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10 12:23:27

스티븐 월트


스티븐 마틴 월트
Stephen Martin Walt
파일:stephenwalt_via_harvard.jpg
<colbgcolor=#e4541f> 출생 1955년 7월 2일 ([age(1955-07-02)]세)
미국 뉴멕시코 로스 앨러모스
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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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스탠퍼드 대학교 (국제관계학 / B.A.)
UC 버클리 대학원 ( 정치학 / M.A. · Ph.D.)
직업 정치학자, 정치철학자, 작가, 교수
주요 경력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스쿨 교수

1. 개요2. 생애와 경력3. 방어적 현실주의의 대가4. 주요 정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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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스티븐 월트의 대담 영상)

Stephen M. Walt. 미국 정치학자. 하버드 대학교에서 케네디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존하는 현실주의 계통 국제정치학 연구, 이론의 대가중 한명으로 국제정치학계에서 동맹이론의 최고 권위자로, <동맹의 기원>(The Origins of Alliances)을 저술하였다. 공격적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존 미어샤이머와 공동으로 기고하거나 저술하는 경우가 많다.

2. 생애와 경력

1955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로스 앨러모스 국립 연구소 소속 물리학자였으며 어머니는 교사였다.

이후 스탠퍼드대에 입학했다. 화학과로 입학했으나 역사학과로 전과했다가 국제관계학과로 또 전과해서 졸업했다. 캘리포니아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프린스턴대와 시카고대에서 강의했으며 2015년부터 하버드 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동맹의 기원’ ‘혁명과 전쟁’ 등의 저서를 내면서 신(新)현실주의 이론가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쟁의 원인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다룬 ‘인간, 국가, 전쟁’(1959) 등을 집필한 국제정치학계의 거두이자 구조적 신현실주의 이론의 대가인 케네스 월츠 전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스티븐 월트의 스승이다. 실제로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쓴 기고에서 스승이자 세계적 석학인 월츠 교수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

3. 방어적 현실주의의 대가


(스티븐 월트가 말하는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의 특징. EBS에서 제작한 영상)

스티븐 월트 본인과 함께 현실주의의 국제 석학으로 꼽히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가 ‘강대국은 다른 국가를 압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세력 균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경한다’는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를 대표한다면, 월트 교수는 ‘강대국은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재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보는 방어적 현실주의(defensive realism)를 대표하는 학자이다. #[1]

방어적 현실주의 이론에서 월트가 세운 학문적 업적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위협 균형'(balance of threat) 개념의 정립이다. 이는 기존의 현실주의 이론이 강조해 온 ' 세력균형'(balance of power) 개념을 좀 더 다듬은 것인데, 국가들이 동맹을 맺는 근거로 단순히 타국과의 세력 격차뿐만 아니라, 타국에 대한 위협 수준의 평가를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는 1) 타국의 전반적인 국력 수준(예: 영토, 인구, 경제력)에 더하여, 2) 자국에 대한 공격적 의도의 유무 여부, 3) 자국을 겨냥한 공격적 능력의 수준, 그리고 4) 지리적인 인접성 등의 요소를 고려해서 위협 여부가 판단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동맹은 단순히 '힘 센 나라'를 상대로 형성된다기 보다는, '위협적인 나라'를 상대로 형성된다는 것이 위협 균형 개념의 주장.

그리고 둘째, 동맹의 형성 동기에서 '균형'(balancing)과 '편승'(bandwagoning)의 구분이다. 여기서 전자는 자신보다 우세한 힘을 가진 나라를 위협으로 규정, 그 반대 세력의 편에 서는 것을 뜻하고, 후자는 그 반대로 우세한 힘을 가진 국가와 제휴하는 것이다.[2] 전통적인 현실주의 이론이라면 당연히 균형만을 동맹 형성의 동기로 여기지만, 실제 국제정치에서는 편승의 방식으로 동맹이 형성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월트는 앞서 제시한 위협 균형을 적용해서 이들 두 개념을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3]

동맹이론과 한국의 동맹정책

탈냉전 이후 한미동맹의 쇠퇴요인에 관한 연구 : Stephen M.Walt 동맹이론의 비판적 고찰

중국의 부상과 탈냉전기 중미 양국의 대한반도 동맹전략:동맹전이 이론의 시각에서

미어세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과 21세기 동북아 국제질서:방어, 공격적 현실주의 논쟁과 공격적 현실주의 재평가

The Case for Offshore Balancing 미어샤이머와 공동 기고한 글이다.

