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라 르웰린 Layla Llewelly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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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fce190,#fce190><colcolor=#667245,#667245> 국적 | 로비타 왕국 → 베르크 제국 (이민) |
신분 | 평민 → 헤르하르트 공작부인 |
나이 | 11~12세[1] → 15세[외전] → 18세[3] → 19세[4] → 20세[5] → 21세[6] → 23세[7] → 24세[8] |
학력 |
길리스 여학원 라츠 대학 생물학 전공 |
경력 |
마을 학교[9] 교사(반년) 자연사 박물관[10] 연구실 조수 |
가족 |
의붓아버지 빌 레머 친부 알버트 르웰린 |
남편
마티어스 폰 헤르하르트 아들 펠릭스 폰 헤르하르트 딸 레아 폰 헤르하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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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 / |
성우 | 이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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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웹소설 울어 봐, 빌어도 좋고의 여주인공.2. 특징
- 외모
- 로비타 여성 특유의 작고 가녀린 몸을 가졌다. 뼈대 자체가 작으며, 어릴 때보다 살이 쪘는데도 말랐다.
- 머릿결이 부드러우며 금색 빛이 선명하여 매우 눈에 띈다. 먼발치서 머리카락만 보고도 누구나 레일라를 알아볼 정도다. 웹툰에서는 곱슬기가 있는 머리로 표현되었다.
- 머리카락이 얇고 숱이 많으며 허리 아래로 내려올 정도로 길다.
- 작고 연약한 체구와 부드러운 금발이 새 '카나리아'를 연상시킨다.
- 피부가 희고 살성이 연하다. 상처가 쉽게 남고 숨이 차면 온몸이 빨개진다.
- 이마가 동그랗고 반듯하다.
- 아르비스의 숲을 담은 듯한 맑은 연녹색의 눈동자가 신비감을 준다.
- 시력이 나빠서 얆은 금테 안경을 쓰고 다닌다.
- 코가 앙증맞다.
- 입술이 작고 도톰하다.
- 길고 곧은 속눈썹이 촘촘하게 나있다.
- 이목구비가 섬세하고 아름답다. 미모가 아주 빼어나서 학창 시절에는 레일라를 보러 교문 앞에 모여드는 남학생도 있었다.
- 목이 가늘고 길다.
- 가정 환경: 어머니가 가출하고 거기에 큰 충격을 받은 아버지[11][12]는 제대로 딸을 돌보지 않고 술만 마시다 술독에 빠져 죽고 말았고, 천애 고아가 되어 고모 집에 맡겨졌으나 모진 학대를 당하다가 쫓겨나 친척 집을 전전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다 친척 중 한 사람이 베르크 왕국에 사는 빌 레머[13]를 추천했고, 그에게 찾아가기 위해 어린 나이에 홀로 이민을 떠났고 다행히 빌 레머가 오갈 데 없는 레일라를 거둠으로써 아르비스에 정착한다. 이미 오래전 아내와 사별한 홀아비이기 때문에 레일라와 단 둘이서 살고 있다.
- 좋아하는 것
- 숲에서 새와 식물을 관찰하는 일을 매우 사랑하여 생물학을 배우고 싶어 한다. 새와 식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들과 달리 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어주기 때문이다.
- 신문에 연재되는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
-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복숭아를 좋아한다.
- 자전거 운전을 좋아한다. 등교할 때 늘 자전거를 이용한다.
- 여름 저녁 산책.
- 싫어하는 것
- 물을 무서워한다. 고모 집에서 얹혀 살 때 사촌들이 물에 빠뜨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작다는 말을 싫어한다. 어린 것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 특기
- 나무를 잘 탄다. 나무를 타고 놀면서 새를 관찰하고 일지를 쓴다. 슐터강을 구경하기도 한다.
- 비둘기를 전서조로 훈련시키는 데 성공해냈다. 비둘기의 이름은 '피비'다.
- 달리기를 잘한다.
- 이중 언어 사용자로, 로비타어와 베르크어 모두 유창하다. 로비타어는 고향의 언어로, 오랜 베르크 생활을 하느라 어색해졌지만 까먹지 않았다. 베르크어는 정착지의 언어이면서 아버지의 모국어로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처음 베르크에 왔을 때 발음이 다소 특이하긴 했다.
- 요리를 잘한다. 카일과 빌에게 식사를 자주 차려주었다. 자녀들에게도 식사를 종종 차려주어 저택의 사용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 못하는 것
- 성적이 매우 우수하지만 기하 과목에는 약하다. 카일은 기하를 잘해서 기하 노트를 자주 빌려갔다.
- 연기를 정말 못한다. 정말 심각하게 못해서 잘 웃지 않는 귀족들이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였다.
- 꽃꽂이도 못한다. 마티어스는 레일라의 꽃꽂이가 형편 없다고 했다.
- 별명
- 아르비스의 아이: 공작저 사용인들이 레일라를 칭하는 말. 아르비스가 키운 아이나 다름 없다는 뜻이다.
- 여왕: 마티어스가 레일라에게 장난을 칠 때 하는 말. 레일라가 마티어스에게, 마티어스가 신사면 자신은 여왕이라고 한 적이 있다. 거기서 유래했다.
- 특이 사항
- 걸음걸이는 우아하고 씩씩하다. 몸짓은 새처럼 가볍다.
- 목소리도 새의 노랫소리마냥 맑다.
- 표정이 풍부하다. 시력이 나빠서 안경이 없으면 눈을 자주 찌푸린다.
- 빌 레머가 장미를 가꾸는 정원사이고 레일라도 그의 일손을 자주 돕다보니 레일라에게는 장미향이 풍긴다.
- 체구가 작아서인지 발도 작다. 마티어스의 손바닥 위에 신발을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이며 마티어스의 눈에 장난감 수준으로 보일 정도이다. 그래서 구두를 맞추기가 어렵다.
- 손목과 발목도 연약하고 가늘다.
3. 성격
타고나길 사랑스럽고 총명하여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지만 학대 피해자에게서 보일 수 있는 성격적 결함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웃음이 많고 밝다. 다만 이 점은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친척 집을 돌아다니던 시절, 고아가 울기까지 하면 아무도 받아줄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늘 웃고 다닌 것이 습관처럼 굳어진 탓도 있다.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아 숲의 자연물을 온종일 관찰하곤 한다. 나무를 타고 놀면서 새를 관찰하고 일기를 쓰는 것이 레일라만의 낙이다. 이런 성격 및 행동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레일라는 아동 학대의 피해자이며 거처를 옮겨 다니던 시절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던 아픔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 대신 묵묵히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연[14]에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같은 이유로 헤르하르트 공작이 새를 사냥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엉뚱한 면도 있다. 클로딘과 마티어스가 자신을 앞에 두고 둘이서 즐거운 대화를 하자 그 어색한 공기를 버텨내려고 스스로 가구라고 최면을 건다. 귀족에게 사용인들은 그저 가구 같은 존재[15]라는 말을 들은 것이 생각나 그 상황에 적용해버린 것이다.
모진 환경에서 살아오다 유일하게 빌만이 레일라를 받아주었기 때문에 초면에 선의를 베푼 사람들을 매우 잘 따른다. 그중 레일라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빌이다. 빌은 정 많고 선한 본성으로 레일라를 따뜻하게 품어주긴 했지만 레일라가 빌을 따르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때리거나 소리 지르지 않고 맛있는 것도 주기 때문에 착한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변인들이 레일라의 사연을 듣고 찾아와 쓸만한 물건과 간식을 가지고 오니 아예 아르비스를 천국이라고까지 일컫는다. 깊은 관계를 맺어본 기억이 많지 않고 아주 사소한 선의조차도 레일라에게는 귀했기 때문에 아직 신뢰가 완전히 쌓이지 않았음에도 레일라에게 잠깐 잘해준 아르비스의 사람들을 좋아한다.
