조직이 합쳐진 지가 작중 시점으로 이미 8년이 지났지만 경찰이 이제서야 행동한다는 근거가 전혀 제기되지 않는다. 또한 경찰이 회장을 암살한다고 해서 다른 조직들이 우왕좌왕하다 자멸한다는 보장도 없고, 애초에 경찰 간부들의 비밀 회의에서도 석회장의 암살이 중요하다는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 거기에 이자성이 낚시터에서 강과장에게 따지는 걸 자세히 해석해보면 만약 석동출의 급사가 없었다면 석동출을 기소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으로 보아 경찰도 석동출의 급사로 큰 손해를 보았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실에서 거물급 조직들은 큰 문제가 없으면 계급체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의해 인과관계를 파악당하기가 쉬워서, 노출된 조직원들은 합법사업으로 위장하고 들키지 않은 조직원들은 뒤에서 암약한다. 그러나 길거리 갱단 같은 소수세력은 오합지졸처럼 보이지만 한탕하고 흩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수사기관이 파악하기 힘들다. 신세계가 많이 참고한 영화들 중 하나인 흑사회(영화) 시리즈[4] 중 2편을 보면 '두목을 선거제가 아닌 세습제로 선출하여 경찰과 삼합회 모두 조용히 지내는 것'[5]이 목표라고 나온다. 골드문이 분열하는 순간 경찰도 수사 목표와 범위를 넓혀야 하기 때문에, 경찰에게 석회장을 죽여서 골드문을 흩어놓는 건 최악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다.
  • 다른 의견
석회장이 석방되고 비오는 밤 1, 2차로가 좌회전인 삼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한다. 이후 좌회전으로 신호가 바뀌자 석회장 탑승차량만 좌회전하다가 사고가 난다. 2차로 좌회전 차로에서 신호대기하다가 석회장이 탑승한 차량을 운전석 창문을 살짝 열고 쳐다보고 신호가 바뀌였는데도 진행하지않고 석회장 차량이 덤프트럭에 치이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보고 있다. 이때 이 차량 번호는 '87수1112' 즉 경찰 신고 112를 의미하듯 이 사고는 경찰이 의도한 것으로 보고 골드문 후계자 다툼의 서막을 조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찰은 이자성의 침투 후 고국장의 우려대로 손을 쓸 수 없는 단계에 이르기 전 골드문을 핸들링하는 걸 원할 뿐이다. 축구 경기장에서 강과장이 정청에게 사람 바뀌면 골치아프다고 말한 것은 단순히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 경찰의 누군가가 수행했다고 쳐도, 이자성은 석회장 살해 계획을 알 필요는 없다. 경찰의 목표는 골드문의 붕괴 내지 어용집단으로 관리한다는 것이고 이자성은 단지 고급 정보원으로만 활용할 의도였다. 강과장은 이자성에게 일부러 정보를 안 주고 있다. 당장 이자성은 자신의 오른팔인 오석무가 경찰이라는것도 몰랐다. 또한 초반 낚시터씬에서 이자성과 강형철의 대화중 이자성의 "석회장만 해결되면 끝이라고 했잖습니까!"라는 대사도 있다.

2.5. 의도치 않은 교통사고

사실, 석동출은 의도치 않게 진짜 교통사고로 죽었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얘기는 아니다. 위에서도 지적되었지만, 각 세력은 모두 석동출을 죽이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었으며, 장수기를 제외한다면 석동출의 죽음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거나 당혹스러워했다는 묘사도 있다. 그리고, 경찰 측 스파이였던 이자성은 강과장에게 "석 회장 죽은게 내 책임이에요??"라고 억울해하면서 따졌다. 이것은 경찰 측이나 정청 세력의 암살할 의도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정청은 석회장의 사망 후 황당해하면서 인상을 찌뿌렸으며, 이중구는 정청에게 "회장님도 네가 제낀거지?"라고 물어본다. 셋 다 (경찰의 경우 당연히 이자성이 아닌 강 과장이) 시치미를 떼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셋 다 진실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조폭들의 암살과 관계없이 평범한 교통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있다. 교통사고를 낸 덤프트럭 운전사가 조폭들과 아무런 상관없는 일반인이고 그냥 운전미숙이나 차량의 고장[6], 혹은 졸음 내지 음주운전으로 인해 폭주하여 의도치 않게 교통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

