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ha Antoinetta Mason
1. 개요
샬럿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의 등장인물. 존재 자체가 매우 큰 스포일러.2. 상세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이 소설의 남주인 로체스터의 부인. 일단 로체스터가 한 번도 대외에 내보내지 않고 숨겨두긴 했고, 부인으로써의 취급은 전혀 못 받는 세월을 보내 오긴 했지만 엄연히 호적상의 부인(정실)이 맞다. 그리고 손필드 저택에서 생활하던 제인이 종종 들었던 이상한 웃음소리의 정체도 다름아닌 이 여자가 낸 웃음소리였음이 밝혀진다.[1]
외형은 몸집이 큰[2] 이국적인 미인이었으며 자메이카 출신. 고로 크레올이다.[3] 로체스터보다 5살 연상.
자메이카의 대부호의 딸이지만 그녀의 가문에는 광인의 피가 흐르고 있고 그녀 자신에게도 그런 성향이 보인다. 막대한 유산을 내세워 로체스터와 결혼했으나 정신병이 점점 심해지면서 손필드 한 구석에 격리된다.
로체스터가 처음 보았을 때는 일대에 유명할 정도의 미인이었지만 제인 에어가 볼 때쯤엔 미인이란 묘사보단 엄청나게 뚱뚱하단 묘사가 있으며, 그 때쯤 40대 중반일 버사는 나이 들어서는 미인이라기보단 그냥 매우 뚱뚱한 중년이었던 듯. 무려 10년(혹은 그 이상)의 세월동안 골방에 갇혀서 보내왔으니, 운동 부족으로 살이 쪘을수도 있다. 오랜 감금생활을 해온 그녀가 살이 쪘다는 부분을 보면, 적어도 로체스터가 그녀를 굶겨 오진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표현을 보면 고도비만급이었던 것 같으며 그래서 힘도 세서 케어가 힘든 편이다. 원래도 슬렌더형 미녀는 아니었다. 로체스터의 말에 따르면 그 무렵(자신이 버사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블랜치 잉그램과 비슷한 풍채 좋은 미녀였다고.
정신병이 심해져 격리된 이후는 매우 난폭한 성격으로 손필드에 불을 지르고[4], 오빠 리처드 메이슨[5]이 손필드에 방문해 그녀를 들여다보러 갔을 때 공격하여 중상을 입히기도 했으며,[6] 나중에 로체스터와 결혼하게 된 제인의 웨딩 베일을 찢기도 했다.[7]
그리고 제인의 결혼식날 다시 한 번 손필드를 찾아온 리처드와 변호사의 폭로 때문에 제인과 로체스터의 결혼이 파토나자, 로체스터가 결국 대놓고 버사의 정체를 스스로 밝히게 되고, 이는 제인과 로체스터가 한 번 결별하는 계기가 된다. 그 후 버사는 다시 감금상태가 된 것 같지만, 결국 그녀의 감시역이었던 그레이스가 한눈을 판 사이[8] 다시 한 번 탈출한 끝에, 손필드에 불을 지르고 추락사. 추락사긴 하지만 묘사상 자살에 가까워보인다. 광막한 사르가소의 해에서도 거의 그렇게 묘사하고.
도미니카 출신의 작가 진 리스는 '제인 에어'에 내재된 가부장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면모, 자메이카 출신 크레올에 대한 차별에 대한 반발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썼다고 한다. 크레올(중남미 식민지 태생 백인)들은 본토의 백인들로부터 각종 차별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간혹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았고, 이는 라틴 아메리카 독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3. 다른 작품에서의 행적
다른 작가가 만들어 낸 제인 에어의 2차 창작인 소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10][11][12]에선 꽤나 비참한 인생을 살다 간 인물로 그려진다.[13] 덤으로 여기선 버사가 젊은 시절로 나와서인지 대놓고 미녀로 묘사된다. 사실 제인 에어에서도 (작중 시점에선 나이 먹어서 살찐 중년처럼 묘사되었지만) 설정상 '이국적인 미녀' 였으니 당연한 거지만.버사는 식민 시대 자메이카에서 플랜테이션을 경영하전 부친 코즈웨이와 모친 아네트[14] 사이에서 태어났고, 출생 당시 이름은 앙투아네트였다. 즉 본명은 버사 메이슨이 아니라, 앙투아네트 코즈웨이.