동시에 이들에게도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이 불안감에서 기인하여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과 보답을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종종 관찰된다. 그래서 정말로 레일라를 아끼는 마음에 레일라에게 많은 것을 주려는 사람들은 레일라가 선을 긋는다고 여겨 서운해하기도 한다. 일례로 빌이 홀로 일하러 가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빌이 따라오면 혼을 낼 것이라고 하자 하는 수없이 빌을 홀로 보냈는데 그래도 불편해한다. 빌이 하는 정원사 일은 12살 아이가 절대 할 수 없는 노동이다. 물론 빌이 오갈 곳 없는 자신을 받아준 유일한 사람이었고, 그에 대한 보답을 어떻게든 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레일라가 불안해할만한 요소가 얼마든지 있었다. 우선 빌은 레일라에게 잠시 지내게 해준다고 했을 뿐 확실하게 키워준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 빌을 떠나게 될지 몰라 마음의 준비를 한다. 또한 고모부의 학대를 견뎌왔던 과거를 비추어볼 때, 레일라는 신세를 지고 있는 어른들에게 어떻게든 버려지지 않을 이유와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만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빌에게도 그러한 생존 본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고유의 밝은 성격 역시 타고난 측면도 물론 있지만 사람들에게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더 밝게 웃다보니 강화되었다. 마티어스는 이런 레일라의 성격을 씩씩한 척 하지만 겁이 많다고 말한다.
꽤 괜찮은 어른이 되겠다는 소망이 있다. 레일라에게 괜찮은 어른이란, 홀로 밥벌이를 하여 나잇값을 하는 어른이다. 클로딘에게 불려갔다가 금화 하나를 적선당하고 마티어스에게 자존심을 짓밟혀 레일라가 슬퍼한 적이 있었다. 며칠의 고민 끝에 레일라가 빌 아저씨에게 금화를 보답으로 주자 레일라에게 있었던 일을 대충 직감하고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위로의 말의 요지는, 홀로 돈벌이를 했으니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었다. 레일라에게 이 말이 기쁨을 주었다. 왜냐하면 사촌들이 레일라를 구박할 때 커서 창녀나 도둑년[16]이 될 것이라는 모욕을 들어왔다. 그런데 빌만이 그런 저주나 평가절하를 내리지 않고 레일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점쳤다. 또한 꽤 괜찮은 어른이 되어서 홀로 밥벌이를 하면 빌 아저씨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러면 빌 아저씨에게 마음껏 보답을 할 수 있으며 당연히 버려질 일도 없다. 그와 동시에 모욕을 당하고 수치를 느낄지언정 돈을 벌었다면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으니 기쁠 수 있다는 방어 기제도 생긴다.
레일라를 지켜주는 것[17]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건드리면[18] 매우 슬퍼한다. 카일을 처음 만났을 때 이러한 점이 명백히 드러난다. 레일라가 빌 아저씨가 준 칼을 가방에서 꺼내 복숭아를 깎자 여자애가 칼을 들고 다닌다며 놀렸을 때 빌 아저씨를 놀린 것 같아 기분 나쁜 티를 내었고, 사냥은 원래 재미로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는 아예 경계심까지 드러냈다. 그러다 카일이 레일라의 눈치를 보고 사냥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자 그제야 경계를 푼다.
자존감이 낮고 수동 공격이 관찰된다. 레일라가 자전거를 타다가 공작 앞에서 넘어지고 쏟아진 물건을 주울 때 공작이 레일라의 이름을 불렀던 장면을 보자. 보통은 이럴 때 왜 불렀냐는 대답을 한다. 그런데 레일라는 죄송하다고만 앵무새처럼 대답한다. 스스로 죄인이라 느낄 정도로 자존감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며 동시에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고 대답도 피하는 공격 발언이라 할 수 있다.[19]
그 외, 자존심이 세다는 주변의 평가가 있다. 클로딘이 아무리 레일라에게 상하관계를 확인시키려 들어도 절대 길들여지지 않고 감정을 주지 않는다. 라츠 대학에 입학했을 때 동기 귀족들이 레일라와 펠릭스를 나쁘게 말하자 지기 싫어서 방학 때도 치열하게 공부했다. 생물학도 중 여학생은 레일라 뿐이었는데 늘 수석이었으며 임신했을 때마저 수석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바람에 '남편처럼 지독한 여자'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다. 고집도 세서 레일라의 뜻을 굽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고집을 부릴 때 늘 명확한 이유나 가치관이 있고,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다 그럴 때마저 해사해서 다들 레일라에게 흔쾌히 맞춰준다.
4. 작중 행적
자세한 내용은 울어 봐\ 문서 참고하십시오.5. 인간관계
5.1. 마티어스 폰 헤르하르트
먼 길을 돌고 돌아 겨우 서로 부담 없이 사랑하게 된 사이.처음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끌렸다. 하지만 레일라는 마티어스를 미워했고, 마티어스는 레일라를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짓밟기[20]까지 했다. 그럼에도 사랑은 멈출 수 없었고 끝내 다시 만나 마티어스를 용서했다.
레일라가 마티어스에게 갖는 양가감정은 매우 명확하다. 마티어스가 새 사냥을 취미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레일라는 마티어스를 무서워한다. 그런데 새 사냥을 나온 마티어스와 마주쳤을 때 아름다운 외모에 반했다. 목소리는 물새 깃털 같고 파란 눈동자는 투명한 유리구슬과 같다며 미사여구를 붙여 묘사한다. 그럼에도 레일라가 '미워하기로 결정'하게 된 심리를 한 번에 읽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레일라는 마티어스를 미워하고 싫어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마티어스의 행동 또한 독자들마저 숨이 막힐 정도로 소름 돋게 다가온다. 그래서 초독 때는 레일라가 마냥 마티어스를 싫어하기만 한 것으로 이해되기 쉽다.
레일라는 학대의 피해자이다. 마티어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불안감이 심하다. 레일라가 친척 집을 떠돌아다닐 때 어른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눈치가 보인다면 버려지는 상황을 미리 짐작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오죽하면 유일하게 레일라를 받아준 빌 아저씨마저 말없이 자신의 곁을 떠날까 봐 무서워했고, 마음의 준비를 한 적이 있다. 4일 동안 보지 못하는 상황이 오자 사고라도 당해서 혼자 남겨질까 봐 극도의 초조함을 느낀다.
마티어스의 우아함에 분명 반했다. 그런 그가 레일라의 애착 대상인 새를 재미로 사냥한다는 것을 알고 공포와 슬픔을 느낀다. 재미로 생명체를 죽일 수 있다는 개념이 어린 레일라에게 큰 상처였다. 무엇보다도 레일라는 어미 새를 잃은 아기 새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갖고 있던 상처가 자극되어버린다. 어쩌면 레일라 본인도 마티어스에게 재미로 사냥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까지 남긴다. 이미 부모를 포함하여 수많은 보호자를 잃어봤기 때문에 절대 현실과 동떨어진 불안이라고 할 수 없다. 레일라는 무섭고도 예쁜 마티어스를 아름다운 새의 학살자[21]로 정의해버린다.