다만 의도치 않은 사고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결정적으로 그날 빗길에는 석동출의 차만 있는게 아니라 나란히 같이 가던 차량[7]도 있는데, 석동출의 차가 나란히 서자 운전석에서 경계하며 슬쩍 쳐다보는 장면이나, 덤프트럭이 석동출의 차를 치는데도 가만히 있는 모습은 이상하다. 만약 경황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장면이었다면, 비도 쏟아지고 있는데 굳이 석동출의 차를 창문을 열고 경계하는 장면은 안 나왔을 것이다.

게다가 정말로 우연한 사고라면 적어도 몇십 초 정도라도 덤프트럭 기사에 대한 골드문의 보복, 혹은 삭제 장면에서라도 덤프트럭 기사에 대해 조사한 내용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삭제된 컷 내에서도 이런 건 전혀 없었다.

이 설 역시도 이중구가 말한 "회장님이 과연 사고로 돌아가셨을까?"라는 장면을 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조폭 무리인 골드문이 진짜 단순 사고와 암살시도라는 것을 분간도 못하겠느냐는 반론이 된다. 물론, 의도치 않은 교통사고였더라도 이중구가 정청을 비롯해서 주변 인물들의 정황을 의심하는 것은 이상한 것도 아니었지만...

2.6. 결론

석동출은 거물급 조폭이라서 수많은 적대세력들에게 원한을 많이 샀을 가능성도 크다. 석동출에게 이를 갈던 적대세력은 한둘이 아니었을테니 정청과 이중구가 아닌 제3세력이거나 아니면 석동출의 직계에서 일하다가 원한을 품고 이름없는 말단급 부하가 독단적으로 기회를 노려서 암살을 했어도 이상하지가 않다.

"회장님도 니가 제낀거지?"라고 석동출을 너가 죽였냐는 이중구의 물음에 정청은 껄렁한 태도로 어이없어하면서 "너 아니었냐? 너 아니면... ("아니면 뭐?") 아니면 뭐 한둘이겄냐?"라고 대답을 하는데, 너스레를 떨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진짜로 저 정도쯤 되면 암살군으로 거론되는 후보가 정청과 이중구 이외에도 한둘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결정적으로, 누군가 암살을 했다고 생각하기에는 석동출 사망 이후의 암살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행보가 하나같이 상당히 어설프고 급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청은 한국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감에도 다시 중국으로 출장을 나갔으며 이중구는 가장 큰 라이벌 세력인 정청 계파에 대한 대처가 상당히 허술했다. 경찰은 내부자들의 신변보호를 소흘히 하면서 신세계 프로젝트도 상당히 급하게 준비한 모양새였으며, 장수기는 아예 믿을만한 부하도 없어서 천안 출신 외부 조폭들을 급하게 쓰다가 자멸한다.

그래서 맥거핀이고 작중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골드문에 원한이 있는 라이벌 조직이 암살했을 가능성도 있다. 즉, 후속작에서 등장할 다른 대규모 세력에 대한 떡밥이라는 것. 실제로 신세계 또한 무간도 트릴로지처럼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고 하는데,[8] 그렇다면 회장 암살 장면은 무간도 II: 혼돈의 시대 오프닝에 나오는 삼합회 두목 예곤 암살을 오마주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설을 따른다면 빙다리 핫바지 취급받던 원로 이사들이 범인이 되지만, 원작격인 무간도 2편은 프리퀄인데다 신세계에 해당하는 현재 시점의 무간도에서는 모두 죽고 없는 인물들이 배후였으므로 어긋난다. 물론 신세계가 이런저런 영화를 차용하되 적절하게 변형하여 특색을 갖춘 것을 보면, 후속작에서는 정말로 원로 이사들 혹은 상대 조직이 배후였음이 드러나면서 골드문 회장이 된 이자성과 격돌하는 식으로 전개되었을 수도 있다. 마침 이자성의 모티브가 된 명나라 시대의 이자성을 생각하면 더더욱...

