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7 12:35:26

사이드 공영권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1. 개요2. 설명3. 비판4. 현실성5. 하지만...
5.1. 소데츠키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5.2. 대극점에 선 주인공들의 문제점
6. 기타

1. 개요

기동전사 건담 UC에 등장하는 구상.

소데츠키의 수장 풀 프론탈 지구연방을 타도하기 위해 구상하고 있던 것으로, 작품 후반까진 언급이 없다가 미네바 라오 자비가 그에게 라플라스의 궤를 손에 넣은 뒤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으면서 그 윤곽이 드러난다.

명칭을 볼 때 현실의 대동아 공영권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2. 설명

달과 7개 사이드의 연계를 강화하여 중앙을 제외한 경제권을 확립한다. 즉, 사이드 공영권의 건설. 각 사이드가 경제 협정으로 지구를 배척한다면, 지구는 경제적으로 어떠한 가치도 없는 시골이 된다. 연방정부도 대처할 수 없게 되겠죠. 이 역할에 합당한 것이 유일 지온 공화국뿐입니다.

현재 지구연방의 힘이 되는 경제력의 원천은 달과 콜로니 일곱 사이드로, 달과 콜로니 사이드들이 경제 협정을 맺어 중앙권(=지구)을 배제한 새로운 경제권을 확립해 지구를 고립시킨다면 연방은 자연스럽게 무너진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의 지구는 표면적으론 세계의 중심지라곤 해도 이미 몇 번의 전쟁으로 인한 피해로 크게 오염된 데다가 자원도 거의 고갈되어 낙후된 상태인 반면, 스페이스 노이드들은 지구 없이도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콜로니 사이드들과의 연결고리가 끊긴다면 지구는 촌락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지구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연방도 더 이상 틀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현재 세계의 강자와 약자 구도를 뒤집어 스페이스 노이드를 강자의 위치에 서게 하는 것. 그리고 기존 지온과 네오 지온의 근간에 있던 연방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하게 한다는 발상을 버리는 것.

그러나 전 사이드권 규모의 새로운 경제권 확립은 전쟁이 아닌 제도적 합의를 통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각 콜로니 간 연계를 이러한 형태로 합일시키기 위해선 합법적인 총괄 구심점이 필요하다. 현재 그것이 가능한 후보지는 과거 지온공국이었던 사이드 3. 이는 사이드 3가 과거 협정을 통해 콜로니 사이드 중에서도 형식적으로나마 유일하게 자치권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중 무대가 되는 UC 96년에 이르러선 이 자치권의 반환이 4년 뒤로 다가온 상황이었다. 그리고 연방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인지 스페이스 노이드 압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예가 바로 UC 계획.

이 때문에 프론탈은 연방의 아킬레스 건이라 할 수 있는 라플라스의 궤를 손에 넣은 뒤 정치적 거래를 통해 사이드 3의 자치권 반환을 연기하고, 그 사이 사이드 공영권을 이룰 심산이었다. 단, 궤의 존재는 공개하되, 내용은 숨기는 것으로 비스트 재단과 비슷하게 정치적 거래에 쓰려는 목적이 더 강하다.

3. 비판

- 샤아가 아냐! 내가 아는 샤아 아즈나블은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 그건 타당하고 인류를 영속시키기 위한 유일무일한 현실적인 길일지도 모릅니다.
- 하지만 그걸 정말로 미래라고 부를수 있는가?
미래란 지금과는 다른 시간, 보다 좋은 세상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었나?
미네바 라오 자비, 풀프론탈을 부정하며