결정적으로 마티어스를 싫어하게 된 계기는 마티어스 앞에서 클로딘이 적선한 금화를 하필 마티어스 앞에서 주워야 했던 사건이다. 마티어스는 이때 꼿꼿이 서서 금화를 아무렇지 않게 지르밟았고 레일라는 넘어진 채로 발밑의 금화를 주워야 했다. 클로딘 앞에서는 참아냈던 슬픔과 수치심이 엉뚱하게도 마티어스를 향해 폭발한다. 까마득히 높은 귀족인 그와 고작 외국 출신 고아인 자신이 비교되어 슬프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후로 마티어스를 볼 때마다 마티어스와 자신의 신분 차이를 느낄 때 슬퍼한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마티어스에게 반했다는 진실이 숨어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보잘것없는 처지를 들키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레일라는 조금이라도 자신을 싫어하는 듯하면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도록 자랐다. 스스로에게 느끼는 슬픔이 마티어스를 볼 때마다 뼈저리게 와닿는다는 이유로 마티어스가 주는 슬픔이라고 착각[22]하게 되었고 마티어스에게 가진 공포까지 겹쳐져 마티어스를 싫어하는 감정으로 바꾸어 드러내게 된다. 심지어는 레일라의 낮은 자존감에서 기인한 죄책감까지도 마티어스가 벌을 주는 것이라고 여길 정도로 자아를 혼동한다. 그래서 마티어스를 싫어하면 싫어할수록 레일라 스스로를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레일라의 자존감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마티어스와 갈등이 발생하면서 레일라의 혼란이 고조된다. 마티어스는 약혼자 클로딘을 소중하게 대해주었다. 반면 자신에게는 물건을 지르밟고 심부름을 과도하게 시키고 레일라 소유의 물건을 강에 던지고 강제로 키스를 하는 등 존중이 빠져있다. 다른 사용인들에게도 이런 행동을 한다면 차라리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본래 이렇다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마티어스는 레일라에게만 유난히 유치하게 골탕을 먹였으며, 다른 사용인들에게는 늘 말없이 깍듯함을 유지한다. 이러한 마티어스의 양가적 성향을 학대 피해자인 레일라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는 그가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니라고 해석하겠지만, 레일라는 조금이라도 상대가 자신을 싫어하는 눈치가 보이면 훗날 버려졌을 때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미리 정을 떼고 이별할 준비를 하도록 길러진 사람이다. 다정한 면을 보고 신뢰했다가 버려지면 그때의 상처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대외적으로는 절대선이고 자신에게만 스위치를 내려서 절대악이 되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마티어스를 싫어하면서도 사랑의 감정을 멈출 수는 없었기에 그의 신사적인 대우를 받는 꿈을 꾼다. 그것이 그토록 바라는 일이면서도 마티어스가 레일라와의 약속을 지킨다던가, 조금이라도 레일라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듯[23]하면 혹여 악의가 있을까봐 의심하는 마음과 기대감이 뒤섞여 매우 헷갈려한다. 아무리 레일라에게 악랄했어도 늘 일말의 따뜻함을 남겨주었던 사람이었기에 늘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 마티어스에게는 약혼자가 있다. 마티어스와 서로 사랑을 확인하게 되더라도 클로딘과 결혼을 하는 날에는 정말로 버려질 것이다.[24] 사랑이 커질수록 더욱 커질 상처가 두려웠고, 그래서 마티어스에게 받은 작은 상처도 어마어마하게 다가왔다. 이 모든 것의 결과로 온 힘을 다해 마티어스를 미워하게된다. 이 감정도 한 단어로 설명하기 상당히 복잡하고 수시로 바뀌는지라 레일라 조차도 잘 설명하지 못하는데, 미워하기로 결심한 마음과 진짜로 미워하는 마음, 사랑, 슬픔 등 여러 감정이 한데 뒤섞여있다.
마티어스가 레일라에게 정부 노릇을 요구했을 땐 레일라의 정서가 벼랑 끝까지 내몰린다. 과거 사촌들이 레일라는 결국 커서 창부가 될 거라고 저주를 퍼부었던 과거를 상기시켰다는 게 가장 큰 상처였다. 분명 레일라는 마티어스에게 빌의 사면이라는 거래를 통해 몸을 강제로 내어주어야 했다. 고작 그런 관계일 뿐인데 마티어스가 계속해서 빌의 사면 외에도 각종 선물과 사랑을 주려고 했고, 그럴수록 기대하게 되어[25] 본인도 마티어스에게 무언가 주고 싶었다.[26] 그러나 레일라가 줄 수 있는 것은 몸 말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만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었고 결국 창부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수치심을 지우려면 거래를 통해 맺어진 정부 관계라고 되뇌어야했고[27] 이를 위해 그가 자신을 범해 주기를 바랄 정도로 자기 파괴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촌들이 레일라가 커서 도둑이 될 거라고도 말했는데, 클로딘의 약혼자를 훔쳤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이 정말 도둑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마티어스를 미워하는 일을 좋아하기까지 한다. 마티어스의 감정 쓰레기통이 다름 아닌 레일라 본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레일라 역시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마티어스를 미워하는 감정으로 바꾸어 미워하는 감정을 키운다.[28] 그러나 미움이 커질수록 더 힘들기만 했다. 차라리 사랑을 인정하면 편할 것 같았지만 그렇다 한들 마티어스를 가질 순 없었다. 마티어스는 클로딘의 남자이며, 그에게 자신은 그저 하룻밤의 장난감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더러워져야만이 마티어스를 품에 안아볼 수라도 있다는 사실은 레일라를 더욱 우울하게 할 뿐이었다.
클로딘에게 관계를 들키면서 계획[29]보다 더 일찍 아르비스를 떠나게 되었고, 마티어스와의 관계가 변화한다. 떠나기 직전 마티어스로 하여금 기대했다가 버려지는 상처[30]를 주기 위해, 그리고 본인의 오랜 소망[31]을 이루기 위해 연인[32]이 되어달라고 요구한다. 나름대로 실제 연인처럼 마티어스가 운전을 하고 데이트 장소로 가서 평범한 것들을 함께 즐기기도 했으며, 레일라가 어설프게 화장을 하고 마티어스를 만나러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 정사는 무려 공작저에서 이루어졌는데,[33] 레일라가 작정하고 주도했다. 마음껏 마티어스를 지배하는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좋아한다고 속이고[34] 떠남으로써 배신감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레일라 스스로에게 감정적 덫을 놓는 꼴이 되었다. 카일과 빌에게 상처를 줘놓고서 정작 레일라 본인은 자신을 간음한 남자와 몸을 섞고 있다는 것에 심각한 수치심을 느꼈는데, 그럴 때마다 마티어스는 정말로 연인처럼 레일라를 다정하게 바라보았고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마티어스의 다정함은 분명 그동안 바라던 것이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주는 온갖 비극적인 감정과 공포심에 내적 갈등에 시달린다. 그래서 마티어스가 주는 성적 쾌락에 매달려서라도 복잡한 감정을 반추하지 않으려 애쓴다.[35]
빌 아저씨가 마티어스로부터 레일라를 보호하기 위해 로비타로 야반도주를 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떠나기 전 마티어스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 반, 진심 반으로 자신을 오랫동안 많이 사랑해달라는 말을 남긴 후 타국으로 도망갔다. 그곳에서 임신 사실을 알았고, 레일라의 몇 없는 소중한 가족이 될 아이를 사랑하게 된다. 마티어스에게 남은 미련 때문에 아이에게 애착을 갖게된 것이기도 하다.