3. 그 외 해석

  • 극 중 등장인물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욕망에 대한 인물의 집착 내지는 혼돈에 빠져 있음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그 근거로 아직 경찰인 이자성은 빈 담배를 입에 물기만 할 뿐이지만 영화 말미에 회장이 되자 비로소 담배에 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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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영화의 가장 마지막 장면인 6년 전 여수에서 정청과 둘이서 습격을 나선 이자성은 가는 도중 담배를 피우고 있다. 또 죽음이 임박해서도 욕망을 버리지 못한 이중구는 마지막까지 담배를 찾고, 반대로 신세계 작전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고 있을 때 사직까지 생각할 만큼 욕망을 내려놓은 또는 혼돈에서 벗어난 강과장은 담배를 끊는다. 물론 신우의 유언도 있었지만 자성의 흡연 여부와 연관지어 생각하면 제법 그럴 듯하다. 그리고 6년 전 영상에서 정청과 이자성이 습격에 성공하고 담배를 물지만, 라이터에 가스가 없어서 결국 담배를 피우지는 못한 것과 연계해서 생각해 보면 신세계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이자성이 담배를 못 피우기 시작했다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9] 영화 신세계 속 담배에 관한 해석
  • 정청에 의해 신우와 석무가 제거된 뒤 강과장이 자성에게 "난 말이다, 넌 줄 알았다. 네가 돌아선 줄 알았다고. 오래 전에 딱 한 번, 그런 케이스가 있었지."라고 말을 한다. 속편이 나오면 드러나겠지만 재미를 위해 정황만 놓고 추정해 보자면, 중국 해커에 의해 유출된 인사기록카드에서 강과장은 95년 부산지방경찰청에서 해운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96년 직위해제된 것으로 나온다. 이 직위해제가 '돌아선 케이스', 즉 배신자에 의해 작전이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관리를 벗어난 배신자를 경찰이 가만 놔둘 리가 없고 그냥 배신자였다고 그쪽의 누군가에게 귀띔만 해도 알아서 제거될 것이니 조직 보스와 핵심 간부로 승승장구한 석동출과 이중구는 배신자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석동출과 이중구가 크기 전에 경상도 조직들의 보스였던 사람일 수도 있다. 각본에서 공식적으로는 자살했다라고 언급되는데 이 인물이 죽고나서 혼란한 틈에 석동출과 이중구가 경상도 조직들을 잡았을 수도 있다. 아니면 배신자 언급은 그냥 과거에 그런 실패가 있었다 정도의 떡밥인지도 모른다.
  • 신세계에 관한 소품과 플롯에 연관된 해석에 대해서는 여기로. 참고로, 자성이 입는 양복의 색이 밝은 색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어두운 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은 자성이 점차 경찰에서 멀어져 조직으로 물들어 감을 뜻한다.
  • 강과장과 고국장의 죽음도 여러 차례 복선으로 알려준다.
    • 석동출의 장례식장에서 이중구와 강과장이 신경전을 벌이며 "강팀장 예전이나 지금이나 말 함부로 하는 건 여전하시네. 근데 조심 좀 하지. 그 잘난 혀가 댁의 목줄을 끊어 놓을 수가 있거든."이라고 이중구가 도발하자 강과장이 받아치면서 "야 우리 내기 할래? 내 목줄이 먼저 끊기나 니 모가지가 먼저 따이나. 니들 저 영감님하고 병풍 뒤에서 같이 향 냄새 맡고 싶어?"라고 말한다.
    • 고국장이 치안감에게 신세계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 "(만에 하나 잘못되면) 뭐… 다 죽기밖에 더하겠습니까?"
    • 고국장이 강과장의 신세계 프로젝트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아무튼 (이자성) 컨트롤 잘 해. 일 이만큼 벌여 놓고 까딱 어그러지기라도 하면은 너나 나나 (목 잘리는 제스처)…"
    • 신세계 프로젝트가 완성 직전의 단계에 다다라 강과장과 소주를 마시는 고국장이 "일수불퇴(장기나 바둑에서 한번 둔 수는 물릴 수가 없다는 뜻). 이제 다 일 빼도 박도 못 해. 끝까지 가거나, 아니면 다 같이 뒈지거나. 그 전에 아무도 유턴을 못한다고… (중략) …이자성이 그놈 말인데, 고분고분할까? 대가리가 굵어져도 졸라 굵어질 건데."
  • 이자성의 이름을 보고 또 골드문을 명나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골드문이란 사명 자체가 파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자성 말고도 정청계 자체가 한족 조직인 데다 상하이 출장, 한국어는 전혀 안 하고 중국어만 구사하는 중국 출신 변호사, 중국 해커 집단, 조선족 킬러, 중화요리 월병 등 중국색이 무척이나 강조된 작품이니 만큼 이런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이자성의 운명 또한 결국은 비극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실 이런 캐릭터의 말로는 모두 다 비참하다.[10]
  • 바둑선생 신우와 바둑[11]을 두던 이자성이 수가 없다고 탄식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12] 이어 신우에게 작전이 변경된 걸 인지하고 흥분하면서 바둑판을 주먹으로 내려치고 손에 피가 나자 신우가 건넨 흰색 손수건을 받지않는 것은 바둑의 백색돌, 양지의 경찰의 길을 가지 않겠다는 복선이다.