이에 대해 방송으로 듣고 있던 넬 아가마측 승무원들, 그리고 에코즈 대원 일부는 논리적으론 앞뒤가 맞는다는 반응을 보였고, 실제 작중에서도 대체로 논리적으로는 타당하다는 묘사다. 그러나 미네바는 이에 대해 과거 지구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면서까지 전 인류의 혁신을 이루려 했던 샤아 아즈나블의 광기, 그 열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그녀에 의하면 단지 지구와 우주의 서열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양 계열의 화합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바뀌지 않는 자에게 바뀌라고 강요하는 것보단 바뀌지 않는 자를 무시하면 된다고 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것. 거기다 그렇게 지구를 몰아세우면 지구 역시 경제적으로 자립을 이루려 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핍박된 빈곤 속에서 자란 세대가 스페이스 노이드에 대한 증오를 품어 1년전쟁과 같은 어스노이드-스페이스노이드 간 대립의 격화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 약자로서 박해받는 스페이스 노이드를 강자에 세울 수는 있지만 단지 그 뿐이며 샤아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지온 즘 다이쿤의 이상은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나지 링크스가 유니콘을 통해 느꼈던 모두의 염원이 모인 듯한 따뜻한 빛을 거론하며 인류 혁신의 가능성을 피력했으나, 이에 프론탈은 " 그보다 더욱 커다란 기적의 빛을 인류는 보았다. 그러한 가능성을 목격하고서도, 인간은 그저 현재에 안주해 미래의 가능성을 묻어버렸다."며 그러한 인간의 현실을 인정하고 전 인류가 살아갈 타협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방법은 극단적이었으나, 마지막까지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행했던 샤아 아즈나블 풀 프론탈 자신의 차이, 인류 혁신을 향한 의지와[1] 인류를 향한 사상적 차이가 드러났던 장면이다.[2]

사실, 이 구상이 실현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콜로니의 우위성'이 '지구의 우위성'보다 훨씬 미약하다는 점이다.

우주세기에서 지구와 스페이스 콜로니의 격차는 단순한 정치적·경제적 요소만이 아니다. 스페이스노이드의 정서에는 '지구에 대한 동경'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고, 지구에서 거주하는 것은 일종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것이 기동전사 건담에서부터 기동전사 V건담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묘사된다. 예를 들어 기동전사 건담에서 화이트 베이스에 탑승하고 있던 피난민들은 지구에 도착하게 되자 인질을 잡는 억지를 쓰면서까지 지구에 내려달라고 부탁하며, 기동전사 크로스본 건담에서는 스페이스 콜로니라는 '불안정한 인공 구조물'은 결국 '지구의 자연'을 대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체적으로는 자원도 고갈되고 오염도 심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인구 밀집 지역의 인문·지리적 거주 편의성은 지구가 월등하다는 것이 우주세기 지구의 현실인 것.

역샤에서 샤아가 말한 "중력에 혼이 사로잡힌 자들"이란 말은 사실 지구연방, 어스노이드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전작들을 생각해보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당장 1년 전쟁 당시 지온 공국부터 시작해서 진짜 스페이스노이드들이 주로 지온의 이름을 내걸고 연방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건 단순한 자치권 싸움이 아니다. 공국 시절부터 역습의 샤아, UC에 이르기까지 지온계 세력들이 원한 것은 순수한 자치 및 독립이 아니다. 1년 전쟁 때 루움 전역 이후, ZZ 때 하만의 네오지온 전성기, 역습의 샤아에서 액시즈 떨구기 이전 샤아가 연방 정치인들 상대로 정치 공작하고 있을 때는 정치적 자치는 이미 달성한 상태였고, 연방에서도 충분히 타협할 용의가 있거나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온계 세력들은 학습능력이 없는 것처럼 항상 여기서 멈추지 않고 꼭 지구권 전체를 정복하려고 들다가 아무로, 카미유, 쥬도, 버나지 등 주인공들을 포함한 잘 살고 있던 민간인들까지 괴롭히다가 결국 지구권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되어야 할 스페이스노이드까지[3] 등을 돌리게 만들고, 결국 이게 나비 효과를 불러와 자멸하는 게 지온이다.

굳이 이런 극단적인 예가 아니라도, 우주세기 내내 사실 스페이스노이드들은 지구 문화에 대한 동경, 열등감이 가득하고, 지구에 대한 감정이 한편으론 증오스런 연방 어스노이드 기득권 억압자, 수탈자들이 살고 있는 콜로니 떨구기로 싸그리 밀어버릴 저주받은 곳이지만, 또 한편으론 지구를 수탈하고 있는 어스노이드들보다 오히려 더 지구를 신성시 및 성역화하며[4]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근본적으로 스페이스노이드도 인간이고, 인류의 고향이 지구인 이상 스페이스노이드들도 지구에 대한 선망, 그리움, 애틋함이 있고, 이런 감정이 왜곡돼서 폭력적인 형태로 표출되는 정복욕, 소유욕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인류의 가치관은 어떻게 되었든 지구를 차지한 세력이 강력한 기득권을 누리는 '지구의 우위'를 절대적으로 보장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지구연방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정부를 만든다고 해도, 이는 과거의 에우고처럼 지구연방을 답습한 또 다른 지구연방이 될 뿐이다. 샤아가 그렇게 대량 살상을 수반하는 극단적인 구상을 추구한 것도, 이 '지구의 우위'를 핵심 원인으로 보고 그 자체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었다.