그러나 노예 제도가 끝난 후 원주민들의 분위기가 당시 자메이카에서 잔류하던 백인들에게 점점 위협적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어머니의 두 번째 남편 메이슨[15]은 상황 판단이 늦었는지 튀는 걸 밍기적거리다가 변을 당해 어머니는 원주민들에게 장기간 성적으로 능욕당하고,[16] 백치였던 남동생 피에르는 비참하게 죽으며 친구였던 원주민 티아와도 결별하는 등 수모를 당한다. 버사는 그토록 친하게 지냈던 티아가 결국 자신에게 돌을 던지는 적대행위를 하는 걸 보게된다. 이 부분부터, 식민지에서 나고자랐으나 백인 피를 지녔다는 이유로 식민지에 완전히 어울리지 못하게 된 크레올의 비참한 신세를 버사가 대변한다. 물론 크레올의 특성상 영국 가서도 버사의 취급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
이 당시까지만 해도 앙투아네트는 순진하면서도 정열적이고 나름 영민하기도 했기에 로체스터와 좀 잘 되나 싶었으나, 주변 상황이 계속 나쁘게 돌아가면서 여러모로 오해에 시달리고,[18] 어머니의 정신병력이 본인에게도 있으리라 오해한 로체스터에 의해 암묵적 정신병자 취급까지 당한다.
유일하게 버사의 편이었던 자메이카 원주민 크리스토핀이 버사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고, 로체스터의 맘이 변해버렸다면 붙잡아봤자 무의미하니 어서 떨어지라고 강경하게 이야기도 해보지만 사랑에 빠진 버사는 듣질 않았고,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달라 졸라댄다. 이후 크리스토핀은 어쩔 수 없이 묘약을 만들어주면서 (그래도 그 전부터 계속 묘약을 쓰는 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그녀를 만류한다) 그 전에 그녀의 사정을 똑바로 이야기하라고 말하고 버사는 시킨대로 한다. 이 때문에 로체스터가 그녀를 동정하게 돼서 관계개선이 되나 싶었지만...다음날 로체스터는 앙투아네트가 술잔에 타놓은 약(사랑의 묘약)을 보고 배신감을 느껴, 그녀가 거짓말쟁이 + 정신병자라고 확신해 버린다. 결국 둘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나고 앙투아네트가 영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와 만난 크리스토핀은 너는 이 아이에게 한 짓 때문에 불에 탈 것이다/휩싸일 것이다라고 저주할 정도로 로체스터에게 화를 냈다.(크리스토핀의 경우 버사를 거의 딸처럼 아껴왔을 뿐더러 버사같은 크레올들이 주변에서 어떻게 취급받는지도 알았고 버사네 가족의 비참한 과거사도 알고 있었기에, 버사를 결국 비참한 신세로 만든 로체스터를 용서하기 힘들었던 것일지도. 덤으로 크리스토핀의 예언은 그대로 실행되었는데 버사가 결국 자기 돈으로 산 로체스터의 저택에 불을 질러버리기 때문.)
영국으로 온 뒤, 로체스터는 앙투아네트에게 어울리는 영국식 이름을 주겠다면서 그를 강제로 '버사 메이슨'이라 개명시킨다. 이렇게 앙투아네트는 이름도 빼앗기고, 재산도 모조리 로체스터 손아귀에 떨어지고, 본인은 하녀의 감시 하에 감금당한다. 이후 제인 에어에서 나온대로 스토리가 진행되다가 결국 자신이 있던 곳은 젊을 적에 갈망하던 영국[19]이 아니라 사르가소 바다였다고 하면서 불을 지르고 사망하는 최후를 맞는다.