4. 표현주의

작중 내 분위기나 배우들의 연기 방식이 건조하면서도 사실적인데다가 특별히 기괴하거나 화려한 미장센을 추구한 작품도 아니어서 잘 못 느낄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사실 특유의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리얼리티를 어마어마하게 희생한 작품이다. 대표적으로 극중 주요 인물을 표상하는 공간들이 정청의 사무실을 제외하곤 하나같이 연극적이고 비현실적이다.
  • 이자성이 흑과 백, 즉 선과 악 사이에서 헤매고 있음을 상징하는, 극 중 출장소라 불리는 기원은 지나치게 넓고 호화스럽다. 일하는 사람이라곤 위장 경찰인 이신우 한 명뿐이니 한 번에 한 명밖에 받지 못할 텐데 도대체 수업료를 얼마나 비싸게 받아야 운영이 가능할까 싶다. 그런데 신우는 어디까지나 바둑 좀 두는 일반인이지 이름난 프로 기사가 아니므로, 실내 장식이 좀 예쁘다고 굳이 턱없이 비싼 돈 내고 그런 데 찾아가서 배울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상부에서 돈을 대줄 테니 적자를 보더라도 임대료 못 낼 일이야 없겠지만, 손님도 거의 없이 6년 이상 운영되는 업소라면 당연히 주위에서 의심스럽게 보지 않을까? 극 중 조폭들은 웬만한 문제는 살인으로 해결하는 흉포하기 짝이 없는 무리인데, 그런 자들을 감시하는 위험천만한 임무에 종사하면서 위장을 그 따위로 한다는 건 그냥 나 죽여달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자성은 그 기원에 늘 혼자 들어갔으니 조직에서는 둘 사이에 뭔가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13][14]
  • 이중구의 사무실은 냉난방, 소음,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해 사무 용도로 활용이 불가능한, 공사 중인 고층건물에 마련되어 있다. 실제로 이중구가 주요 간부들을 소집한 장면은 소음 때문에 현장음을 쓸 수 없어 대사를 전부 후시녹음했다. 심지어 이중구는 거기서 티샷까지 쳐댄다. 이는 경찰 간부가 건물 옥상에서 골프를 하는 무간도의 한 장면에 대한 오마주인데, 원본이 되는 장면에서 샷을 날리는 방향은 공 맞을 사람이 없는 바다여서 그나마 황당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 짓을 해서 문제가 생겨도 골드문 서열 4위인 이중구의 권력으로 무마했을 거라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장면은 그와 같은 현실적인 부분까지 계산했다기보다는 그냥 '간지'를 우선해서 만들어 넣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 이중구의 세계는 강과장의 낚시터처럼 이상한 공간이고 이상향을 꿈꾸던 공간이다. 자신의 권력적 욕망을 꿈꾸며 건설적인 미래를 생각했던 공간일 뿐이다. 마무리 공사가 안된 전선 마무리, 내장재가 없는 벽면들, 인테리어도 없는데 설치된 양주가 그득한 와인바, 게다가 이사회때 자신을 밀어줄 원로 이사회 임원을 콩고물도 안 주면서 겁박을 하면서 '살려는 드릴게'라며 거드름을 피우고 그 직전 건물 내에서 골프 드라이버 샷을 날린다. 게다가 정청 습격사건 직후 부하 수족들이 모두 감옥에 간 가운데 아무도 없는 바의 양주를 들이킨다. 이는 이중구가 꿈꾸는 이상향이 겉만 그럴싸할 뿐 실속은 부실하기 짝에 없는 빛 좋은 개살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 강과장의 아지트인 폐쇄된 실내 낚시터 역시 이상한 공간이다. 그 곳에는 사무와 관련된 어떠한 비품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은밀히 정보원들을 만나는 것 외에 다른 용도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고정적인 비밀 접선 장소가 필요했다면 창고나 사무실 같은 걸 빌려서 쓰면 그만이다. 