4. 현실성

도덕적인 잣대를 치워두고 봐도, 프론탈의 이런 구상은 이뤄질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우선 그 시점에서 라플라스의 궤를 거머쥐어 은폐하려 혈안이 되어 있던 마사 비스트 카바인이나 로난 마세나스 모두 연방에 대한 영향력이 지대한 데다, '상자를 손에 넣을 수 없을 바엔 아예 없애는 게 낫다'는 극단적 결론을 내린 상태[5]였고, 그를 위해 그리프스 2 콜로니 레이저까지 동원했다.[6]

설령 정말 정치적 거래가 이뤄져 사이드 3의 자치권 반환이 뒤로 연기된다 해도, 그 뒤 경제적인 고립을 막으려는 연방의 무력 개입이 일어날 것이 자명한 만큼, 드러나지 않는 곳이라 해도 결국에는 무력 충돌로 이어질 것이고, 이 경우 지온의 잔당의 잔당밖에 안 되는 소데츠키로서는 그걸 저지하기 어렵다. 제아무리 경제적으로는 스페이스 노이드가 우위라고 해도, 군사력은 연방이 꽉 쥐고 있다. 연방이 그때까지 버텨왔던 건 군사력을 장악했고 지구 자체도 1년 전쟁 때 보여줬듯이 경제적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경우 크게는 연방군을 상대로 총력전을 벌일 각오를 해야 한다. 그 동안 그리프스 전역 이래로 전쟁의 크기가 작아진 건 연방 내에서의 내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이드 공영권이 이뤄질 경우 그 규모는 1년전쟁 당시 지온 공국보다 몇 배는 더 클 텐데, 연방은 절대로 이런 정치집단의 성립을 인정할 리가 없다. 거기다 정말 샤아가 맞는가 의구심이 제기되는 프론탈로서는 콜로니의 뜻을 하나로 모으기도 어렵다. 무엇보다도 지온의 전성기였던 1년 전쟁 당시에도 기렌 자비가 언급했듯 지온의 국력은 연방의 1/30 이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연방과 지온의 격차는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진 않았다. 잔당의 잔당밖에 남지 않은 현재의 지온으로선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론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7]

그리고 작중 풀 프론탈의 발언대로 만약 소데츠키가 궤를 손에 넣게 되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 유니콘 7권의 풀 프론탈이 사이암에게 말했던 것처럼, 궤의 내용물은 연방의 존재 자체를 무너뜨릴 수는 없을지언정 뒤흔들 수 있는 효과는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거기에 사이암이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당시의 사건을 벌인 범인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연방의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조르주 마세나스가 본인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게 되면 크리티컬이 되겠지만, 아무리 잘해도 연방 내 집권세력 물갈이 이상을 바랄 수는 없다.

또한 소데츠키의 전력이 전성기 지온 및 액시즈, 역사 때와 비교해서 너무나도 약소하다. 그나마 연방군이 지온 공국, 데라즈 플리트, 내전, 액시즈를 거치며 전력이 급감했던 2차 네오지온 항쟁 당시 연방의 수도였던 라사를 날려버리고 연방 함대를 농락함과 동시에 엑시즈로 지구권의 인류를 위협했던 샤아의 네오 지온만도 못한 마당에, UC계획이니 뭐니 하면서 우주군 재건 계획을 굴리는 현재, (OVA 한정) 제아무리 단신으로 1개 함대를 제압할 수 있는 네오 지옹이 있더라도 그것을 받쳐줄 다른 전력이 없다. 콜로니 레이저도 즉시 사용 가능한 데다, 레이저 공격을 가해줄 다른 콜로니, 수천 발의 핵 미사일, 그마저도 부족하면 솔라 시스템 등을 다시 설치해서 총공격을 가하면 네오 지옹이래봤자 오래 못 버틴다. 그나마 저런 말도 오버스펙 모빌아머조차도 없는 원작 기준으로는 더 답이 없다.