광막한 사르가소의 바다 이전에는 그저 미친 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인식되었으나 이 작품 이후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까지 격상된 인물로, 광막한 사르가소의 바다는 이 인물의 위상을 대단히 올려놓은, 2차창작물 중에서도 매우 특기할 만한 책이다. 물론 광막한 사르가소의 바다는 공식 프리퀄이 아닌 2차 창작인만큼 이를 정사로 받아들이거나 지나치게 맹신해서는 안될 것이다.
4. 평가와 재해석
제인 에어에서 단순히 제인과 로체스터의 사랑을 방해하는 사랑의 장애물적인 존재로 묘사되었으며 당시 영국인들에게 있어서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온갖 요소들[22]을 다 지닌 캐릭터였기에 사실상 지극히 평면적이고 문제적 인물에 불과했다. 그래서 기존의 평가에선 그저 여주와 남주의 사랑을 훼방놓는 방해물격 포지션의 캐릭터 정도로만 해석되었던 경향이 있다.그러나 작중 전개상 호적상의 정식 부인( 정실)인 그녀의 재산으로 부자가 된 로체스터가 정작 버사에게 충실하긴 커녕 그녀의 정신병을 핑계로 10년 이상 감금해놓고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그걸 합리화하는 묘사라던가. 작중 로체스터는 제인과의 대화 도중에 아델의 어머니를 비롯해 이런저런 여자들을 만나고 다닌 것의 이유를 갖다가 자기의 불행한 운명 탓이다라고 설명하는데, 이 불행한 운명이 다름아닌 정신병자인 버사와 결혼한 것. 근데 버사 아니었으면 차남이었던 그는 그 당시 유산 상속 규정상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무일푼인 채로 살아야 했을텐데 (당시 빅토리아 시대는 한정상속이라고 해서, 부모의 재산은 오로지 장남에게만 물려졌다. 그래서 차남 이하의 자식들은 가만히 있으면 무일푼 신세가 되니까 그저 장남이 자식 없이 죽길 기다리거나 아니면 부유한 여자를 만나 결혼해 그 여자의 재산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에 대해선 전혀 감사하거나 뭐 그런 연출도 안 나온다. 즉 아내 재산 가지고 방탕하게 생활하는 주제에 지 운명 불행하다고 징징거리는걸 20살이나 어리고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제인 앞에서 했던 거다. 심지어 [[콩가루 집안|그의 의붓오빠인 메이슨은 아예 로체스터와 함께 그녀를 가둬두는 공범 포지션으로 나온다. 작중 메이슨이 로체스터를 찾아온 것은 어디까지고 로체스터가 버사를 잘 감금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 로체스터가 버사를 두고 중혼을 저지르려 하니까 그거 밝히려고 온 거 뿐이다. 그의 입장에선 돌보기 귀찮은 여동생을 로체스터에게 맡겨놓고 숨겨두는 데까지 성공했는데 그게 실패할 것 같으니까 로체스터를 찾아와서 버사의 존재를 폭로했다고도 볼 수 있다.
로체스터가 대놓고 장기간 그녀를 감금했음을 드러내는 부분에서 중혼사기의 피해자가 될 뻔 했던 제인마저도 버사에 대해서는 잠시 동정할 뿐이고[23], 손필드 저택에서의 감금생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항변할 기회조차 작중에서 얻지 못한다.
버사는 작중에서 일관되게 '미친 사람' 내지는 '짐승' 으로만 묘사되며 웃음소리 말고는 변변한 대사조차 안 나온다.[24] 그녀의 과거에 대한 설명도 모두 로체스터가 하기 때문에 로체스터의 주관적인 시선 + 편의상 생략하거나 왜곡된 부분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그 외에는 뭐 묘사되는 것도 없다. 게다가 제인이 그걸 고대로 믿어버리는 것이 작중 전개인지라 제인에 이입해서 보는 독자들도 쉽게 버사 = 그냥 미친 사람 + 제인과 로체스터의 사랑의 장애물 정도로밖에 해석하기가 쉽다.