썩은 물 냄새 맡아가며 그런 데 죽치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강과장은 그 썩은 물에 쓸데없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다. 그런 곳에 굳이 들어올 사람도 없겠지만, 만약 누가 와서 물고기도 없는 물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본다면 당연히 이를 수상하게 여길 것이다. 사실 그런 장소에 드나드는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으로, 강과장과 접선해야 하는 이자성에게는 정말 위험한 일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행동은 극 중 인물로서는 아무 실익이 없는 짓이다. 이는 단지 작전에 대한 강과장의 집념(낚시대를 드리우고 오랜 시간을 기다림)과 궁극의 실패(썩은 물에서는 고기를 낚을 수 없음)를 극 중 세계 밖의 관객에게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설정인 것이다.
  • 사실 현실 고증 측면에서 제일 큰 무리수는 신세계 프로젝트의 진행자였던 경찰공무원들을 암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있다. 아무리 극중 보이는 조폭의 행태가, 아무리 야마구치구미 같은 일본 야쿠자나 홍콩 누아르 영화 속 흑사회의 모습을 모방한,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라고 해도, 경찰을 그것도 고위간부를 살해하면 검경이 이를 유야무야 넘길 리가 없다. 고 국장의 공식 계급은 경무관으로 경찰 조직 내에서 총인원이 100명도 안 되는 고위간부다. 그런 고위직이 사고사로 위장한 것도 아니고 백주대낮에 연변 거지들에게 권총에 의해 암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말 그대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힐 것이며, 검경은 여론에 떠밀려서라도 눈이 뒤집혀 수사에 나설 것이다. 거기에 사람이 딱 한 명만 죽은 것도 아니다. 영화 뒷설정으로 연변 거지들이 사실은 북한군 출신의 살인청부업자며, 경찰청 서버가 해킹당한 상태에서 하나의 특수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던 경관들이 동시에 암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은 실제라면 군과 대테러부대를 투입해서 진압할 사안이다. 실제로 검경 관련자들은 이 장면을 보면서 아무리 영화라도 적당히 해야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신상 정보를 완전히 소거한 이자성의 범행임이 들키지는 않겠지만, 동시기에 온갖 사건이 터진 골드문 조직이 주범으로 지목되어 엔딩 이후 큰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15][16] 실제, 일본 야쿠자들도 21세기에 들어와서 대놓고 항쟁을 벌이지 않는 것도, 이걸 빌미로 검경에게 완전히 소탕되어 조직이 공중분해당할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현대 법치국가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조직은 야쿠자 조폭 같은 폭력조직이 아닌, 국가 기관 조직인 것이다.[17]
  • 그 밖에도,
    • 정청이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는 축구 경기장 관중석에서 강과장을 만나 뇌물을 건네는 것
    • 사방이 탁 트인 대낮의 도로 공사장에서 벌어지는 이사 암살
    • 장례식 때 대웅전 불단 앞에 영정 사진을 놓은 것[18]
    • 후반부의 패싸움 장면에서 이중구계의 지도부가 대다수 부하들을 따로 두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온 것[19]