마티어스는 기어이 레일라에게 돌아오는 미친 짓을 저지른다. 레일라는 빌 아저씨도 죽고 아이와 둘만 남겨진 시점에 마티어스가 철새처럼 다시 돌아온 것을 보고 마티어스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는다. 하지만 클로딘과 결혼했을 남자이고, 그의 정부로 전락한 레일라의 인생은 뻔했다. 더욱 수치스럽고 슬퍼져 마티어스를 격렬히 거부했고 마티어스는 전보다 훨씬 무서운 태도로 레일라를 숨막히게 만든다. 소원대로 마티어스가 상처를 입은 것 같았지만 마티어스가 미쳐버릴 정도의 상처를 준 것 같아 자신이 마티어스에게서 무엇을 원했는지 생각해보기 시작한다. 광기 어린 태도와 동시에 레일라가 잠자코 있을 때는 꼭 안아주고 입을 맞춰오니 전보다 혼란이 더욱 거세진다. 감정적 혼란을 달래기 위해 사랑하는 감정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뱃속 아이의 것이라며 둘러댄다. 아이에게 잔혹한 아버지를 좋아하면 상처받을 테니 좋아하지 말라고 부탁하는데, 본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아이에게 한 것이다.
레일라가 갑작스런 고열로 시름시름 앓다가 호전된 직후, 마티어스는 드디어 레일라를 놓아준다. 정작 마티어스에게서 벗어나는 것을 이루어내자 공허감이 든다. 그때 리에트에게서 클로딘과 파혼까지 하고 자신에게 왔다는 것을 듣는다.[36] 공작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지만 계속해서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적군의 공습이 갑작스럽게 시작되자 레일라는 무서움에 복통을 느꼈고 지하 벙커까지 가는 데 차질이 생긴다. 이때 마티어스의 얼굴이 뇌리에 스친다. 그동안 늘 레일라를 떠나갔던 사람들과 달리 전쟁터까지 레일라를 찾아올 정도로 곁에 있어주었던 사람이었으니 이번에도 올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정말로 마티어스가 레일라를 데리러 왔고, 거동이 불편한 레일라를 안아들고 지하 벙커로 대피시킨다. 사실 레일라가 사경을 헤맬 때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꿈을 꾸었는데, 이 꿈 속에서 마티어스에게 설렜던 감정을 전부 떠올렸다. 그 기억 속에는 지독하게 나빴지만 때로는 그 누구보다 다정하기도 했던, 그래서 기대도 품었던 기억도 함께였다. 무엇보다 우는 고아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는 이유로 늘 애써 웃어왔는데 마티어스 앞에선 울어도 용납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티어스가 벙커에서 레일라를 꼭 끌어안고도 레일라를 보지 않자 레일라는 마티어스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제는 그를 신뢰하게 되었기에 감성을 선택하기로 한다. 공습이 끝나면 카일에게 보내주겠다는 마티어스를 붙잡고, '미웠지만 그래도 늘 사랑이 함께였다'라며 진솔하게 고백한다. 고백하는 순간에도 혼자만의 감정일지, 마티어스에게 혹시나 버림받을지 두려워했지만 마티어스는 격정적인 키스로 보답하며 자신의 사랑을 보여준다.
마티어스는 끔찍한 전쟁터에서 끝내 살아돌아옴으로써 레일라를 홀로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또 한 번 증명했다. 살아돌아와준 마티어스를 흔쾌히 용서했고 본인의 소원대로 원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이가 된다. 레일라의 사랑을 받는 마티어스는 레일라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
5.2. 카일 에트먼
행복하던 시절의 소중한 친구이자 연인. 약혼까지 했지만 불미스럽게 파혼하고 잃어버리게 된 친구.신분은 같았지만 재산 수준이 서로 차원이 달랐고 집안의 명망도 꽤나 높았다. 더군다나 카일의 어머니는 신분 상승과 부에 관해 야망이 컸기 때문에 아들을 귀족과 결혼시키려 했다. 말과 표정으로 크게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은근히 아들에게서 레일라를 멀리하고 싶어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레일라는 자신과 카일 사이에서마저도 격차를 느끼고 서로의 미래를 위해 멀어지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카일이 큰 결단을 하여 레일라에게 청혼한다. 레일라는 카일을 남자로 보지 않았고, 멀어져야겠다고 마음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기에 거절의 의사를 밝힌다. 그런 나날들이 반년이 넘도록 지속되다 점점 서먹해진다. 청혼을 받은 이상 친구를 영영 잃거나 영원히 함께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결국 친구 카일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청혼을 수락한다. 물론 레일라가 카일을 남자로 보아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레일라가 카일을 남자로 바라보지는 않았어도 서로 편지를 주고 받을 때 기분 좋은 설렘은 느꼈다. 또한 두 사람은 함께일 때 행복했고 카일은 집안의 배경부터 친절까지 모든 것이 레일라에게 과분한 남자였다. 그러나 소통의 부재, 성급함, 과도한 야망 등이 한데 모여 카일의 어머니가 결혼을 저지하기 위해 레일라의 대학 입학금을 훔치는 사고를 치게 되었고[37], 약혼이 허무하게 깨졌다.
레일라를 꾸준히 괴롭히다 기어이 하녀 노릇까지 시키는 클로딘에게 큰 소리를 내어 레일라를 돕는다. 아버지의 눈총에 레일라를 구출하지 못하고 공작저를 떠나야했지만 아버지가 공작가의 사용인인데다 부자의 신분이 평민인 것을 생각하면 레일라 문제에 관해서는 매우 용기있게 나서준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자신 때문에 카일이 가정불화를 겪게 된 것 같아 미안했고, 마티어스와의 관계 때문에 또다시 상처를 주게 되어 괴로워한다. 그래도 두 사람이 멀어졌을지언정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은 여전하다. 마티어스가 레일라를 감금했을 때 마티어스에게 유일하게 하극상을 감행한 사람이다. 마티어스는 두 사람이 서로를 여전히 아끼는 마음을 이용해 카일을 인질 삼아 레일라에게 밥을 먹였다. 레일라가 사경을 헤매는 것을 보고는 이성을 잃고 난동을 피웠고 탈영까지 상상할 정도로 레일라를 구하고 싶어했다. 마티어스 대신 아픈 레일라의 식사를 도왔고 과거의 꿈 속 카일과 현실의 카일을 혼동할 때는 꿈을 꾸는 레일라의 장단을 맞춰주었다.
전세가 뒤집히자 임산부 레일라를 라츠의 군병원으로 옮기는 임무를 맡았다. 병원에 도착하고 헤어질 때 선뜻 먼저 레일라에게 인사하지 못했지만 레일라가 카일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고 눈물을 터뜨린다. 레일라는 카일의 눈물을 닦아주며 꼭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다. 이때 둘의 관계가 아프기만 한 실패한 사랑에서 추억 속 소중한 친구로 개선된다.
5.3. 클로딘 폰 브란트
부러움의 대상.마티어스 앞에서 비참함을 느낄 때는 늘 클로딘이 함께 있었다. 레일라는 타국 출신 고아일 뿐이지만 클로딘은 고귀한 백작가 영애다. 너무 아름다워서 좋아했던 마티어스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는데 그게 하필 클로딘이었다. 마티어스가 클로딘에게는 한없이 다정했고 몸짓 하나하나 클로딘을 소중히 대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반면 레일라에게는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소중한 것들을 망가뜨리기 일쑤였다.[38] 귀족 집안의 영애가 되어 마티어스에게서 클로딘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레일라의 아름다운 꿈이었다. 그렇지만 결코 현실이 될 수 없어 잔혹했다.