결론적으로는, 풀 프론탈이 미네바 앞에서 사이드 공영권을 설명한 시점에선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 사이드들의 공영권을 지켜줄 만한 군사력을 형성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지온 공화국조차 구식 무사이를 운용하는 상황이고, 사이드 공영권을 위해서 지온 잔당들이 조력한다고 해도 팔라우 전투와 토링턴 습격에서 다 날려먹었다.[8]
  • 사이드 공영권을 다른 콜로니들이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다. 당장 스페이스 노이드의 독립운동이 가장 강력했던 1년 전쟁 당시에도, 지온 공국에 반대하여 지구 연방의 편을 고수하거나 아예 중립으로 돌아선 콜로니들도 존재했다.[9] 또한 지온이 지구 강하 작전을 시행해서 지구 연방이 진짜로 멸망할 듯했던 시기에조차 나머지 콜로니들이 지온의 편에 선 것도 아니었다. 즉, 단순하게 "스페이스노이드들이 정치적으로 불이익을 받으니까 우리끼리 뭉쳐서 지구 연방에 대항하자!"라는 주장만으로는 실질적인 콜로니들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 라플라스의 궤의 영향력도 극히 미약하다. 어찌 어찌 풀 프론탈이 라플라스의 궤를 손에 넣었다고 해도, 진실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 결정적으로, 연방이 사이드 공영권이 실현되는 것을 손 놓고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규모 적대 세력이 없음에도 우주군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그 전력을 써먹을 대규모 적대 세력을 만들어 주는 격이 된다. 무엇보다 사이드들의 방위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연방군이 행동에 돌입한다면 지구 연방에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기 전에 제압을 당할 수도 있다.

줄이자면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다. 그나마 1년 전쟁 당시 지온이 우세했던 시기나, 못해도 그리프스 전역 당시가 실현 가능했을 시기였다. 오히려 이때야말로 지구 점령을 포기하고 유리한 입장에 서서 휴전 협정을 제안한 다음에 사이드 공영권을 만들었으면 정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해봐야 연방이 군사 진압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진압되던가, 아니면 단합한 콜로니가 전쟁을 일으켜서 제2차 일년전쟁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콜로니가 이기면 사이드 공영권이고 뭐고 할 필요도 없어진다. 문제는 연방은 항상 사이드를 감시하고 있으며, 여차하면 군사개입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방군 주력 88함대는 기본 임무가 사이드 제압이고, 모든 사이드들이 감시하에 있다. 2차 네오지온 항쟁 때 샤아가 활개를 치고 론도 벨 혼자서 다 처리해야 했던 것은 그 때문. 게다가 소데츠키보다 규모가 큰 네오지온조차 론도 벨 혼자서 대응이 가능했다. 이쯤 되면 대체 뭘 믿고 사이드 공영권을 주장하는 건지 알 수가 없을 지경. 전술했듯이, 사이드 공영권은 연방이 얌전히 있는다는 전제하에서만 성립된다. 차라리 이걸 빌미로 전쟁을 일으키려는 게 목적이라면 현실적이겠지만, 항상 매의 눈으로 사이드를 감시하면서 반란을 일으키면 때려잡을 생각만 하고 있는 연방이 모든 경제력을 빼앗기고 왕따가 될 동안 가만히 있는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 그나마 가장 가망이 보이는 게 사이드 공영권이라는 시점에서 정말로 스페이스 노이드는 답이 없다.

5. 하지만...

5.1. 소데츠키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이렇듯 현실성이 부족한 지나치게 긍정적인 전망(패권을 지구에서 콜로니로 돌리겠다는 점)만을 가지고 실행을 시도한 작전이지만, 사실 애초에 소데츠키 측에서는 그것 말고는 가망이 없긴 하다. 네오 지옹 같은 희대의 사기템이 없다면 당장 연방이 군대를 동원할 경우 손쉽게 쓸려나갈 수밖에 없는 게 지온의 잔당의 잔당, 즉 '테러리스트'인 소데츠키의 현실이다.

게다가 사실 프론탈이 이 작전 이후의 주도권을 가질 주체로 지온 공화국을 언급했듯이, 소데츠키의 배후에는 지온 공화국이 암약해 있다. 즉 애초부터 소데츠키는 지온 공화국의 사이드 공영권이라는 도박을 실행할 제물이었고, 이미 진작 소데츠키와의 연관성을 지워놓은 지온 공화국 측에서는 사이드 공영권이 되면 이득이고, 안 되어도 자신들에게 피해는 없으니 별 상관없는 것이다. 따라서 어차피 실패하면 버려질 운명인 소데츠키 측에서는 현실성 없는 작전이라도 시도할 수밖에 없는 것.