    등은 전형적인 '폼 잡기 위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동진은 이런 점들을 '인공성'이라 표현하며 영화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5분35초)했다. 하지만 그러한 인공성을 꼭 단점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는 고문, 살인, 집단폭력이 난무하는 부담스런 영화를 비교적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기 때문이고 현대 대한민국은 10.13 특별선언과 그 이후의 진압조치로 조폭이 이렇게 난동을 부릴 정도의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20] 결국 영화의 근본부터가 어느 정도 작위적일 수밖에 없으며 때문에 연출을 현실적으로 맞추기보다 오히려 역발상으로 더 작위적인 연출을 통해 영화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5. 신세계 프로젝트

  • 영화를 보고 나면 ' 신세계'는 이름과 실제가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포스터를 차지하고 있는 세 인물이 상상한 신세계는 각각 달랐지만 그 과정과 결과가 모두 추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21]
  •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신세계 프로젝트는 강과장의 실패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강과장의 의도대로라면 초창기에 여수를 통합한 정청과 자성이 서울로 올라와 북대문파를 만든 후에 석동출의 재범파와 무력 충돌하여 공멸해야 했다. 그러나 정청이 물리적 충돌 없이 석동출 밑으로 들어간다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런 변수가 훗날 골드문이라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니 정청을 만만하게 봤던 강과장 입장에서는 정말 큰 실수를 한 셈이다. 그 실수를 만회하고자 추진한 대안이 장수기와 실세 이자성을 이용해 골드문을 통제하에 두는 신세계 프로젝트였다. 강 과장은 정청의 이면(냉철하게 상대방의 약점을 쥘 줄 아는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너무 어설프게 본인을 그대로 노출시켜 버렸다. 천만다행으로 정청이 자성의 정체에 대해 눈감아주고, 다혈질인 이중구가 강과장의 꾐에 넘어가 칼춤을 춘 덕분에 공멸하여 신세계 프로젝트의 성공이 코앞까지 다가오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말로 여긴 자들이 다른 마음을 먹으리라는 것까지 계산하지 못한 것이 강과장의 패착이라 할 수 있다. 바지사장이라 여긴 장수기조차 나름대로의 수를 써서 이자성을 제거하려 했고, 결정적으로 이자성조차 강과장이 생각한 대로 충직한 경찰로만 남아있지 않았다.
    다수의 언더커버를 장기간 범죄조직에 침투시켜 조직 내부의 권력 관계와 각 계파 리더의 성격을 완전히 파악, 이를 이용해 조직 내분을 일으켜서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경찰의 통제하에 둔다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밀어붙여 성공 직전까지 갔으니 강과장이 모략에 뛰어난 인물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발밑을 살피지 못했다. 같은 경찰들보다 조폭들과 '인간적인 정'을 깊게 쌓아온 이자성에게 경찰로써 남아있을 수 있는 일말의 여지까지 지워버렸으면서 강압적으로 경찰로써의 역할을 강요한 것은 큰 실수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그 결과는 강과장 자신의 죽음과 신세계 프로젝트의 실패로 돌아온다.
  • 고국장의 말에 의하면 장수기의 제일파는 꾸준히 관리를 받아왔다고 하니 신세계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전부터 골드문 일부 계열에 경찰력이 미치고 있던 셈이다. 장수기가 골드문 회장에 공식적으로 선출되기 전,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허수아비 이사들에게 계열사 분리를 약속했는데 이는 골드문의 세력 축소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므로 경찰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수기는 이중구와 정청이 그룹 후계구도에서 탈락되자 천안 쪽에서 새 부하들을 고용했는데, 이들을 이용해 이자성을 제거하려고 했던 것을 보면 향후 경찰과 허수아비 이사들을 배신하고 제 2의 석동출이 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되면 당연히 경찰에서 장수기가 경찰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폭로할 것이고, 골드문은 장수기 체제에 반대하여 다시 내분에 휩싸였을 것이다.