게다가 버사는 마지막엔 자살에 가까운 방식으로 죽는데다가[25] 그녀가 죽어가면서까지 했던 일이 모두 자길 가둬놓은 남편과 그 남편의 새 부인이 될 제인 좋은 일만 해준 꼴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녀에게 나름 동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들도 있다. 로체스터 입장에서나 제인 입장에서나 걸리적거리는 로체스터의 정실 버사가 알아서 사라져줬으니, 아무 방해 없이 둘이서 결혼할 수 있기 때문.
다만 버사가 정말로 미쳤을 경우, 아내의 존재를 숨기려 들고 중혼하려는 로체스터의 행동만 빼면 감금한 것이 (그 시대 기준으로는)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시기는 정신병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가 존재하지 않던 시기라 미친 사람은 잡아 두는것 외에는 딱히 뭔가를 할수 있는 것도 없었으며, 정신병원은 병원이 아니라 감금소였다. 그것도 저택 감금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이어서 딱히 나을 것도 없다.
그러나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해’라는 버사를 재해석한 작품이 등장하고, 세월이 제법 흐르자 평가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해서 버사를 단순히 평면적인 '훼방꾼' 포지션의 캐릭터로 평가하는 대신 이 작품의 숨겨진 피해자로 해석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그래서인지 현대에 와선 작품을 해석하면서 작가의 버사를 다루는 태도에 대해 여러 방면의 추측을 해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버사가 작가(샬럿 브론테)가 짝사랑했던 남선생의 원래 부인이 모티브인 캐릭터여서 유독 취급이 박한 것이다라는 추측이다. 샬럿의 입장에선 짝사랑 대상이었던 남선생이 자기 사랑을 안 받아준 이유가 그의 부인 탓으로 보였을테니,[26] 자기 사랑의 장애물이었던 선생의 부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자기 오너캐인 제인의 사랑의 방해물 포지션이 된 버사에게 죄다 투영되었으리라 보는 것.[27]
실재로 객관적으로 보면 매우 비참한 신세의 사람이 다름아닌 버사인데도 불구하고, 작중에선 이 여자를 그 세월동안 나쁘게 취급한(+ 그녀의 재산으로 부자가 되었음에도 그녀는 골방에 감금하고 그 재산으로 방탕하고 문란한 생활을 한 것도 모자라 버사를 숨긴 채로 한참이나 어린 여자인 제인과 중혼하려는 결혼범죄까지 저지르려 했던) 로체스터가 더 불쌍하다는 관점이 더 강조되는 등, 사실상 가해자인 로체스터를 더 옹호하고 피해자인 버사는 그냥 나쁜 존재(그런 취급 당해도 별 상관 없는 존재)로 취급하는듯한 시선이 꽤 반영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28] 뭐, 이는 엄밀히 말하면 독자의 추측 중 하나일 뿐이니 너무 믿지는 말자.,
그 외에, (사르가소의 바다를 제외하고 제인 에어 원작만 봐도) 정말로 작중에서 버사가 미친 인간이었을까? 하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 의문을 품은 독자들 중에 버사는 미치지 않았다라는 결론을 내린 독자도 있다. 그 이유가 다름아닌 버사가 미친 상태에서도 직접적으로 공격했던 건 자기를 가둬둔 로체스터와 공범자인 리처드 뿐이었다는 것. 버사 입장에선 이제 막 손필드에 들어왔으니 낯선 존재일 제인이야 그렇다 치고도, 장기간 자기 감시역을 맡은 그레이스 역시 충분히 원망스러운 존재였을 수도 있지만 버사가 풀려난 뒤에도 그레이스를 터치했다는 묘사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으며 (심지어 저택 전체에 불을 질렀다는 묘사가 나올 때도 그녀가 그레이스를 가장 먼저 처리했다는 묘사는 안 나온다) 그레이스 외에 다른 하인들이나 페어팩스 부인을 해치려 한다는 묘사도 없다. (버사는 꽤 오래전에 손필드에 와서 사실상 그들과 한 공간에 살았고 페어펙스 부인을 포함한 하인들 모두가 버사의 존재를 계속 감춰왔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것이다.) 그렇기에 미쳤다고 묘사는 해도 사실은 자기를 가둬둔 원흉들과 다른 사람들을 구별할 정도의 분별력은 갖추고 있었으므로 사실 미친 걸로 보긴 힘들지 않냐는게 이 추측의 논지.