International relations: One world, many theories에서 국제정치학의 이론들을 전반적으로 다루었다. 이후 <제국의 신화>(Myths of Empire)를 저술한 신고전 현실주의/방어적 현실주의 학자인 잭 스나이더(Jack Lewis Snyder)가 비슷한 주제로 foreignpolicy에 기고했다. One World, Rival Theories 잭 스나이더는, <제국의 신화>에서 제국들이 제국주의적으로 과잉팽창/과잉확장(overexpansion)하여, 제국에 위협을 느낀 대항 세력들의 동맹을 형성시키는 자기 포위(self-encirclement)현상으로 스스로 무너지는 자기 파멸적 행동을 분석하였다. 그는 민주평화론의 주장과는 달리, 민주화 과정 초기에 있는 국가는 평화를 추구하는 대신 오히려 폭력적인 대외 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는 연구로 유명하다. Foreign Affairs, Jack Snyder

방어적 현실주의에 대한 미어샤이머의 견해이다.
자기 파멸적 행동?
...
자신의 힘에 대해 만족해하는 강대국은 별로 없다. 강대국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관한 이상의 서술은 사실 방어적 현실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가 아니다. 잭 스나이더Jack Snyder는 "영토확장을 통해 안보를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산업화 시대 강대국들의 대전략에 만연되었던 이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더욱이 그는 과거 강대국들의 행동에 대한 자세한 연구 결과인 그의 저서 <제국의 신화>에서 강대국들이 공격적 성향을 갖는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엄청난 자료들을 제시했다.

혹자는 역사에는 강대국들이 공격적으로 행동한 사례들이 수 없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들이 공격적 현실주의에 의해서 설명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방어적 현실주의자들이 대부분 공감하는 이 주장의 근거는, 팽창은 잘못 인도된 결과라는 데 있다. 실제로 그들은 팽창을 국가의 자살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정복은 대가가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팽창을 시도하는 국가는 궁극적으로 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국가들이 "감축정책, 선택적 유화정책, 주변영역보다는 핵심영역 강화하기, 혹은 우호적 무시(benign neglect) 정책을 추구하면서 현상유지 정책을 취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국가들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 비전략적 행동의 증거이며, 그런 행동은 국제체제의 요구로부터 도출되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처럼 나쁜 행동은 일차적으로는 사악한 국내정치적 요인 때문에 야기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점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이미 논의한 바 있지만, 역사적 사례들을 살펴보면 정복이 언제나 아무런 대가도 없었던 일은 아니었고, 공격을 감행한 나라가 공격을 하기 이전보다 상황이 언제나 더욱 나빠진 것만도 아니었다. 팽창정책은 때로는 진짜 큰 이득을 가져다주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더구나 강대국들이 공격적으로 해동하는 것은 국내정치의 사악한 요인 때문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냐하면 대단히 다른 종류의 정치체제를 가진 거의 모든 종류의 국가들이 공격적 군사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공격을 회피하고 현상유지를 위해서만 노력하는 정치체제 혹은 문화(민주주의를 포함해서)는 최소한 한 가지 사례라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또한 강대국들이 자신의 공격적 성향을 대폭 낮추는 특히 위험한 시기(예를 들면 핵 시대)가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역사적 사례도 없다. 확장 정책이 본질적으로 잘못 인도된 정책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지난 350년 동안의 역사에 나타났던 모든 강대국들이 국제체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방어적 현실주의자들의 저술 중에서 보다 정교하며 위의 입장에서 약간 후퇴한 입장을 표명한 연구결과들을 찾아볼 수 있다. 비록 방어적 현실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정복은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또 한편 공격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어느 정도 혼란스러운 전망에 기초하여 그들은 공격자의 세계를 "팽창주의자"(expander)와 "과도팽창주의자"(over expander)의 세상으로 구분한다. 팽창주의자란 기본적으로 영리한 침략국으로 전쟁에서 승리하는 나라다. 그들은 오직 제한적 의미에서의 확장만이 전략적으로 타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지역 전체를 지배하려는 시도는 자기 파괴적 행위다. 왜냐하면 예외 없이 큰 욕망을 가진 국가에 대항하는 균형 연합이 형성될 것이고, 공격국은 파멸적 패배를 감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팽창주의자들은 때로 전쟁에 패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재앙의 조짐을 보자마자, 패배에 당면하여 신속히 후퇴한다. 본질적으로 그들은 빨리 배우는 학생(good learner)이다. 방어적 현실주의자들이 보기에 비스마르크는 영리한 팽창주의자의 전형이다. 왜냐하면 비스마르크는 유럽의 패권국이 되겠다는 운명적 실수를 범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차례의 전쟁에서 계속 승리를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소련도 영리한 침략국의 전형으로 간주된다. 소련은 유럽 전체를 정복하려는 의도는 없는 것처럼 현명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팽창주의자(over expander)들이란 비이성적 공격자들로서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시작하며, 또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쟁을 중단시켜야 할 시점에서 영리하게 끝내지 못하는 나라들을 의미한다. 그들은 특히 무모하게 지역적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강대국들이며 이들은 역사적으로 예외 없이 재앙적 패전을 경험했다. 방어적 현실주의자들은 이 나라들은 좀 더 신중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패권추구는 예외 없이 실패로 귀결된 것이 역사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계속해서, 이러한 자기 파멸적 행동은 왜곡된 국내정치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존 미어샤이머,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295~297p

