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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병신과 머저리 |
작가 | 이청준 |
장르 | 단편소설 |
발표 | 창작과비평 1966년 가을호 |
수록 | 병신과 머저리[1] |
1. 개요
병신과 머저리는 이청준이 1966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며, 1968년 제12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한국 근현대문학의 고전으로 불리며, 1인칭 관찰자 시점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6.25 전쟁에 참전한 PTSD에 시달리는 '형'과 전후(戰後)세대에서 명료한 주제의식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나'의 아픔을 주제로 한 전후문학(戰後文學)의 일종으로, 제목의 '병신'은 명확히 어딘가에 상처가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형'을, '머저리'는 그 아픔이 어디서 오는지조차 모르는 '나'를 상징한다.
2. 등장인물
- 나: 화자. 1960년대 전후(戰後)에 활동하는 화가.
- 형: '나'의 형으로 6.25 전쟁에 위생병으로 참전했으며, 현재는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10년 동안 묵묵히 의사 일을 해왔으나, 어느 날 가망이 없는 소녀를 수술했지만 그 아이를 구하지 못한 것을 계기로 병원을 휴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 아주머니: '형'의 아내로, 작품 내에서는 형이 과거 어떤 남자와 '아주머니'를 사이에 두고 사랑을 다퉜으나, 형의 악착스러운 집착을 보여준 것에 끌려 결혼했다고만 짧게 언급된다. 작품 대부분 등장하지 않는 형의 대변인같은 느낌으로 등장한다.
- 혜인: 형의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화가 지망생으로, '나'의 제자이자 연인 사이로까지 발전했으나 결국 헤어졌다.
- 김 일병: 형의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로, 6.25 전쟁 당시 형의 후임이었다.
- 오관모: 형의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로, 6.25 전쟁 당시 형의 전우였다.
3. 줄거리
이야기는 '나'의 '형'이 외과수술 중 한 소녀 환자를 살려내지 못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소녀는 원래부터 가망이 없었기에 죽은 것을 형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었으나, 형은 그 이후 의사 일에 데면데면해지다 아예 병원을 휴업해버리고 낮에는 방에 처박혀 어떤 '소설'을 쓰고 밤에는 외출하여 진창 술을 마시고 돌아온다. 나는 형이 무슨 소설을 쓰는지 알 수 없었으나 어느날 형의 서랍에서 그것을 발견하고, 그것이 과거 형이 나에게 '6.25 전쟁에서 패잔(敗殘)할 때 동료를 죽인 적이 있었다'라고 술김에 말했던 것을 구체화하여 쓰는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란다.한편 내가 과거 형의 친구에게 소개받아 제자이자 연인으로 지냈으나 결국 헤어진 '혜인'이 나의 화실로 찾아온다. 혜인은 자신이 이틀 뒤에 결혼한다며 그 청첩장을 나에게 전달하러 왔다. 나는 혜인과 과거 연인 관계로 발전했으나, 단지 '나'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 뿐이라는 이유만으로 헤어진 것을 떠올린다. 나는 다방에서 혜인과 마주앉아 화폭을 봐야 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박차고, 혜인은 '아무 말도 안 해주시네요' 라며 대꾸도 않고 사라진다.
나는 '형'이 쓴 소설의 서장을 떠올린다. 서장에서 형이 어릴 적 겨울에 사냥꾼을 따라 노루 사냥을 나선 기억을 서술하고 있다. 눈이 만발한 산에서 형이 따라간 사냥꾼은 노루를 발견하고 총을 쐈으나 급소를 피해갔기에 노루는 도망갔다. 형은 사냥꾼을 따라나서며 해가 질 때까지 하얀 눈이 쌓인 산에 붉은 선혈 자국이 남은 장면만을 반복해서 바라본다. 형은 그것을 버티지 못하고 저녁에 홀로 산을 내려와 온종일 앓는다. 나중에서야 사냥꾼은 산 세 개를 더 넘어 그 노루를 잡았다는 소식만을 듣지만, 형은 설원의 핏자국을 계속 반복해서 떠올리며 사냥꾼을 따라나선 것을 후회하는 것으로 서장이 끝난다.