또한 제인의 웨딩 베일을 찢은 부분도, 그녀가 정말로 미쳐서 분별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면 할 수 없는 짓이지 않았을까 라는 추측도 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연상시키는 소재가 웨딩 베일이었기에 버사가 이를 찢었을수도 있지만, 웨딩 베일을 본 버사가 남편이 자기 외에 다른 여자를 들일 것이라는걸 눈치까고 이를 찢는 식의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그 이유.) 물론 정말 미쳤냐, 안 미쳤냐와는 별개로 사르가소의 바다에서처럼 버사가 정상인이었다고 쳐도 10년간 감금생활을 당하다보면 미치고도 남았을테니 제인 에어 시점에선 미친 사람으로 나올만도 하다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으로는 버사가 내뱉은 이상한 웃음소리나 그간의 행적이 로체스터의 진상을 모르고 그에게 넘어가려는 제인에 대한 경고로 해석되기도 한다.
버사를 제인 에어의 야만성[29]을 독립적인 한 캐릭터로 만들어낸 존재로 보는 독자들도 일부 있다. 이 야만성이라는 것은 제인 에어의 배경 시대인 빅토리아 시대에서 지배층이 피지배층에게 권장했던 기독교적이고 체제에 순응적이며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이 될 것[30]에 어긋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과거의 어린 제인과 버사가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 유사하기 때문.
어린 시절의 제인은 부당한 폭력이나 억압에 대한 저항을 참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실재로 존을 공격하는 식으로 이를 증명해보이기도 했다. 버사의 경우 자기를 가둬놓은 로체스터와 리처드에게 순응하는 대신 죽을 때까지 그들에게 공격성을 보이며, 자기의 감시역인 그레이스가 빈틈을 보일 때마다 탈출하는 식으로 남편의 방식(자신을 감금하고 정신병자 취급하며 집안에서 소외시킴)을 거부하기 때문.[31]
다프네 뒤 모리에의 레베카는 제인 에어 영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데 레베카 드 윈터스와 댄버스 부인이 버사 포지션을 이어받았다. 정확히는 주인공을 압박하는 전 부인 포지션은 레베카가 [32], 광기 넘치는 행동과 최후는 댄버스 부인이 페어팩스 부인의 고용인 포지션과 함께 가져갔다.
5. 기타
원래는 상당한 미녀였다는 설정이라 버사 역의 배우들도 예쁘게 채용된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풍채가 좋고 이국적인 외모라, 히스패닉 느낌이 짙은 풍만한 미녀였을 것을 추측된다. 이 때문에 로체스터는, 역시 건장한 체격에 가무잡잡한 이국적인 미녀인 블랜치 잉그램을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다. 소설에서는 제인 에어가 본 시점에선 나이 들고 살이 쪄서 엉망이나, 영상에서는 그 시점에서도 미녀로 나온다. 외모가 별로 부각되질 않아서 배우들도 수수하게 분장하는 역인 제인과는 대조적.작가 샬럿 브론테도 버사 건에 대해 그녀와 크레올의 이미지를 너무 편향적으로 썼다 생각했는지[33] 나중에 이에 대해 후회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1]
손필드를 관리하는 페어팩스 부인은 그 웃음소리가 버사를 관리하는 하녀 그레이스의 웃음소리라고 구라를 쳤으나, 제인은 그레이스를 관찰한 후 그 여자가 그런 웃음소리를 낼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어느 정도 웃음소리의 정체에 대해 의심을 했는데 이게 웃음소리를 낸 사람이 손필드에 감금당한 누군가(버사)였다라는 후반 전개의
복선이였던 셈.