  • 영화는 강과장과 고국장이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장면을 통해 신세계 프로젝트의 실패를 암시한다. 이 장면에서 고국장은 난은 사람의 손길에 예민한 식물이라고 경고를 하지만, 강과장이 계속 만지다가 결국 이파리를 부러뜨리고 이를 휙 던져서 숨긴다. 이후 강과장이 이자성을 계속 통제하려다가(매만지다가) 결국 조폭세계로 밀어넣는 것(부러뜨린 것)에 대한 복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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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난히 강형철에게 유들유들하게 대하다가 유일하게 분노를 드러낸 장면이다. 자신이 기껏 제공한 뇌물을 땅바닥에 패대기 칠 때에도 부하들에게 신경질을 낼 뿐 강 과장에게 직접적 적대감을 드러낸 적은 없다. [2] 다만, 이 대사는 역으로 "당신네들 중에 범인이 있는 걸 알고 있으니 일 키우기 전에 알아서 기어라"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3] 극중 초반에도 재범파 식구들의 지분을 전부 합치면 정청의 지분보다 많다고 이중구가 언급한다. [4] 두목이 되기 위한 간부들간의 경쟁과 그 두목을 선출하는 원로(신세계에서는 '이사')들이 극소수를 제외하면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 크게 비슷하다. 잠입수사관에 대한 내용은 무간도 시리즈에서 가져온 것이다. [5] 더 나아가 이상적이고 최종적인 목표는 본문에서 언급한 현실 사례처럼 범죄조직의 활동을 완전히 통제해서 일망타진하는 것이다. [6] 실제로도 화물차 정비 불량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7] 위에서 경찰의 차라고 의심받는 87수1112의 검은색 그랜저 HG [8] 다만 배우들이 모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서인지 2부작으로 바뀌었으나, 이마저도 일정이 도통 맞지않아 계속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9] 다만 참고로 원래는 둘이 맛있게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근데 라이터가 불이 안 붙는 바람에 NG가 날 상황에서 배우들이 적절하게 애드립을 쳤고, 황정민이 휙 나가버리자 이정재가 사실상 NG장면이라 생각해 어이가 없어서 웃은 그 장면이, 마치 극중 이자성이 마음편히 웃는 것처럼 보여 마음에 들어서 그냥 그대로 넣은 거라고 한다. [10] 애초에 거물급 조폭이 된 시점에 주변에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고, 현실의 마피아나 삼합회도 공권력이 각잡고 저항하면 사살, 사법거래 응하지 않는 자들은 모두 사형장 직행 이렇게 토벌 들어가면 상인들 돈이나 뜯는 하부 조직은 몰라도 상층부는 물론 그 배후까지 육체적, 사회적 생명이 확실히 끝난다. 멕시코 카르텔 등 대놓고 정부를 압도할 수 있는 조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폭력조직이 경쟁조직을 상대할 때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건 절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11] 바둑 게임은 흑과 백의 싸움으로 이자성의 당시 처지인 회색인이 존재할 공간 자체가 없다. 즉, 흑과 백 둘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서 게임을 이겨야 한다. 패배는 죽음이다. [12] 경찰과 암흑세계에 대한 선택에 고민을 하는 방증이었다. [13] 다만 자성과 신우의 관계를 정청을 비롯한 측근 조직원이 신우를 자성의 불륜녀로 생각했다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 애초에 자성의 정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신우와 자성을 경찰 연락책과 언더커버로 의심하는거 자체가 넌센스다. 