나는 혜인과 헤어진 그 날 이후 어떤 '얼굴'을 그리고자 하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던 것을 회상한다. 그건 형이 소설을 쓰기 전의 일이었다. 나는 화폭에 그 얼굴의 윤곽만을 그려놓고서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대낮부터 진창 취한 형이 화실로 들어와서 내가 그린 얼굴을 보고서는 "네가 그릴 얼굴의 눈과 입은 더 독해야 할 것 같다. 선이 긴장을 하고 있다." 따위로 평가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날 저녁 형은 대뜸 나에게 술을 사준다고 말했다. 나는 형과 함께 은행 앞을 지나가는데, 항상 그 은행 앞에서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꿇은 소녀 거지 앞을 지나간다. 그런데 형은 냅다 그 소녀의 두 손을 구둣발로 발로 밟아버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던 길을 간다. 나는 형에게 그 일을 따졌으나 형은 내가 그랬나 식 '형식적으로 당황하는' 모습만 보이며 대답을 거부한다. 그리고 그 날부터 형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소설의 시작은 형이 군 부대의 위생병으로 활동하던 시절 '오관모'라는 전우를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관모는 항상 칼을 차고 다니며, 신병이 올 때마다 그 칼을 콧날 아래로 들이대며 '나한테 반항하면 배를 째버린다' 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던 중 형과 오관모의 부대에 '김 일병'이라는 유순하고 고운 모습의 신병이 찾아온다.
어느 날 형은 통나무를 베어 돌아오는 길에, 부대에서 오관모가 김 일병을 엎드려 뻗쳐를 시킨 뒤 빗자루로 엉덩이를 두들겨 패는 모습을 목격한다. 오관모는 형을 보더니 대뜸 빗자루를 던져버리고 통나무를 빼앗아 그 통나무로 김 일병의 엉덩이를 두들겨 팬다. 오관모는 김 일병의 입에서 '잘못했다'라는 말이 나오며 굴복하는 것을 바라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김 일병은 침묵을 지켰고 형은 그 때 김 일병의 눈동자에서 푸른 불꽃이 퍼덕이는 것을 본다. 결국 김 일병이 실신하면서도 침묵을 지키자, 오관모는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김 일병의 등에 올라 타 하체를 미친듯이 굴려댔다.
그러한 오관모와 김 일병 간의 싸움이 부대에서 몇 번 더 있었지만 그 결말이 나기도 전에 6.25 전쟁이 발발했다. 중공군의 공세에 형이 있던 부대가 산산조각이 났고, 김 일병은 오른쪽 팔이 완전히 날아가버리는 치명상을 입은 채 발견된다. 형은 황급히 김 일병에게 응급처치를 한 뒤, 이미 사방이 중공군에게 포위된 상태라 탈출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국군이 다시 돌아오는 포성(砲聲)이 돌아올 때까지 산에 숨기로 한다. 그렇게 산 속 동굴을 발견하는데, 우연히도 그곳은 먼저 도주한 오관모가 피신처로 쓰던 곳이었다.
김 일병의 오른팔 상처는 더 악화되지도 않았지만 정식 지원이 없는 위생병 한 명으로는 더 호전되게 할 수도 없었다. 형과 오관모는 넋을 잃어버린 김 일병을 항상 동굴에 남겨놓고선 산에 널브러진 전투식량을 탐색해 동굴로 가져오는 것으로 매일매일을 생존한다. 그러나 오관모는 형과 단 둘이 있을 때 무언가를 말하려다 마는 것을 반복하는데, 어느 날 오관모는 기어이 형과 단 둘이 있을 때 "이대로 얼마나 버틸지 알 수가 없다. 입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첫눈이 오기 전까지 국군이 오지 않으면 결행하겠다."라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어느 날 형은 잠결에 자신의 아랫도리에 묵직한 것이 닿고, 귀 밑에서 오관모의 기분나쁜 숨결이 지나가며, 자신의 등에 오관모의 가슴이 철썩 달라붙는 감각을 느낀다. 형은 강렬하게 저항하며 오관모를 밀쳐낸 뒤 등을 바닥에 딱 붙인 채 잠들었고, 오관모는 투덜대며 김 일병에게 가며 그에게서 '쓸모'를 찾는다. 그러나 김 일병의 상처에서는 심한 냄새가 났기에, 며칠이 지나지 않아 오관모는 다시 형에게 달라붙는다.
그렇게 매일매일을 보내던 중 기어이 오관모가 말했던 첫눈이 온다. 형은 김 일병에게 "첫눈이 온다"라며 몇 번이고 소리쳤지만, 김 일병은 사흘 전 식사한 것을 마지막으로 마치 죽은 사람처럼 눈만 허공을 응시하며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김 일병의 표정이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형은 황급히 김 일병의 오른팔이 떨어져나간 자리의 거즈를 뜯어냈는데, 말라붙은 피고름이 붕대에 달라붙고 상처 부위는 흙더미처럼 바스락거렸다. 형은 그 날 김 일병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형의 소설은 이 부근에서 한동안 끊어져 있었다.