[2]
판본에 따라서 로체스터와도 어느 정도 비슷해 보이는 신장의 소유자라는 말도 있다. 어쨌든 그 당시 여자들보다는 꽤 큰
장신의 소유자였던듯.
[3]
크레올은 식민지 출신의 백인 혹은 백인과 원주민의
혼혈들을 의미한다.
[4]
중반부에 로체스터의 침실에 한 번 불이 나서 제인이 그걸 꺼 줌으로써 로체스터를 구한 적이 있는데, 이 불이 다름아닌 몰래 탈출했던 버사가 지른 불이었던 것.
[5]
프리퀄인 광막한 사르가소의 바다에서 리처드는 의붓오빠로 나오며, 동생을 처리해 버리기 위해 로체스터와 그녀를 결혼시켰고 가둬놓는 데도 동참했다고 한다. 그리고
제인 에어에서 그가 찾아온 것도 다름 아닌 동생의 안부 확인이 아니라 동생의 감금이 제대로 되었나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다만 본작(즉 샬롯 브론테의 작품)에서는 그냥 오빠라고 할 뿐 친오빠인지 의붓오빠인지까지는 나오지 않으며, 버사에게 공격받아 중상을 입고 떠날 때는 어느 정도 걱정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일지 나쁜 사람일지는 아무래도 독자가 어느 쪽을 정사로 믿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
[6]
흉기를 쓰지 않고, 말 그대로
이빨로 물어뜯어서 치명상을 냈다고 한다.('칼을 빼앗아가자 나를 물었다'는 것으로 보아 칼을 어떻게 구했는지 갖고 있었기는 했던 모양.) 사람 살이 사실 사람 입으로 좀 물어뜯는 것만으로는 쉽게 뜯겨나가질 정도로 무르지 않음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치악력이 장난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7]
이 때문에 제인은 불길한 감각을 느낀다.
[8]
정확히는 술에 취해 잠들어버려서 그렇다고 한다. 그레이스는 종종 술을 마시고 잠들기도 했는데, 버사가 빠져나왔던 때도 모두 그레이스가 술에 취해 잠들었던 때였다.
[9]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영국 작가.
[10]
참고로 사르가소 해 항목에도 나오지만 사르가소 해역은 유명한 무풍 지대이기에 범선 항해 시절엔 한 번 갇히면 답이 없는, 바다의 늪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작중 제목으로 나온 사르가소 바다는 버사 메이슨의 무풍지대(사르가소 해)에 고립된 배와도 같은 인생을 비유하는 제목. 그리고 그녀가 결말 부분에서 우린 영국이 아니라 사르가소 해에 있다라는 대사를 치며 결국 그녀 자신을 둘러싸고 속박하는 모든 부정적인 것들로부터 전혀 벗어나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대사가 나온다.
[11]
이것들을 모두 고려해보면 사르가소 바다는 버사의 처지를 대변함과 동시에 버사가 원하는
이상향(영국)으로 가지 못하고 부정적인 현실에서 좌초되었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12]
사르가소 바다는 지리적 특성상 서인도 제도와 영국 사이에 끼어있는 구역인데 이곳을 건너야만이 영국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지리상으로는 사르가소 바다를 건너는데 성공해서 영국에 도달했으나, 정작 그녀는 자메이카에서도 영국에서도 자신에 대한 차별과 편견, 부당한 대우를 지속적으로 겪어올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그런 차별이나 편견이 없어서 그녀를 괴롭히지 않을 이상향 = 그녀가 생각하는 영국으로 가지 못하고) 사르가소 바다를 결국 건너지 못했다고 (그래서 우리는 사르가소 바다에 있다고) 자조했던 것.