5.2. 대극점에 선 주인공들의 문제점

게다가 황당한 점은, 버나지 링크스 미네바 라오 자비 등 주인공 캐릭터들은 이런 현실성 없는 작전에 대해 질타하면서도 정작 작전 자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도 아니고, 미네바의 경우 "지온 다이쿤의 이상이나 샤아 아즈나블의 열정과도 반대된다.", "사이드 공영권이 실현되면 또다시 분쟁이 반복될 뿐이다." 버나지의 경우 "자신들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남일 이야기하듯이 차갑다.", "유니콘 건담에서 나온 빛이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줄 거다."라며 감성팔이에 가까운 반박을 늘어놓으며 라플라스의 상자를 무턱대고 공개하려 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은 사이드 공영권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아무리 공주님 출신 엘리트와 뉴타입이라지만, 고작 십대 고등학생인 두 사람이 거대한 정치권 속에서 지극한 이기주의와 이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가는 이 상황에 대해서 뭔가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10]

그리고 결국 최종화에서 미네바 일행은 끝내 상자를 공개했지만, 그로 인해 세상이 긍정적으로 바뀐다거나 하는 건 전혀 없었다. 결국 상자를 공개해서 뭔가 세상을 바꾸려 했던 주인공 일행과 상자가 공개될 것을 두려워해서 호들갑을 떨어댄 연방과 비스트 재단 모두 헛다리 짚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 그나마의 의의라면 연방과 공생하며 멋대로 재산을 불려 호의호식하던 비스트 재단을 침묵시켰다는 것 정도가 있겠지만, 이것조차 딱히 세상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똑같이 현실감각이 없다면 차라리 상자를 이용해서 연방을 협박해 뭐라도 해보려 했던 프론탈 쪽이 차라리 나았다는 의견도 있다.

6. 기타

팬들 사이에서는 지구를 통째로 멸망시키려던 샤아의 과격수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주장과, 샤아의 짝퉁다운 무리수 구상이라 깎아내리는 주장이 충돌한다. 전자는 샤아의 액시즈 낙하가 성공해 정말 지구가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 한들, 그것이 전 인류의 혁신 → 뉴타입화로 이어진다는 소리는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므로, 차라리 비교적 무혈의 방식인 콜로니 공영권이 낫지 않냐는 주장이고, 후자는 연방이 아무리 무능하더라도 잔당의 잔당에 불과한 소데츠키와 도련님 정치가인 모나한 바하로가 이런 어마어마한 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보긴 힘들다는 주장이다. 어느 쪽이건, 역습의 샤아 시절에 샤아 본인이 사이드 공영권의 실현을 시도했다면 성공 가능성은 최소한 UC 시점보다는 올라갔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지온의 후계자라는 정당성도 있고, 연막에 불과할지언정 연방과의 교섭이라도 했기 때문.

이후 방영되는 비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신작,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세계관의 사회를 통해 프론탈과 모나한이 만들려던 세계의 비극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게 된다. 지구를 따돌리고 각 사이드들의 공생을 통해 우주로 지배 권력의 주체를 바꾸고, 당시 우주세기 시대의 실태보다 더 차갑고 비윤리적이며 과거 티탄즈들이 스페이스노이드를 탄압하던 것 이상으로 지구권 인류를 억압하는 어두운 세계관의 실태가 잘 드러났기 때문. 결국 미네바와 버나지 등의 논리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대안이 없던 것과는 별개로, 프론탈이 고안한 세계관 또한 결국에는 그저 스페이스노이드만을 위한, 지나치게 편향된 권력구조의 문제점만을 가져올 계획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애초에 프론탈은 애초부터 억압받는 스페이스노이드에게 권력을 몰아주려고 했던 게 맞으니, 만약 정말 그런 사회가 실현됐다면 프론탈 본인은 만족했을 듯하다.