한편, 클로딘은 레일라를 강아지보다 못한 취급을 했고, 틈만 나면 심부름을 시킨 뒤 적선을 하여 신분 차이를 고상한 방법으로 과시했다. 레일라가 클로딘에게 받은 수모를 생각하면 그도 미워했어야 맞지만 의외로 클로딘은 그렇게 미워하지 않았다. 사실 클로딘이 밉기는 했다. 하지만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면 이미 각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레일라는 더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오히려 미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39]
마티어스의 정부가 되었을 땐 클로딘의 남자를 훔쳤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진다. 그래봤자 클로딘이 공개 석상에서 빛나고 있을 때 레일라는 철저히 숨겨져야 한다는 현실은 변함없었다. 끝내 관계를 들키고 클로딘에게 모욕[40]을 당했지만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다. 클로딘에게 모든 것을 돌려주기 위해[41] 사과 편지 한 장을 남긴 채 모국으로 떠난다.
5.4. 빌 레머
레일라 인생 최고의 은인. 부모를 잃고 친척들에게 외면당했을 때 유일하게 레일라를 거두어주었다. 단순히 숙식만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레일라가 자신에게 와서 행복해졌다고까지 말할 정도로 레일라를 사랑으로 키웠다.빌이 다른 친척들처럼 괴롭히지 않았기에 빌을 쉽게 따르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빌이 레일라를 거두어주겠다는 확신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또다시 버려질까 봐 불안해했다. 어디로 보낼지 기한 내로 정할 테니 그때까지만 잠시 머무르게 해주는 것뿐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빌이 말한 기한은 훨씬 지났고 우직하게 레일라의 곁을 지키다 학교까지 보내주었다.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레일라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행복을 느낀다. 빌이 자신을 고아원으로 보낼까 봐 불안했던 레일라는 어느새 빌을 신뢰하게 되었고, 빌이 사고를 당해서 사라질까 봐 불안해하게 된다. 돌보아준 것에 대해 보답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만 빌은 레일라에게서 보답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레일라라는 사람을 오롯이 인생의 선물로 여기고 아낌없이 내어준다. 레일라가 좀 더 자신을 믿고 의지하길 바라며, 시력이 나쁘다는 얘기 한 마디도 없이 혼자 돈을 벌어 안경을 사자 속상해했다. 레일라가 호의를 거절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을 긋지 말라며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 호칭만 아저씨일 뿐 영락없는 레일라의 아버지였다.
레일라는 그런 빌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카일마저 레일라를 떠나게 되어 레일라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었을 때는 더욱 빌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빌이 한순간의 실수로 영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유치장으로 들어가게 되자 그토록 미워하던 마티어스에게 용서를 빌러 갔다. 마티어스는 정부가 되라는 조건을 걸었고 레일라의 인생은 철저하게 망가졌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켜야 하는 존재가 빌이었다.
빌은 레일라와 마티어스간의 관계를 알아버렸고 레일라에게 그저 미안해했다. 레일라를 전혀 탓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국경을 넘어 마티어스에게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평소와 변함없는 태도로 일관하며 레일라를 안심시킨다. 정착한 곳에서는 모두가 두 사람을 당연하다는 듯 부녀지간으로 보았다. 레일라가 직접 아버지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에 조용히 긍정하며 이미 아버지로 받아들인 듯한 모습을 보인다. 빌이 사망하기 직전 처음으로 용기 내어 아버지라고 불러주었다.
아이를 임신한 것을 빌이 알면 실망할까 봐 두려워했고 그래서 임신 사실을 밝히는 것을 미뤄왔다.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했지만 곧바로 빌이 공습에 휘말려 위독해지는 바람에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빌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아기 신발을 선물로 남긴 것을 알게 되었다. 빌은 아이의 존재를 이미 알고 사랑으로 품었다.[42] 빌의 마지막 선물에서 그의 사랑과 믿음을 느꼈고 다시 괜찮은 어른이 되어볼 용기를 얻는다.
5.5. 그 외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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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폰 헤르하르트
레일라의 아들. 12월 31일 생이다. 마티어스의 전사 소식을 접하고 크게 충격을 받은 탓에 예정보다 일찍 태어났다.[43]
마티어스와 재회하기 전까지만해도 마티어스를 향하는 수많은 감정 중 미련을 상징했다. 빌 아저씨가 사망한 후 유일하게 남은 레일라의 가족이 되었기에 더욱 애착을 가졌다. 마티어스와 재회했을 땐 마티어스를 좋아하는 감정을 펠릭스의 감정이라고 해명하며 마티어스에게서 정을 떼려고 애를 썼다.
마티어스와 꼭 닮은 외모 덕에 레일라가 헤르하르트 가의 두 마님에게 공작 부인으로 인정받았으니 그야말로 레일라의 복덩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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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폰 헤르하르트
레일라의 딸. 펠릭스를 임신했을 때는 임신을 축하받지도 못했고 전쟁터에서 고생을 심하게 한 탓에 축복받는 임신 기간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또한 자신을 조금 더 닮은 아이를 낳고 싶은 욕심도 있었기에 레아를 갖고 싶다고 마티어스를 여러번 설득했다. 마티어스는 마지못해 레일라의 요구를 들어주었고, 부부는 결실을 맺었다.
결말부에서 막 걸음마를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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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 폰 헤르하르트
공작가의 마님, 훗날 레일라의 시어머니. 클로딘이 영지로 놀러올 때마다 레일라를 불러서 별의별 요구를 해왔는데, 레일라가 클로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머뭇거리는 듯 하면 레일라를 따끔하게 질책했다. 레일라와 카일 사이에서 혼담이 오갈 때 레일라의 흉도 여러 번 봤다. 다만 레일라를 한 인간으로서 싫어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귀족 중의 귀족으로서 클로딘의 행위에 비판 의식이 없고, 감정을 숨기는 성격이 아닌데다 클로딘을 워낙 마음에 들어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편을 들어준 것이다. '아름답고 영특하고 착하지만 천한 고아'가 몰고다니는 가십에 관심을 숨길 생각도 없다.[44]
레일라를 며느리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나름대로 정이 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마티어스와 꼭 닮았는데 마티어스와 달리 사랑스럽기까지 한 펠릭스를 낳았기 때문이다. 펠릭스가 레일라의 성격을 닮아 다행이라고 말했으며, 레일라가 교양이 없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펠릭스의 성격과 겹쳐보면 관대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감정이 꽤 좋아졌다. 펠릭스같은 아들을 낳았다는 장점을 한 번 더 살려 아이를 더 낳아보라고 제안한 것도 엘리제다.