4. 주요 정견

2011년 The End of the American Era 라는 글을 National Interest에 기고하여, 동시기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와 비슷하게 미국 쇠퇴론을 주장하였다. 미국이 1990년대 처럼 단극질서의 초강대국으로서 세계패권의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는 끝났으며, 미국이 강대국들 중에서는 여전히 가장 강하겠지만, 세계를 더이상 마음대로 이끌지는 못 할 것이며, 세계는 다극화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강대국의 흥망, The Unipolar Moment, Liberal Leviathan, Colossus, The Post-American World 등의 관련된 내용의 저서들을 언급한다.

2016년에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붕괴하고 있다는 글을 기고했다. The Collapse of the Liberal World Order

주요도서로 미국 길들이기가 있다.

미어샤이머와 공동으로 이스라엘 로비를 저술하였다. 친 이스라엘 로비단체인 AIPAC이 미국 정치에 간섭하여 좌지우지 하며, 정작 미국의 이익에 손실을 끼치는 것에 강한 반감을 표한다. 이스라엘 때문에 반미주의가 강화된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특별 대우를 청산하고 보통 국가처럼 대할 것을 주장한다. 2024년 5월 현실주의자들이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이유를 포린 폴리시에 기고하였다. Why Realists Oppose the War in Gaza
  •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달 전인 1월19일 미국 시사전문지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미국의 자유주의 환상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가져왔다”고 진단하며 미국과 서방의 공세적 가치 외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촉발할 것으로 주장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선은 우크라니아 사람들이 전쟁이 발생하면 그들 자신이 가장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미국이나 러시아 어느 국가와도 동맹을 맺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한 직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유럽과 미국이 이 전쟁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긴장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으로 미국, 나토 책임론에 동조적인 견해는 존 미어샤이머와 비슷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침략 책임을 희석시키고,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에 일방적인 양보,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판도 받는다.[4]
    2024년 3월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켜서는 안된다는 글을 포린 폴리시에 기고하였다. NATO Should Not Accept Ukraine—for Ukraine’s Sake, 아카이브
  • 미국 외교의 대전략(The Hell of Good Intentions)'를 통해 1992년 냉전 종식 후 약 30년의 세월 동안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쇠퇴했다고 진단했다. 미·중은 과거 미·소가 그랬듯 치열한 안보 경쟁에 돌입할 것이고 미국은 냉전 이후 폐기한 세력 균형 전략을 다시 채택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즉 미국이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려면, 유럽과 아시아에서 역내 세력 균형이 무너질 때만 개입하는 힘의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련이라는 거대한 적을 두고 겸손하고 신중한 대외전략을 펼쳤던 게 역설적으로 지난 세기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원천이었다는 게 저자의 진단. 과도한 자유주의 패권을 추구하는 무능하고 기생적인 세력들이 미국 사회의 주류의견에서 퇴출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굳이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을 포용해 한·중 경제 관계를 보호하려는 유혹을 느끼겠지만, 결국 중국의 변덕에 놀아나는 결과에 처할 수 있다고 하였다. #