[13]
근데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까지 안 가도 작중 묘사된 버사의 인생만 봐도 충분히 비참하기 그지없다. 남편과 의붓오빠에 의해 10년 넘게 감금당한 정신병자 상태인 것도 모자라 남편은 자기 덕에 얻은 재산으로 맨날 밖으로 나돌아다니며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니다가 자기보다 20살이나 어린 새 여자랑
중혼하려는 계략이나 꾸미고, 최후엔 저택에 불 지르고 추락사.
[14]
원작에서의 이름은 앙투아네트.
[15]
성씨(메이슨)을 보면 그가
제인 에어에 나오는 버사의 의붓오빠 메이슨의 아버지, 조나스 메이슨임을 알 수 있다.
[16]
이 건 때문에 버사의 어머니는 결국 미치고 말았다. (버사의 어머니는 딸과는 다른 곳에 격리되어있었는데, 버사가 우연히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가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근데 로체스터와 버사 사이를 이간질하며 돈을 빼먹고 소문낸다 협박하던 다니엘이란 남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그 지역 사람들은 그녀가 원래부터 정신병력이 있었다고 믿고 그렇게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다.
[17]
당시 영국 상속제도 특성상 장자만 상속이 가능, 나머지 아들들은 돈 많은 여자를 어떻게든 구해서 재산을 얻어야 했다.
[18]
앙투아네트를 통해 로체스터가 얻어낸 돈을 노리는 다니엘이란 인물이 주변에서 자꾸 치근덕대며 로체스터의 심기를 자극하며 둘을 이간질시켰고, 앙투아네트네 하녀 아멜리 역시 버사를 험담하고 로체스터와 불륜을 저지르며 (둘이서 사랑했다기보단 로체스터가 아멜리를 이용해 앙투아네트에게 굴욕을 주려는 시도에 가까웠다) 버사에게 상처를 입힌다. 아멜리 역시 그 짓을 해준 대가로 돈을 받고 주인집을 떠난 걸로 봐선 돈이 문제.
[19]
그녀의 머릿속에서 영국(유럽)은 일종의 이상향으로 간주되는 곳이다.
[20]
유럽에서는 식민지 사람이라 간주당하고, 식민지 원주민들에겐 자기들을 지배했던 유럽 사람(백인)이라 간주당해 어디에도 소속될 수도, 어느 쪽으로 정체성을 딱 확정짓기도 힘들었던 고충. 게다가 식민지의 노예제도가 끝난 후 크레올들은 아직 그 식민지에 잔류했던 백인들과 똑같이 취급을 당해 험한 꼴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21]
많은 재산을 지니고 있어도 남편에게 다 몰수당하고, 본인은 경제력을 잃자마자 힘이 없어져서 바로 남편보다 하등한 존재로 간주되는 것. 이 탓인지 제인을 빅토리아 시대에선 매우 이례적인 여성이라 간주하는 반면 버사는 빅토리아 시대에서 (부정적인 의미에서) 현실적인 여성이라 간주하는 평가도 있다. 그리고 사실 결말부의 제인 에어에서도 잘 보면 제인은 경제력을 쥐게 되었기에 관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 암시된다. 버사는 정확히 제인과 처지가 반대였기에 관게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그런 신세까지 밀려나, 없는 아내 취급 당하고 갇혀야만 했던 것.