말을 듣지 않으면 독가스를 살포하는 놈들 말을 어떻게 믿냐고도 한다. 농담이 아닌 게, 애초에 지온계 세력의 근본적인 목적인 지구권을 필두로 한 인류 사회 정복이지, 콜로니 자립 '따위'는 결코 아니고, 사이드 공영권이 주장하는 무혈적인 방법을 통한 스페이스노이드의 인류 사회 주도권 탈취도 아니다. 근본적인 작품 외적으로 보면 건담은 건프라를 팔기 위한 전쟁 애니메이션이라서 전쟁이 끝없이 나와야 해서 그런 것이지만, 어쨌든 작품 내적으로 보면 지온은 전쟁을 하지 않거나, 전쟁 중에도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을 통해서 스페이스노이드들의 해방,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류 사회 주도권 탈취를 이룩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중력에 혼이 묶인 건 자기들도 매한가지라 늘 지구권 자체를 정복하거나, 극단적으로는 파괴하여 '정화'하려고 한다.

더 골치아픈 건, 건담 작품 자체에서 이런 스페이스노이드들의 지구에 대한 집착을 부정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지오니스트들이 이런 또라이 극단적인 짓을 저지르게 하는 지오니즘이란 사상 자체도 이론적인 근간 자체는 인류, 특히 어스노이드 특권층의 탐욕에 의해 박살난 지구가 회복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우주세기에선 이미 지구에서도 주로 제3세계, 사회적 약자, 빈민층들이 떠밀렸던 우주이민을 인류 전반이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듣기 좋은 내용이고, 이런 소위 '다이쿤식 지오니즘'에 대해서는 건담 작품 내적으로도 어느 정도 긍정한 바가 있다. 비록 외전이지만 오리진 초반부에서 지구 도입시 스페이스노이드 1세대 노인 피난민들이 손자들에게 지구 시절을 추억하는 얘기나, 기동전사 건담 MS IGLOO 시리즈 에피소드 중 하나에 나온 베르너 홀바인 소위가 바다를 동경하는 모습 등은 작품상으로 이러한 스페이스노이드들의 근본적인 지구에 대한 애착, 동경심에 대하여 따뜻하고 인간적인 본성으로 묘사하고 있다.

결국 스페이스노이드들도 지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막상 눈앞에서 지구가 정말로 박살날 것 같자 역샤에서 네오지온의 기라도가 파일럿들도 갑자기 태도를 전환하며 아무로와 함께 액시즈를 밀어내려고 한 것이다. 스페이스노이드들의 이러한 지구에 대한 애착은 근본적인 인간 본성이고, 다만 그 형태가 긍정적으론 저때 순수하게 어스노이드/스페이노이드 구분 없이 어머니 지구 자체를 구하려고 했던 기라도가 파일럿, 지구를 아끼는 마음에서 성역화하고자 했던 다이쿤부터, 나쁜 방향으론 기렌식 선민주의,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액시즈를 떨구어 박살낸다는 샤아의 뒤틀린 논리까지 너무나도 다양하게 표출될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주세기에서 스페이스노이드와 지온은 그 방법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뒤틀려있을지언정, 연어의 귀소본능처럼 지구권으로 귀환/정복을 노리는 것 자체가 본질이다.

그 수단이 평화적인 인류의 뉴타입 각성이든, 콜로니와 액시즈 떨구기든간에, 지오니즘의 골자는 인류 전체를 위해서 지구권을 가지고 뭔가 능동적으로 행동을 취하자는 거지, 단순한 자치권 싸움도 아니고, 원론적으로 따지면 인류 사회의 정치경제적 중심지가 우주로 이동하는 건 지구의 환경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인류가 자체적으로 우주이민을 한다는 지오니즘의 지향점의 부차적인 결과지, 본질이 아니다. 진짜 능동적으로 지구가 자체정화하도록 아예 비우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정치/경제적 흐름으로 지구를 고립시켜서 촌동네로 만든다는 건 지오니즘이 추구하는 것, 나아가 지금까지 이어진 우주세기 내에서 갈등의 핵심축을 굉장히 잘못 파악한 주장이다. 작중에서 미네바가 "지온 다이쿤의 이상이나 샤아 아즈나블의 열정"도 없다고 비판한 건 이런 문맥에서 봐야 한다.