대안: 역외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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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균형은 미국이 지향하는 모습에 맞춰 세계를 개조하는 대신, 세계적 세력균형에서 미국의 위치에 관심을 두면서 다른 나라가 미국을 위협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힘을 투사하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둔다. 따라서 역외균형은 미국의 사활이 걸린 이익이 직접 위협받을 때에만 해외에서 힘을 사용하라고 요구한다.
특히 역외균형에 따르면 미군을 보내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관한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일부에 불과하다. 첫 번째로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서반구 그 자체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적 위치는 어떤 이웃 국가도 미국 본토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처럼 운이 좋은 상황은 다른 어떤 주요 강대국도 누려본 적이 없는 호사이다.

하지만 고립주의자와는 달리 역외균형론자는 멀리 떨어진 세 지역인 유럽, 동북아시아, 페르시아만 지역이 미국에 중요하다고 믿는다. 유럽과 아시아는 산업강국과 잠재적 군사강국이 밀집한 핵심지역이어서 아주 중요하다. 페르시아만 역시 전 세계 석유의 약 30퍼센트를 생산하고 있고 확인된 매장량이 전 세계의 5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석유와 가스가 여전히 세계경제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현재로서는 중요하다.
역외균형론자로서는, 마치 미국이 현재 서반구를 지배하는 것처럼 지역 패권국이 등장해서 이러한 지역들 중 어느 한 곳을 똑같이 지배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 유럽이나 동북아시아에서 그런 국가가 출현한다면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과 정밀무기 제조능력,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 힘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보다 더 많은 경제적 자원을 통제할 수도 있으며 군비 경쟁에서 미국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지역 패권국은 심지어 서반구에 있는 국가와 동맹을 체결할 수도 있고, 이 패권국의 본토가 주변국으로부터 심각하게 위협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 영토 가까이에서 간섭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유럽과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주변국을 신경 쓰느라 서반구나 미국에 매우 긴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역까지 진출해서 마음대로 누비지 못하게 역내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페르시아만에 패권국이 등장하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런 국가가 이 지역으로부터의 석유 공급을 방해할 수도 있고, 세계경제에 피해를 주고 미국의 번영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 지역을 통제할 필요는 없다. 이 지역이 다른 주요 강국, 특히 미국에 필적할 만한 경쟁국이 장악하지 못하게 하기만 하면 이런 핵심적인 전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역외균형이 어떤 식으로 작동할 것인가?

역외균형 전략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 기관의 적절한 규모와 역할은 핵심 지역 내 권력분배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 만약 유럽이나 동북아시아, 혹은 페르시아만에 두드러진 패권국이 없다면 미국이 지상군이나 공군을 그 지역에 배치해야 할 이유가 없고, 다른 주요국을 왜소하게 보일 정도로 방대한 외교 안보 조직도 거의 필요없다.

