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26 14:36:01

시간활용조사

1. 개요2. 사례
2.1. KBS 국민생활시간조사2.2. KISDI 한국미디어패널조사2.3. 통계청 생활시간조사

1. 개요

시간활용조사(時間活用調査/Time-use survey[1])는 일정한 시간 동안에 응답자가 참여하는 활동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썼는지 기록하는 형태의 조사이다. 일견 개별기술적(idiographic)인 접근 방식이 아닌가 싶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굉장히 거시적인 수준에서 전국적으로 실시 가능한 조사이다. 이 연구는 유선전화 등을 활용하여 응답자들에게 주기적으로 연구주제에 관련된 질문을 묻게 되는데, 이 대답을 모아서 시간에 따라서 배열하면 한 사람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떤 활동에 참여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겹치고 겹쳐서 같은 인구집단에 속한 사람들끼리 묶어 놓으면 이로부터 유용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요점. 시간의 경과에 따라 트렌드를 알고자 한다면 매년 혹은 몇 년 정도의 주기를 두고 반복 실시할 수도 있다. 만일 여기서 시간일지(time diary)라고 하여 별도의 일지를 통해 응답할 경우 이는 일지연구(diary method)의 한 종류가 된다.

연구방법론의 역사에서는 참으로 흔치 않게도 구소련산(産) 방법론이다. 시간활용조사의 시초는 노동자 계급의 생활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하여 실시되었던 것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구소련이 세워진 뒤에는 그들의 계획경제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한 근거자료를 모으느라 다시 시간활용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던 것이 1930년대에 비로소 미국으로 수출되어, 시골 농가의 근대화 및 선진화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방에서 처음 활용되었고, 그 후로 1960년대부터는 "다국 간 비교를 위한 시간-예산 연구"(multi-national comparative time-budget research)라는 이름으로 A.Szalai라는 인물에 의해 12개국 공동으로 실시하게 되었으며, 이후 이 조사는 세계시간조사학회(IATUR;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ime Use Research)로 발전하게 된다.

위에서 짐작하겠지만 활용 범위가 굉장히 다양하다. 우선 정치학 정책학 등에서 활용할 수 있고, 경제학의 경우에도 (다른 경제지표로 탐지되기 어려운) 각 가구별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 여가활용, (비)경제활동 등을 포착하기 위해서 활용하기도 한다. 국제개발 분야에서도 개도국 가정의 노동현황과 선진국 가정의 노동현황을 비교하기 위해 시간활용조사를 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Eurostat에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중이다. 또한 여성학이나 사회학에서도 가내 돌봄노동의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으며, 긍정심리학 분야에서도 행복이나 웰빙과 같은 삶의 질적 측면을 확인하고자 할 때 시간활용조사를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실시하는 시간활용조사는 매번 별도로 "지금 당신은 행복하신가요?" 와 같은 감정에 관련된 부가적 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도 가정에서의 TV나 인터넷과 같은 미디어의 사용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경영학에서도 레저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시간 활용을 파악하기 위해서, 사회복지학에서도 빈곤한 독거노인들이 느끼는 시간의 부족을 검증하기 위해서, 교육학에서도 청소년들의 자습 시간의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교통공학에서도 통근자들의 출퇴근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서 쓰이며 다양한 분야의 사회과학 및 인접 학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조사방법이다.

만일 일지의 형태로 시간활용조사를 할 경우 예컨대 다음과 같은 구조화된 양식을 따를 수 있다. 첫 행의 양식은 하단의 통계청 자료의 견본을 참고하여 일부 각색하였다.
[ 접기 클릭 ]
||<#EEEEEE><:><|2>시간||<#EEEEEE><:><|2>주요행동
(20분 간격)||<#EEEEEE><:>장소 및 이동수단||<#EEEEEE><:>함께 한 사람||<#EEEEEE><:><|2>동시에 한 행동||
1.본인 집   2.남의 집
3.직장/학교   4.식당/주점
5.기타 장소   6.도보
7.자전거   8.개인차량
9.대중교통   10.기타 교통수단
1.혼자   2.배우자와 함께
3. 친구와 함께   4.자녀와 함께
5.부모와 함께   6.애인과 함께
7.기타 인원
[금요일]
21시
00분
팝콘과 콜라 취식
20분 디저트 카페에서 애인과 대화 4 6 마카롱 취식
40분 실내에서 부모님과 통화
22시
00분
20분 실외에서 학과 선배와 통화 7 통화 후 맥북으로 자료 전송
40분 주차장으로 이동 5,6 6
23시
00분
오피스텔로 돌아옴 5,8 6 귀갓길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 구매

시간활용조사에서 함께 수집해야 하는 인구학적 정보로는 가구에 관련된 사항으로서 거주지역, 구성원 간의 관계, 성별, 출생월일, 혼인여부, 피양육여부, 재학여부, 주택유형, 가구소득, 분가가구 여부 등이 있으며, 개인에 관련된 사항으로서 삶의 만족도, 주관적인 시간부족, 피로도, 가사분담여부, 직종, 산업유형, 직위, 근로시간, 근로유형, 교육수준, 음주여부, 흡연여부, 개인소득 등이 있다. 국가수준에서 이 조사를 실시할 경우에는 응답 표본을 선정할 수 있겠지만, 일개 대학 연구실의 경우 열몇 가구에서 수십 가구 정도를 대상으로 삼게 된다.