물론 우주세기에 사는 스페이스노이드가 아니라 현실의 지구에 사는 관객들의 관점에선 지오니즘의 지향점이니, 샤아 아즈나블의 열정이니 해도, 어쨌든 비폭력적인 수단으로 인류의 경제정치적 중심을 이동시키는 게 콜로니나 액시즈를 떨궈서 지구권을 고립시키는 것보다 나쁘게 들릴 수는 없다. 애초에 이상이 높을수록, 의도가 순수하도록 대형사고와 유혈사태가 터지기 딱 좋다는 건 우주세기 건담에서 이미 여러 차례 해온 주장이고, 때문에 샤아의 '순수함'은, 황당한 스케일의 악행에 물들기도 쉬운, 나쁜 의미에서 '순진함'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UC 작중에서 프론탈과 모나한의 사상을 긍정할 수는 없으니 버나지와 미네바의 입을 통해 반박한 건데, 이게 연출력의 문제로 인해서 작중 시간대상으론 바로 전작인 역습의 샤아에서 샤아가 하려고 했던 짓과 연계하여 본작을 감상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에겐 영 설득력이 떨어지게 들리는 것이다.

여담으로 게임 킬존에서 헬간 제국의 지도자 스콜라 비사리가 이와 비슷한 것을 실현하고자 했다. 지구 정부인 UCN 휘하의 식민 행성들과 연계하여 UCN을 고립하려고 헬가스트군이 벡타 행성을 침공하는 것이 그 내용.


[1] 샤아의 ' 전 인류의 뉴타입화'라는 극단적이지만 범인류적 발전방안과는 달리, 네오지온만의 번영이라는 집단 이기주의적이며 현실 순응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2] 작중에서도 이에 실망한 미네바 라오 자비가 "내가 알던 샤아는 정말로 죽었군."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3] 아무로와 카미유는 어스노이드지만, 쥬도는 고향이 사이드 1 샹그릴라 콜로니인 스페이스노이드이다. 애초에 1년 전쟁 당시 지온의 본진인 사이드 3만 빼곤 다른 사이드는 아무 데도 지온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만 해도, 스페이스노이드라고 전부 지온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반지온 친연방 스페이스노이드도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설정상으로도 사이드 3가 지구에서 가장 멀고, 따라서 정체성도 가장 지구에서 독립적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다른 사이드에는 연방에 대한 자잘한 불만, 출신성분에 따른 유별의식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연방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는 스페이스노이드도 엄청 많았다는 뜻. 그러나 1년 전쟁 극초반 1주일 전쟁 당시 지온이 중립 콜로니의 중립 성향 스페이스노이드들을 독가스로 대부분 쓸어버려서 이후 남아 있는 스페이스노이드들은 친지온 성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4] 비록 그 결과는 콜로니 떨구기, 액시즈 떨구기 같은 짓거리지만, 어쨌든 지오니즘의 사상적 근간은 엘레즘, 즉 '지구성역주의'다. [5] 알베르토 비스트, "이젠 궤의 존속도 절대 조건은 아니다." [6] 다만 그리프스 2를 바로 사용한 건 아니고, 넬 아가마 측이 궤를 손에 넣고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지켜본 뒤 교섭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되자 그제서야 발사를 결정한다. [7] 여태껏 연방이 지온에게 쩔쩔매던 건, 네오 지온의 게릴라 전술과 크고 작은 내전 때문이기도 하다. 역습의 샤아 때도 그 모습을 알 수 있는데, 론도 벨의 뛰어남을 강조하는 면모도 있지만 기껏 있는 대로 모은 군사도 겨우 론도 벨 하나의 독립 부대에 막히거나 겨우 비슷한 정도에 불과했다. [8] 팔라우 전투는 먼저 공격을 받은 것이라고 해도, OVA 4화의 토링턴 습격이 1년 전쟁 ~ 2차 네오지온 항쟁의 모빌 슈트를 보여주는 훌륭한 화였지만 연방의 입장에서 보자면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벌이던 게릴라들이 갑자기 일망타진하기 좋게 한군데로 모인 것이나 다름 없다. 결과적으로 지온 잔당이 가진 최고의 비대칭 전력인 모빌 아머 샴블로가 파괴되고, 10년 넘게 버틴 베테랑들도 수없이 전사하였다. 신병 보충과 보급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지온 잔당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였던 셈이다. [9] 덕분에 지구연방 편에 든 콜로니들은 개전과 동시에 지온에게 대량살상무기를 세트로 공격받아서 몰살당했다.( 일주일 전쟁) [10] 다만 어디까지나 기준점은 현실이지 고등학생이 내놓는 대안이 아니므로 문제점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한마디로 풀 프론탈의 사이드 공영권은 현재 상황을 개악시키기 때문에(상술한 대로 지구 연방의 핍박 or 제2차 1년 전쟁) 이 둘이 거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