이자성이 경찰인 것을 아는 관객 입장에서야 수상해 보이는거지, 이자성을 같은 조폭으로 굳게 믿고 있는 저들 입장에서 '보스가 미모의 여성 집에 주기적으로 찾아가 한참 있다가 나오더라'고 한다면 기원으로 위장한 고급 매춘업소나 내연녀라는게 더 자연스럽다. [14] 이렇게 보는게 좀 더 자연스러운게 작중 신우와 석무는 (조직원들 입장에서는) 이자성에게 접근해 정보를 빼낸 경찰의 스파이였고 이 사실이 발각된 후 분노한 정청과 이자성에게 처형당했다. 신우가 자성에게 바둑만 가르쳐주는 인물이었다면 정보를 흘릴만한 친분이 쌓이기도 어려우니 훨씬 더 가까운 관계, 즉 내연녀였다고 보는게 자연스럽다. 또한 신우의 배신으로 그녀에게 총을 연사해 죽여버리는 자성의 '분노' 역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15] 다만 신세계 프로젝트를 승인한 국장이 잘못되도 난 모르는 일이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걸 보면 더 높은 고위 공직자들에게 뇌물을 바친 골드문이 무사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그 전에 국장이 만약 실패하면?이라 말하자 고 부국장이 죽기밖에 더하겠습니까 말하자 욕만 했지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 부분을 본다면 조용히 넘어갈 개연성도 크다. 국장이 볼땐 골드문이 죽인거라는 확신은 있겠지만, 이건 반대로 국장 본인도 대낮에 총맞고 죽을 수 있다는 소리다. [16] 또한 신세계란 창작물 속의 세계는 현실의 대한민국과 상당히 다르며, '조폭들이 지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대기업에 준하는 기업'이란 존재 자체가 실존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과 비교하기가 힘들다. 작중 석동출은 잡혀 들어갔다가도 불기소 처분을 받고 유유히 나오는데, 현실에서 조폭들과는 차원이 다른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석동출이란 거물을 대충 수사했을리도 없으니 결국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조사했음에도 기소할만한 충분한 증거조차 못 찾았단 얘기다. 이 정도 거대한 불법 권력이라면 일반적인 방법으론 경찰에서도 정리하기 힘들고, 실제로 고 국장이 "이대로 가다간 손도 못 댄다"고 우려를 표한다. 즉 엔딩은 그 손도 못 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어나 버린 상황이었다. 물론 국가권력이 대놓고 상대한다면 정리할 수 있기야 하겠지만, 이자성도 생각이 있으니 그 정도 수준까지 안 가고 적당히 합법과 불법을 오가며 운영을 할 것이다. 실제로 시나리오에선 이자성이 장학재단을 운영하며 사시 합격생 등 '골드문의 돈으로 공부한 엘리트들'을 요직에 박아넣는 공작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17] 물론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처럼 국가 공무원이 부패하거나, 제정이 부족해 진압할 경찰이나 군대에게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없는 경우는 국가 기관이 갱단에 항복해버리기도 한다. [18] 정식 사찰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고인의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사람은 어디까지나 교조인 석가모니와 같은 자리에서 절을 받을 수 없다. [19] 이중구의 오른팔격인 인물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습격했으니 엘리베이터 앞에 정청계가 몰려있을 게 뻔하므로 오히려 이들이 위험해진다. [20] 대한민국에서 조폭의 위상은 거의 바닥이기 때문에 골드문 같은 거대 조폭조직을 만드는 순간 조직 해체의 지름길이 된다. 대한민국의 폭처법은 이론상 말단 조무래기부터 두목까지 합법적으로 사형을 구형할 수 있는데다 국가보안법까지 적용하면 대놓고 정보기관에서 남산으로 끌고 가서 최 이사보다 더 끔찍하게 죽일 수도 있다. [21] 정청과 그의 의지를 이어받아 조폭의 길을 선택한 이자성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자성의 신세계는 경찰과 조폭의 경계선상에서 과중한 압박감을 받다가 결국 본분을 저버리고 경찰에서 조폭으로 변질되었기에 온전한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