[22]
크레올,
정신병자 등. 크레올은 위에서 기술된 것처럼 정신병력을 지닌 존재로 터부시되어왔으며, 유럽권에서의 정신병자는 본격적인 심리학과 정신치료가 자리잡기 전까지만 해도 무조건 감금/은폐해야 하는 존재라던가, 악마에 씌인 존재라던가, 구경거리라던가 등의 비참한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정신병원이라 불리는 곳들의 상태도 열악하기 그지 없었으며, 아예 여기로 정신병자들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던 시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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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체스터를 비난하며 "당신이 그분에게 너무 가혹하다, 그분이 미칠 수밖에 없었겠다"는 말을 하긴 한다. 그러나 로체스터가 내 말을 들어보라며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을 듣다가 어느 사이 흐지부지된 듯. 중요한 게, 로체스터가 저지르려 했던 중혼 사태의 경우 로체스터가 유부남임을 모르고 결혼하게 될 제인 뿐만이 아니라 이미 로체스터의 호적상 부인이었던 버사 역시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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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를 아예 대놓고 하이에나, 호랑이, 심지어는 뱀파이어에 빗대어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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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서 자살은 죄악시되는 행위 중 하나다. 작중에서 자살로 최후를 맞이한 인물은 단 둘뿐인데 제인을 괴롭혔던 이종 사촌 존 리드와 버사 메이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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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부인이 있는 거 외에도 샬럿의 짝사랑 대상이었던 남선생은 샬럿에게 별 관심 없었던 모양이다. 샬럿이 러브레터를 제법 보냈는데도 답장도 거의 안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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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로체스터의 경우, 캐릭터 모티브가 샬럿이 짝사랑했던 남선생이라는 말이 있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단점이 훨씬 더 부각되는 인물인 로체스터가 제인의 시선이나 작중 전개상 묘하게 옹호되는 연출도 저 말을 고려하고 보면 이해 가능하다. 당장 작가 오너캐인 제인이 로체스터를 구원 + 회개하는 역할을 맡고, 자기에게 중혼 사기까지 저지르려 한데다 나중엔 신체 일부가 불구가 되기까지 한 남자를 기꺼이 챙기고 결혼하는 포지션을 맡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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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의 바다도 제인 에어의 그런 부분을 까는 소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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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체제에 순종하지 않고 반항하는 기질. 어릴 적의 제인이 주로 이런 기질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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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여자들의 경우 '가정의 천사' 라고 해서 가정을 수호하는데 전념하고 가정 내 남성들에게 순응할 것도 권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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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부당한 처우나 부당한 체제에 저항하는 정신을 지니는게 뭐가 나쁜가? 라 볼 수도 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영국 사회의 풍조는 기독교 정신과 현 체제의 순응과 전통과 의무를 거스르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며 변화(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온 유럽에 불어닥친 변화)를 경계하고 보수성을 강조하는 풍조가 매우 강했으므로 별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이는 작중에서 명백히 학생들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한 템플 선생님이 정작 학생들을 위하는 정신에 위배되는 광신적 금욕주의를 강조하던 브로클허스트 씨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순종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제인의 친구였던 헬렌이 무슨 고통이 있어도 그저 내세(천국)을 기대하면서 현실에선 별다른 저항의식이나 자기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안 하고 마냥 순응하고 사는 태도를 보이는 것, 페어팩스 부인을 비롯한 손필드 집안의 하인들이 로체스터가 버사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리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버사의 웃음소리나 그레이스 풀에 대한 페어팩스 부인을 비롯한 하인들이 보이는 반응 + 이에 의문을 가지는 제인을 대하는 하인들의 반응을 보면 이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34]) 이를 모른 척 하며 로체스터의
중혼 사태(당시 법으로도 중혼은 엄연히 법에 위배되는
불법이다)도 관망하는 점 등으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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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버사랑 달리 레베카는 작중 시점에서 사망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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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럽의 백인들은 크레올들을 정신병자 취급했다. 작중 버사와 그녀의 오라비에게 정신병력이 있다고 나오는데 둘 다 크레올. 유럽 백인들이 자행하던 악의적인 인종차별 여과없이 노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