나는 형이 쓴 마지막 구절을 보며, 형이 왜 그 날 거지 소녀의 양손을 발로 밟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형은 불쌍한 소녀의 손을 직접 밟으면서 자신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소설의 결말은 명확히 형이 김 일병을 죽이거나 혹은 오관모가 김 일병을 죽이는 것을 방관했던 것이다. 나는 형의 소설이 결말이 날 때까지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형의 소설은 오랫동안 그 구절에서 멈춰있는 것이었다. 나는 참을 수 없어져, 끊어진 형의 소설 뒤에 형이 김 일병을 동굴에서 끌고 나가 살해하는 내용으로 결말을 지어놓고는 화실로 돌아온다.
이튿날 혜인이 결혼식을 올리는 날, 내가 계속 느낀 '어떤 얼굴을 그리고 싶다는 충동'을 계속 화폭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도중 혜인이 나에게 보낸 속달이 온다. 그리고 형이 내 화실에 찾아온다. 형은 내게 혜인의 결혼식에 가지 않느냐고 묻지만 나는 형의 관심이 거기에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반문한다. 그리고 형은 혜인을 빼앗긴 걸 빼면 넌 현명한 편이라며 대뜸 내가 그리던 그림에 손가락을 찔러 구멍을 내는 것이었다. 내가 화를 내려던 찰나 형은 닥치고 앉으라는 눈길로 "넌 뭔가를 잘못 알고 있다. 적어도 네가 지금 그리려는 이 그림은 틀렸다."라며 손가락으로 캔버스를 헤집어놓고는, 혜인의 신랑이 자기랑 아는 사이라 자기는 결혼식에 가봐야겠다며 떠난다.
나는 혜인이 보낸 편지를 읽는다. 거기에는 혜인의 모든 진심이 적혀 있었으며, 혜인의 신랑 될 사람이 나의 형과 아는 사이였던지라 형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 있었다. 혜인은 아무것도 책임지기 싫어했던 나를 좋아했고, 그 때문에 나에게 몇 번이고 자신을 책임지게 만드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무엇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혜인은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만든 것은 나의 마음 속에 있는 상처, 정체 모를 환부(患部) 때문일 것이라고 쓰여져 있다. 그리고 나의 형은 6.25 전쟁의 전상(戰傷)이라는 명백한 환부가 있는 사람이며, 그 환부로부터 나오는 뜻모를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기에 아주머니와 결혼을 했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나'의 환부를 어떻게든 치료해주고 싶었으나 그 환부가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도, 왜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혜인은 나의 상처를 치료할 수 없었다는 한탄과 함께 편지가 끝난다.
나는 편지를 다 읽고 아주머니를 찾아가는데, 아주머니는 형이 내일부터 병원을 다시 개업한다고 말한다. 나는 혹시나 싶어 형의 서랍을 열어본다. 형은 내가 멋대로 쓴 부분을 찢어버리고 소설의 진짜 결말을 다 적어낸 것이었다.
어느 날 오관모가 '언제까지 밥만 빌어먹으면서 누워 있을 거냐, 너도 이제 밥값을 해야겠다'라며 김 일병을 동굴 밖으로 끌어냈다. 형은 그걸 말리려고 했지만 오관모는 '이 참새 가슴아, 넌 닥치고 구경이나 하고 있어'라며 김 일병과 둘이서만 동굴을 나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 밖에서 총성이 울렸다. 형은 흰 눈 속에서 울리는 총성에서, 어릴 적 노루 사냥을 따라나섰을 때의 기억을 겹쳐 본다. 형은 동굴 밖으로 나간다. 흰 설원에 붉은 핏자국이 있었다. 핏자국 속의 오관모의 군화 자국이 있었다. 형은 그걸 따라 황급히 달려가지만, 핏자국이 채 끊기기도 전에 등장한 오관모가 형에게 총을 겨누며 나에겐 아직 네가 필요하다며 뒤를 돌라 말한다.
형은 다시 어릴 적 노루 사냥을 따라나선 기억을 떠올린다. 그 날 형은 붉은 선혈이 이어지는 것을 버티지 못하고 하산했다. 하지만 형은 오늘만큼은 기어이 피투성이인 노루를 보겠다고 다짐한다. 형은 오관모에게 총을 발포한다. 오관모의 가슴팍에서 피가 튀었다. 형은 쓰러진 오관모에게 다가가, 탄창이 다 빌 때까지 총알을 쏴제낀다.
피투성이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얼굴이었다.
