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2 19:11:52

수맥


1. 개요2. 개념의 성립3. 수맥과 무덤4. 악영향?

1. 개요

수맥이란 지하에 흐르는 지하수의 흐름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이 수맥이 흐르는 곳에선 건강이 나빠진다거나, 장사가 안된다거나, 무덤의 봉분이 내려앉는다 하는 등 불운이 생긴다 여기는 풍조가 있다. 그래서 집에 우환이 생기면 전문가를 불러 지하에 수맥이 흐르는지 알아보기도 한다. 땅 속의 수맥이 외부에 갖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원인은 수맥이 수맥파라는 파동이나 이상지 자기를 발산하기 때문이라는 설로 설명된다. 다만 모두 과학적 근거는 없으며 일각에선 지하수에 흐름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수맥을 감지하는 수단이랍시고 다우징 로드 O-ring 테스트는 물론 스마트폰의 자기장 센서로 수맥을 감지한다고 주장하는 앱까지 별의별 물건들이 나와 있지만,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어 수맥을 판별하지 못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2. 개념의 성립

수맥이란 개념의 시초는 서양에서 형성됐으며, 수맥 찾기는 '다우징(dowsing)'이나 water divining 등의 개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한국에 이 개념이 도입된 시점은 100여 년 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도 시신의 자리에 물기가 있으면 흉하다는 등 풍수지리 개념에서 파생된 나름의 기초적 개념이 있기는 했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84년 무렵이라고 한다. 이는 기후적인 차이로 설명될 수 있는데, 서양은 기본적으로 비가 고르게 오고 뻘밭인 지형이 대다수라 건물을 지을 때 이러한 요소들에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서양에서 수맥 개념이 발달한 근본적인 이유는 건설에 있어 지하수 상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일단 수맥이 있으면 건설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기초공사에 영향을 준다. 지반에 물이 많으면 웬만한 기초공사로는 기반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부실공사가 이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애초에 건물을 짓다가 물이 나오면 온천이나 우물이라면 몰라도 사람이 사는 집터가 되기는 어렵다.

서양에서는 창고 용도로 지하실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지하실 근처에 수맥이 있으면 습기에 의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다. 예전 서양 가정에서는 지하실에다 감자를 보관하는 등 식료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많이 썼는데, 식료품을 장기보관하려면 지하실이 건조해야 했기 때문이다. 수맥 가까이 지하실을 만들 경우 습기가 차다 못해 심하면 물이 차는 경우도 있다.

특히 위성도시를 계획하거나 재개발로 과거 논이었던 곳들을 개발할 때 수맥의 존재가 큰 영향을 끼친다. 당장 페트병 정도 깊이의 물줄기라도 형성되어 있으면 그 일대는 습기가 충만하다는 뜻이 되니 물길을 끊거나 높이가 낮은 건물들만 세우도록 도시구획을 지정하기도 한다. 이렇듯 집터에 수맥을 고려하는 건 원래는 나름 현실적인 이유로 시작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미신적인 요소를 띠기 시작했다.

3. 수맥과 무덤

선산 무덤에서도 실제로 지하에 수맥이 흐르지 않는 묘지는 봉분이 깨끗하고 잔디가 고르며 주변의 나무들도 잘 자란다. 반면에 묘지 아래에 수맥이 흐르고 있는 곳에서는 지하 수맥의 음압으로 인해 지표면이 조금씩 내려앉아 봉분이 내려앉고 잔디가 서서히 죽거나 억새가 뒤덮여 있는 현상이 생기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4. 악영향?

수맥은 '수맥파'라는 파동을 발생시켜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수맥파는 '땅 속에서 흘러 그 진동을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으며 인체에 극악한 영향을 미쳐 만병의 원인이 되는' 무안단물의 반대되는 속성인 파장이라고 설명된다. 각종 건물의 부실 원인이나 귀신 등 헛것을 보거나 이유 없이 몸이 쇠약해진다고 생각되는 경우 원인이 수맥에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소위 '기가 센 자리'라고 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맥 자리를 피하거나, 수맥 흐름을 거스르지 않도록 자리를 잡는 방법을 쓴다. 특히 눕거나 잘 때에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수맥이 워낙 크거나 복수의 수맥이 다방면으로 흘러 피하거나 할 수 없을 경우인데, 이때는 최종병기로 동판, 즉 구리판을 사용한다. 수맥전문가들 말로는 수맥의 영향을 70% 정도 막아준다는데, 인체 바로 밑에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작은 동판을 이어서 쓸 경우에는 반드시 각 판들끼리 겹치게 해 틈을 없애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1] 방사능 막나?

하지만 수맥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정말로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쳐도, 이미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일러로 데운 온수로 바닥 난방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전부 다 환자라고 주장하는 셈

다만 수맥이 정말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는 있는데, 지하수가 빠지면서 공동이 생기거나 반대로 지하수가 지반에 스며드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집이나 묘를 떠받드는 지반이 약해지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있고, 꼭 그렇지 않아도 천천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동이 수면 등에 방해를 주면서 생활 흐름을 깨게 된다. 물론 이 정도까지 가는 건 수맥 따위가 문제가 아닌 싱크홀이나 지진 수준의 최악의 상황이므로,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그냥 없는 셈 치고 넘어가도 된다.

게다가 이런 영향마저 과거 건축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의 얘기지, 요즘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충분히 수맥을 통제할 수 있다. 건물을 짓기 전에 터를 팔 때 미리 지하수를 최대한 빼놓는 것이 그런 예인데, 제아무리 큰 수맥이라도 터를 파서 드러낸 시점에서는 (퍼올리고 메꾸기만 하면 되는) 평범한 지하수일 뿐이다. 지반에 대한 과학적 조사 같은 방법을 통해서도 수맥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다우징 로드 따위보다 이런 전문 장비를 쓰는 게 훨씬 과학적이다. 상술한 보일러 같이 물의 흐름이 '제어'되는 경우라면 물이 요동칠 일이 없기에 수맥 문제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수맥이 나오기라도 했다면, 실제로는 지반 침하 등의 노후화 또는 부실공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점검을 받는 게 낫다.


[1] 복층 건물이면 모든 층에 일일이 동판을 촘촘하게 깔아야 한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