레일라의 영특함도 마음에 든 듯하다. 레일라를 며느리로 맞으며 많은 가문과 척을 졌고 추문에 오염되었지만 마티어스가 추문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문을 만들려고 엄청난 힘을 쏟고 있다. 레일라도 가만히 있지 않고 헤르하르트를 흉본 귀족 동기들을 시험 성적으로 복수해주니 은근히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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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폰 헤르하르트
공작가의 노마님, 훗날 레일라의 시할머니. 귀족 중의 귀족으로 매우 점잖으며 가십을 즐기지 않는다. 로비타 혼혈로 레일라에게 동질감이 있다. 레일라가 불우한 배경에도 교사로 반듯하게 크자 결혼 상대를 주선해주려고 애쓴 적 있다. 빌 레머가 일으킨 사고로 다쳤는데도 용서하기로 할 정도의 대인배다. 레일라를 손자며느리로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펠릭스의 얼굴을 보자마자 마음을 바꾼다. 엘리제와 달리 레일라를 못마땅해하는 티를 전혀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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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 부인
레일라를 아껴준 이웃으로, 공작저의 요리사다. 빌 레머에게는 섬세함이 부족했기에 그 부분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었다. 레일라가 15살 무렵 늦은 2차 성징을 겪었는데,[45] 이때 빌 대신 여성 용품과 속옷을 사주는 등 엄마 노릇을 톡톡히 해주었다. 같은 여성이기도 하지만 슬하에 딸만 셋이라 풍부한 경험으로 레일라를 손쉽게 도와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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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에트먼
카일의 어머니이자 레일라의 날개를 꺾고 빌을 욕되게 한 사람. 에트먼 부자와 달리 야망이 있어 아들을 하급 귀족과 결혼시키고 싶어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야망이지만, 이 사람은 레일라와 아들의 결혼을 반대할 논리를 전혀 대지 못했고[46] 아들과 직접 대화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47] 아들 혼자만 레일라를 좋아한다는 것도 자존심 상했다고 한다. 도저히 레일라를 나쁘게 볼 여지가 없으니 주제 넘게 욕심이 많아서 결혼을 통해 대학을 가려 한다며 온갖 합리화를 한다.[48] 모두의 앞에서는 결혼을 받아들인 척하고 뒤에서는 대학을 못가도록 등록금을 훔치는 저열한 선택을 했다. 심지어 레일라를 향해 레일라를 들인 빌을 동정한다고 말한다거나, 빌이 레일라를 들인 것이 비극이라는 등의 막말도 서슴치 않았다. 결국 모든 일이 들통나면서 애지중지하던 아들과 사이가 멀어졌다. 이 사람 때문에 레일라는 스스로가 인간도 아니라고 느낄 정도로 상처받았다.[49] 심지어 반성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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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먼 박사
린다 에트먼은 레일라를 짓밟았지만, 에트먼 박사는 오히려 날개를 달아주려했다. 신분을 등한시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아들과 레일라의 결혼을 곧바로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아들의 진정성있고 논리적인 설득 덕에 레일라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다. 심지어 대학 진학을 레일라에게 제안한 사람이며, 등록금이 도난당했을 때도 지원해주려했다. 범인이 아내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없던 일이 되었지만 아내 대신 빌과 레일라에게 사과를 하고 무너진 가문의 평판을 살리려 애쓰고 있다. 그동안의 행실 덕에 아내의 만행에도 공작가에게서 재신임을 받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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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레일라가 맡은 학급의 고아 소녀. 레일라에게 많이 의지한다. 레일라가 힘 없이 멍 때리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직전과 비슷하다며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여리고 상처가 많다. 겁도 많아서 연극 공연을 선보이기 직전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레일라가 모니카의 역할을 대신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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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 아저씨
레일라 부녀의 시엔 정착을 도와준 먼 친척. 생판 남에 가까운 레일라 부녀가 거주지와 직장을 구하도록 도와준 좋은 사람이다. 레일라 부녀를 시엔에 두고 직계 가족들끼리만 피난을 가긴 했지만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남과 가까운 사람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원망할 수 없다. 레일라도 이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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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트 폰 린드만
마티어스의 사촌. 레일라가 마티어스의 정부가 되기 전 레일라에게 접근해서 재미없는 마티어스의 정부보단 재미있는 자신과 잘해보자며 추파를 던진 적이 있다. 레일라가 자리를 피하려다 그만 마티어스의 차량과 교통사고를 당했다. 지속적으로 괴롭힌 적은 없으며, 단 한 번 정부라고 깎아내린 게 다라서 레일라가 크게 신경쓰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리에트가 레일라에게 사과했을 때 레일라는 왜 사과하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클로딘의 잘못도 대신 사과하고 펠릭스를 꼭 먼저 보여주라는 부탁을 했다. 레일라를 베르크로 이송하는 임무를 맡은 것도 리에트였다. 하지만 펠릭스를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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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츠 교수
레일라의 대학 교수. 조류생물학 분야의 권위자다. 성적과 석차를 공개하기로 악명높다. 레일라는 늘 수석이기에 레일라를 흉보는 사람들의 콧대를 꺾어줄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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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버 선생
마을 학교 동료 교사. 상급반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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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잡화점의 아들. 레일라를 보고 반해서 교장에게 맞선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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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먼 백작
레일라와 수석 경쟁을 하는 대학 동기인데 늘 레일라에게 밀려서 감정이 좋지 않다. 레일라를 천박한 정부라고 욕하고 다니는데, 자신을 욕할 때는 참았지만 펠릭스를 욕하기 시작하고나서는 레일라도 참지 않고 마티어스의 방식 그대로 레먼을 비꼬아준다.
6. 여담
- 고모네 사촌은 5명이었다. 모두 레일라보다 나이가 많았다. 고모도 고모부에게 폭력을 당하느라 레일라를 남편으로부터 지키는 것을 포기했다.
- 레일라의 모교인 길리스 여학원은 명문가에 가깝게 인재를 육성하는 학교다. 이런 학교에 레일라를 보냈다는 것 자체가 빌에게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자전거를 많이 타는데 한눈 팔다가 자주 넘어진다.
- 마티어스는 레일라를 카나리아에 비유하여 말한다. 레일라의 몸짓과 손짓은 '포르르', '바둥바둥' 등의 의태어로 묘사하고 머리카락은 카나리아의 날개같다고 말한다. 이 묘사의 수준이 굉장히 아름답다.
- 리에트만이 레일라에게 시큰둥했다. 레일라의 미모가 아름다운 것은 물론 인정하며 무엇이 사람들의 관심을 사는지도 알 것 같지만 그정도의 미인은 상류층에도 얼마든지 있는데다 썩 본인 취향도 아니라고 한다.
- 생일은 봄이 오는 달의 초이다. 펠릭스의 잉태 시기가 3월 말이고 레일라의 생일은 다음 달 첫 번째 주 토요일이라고 했으니 4월의 1~7일로 추정.
- 복숭아를 좋아하는데 두 번의 임신 모두 입덧 시기에 복숭아를 찾았다.
- 자연물을 좋아하는 성격 답게 공원에 가면 숲과 새, 강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는 것을 좋아한다. 씩씩한 척 해도 겁이 많은 성격 때문에 지나치게 북적이지도, 외지지도 않아야한다. 밤에는 가로등이 있는 곳을 찾아간다.
- 시댁이 레일라를 받아들일 수 있게된 데에는 마티어스의 강경함[50]도 있었지만 펠릭스가 가장 크게 한 몫했다. 펠릭스의 외모가 어릴 적의 마티어스와 완전히 똑같았기 때문에 펠릭스를 보자마자 곧바로 헤르하르트가의 자손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예 펠릭스를 처음 본 당일 바로 사랑에 빠졌을 정도였다고 한다. 펠릭스의 사랑스러운 성격은 레일라와 꼭 닮기도 해서 레일라가 귀부인답지 않게 꾸밈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펠릭스를 떠올리면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레일라를 귀부인처럼 교육하고 싶어도 마티어스가 가장 큰 방해물이라 어쩌지 못한다.
- 공작 부인이 되기 전에도 귀족 사회를 답답하다 여겼는데 공작 부인이 되고 난 후에도 귀족들의 문화를 불편해한다. 등교할 때 자동차를 타지 않으며 늘 자전거를 탄다. 임신했을 때조차 걸어다녔다.
- 시어머니 엘리제와 시할머니 카타리나는 레일라를 사교계에 내세울 생각이 없다. 레일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허영심이 너무 없고 담백해서 억지로 사교계의 여왕이 되려 했다가 먹잇감이 될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다.
- 외전에서는 마티어스가 레일라에게 수영을 가르쳐주게 되었다. 레일라가 물에 빠지는 상황이 오게 될까봐 마티어스가 나서서 가르쳐주게 되었다. 수영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물에 떠서 흘러가는 것을 즐길 수준은 되었다고 한다. 배영을 배우는 것이 다음 목표이다. 여담으로 마티어스처럼 레일라도 나체로 수영한다.