그 구절을 마지막으로 형의 소설은 끝났다. 나는 형의 소설 속에서 강렬하고 결코 지워지지 않을 선으로 그려진 "얼굴"을 발견한다. 나는 오늘 낮 형이 내가 그리던 얼굴을 찢어버린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나는 시간이 얼마나 가는지 모르고 소설을 읽다 아주머니가 차린 식어버린 저녁상을 먹었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내가 혜인이 떠난 이후부터 술을 먹지 않았다며, 그걸 스스로도 몰랐냐며, 그 아가씨에 대한 복수냐고 묻는다. 나는 침묵했고 아주머니는 더 이야기하지 않는다.그 날 밤 형이 만취한 채로 돌아온다. 나는 형이 돌아오자마자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고, 창문 너머로 붉은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본다. 나와 아주머니가 나가서 보니 형은 불을 피워 자신이 쓴 소설들을 모조리 태워버리고 있었다. 형은 나를 쏘아보더니 "병신 새끼, 너의 그 귀여운 아가씨는 정말로 너를 싫어했냐? 병신 새끼! 그래서 도망간 그 아가씨의 얼굴을 그리고 싶어 했구나!"라며 연신 욕설을 내뱉었다. 나는 형의 상태가 제정신이 아닌 것을 보고는 화실로 돌아가려 했으나 뒤돌아선 나를 형이 멈춰세운다. 형은 내가 소설 속의 불쌍한 김 일병을 죽인 것을 쏘아붙이곤, 혜인이 떠난 이유를 알 것 같다며 "인마, 넌 머저리 병신이다, 알겠냐?"라고 욕을 한다.
침묵하고 있던 나에게 형이 갑자기 슬금슬금 웃으며 너는 왜 내가 소설을 태우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냐며 반문한다. 이후 형은 혜인의 결혼식장에 갔을 때, 자신이 죽여버린 줄 알았던 오관모가 살아서 하객으로 온 것을 봤다고 말한다. 오관모는 형을 알아보는듯 몰라보는듯하며 엄청나게 두려워하고는 잠시 아는 체를 하고 도망쳤다고 한다. 형은 놈이 살아있는데 이깟 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남은 원고를 모조리 불길 속으로 던져버리고는 "이 참새 가슴아, 뭘 듣고 있어! 썩 네 굴로 꺼져!"라며 호통을 치고 나를 쫓아버린다.
나는 형의 아픔을 실감하며 화실로 돌아온다. 형은 그 아픔 속에서 이를 물고 살아왔고, 그 아픔이 어디서 오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버텨왔다. 그 아픔을 소설로 써내려가며 비로소 벗어던지려 하는 순간 본 오관모가 형을 산산조각 냈던 것이다. 그것이 진짜 오관모였는지 형이 본 환각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형에게는 자신의 아픔을 솔직히 시인할 용기가 있었고, 그 무서운 힘은 그게 진짜 오관모이든 아니든 형에게 계속해서 살아갈 힘을 주고, 다시 병원을 연 형은 손에 쥔 메스로 사람을 구할 힘이 있었다.
나는 형이 찢어놓은 캔버스 앞에 서서 독백을 한다.
그러나 나의 아픔은 어디서 온 것일까. 혜인의 말대로 형은 6.25의 전상자이지만, 아픔만이 있고 그 아픔이 오는 곳이 없는 나의 환부는 어디인가. 혜인은 아픔이 오는 곳이 없으면 아픔도 없어야 할 것처럼 말했지만, 그렇다면 지금 나는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것인가.
나의 일은, 그 나의 화폭은 깨진 거울처럼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것을 다시 시작하기 위하여 나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시간을 망설이며 허비해야 할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나의 힘으로는 영영 찾아내지 못하고 말 얼굴일지도 몰랐다. 나의 아픔 가운데에는 형에게서처럼 명료한 얼굴이 없었다.
나의 일은, 그 나의 화폭은 깨진 거울처럼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것을 다시 시작하기 위하여 나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시간을 망설이며 허비해야 할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나의 힘으로는 영영 찾아내지 못하고 말 얼굴일지도 몰랐다. 나의 아픔 가운데에는 형에게서처럼 명료한 얼굴이 없었다.
4. 여담
- 작품성을 인정받아 2006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 출제됐으며 이 소설을 시작으로 평가원은 역대 수능과 모의평가를 모두 합쳐서 이청준의 작품을 무려 5번이나 출제했다.[2] 그의 작품이 문학사적 가치가 높은 것도 있지만 시원시원한 문체, 뚜렷한 주제와 집필의도 덕분에 깔끔한 문제를 만들기가 용이해서 자주 출제된다.
순문학치고는 너무나도 임팩트 있는 제목 탓에 인터넷상에서 제목만 자주 인용되는 소설이다. 2006년 모의평가에 출제된 것도 오래전이기에 소설의 내용은 몰라도, 제목만큼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웹상에서는 소위 병림픽을 이 작품의 제목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다수. 단편집 표지에 병림픽하는 인물들을 합성한다.
[1]
표제작인 "병신과 머저리" 를 포함한 12편의 중단편소설들이 실려있다.
[2]
출제작은
병신과 머저리, 잔인한 도시, 소문의 벽, 자서전들 쓰십시다,
배꼽을 주제로 한 변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