시간활용조사의 장점으로는 대놓고 묻는 형태인 직접질문(direct question)을 방법론적으로 회피하면서도 타당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다양한 인구학적 집단에 적용 가능하여 돌싱(이혼자), 다문화가정, 편부모가정,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주말부부 등을 가구집단 별로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인구학적 접근 이외에도 지역적 접근을 통한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 시간활용의 패턴을 비교할 수도 있고 빈도를 비교할 수도 있으며 시간의 총량을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 시간활용이 삶의 질과 같은 다른 종속 변인에 끼치는 영향을 인과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 혼자 활동하는 것과 함께 활동하는 것의 차이를 탐구할 수 있다는 것 등이 있다.

반면 시간활용조사의 단점으로는 인과적인 관계를 파악하기에는 아직 지나치게 적은 수의 종속변인들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 연구자들 사이에 각종 인구학적 정보의 엄밀한 개념화가 정립되어 있지 못하여 세부적인 분석을 하기에는 문제가 따른다는 점, 이를 막기 위해 지나치게 인간 행동을 세세하게 구분하려다 보면 그만큼 SPSS 등을 활용한 자료분석 과정이 고달파진다는 점, 시간활용조사를 통해 확보되는 자료의 특성 자체가 복잡성이 매우 크고 구조적으로도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점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태이다.

본 문서는 r.1 버전 기준으로 제4회 KOSSDA 데이터페어 《한국의 생활시간조사》 배포자료를 크게 참고하였다.

2. 사례

2.1. KBS 국민생활시간조사

1981년 이래로 수행되어 온 정기 시간활용조사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SNUICR)와 협업하여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결과는 일본의 NHK와도 공유함으로써 국가 간 비교연구를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IATUR에서도 함께 발표하고 있다고.

여기서는 특히 TV 등의 미디어를 활용한 국민 여가시간 활용 양상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바탕으로 대중문화 정책의 입안에 참고하거나, TV 광고 및 홍보전략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더 일반적으로는 장장 40여 년 동안 한국인이 가정에서 어떻게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게 한다.

자료수집은 인구학적 기준에 따라 층화무선추출법(stratified random sampling)을 활용하여 표집한 대표성 높은 표본을 통해 이루어지며, 구, 읍, 면 단위의 100개 지점에서 3,0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3일치의 일지를 진행한다. 제출받은 일지는 이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행동분류를 한 뒤 코딩 작업에 들어가며, 하나의 행동이 여러 분류에 동시 포함될 경우 중복코딩을 허용한다. 이를 통해 얻어진 자료는 최종적으로 보고될 때 시간의 총량을 기준으로 집계하고, 다시 시간대를 기준으로 집계하여 발표하게 된다.

2.2. KISDI 한국미디어패널조사

2000년 이래로 매해 실시하는 전국적 조사이다. 여기서는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얻어진 5,000여 가구의 대표성 높은 표본을 활용하며, 15분 단위로 참가자들의 미디어 활용과 통신서비스 요금 지출상황 등을 파악한다. 전체적인 연구설계는 일지연구를 따른다.

2.3. 통계청 생활시간조사

1999년 이래로 매해 실시하는 전국적 조사이다. 2014년 현재 기준으로 말하자면 전국 800여 조사구에서 12,000여 가구의 10세 이상 구성원 27,0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한다.

자료수집의 근거는 확률비례계통추출법과 단순무선추출법을 연속으로 실시하는 층화2단집락추출법을 따른다. 기본적인 연구설계는 조사원의 면접법이 포함된 일지연구 형태이며, 10분 간격으로 48시간 동안 실시한다. 통계 공표자료는 KOSIS 국가통계포털에서 제공한다.

연구목적이 매우 일반적이고 광범위하여, 대한민국 국민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파악한다. 즉 생활방식과 그 질적 측면을 통해서 각각의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노동, 가정, 여성, 교육, 문화 등의 다양한 범위의 정책 입안에 참고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이를 시간적으로 비교함으로써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도 파악하게 된다. 인구집단 별로 구성원들을 떼어서 아동청소년 시간활용을 확인하거나, 혹은 가족 생애주기에 따라 형성기, 확장기, 수축기, 소멸기를 반영하여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제 비교를 위해서 지속적인 검토와 보완을 거치고 있는 중이며, 특히 "활동을 함께 한 사람" 의 정의를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 왔다. 현재 이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주행동(즉 가장 길게 한 행동)을 한 사람' 을 의미하는데, 예컨대 EU 권고안에는 같은 공간이 곧 '근거리의 공간' 으로 더 엄밀하게 정의되어 있기 때문.

[1] 시간사용조사라고도 한다. 국내에서는 많은 경우 '생활시간조사' 라고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