- 빌과 살던 오두막은 외전에서 새 연구실 용도로 개편했다. 대학을 졸업하면 교수가 될 준비를 할 생각이다. 시어머니 엘리제가 레일라는 사교계의 여왕보다 교수가 더 쉬울 것 같다며 레일라에게 교수 진로를 추천하고 격려했다.
- 이름을 말하면 혀 끝을 간질이는 느낌이 난다고 한다. 모든 음절에 'ㄹ(l)'발음이 있는데 'ㄹ'은 혀끝소리 자음이다.
- 차기작 《바스티안》에서 대사 없이 몇 회 등장했다. 마티어스가 해외 전선에서 복무하던 시절[51] 플라타너스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모습으로 짧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바스티안이 아르비스로 가서 리에트, 마티어스와 함께 사냥을 할 때 피비를 쏠까봐 갑자기 뛰쳐나온 장면에서 다시금 얼굴을 비췄다. 외전에서는 결혼 후 라츠의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를 관람했다. 마티어스와 두 마님이 동행했으며, 리셉션에는 참여하지 않고 가문의 박스석에서 관람만 했다
- 오페라 공연장에 입고 간 옷은 사비네 의상실의 드레스였다. 가문 대대로 사비네의 단골이라고 한다. 몸에 걸친 보석은 겉보기엔 수수하지만 실상은 노마님이 베르크로 시집올 때 가져왔던 로비타 왕실의 보석이었다. 헤르하르트 집안의 가보라고 한다.
[1]
베르크로 이민온 나이 11세, 수 주뒤 12세.
[외전]
초경.
[3]
마티어스의 귀국.
[4]
카일과 혼담이 오갈 때부터 베르크를 떠나기 전까지.
[5]
로비타 생활과 펠릭스 출산까지.
[6]
결혼 및 대학 입학.
[7]
레아 출산.
[8]
결말.
[9]
칼스바르 소재.
[10]
로비타 시엔 소재.
[11]
베르크 출신. 그래서 레일라가 베르크어를 할 수 있다.
[12]
레일라가 어머니의 외모를 너무 빼닮았다는 이유로 얼굴을 보는 것조차 괴로워했다.
[13]
레일라의 친부 알버트와는 마지막으로 본 지 20년도 더 되었다. 사실상 남과 다를 바 없는 아주 먼 친척이다.
[14]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어주어서. 식물은 당연하고 때가 되면 이주를 하는 철새조차도 1년이 지나면 돌아오기 때문에.
[15]
가구는 주인을 볼 수 없고, 주인도 가구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서로 무념무상이라는 의미.
[16]
어머니가 남편과 딸을 버리고 도망가버리면서 많은 소문이 났는데, 그 중 창녀나 정부가 되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레일라가 그런 엄마의 딸이니 창녀가 될 것이라고 욕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한 사촌에게 따졌다가 레일라가 더 많이 맞았고, 고모부에게 또 혼나면서 다시 맞고 벌로 쫄쫄 굶어야 했다. 하도 배고파서 밭에서 몰래 순무를 캐서 먹었다가 도둑년 소리를 들었다.
[17]
빌 아저씨.
[18]
아르비스의 숲에 사는 새, 빌 아저씨가 선물해 준 물건 등.
[19]
추가로, 꽃꽂이 심부름을 마친 뒤에 샌드위치를 받았을 땐 음식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예 벌이라고 여겼다. 배가 부르고 체할 것 같다면 사정을 말하고 샌드위치를 집으로 챙겨가는 선택지도 있다. 레일라가 말하지 않는다면 마티어스는 레일라가 음식을 먹기 힘든 상태인지 알 리가 없다. 모자를 벗기자 다 잘못했으니 돌려달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마티어스의 행동에 결함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레일라는 자신이 무언가 공작에게 잘못을 했으므로 공작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0]
동의 없이 성적 접촉을 했으며 권위와 협박을 통해 육체적 관계를 맺는 사이가 될 것을 요구했으므로 현대 한국의 형법 상으로 강제추행과 유사강간에 해당한다. 레일라가 마티어스를 사랑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성범죄는 성립한다. 레일라 역시도 최소 첫 관계만큼은 강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당연하게도 그 어떤 쾌락도 없이 끔찍하게 아프기만 했다는 서술이 있다.
[21]
마티어스가 아름다운 새만 골라서 죽이므로 '아름다운 새'의 학살자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새의 학살자'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중의적 표현이다.
[22]
투사.
[23]
자연사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레일라를 발견하고 뒤를 쫓았다. 레일라가 천장의 크리스털 새 오너먼트를 보고 황홀해하며 손을 뻗자 한 번 만져보게 해주려고 레일라를 뒤에서 번쩍 안아 들었다. 교통사고가 난 레일라가 걱정되어 일부러 짓궂은 편지를 보내고 별채로 유인한 적도 있다. 영문도 모르고 마티어스에게서 벗어나려했고 마티어스는 침실까지 강제로 끌고 갔는데 마티어스는 그저 레일라를 치료해줄 생각이었다. 상처에 키스해주고 진통제를 먹이고 쓴 맛을 달래라며 사탕을 먹여주었다. 과거, 레일라의 어머니는 파란색 사탕이 담긴 병을 주며 다 먹을 때까지 꼭 돌아온다고 약속했으나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사탕에 안좋은 기억이 있는데 마티어스가 사탕을 먹여주었다. 마침 마티어스의 파란 눈이 어쩐지 어머니가 먹으라고 주었던 파란 사탕같았고 슬픔, 외로움, 기대감이 한데 뭉쳐 하염없이 울었다. 마티어스는 우는 레일라를 끌어 안아서 다독여 주었다.
[24]
마티어스의 파란 눈을 보고 엄마가 준 파란 사탕을 떠올린다. 그 사탕을 다 먹으면 돌아온다고 했지만 결국 영영 떠났다.
[25]
레일라가 라츠의 자연사 박물관에서 천장의 크리스털 새 장식을 구경하며 황홀해하자, 마티어스가 레일라를 안아들어 새를 만져보게 해주었다. 레일라는 이때 마티어스의 마음도 어쩌면 자신을 향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잠깐 품었지만 접어야만 했다. 이 일을 레일라만 기억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고 마티어스가 쉴새없이 레일라와 관계를 맺은 뒤 새 모양의 크리스털 오너먼트를 레일라에게 선물로 주었다. 레일라는 또다시 기대했다가 실망하기 싫었고, 그래서 선물을 받기 싫다며 위악을 부렸다. 마티어스는 마음에 안들면 버리라고 하고 끝까지 선물을 쥐어주었는데, 레일라는 선물을 버리지 못하고 침대 아래에 깊숙히 숨겨두었다.
[26]
마티어스가 다정하게 대해주는 날들이 쌓여갈수록 점점 레일라 역시도 성적 쾌락을 느끼게 된다. 물론 쾌락을 느꼈다고 해서 강간이 아니라고 하기는 힘들다. 처음부터 마티어스가 권력을 내세워 협박했기 때문에 성관계가 시작되었고, 마티어스가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며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했다. 그래서 그 뒤로도 레일라가 원하지 않더라도 마티어스가 원하면 몸을 내어주어야했다. 아무리 레일라가 싫어도 빌 아저씨를 약점 잡아버리면 레일라가 거부하기 힘들다. 또한 마티어스는 자신의 사랑을 레일라가 조금이라도 거절하는 듯하면 유난히 견디지 못하고 레일라와 관계를 맺으려했다. 고로 유사강간은 여전히 성립한다. 일상 생활에서도 크게 영향을 끼쳤는데,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수치심에 시달릴 정도로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여기에 무리하게 많은 성관계로 신체적 피로 마저 겹쳐 눈에 띄게 야위어갔다.