만약 잠재적 패권국이 등장한다면 미국은 첫 번째 방어선으로서 일단 현지 세력에 의존해야 한다. 이 나라들이 먼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스스로 역내 안보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물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만약 특정한 역내 국가가 정복당할 위기에 처하면 지원하겠다고 약속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대규모로 미군을 배치하지 않고 자제해야 한다. 일부 경우에는 해외에 소규모 파견대와 정보수집 시설, 혹은 사전 배치된 물자를 유지하는게 현명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국가가 자신이 속한 지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역내 국가들이 더 큰 이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미국은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역내 국가들이 그들 스스로 잠재적 패권국을 봉쇄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역내균형을 미국에 유리하게 바꿔놓기 위해 반드시 이 지역에 충분한 군사력을 투입해야 한다. 만약 역내 국가들이 그들 스스로 균형을 유지할 수 없다면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미군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가령 미국 지도자들은 서유럽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소련을 봉쇄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냉전기 내내 유럽에 대규모의 미 지상군과 공군을 유지했다.

다른 경우로서, 만약 어느 한 편이 지역 패권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 미국은 전쟁이 시작된 후에 개입할 수도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은 이런 식으로 참전했다. 두 번 다 독일이 전쟁에서 승리해서 유럽을 지배할 것처럼 보이고 나서야 미국이 늦게 참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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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패권 때문에 미국은 낯선 곳에서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데 전념하게 되고, 때로는 군사점령까지 해야 하며, 항상 현지의 정치 시스템을 좌우하려고 하게 된다. 이런 시도를 할 때마다 항상 지역사회로부터 민족주의적인 반감을 초래하기 마련이며, 때로는 테러리즘을 비롯한 폭력적 저항까지 촉발한다. 동시에 정권 교체를 통해 미국의 가치를 전파하려고 할수록 현지 제도가 손상되며, 정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그리하여 자유주의 패권은 테러리스트를 부추기며 이들의 활동을 용이하게 해준다.

역외균형은 대규모의 사회공학을 기피하고 미군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경감시킨다. 어떤 특정한 나라가 아주 중요한 지역에 위치해 있으면서 잠재적 패권국으로부터 위협받을 때만 미군이 주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잠재적 피해국이 미국의 보호를 고맙게 여기며 미군을 점령군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위협이 사라지면 미군이 수평선 너머 멀리 사라지고 현지 정치에 간섭하지도 않을 것이다. 역외균형은 다른 나라의 주권을 존중함으로써 반미 극단주의의 강력한 원천인 민족주의적 분노를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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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균형은 오늘날 급진적인 아이디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수십 년 동안 미국 외교 정책을 위한 기본 논리를 제공했다. 미국 정부는 19세기에 강력한 국가 건설과 서반구에서의 패권 구축에 골몰하고 있었다. 미국이 이 목표를 1900년 즈음에 달성했으나 계속해서 강대국들끼리 서로를 견제하도록 했으며,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그랬듯이 전략적인 핵심 지역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곳에서 세력균형이 붕괴할 때만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미국 정책은 냉전기에도 똑같은 논리에 따라 움직였지만 때로는 상황에 맞춰 다르게 대응해야 했다. 유럽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소련을 봉쇄하지 못했기에 미국은 유럽과 동북아시아 "역내"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을 구축했고,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두 지역에 주둔시켰다. 동북아시아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소련이 일본을 더 위협하지 못하게 하려고 한국전에 참전했다.
미국 외교의 대전략, 327~332p, 스티븐 월트

[1] 이러한 월트의 방어적 현실주의 강조는 그의 직계 스승인 20세기 국제정치학의 거장 케네스 월츠가 정립한 '구조적 현실주의'(structural realism)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두 개념은 사실상 비슷한데, 이는 미어샤이머가 구조적 현실주의를 방어적 현실주의라고 지칭해서 자신의 공격적 현실주의와 대조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2] 월트는 강대국의 경우에는 균형, 약소국은 편승을 선택하기 쉽다고 주장한다. [3] 다만 월트는 편승보다는 균형이 우세한 현상이라고 인정한다. [4] 이러한 비판의 대표적 인물로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명예교수 마이클 왈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