[27]
또는 기대감과 슬픔을 미움으로 지워내기 위해.
[28]
타인에게 수모를 겪는 만큼 자신의 처지를 실감하고 마티어스와의 거리감을 여실히 느끼며 슬퍼지기 때문이다. 그게 마티어스가 주는 슬픔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더군다나 마티어스가 레일라에게 성폭력을 저질렀고 레일라에게 극도의 수치심을 주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이 주는 아픔을 마티어스에게 전부 풀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특히나 마티어스에 의해 그의 정부가 되면서 자신을 사랑해주는 빌과 카일을 볼 낯이 없어졌다. 그들을 볼 때마다 또 마티어스가 미워졌다.
[29]
본래 계획은 결혼 직후 라츠로 가는 것이었다.
[30]
레일라가 늘 겪어온 감정이자, 마티어스를 두려워하고 미워하게 된 기저 감정.
[31]
클로딘처럼 마티어스에게 소중히 대접받는 일.
[32]
이미 다른 사람들 눈에는 연인이었다. 마티어스가 레일라를 백화점으로 데려가 옷과 구두를 사주고 지극정성으로 상품을 골라주는데도 레일라 홀로 시큰둥했는데, 직원들은 남자가 여자에 미쳐서 그날 하루 장사 수완이 오를 것 같다며 좋아한다.
[33]
레일라가 간 것은 아니었고, 마티어스가 연인이 되어달라는 레일라의 요구에 부응하여 헤르하르트가의 두 마님이 저택을 비운 동안 레일라를 공작저로 들였다.
[34]
100% 거짓은 아니다.
[35]
그래서 공작저에서의 정사 부터는 강간이 아니라고 해석될 여지가 생긴다. 이전까지는 간혹 레일라가 먼저 관계를 요구하는 듯 보여도 실상은 마티어스의 다정함이 혼란스러웠고 창녀나 도둑년이라는 수치심까지 유발하다보니 차라리 범해주길 바라는 심리였다. 성폭행으로 마음믈 크게 다친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반면 떠나기 직전에는 이전과 다르게 자신에게만 욕망을 보이는 마티어스를 충분히 즐기고, 동시에 마티어스도 본인을 사랑하길 바라는 목적으로 레일라가 먼저 원했다. 그리고 이날 펠릭스가 잉태되었다.
[36]
단순히 마티어스의 반려자 자리를 노려볼 기회가 생겼다는 것을 넘어서서,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파혼하고 레일라를 찾아온 것이기에 사실상 사랑 고백이었다.
[37]
카일 아버지의 제안에 따라 라츠 대학 입학 시험을 보았고, 합격함에 따라 라츠에 정착하여 같은 대학을 다니기로 하였다. 레일라가 입학금을 마련해두긴 했지만 그걸 훔쳐가면 급하게 돈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다. 그래서 등록금을 훔쳐 레일라가 라츠 생활을 못하게 했고, 본인이 범인임을 밝혀서 레일라를 무너뜨리려했다.
[38]
클로딘의 모자가 날아갔을 땐 직접 주워서 우아하게 건네준 반면 레일라의 모자는 강물에 던졌다. 마티어스가 레일라에게 아예 나쁜 행동만 한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생각해서 샌드위치를 간식으로 주었다. 하지만 그게 철저하게 마티어스 본인 관점에서의 호의였던 것이 문제다. 배가 고픈지 아닌지, 지금 간식을 먹고 싶은지 아닌지 알아보지도 않고 심부름의 대가로 아랫사람에게 하사하듯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레일라가 아랫사람인 건 물론 맞지만 클로딘과 자신의 신분 차이만 비교될 뿐이었으니 그런 호의 따위는 받지 않는 게 나았다.
[39]
당연히 마티어스를 미워할 때도 버거워서 후회했다.
[40]
손으로 발을 밟히고 더럽다는 욕을 먹었다. 심지어 두 사람의 정사를 엿들은 듯한 말까지 했기 때문에 수치심이 배가된다.
[41]
빌 아저씨가 레일라를 마티어스로부터 지킬 목적이 좀 더 컸다.
[42]
레일라는 아이를 갖게 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더럽다 여길 정도로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빌은 오히려 자신의 잘못 때문에 레일라가 고통받았다고 여기고 있다. 애초에 실망할 이유 자체가 없었고 레일라의 아이도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43]
이를 토대로 펠릭스가 잉태된 시기를 계산해보면 공작저에서 연인 연기를 하며 마지막으로 정사를 나누었을 때가 된다. 출산 예정일 계산은 마지막 월경 기간의 첫 날을 기준으로 한다. 해당 일의 달의 숫자에서 3을 빼거나, 뺄 수 없다면 9를 더한다. 날짜에서는 7을 더한다. 따라서 마지막 월경은 3월 24일보다는 뒷날이다. 두 사람의 밀회날은 초봄이었으므로 3월이고, 그 다음 달 첫째 주 토요일이 레일라의 생일(4월 1~7일)이라고 했는데 생일이 되기 전에 잠적했으니 3월 25~31일에 공작저에서 밀회를 한 것이 된다. 일찍 태어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면 31일에 가까울 것이다.
[44]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다. 가십을 화두에 올리고 의견만 간단히 밝힌 후 다른 화제로 넘어가는 정도의 가벼운 흥미만 있다.
[45]
레일라가 18살 때 마티어스를 다시 만나기까지 2년 동만 서로 만나지 못했다. 초경을 한 해에는 마티어스와 만난 적이 있다. 다음 해에는 마티어스가 영지에 돌아오긴 했지만 서로 마주친 적이 없고 그로부터 2년 뒤에는 해외 전선에 복무하느라 영지를 찾지 않았다. 따라서 초경은 15살 여름이다.
[46]
남편 앞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보긴 했으나 신분을 매우 중시하는 이유를 제대로 대지 못하고 오열했다.
[47]
아들을 통제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아들에게마저 속물적인 엄마로 보이고 싶지 않아하기 때문이다.
[48]
말도 안되는 순 억지인 것이, 일단 신분 상승을 꿈꾼다면 욕심을 내어야 한다. 당장 본인도 신분 상승의 야망 때문에 하급 귀족들에게 아들을 소개시키고 다닌다. 가족이라곤 의붓 아버지인 빌 하나 뿐인데다 빌의 인맥도 부족한 현실에 레일라가 대학을 가고 경제적 기반을 쌓아 사회적 지위를 올리는 것을 트집잡는다는 것은 내로남불이다. 또한 레일라는 원래 대학이 아니라 교사 생활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학을 다니라는 제안은 남편이 먼저 했고, 레일라 설득한 사람은 빌이다. 남편의 제안도 레일라가 능력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다. 천애 고아 레일라가 대학을 다닌다면 고아 신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고, 신시대의 질서에도 대비할 능력이 생긴다. 아들이 어린만큼 가족 모두가 유예 기간을 갖고 레일라가 카일의 집안과 주변의 시선을 설득할 기회를 주는 방법도 있다.
[49]
온몸이 그 자리에서 굳어 마치 인형이 된 듯한 비현실감을 느꼈다. 에트먼 부인이 밉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 정도의 증상이면 '해리'에 가까운데, 매우 큰 충격을 받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심리 현상이다.
[50]
온 베르크에 전사 소식이 잘못 퍼지고 있을 때 두 계절이 지나도록 방관했다. 가족들과 레일라에게마저도 알리지 않았다. 저택으로 돌아와서 무턱대고 레일라와 펠릭스를 들이밀었고 두 사람을 헤르하르트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면 공식적으로 명예롭게 전사한 군인이 되겠다며 협박했다.
[51]
17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