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Demolition Derby
데몰리션 더비, 혹은 줄여서 데모 더비라고도 불린다. 여러 자동차와 드라이버가 한데 모여 서로 들이받는 모터스포츠이다. 중세 마상창시합중 melee를 말 대신 자동차로 하는 격이다.
2. 역사
1950년대 미국에서 지역 소규모 행사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 창시자가 따로 거창하게 이름을 달고 연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동네 축제에서나 벌이던 정도의 규모로, 한 출처에 의하면[1] 1947년 돈 베이실(Don Basile)이 캐렐 스피드웨이(Carrell Speedway)에서 개최한 것이 최초라고 하지만 또 다른 출처는[2] 스톡카 레이서였던 래리 멘델손(Larry Mendelsohn)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중들이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각종 사고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뉴욕주의 이슬립 스피드웨이(Islip Speedway)에서 데모 더비의 개념을 처음 정립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교차검증이 되지 않아 실제로 누가 가장 먼저 이러한 형태의 모터스포츠를 정립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50-60년대 미국의 경제호황이 정점을 찍으면서 폐차장에 가야 했을 이미 말소된 자동차들을 각지에서 동네 축제에 끌고 나와 자체적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사실 모터스포츠라 부르기도 뭣한 종목이라 FIA나 NHRA 같은 기구에서 다루지도 않았고, 그래서 지역별로 규칙이나 규모가 중구난방이었다. 그럼에도 대중들 사이에서 서브컬쳐적 인기를 얻으며 1963년에는 호주에서도 첫 데모 더비를 개최하기에 이르렀고, 호주 건너 유럽까지도 은연중에 퍼져나가 나름대로의 국제경기로 부상한 DDWC(Demolition Derby World Championship) 는 ABC(미국)에서 60년대부터 92년까지 꾸준히 생중계를 탔다.
70년대에 인기 최고봉을 찍고 80년대 경제가 다시 한 번 주춤하며 해당 종목의 인기는 식어갔다. 여기에는 ABC에서 경기를 중계했던 Wide World of Sports 프로그램이 종영해버린 것과 안전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들이받는 맛이 있는 풀사이즈 세단들이 눈에 띄게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차종만 바뀌고 발전하는 모습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1997년 내시빌 네트워크(이후 CBS 소속)에서 데모 더비를 다시 전국방송에 올리면서 부활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3. 규정
저예산으로 쉽게 개최하고 참가할 수 있는 경기라 지역별 편차가 상당하다. 세계 어디를 가도 다 조금씩 다른 더비 규칙을 갖고 있으니 여기에 서술된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3.1. 경기장
너른 공터 혹은 트랙을 사용한다. 주차장이나 아스팔트 트랙은 잘 이용하지 않는데, 다름아닌 안전 문제 때문이다. 흥분한 드라이버들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아스팔트에서 가속하면 서로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에 흙판에서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전통적인 더비의 경우 네모난 아레나를 조성하며, 어느정도 모터스포츠 구색은 갖춘(...) 뱅어 레이스 (Banger Race) 는 동네 트랙을 이용한다. 관중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도 필요한데, 전통적인 지역 축제급의 소규모 경기라면 관중석을 임시로 가설하기도 한다.그리고 충분한 안전 조치.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하다! 콘크리트 배리어를 세워 경기장을 만들 경우 그 밖으로 나가게 되면 절대 서로 들이받지 못하도록 드라이버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하고, 안전요원들을 배치해 위험상황일 때 레드 플래그를 발령할 수 있게 한다. 드라이버들은 자동차가 작동불능이 되거나 부상을 입는 등의 문제의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포기하고 나올 수 있다. 화재나 복합적인 구조상황에 대비해 지역 관할 소방서에서 차량과 인력이 배치되기도 한다.
3.2. 출전 차량
전통적으로 데모 더비에는 튼튼한 60-70년대 미국산 세단과 왜건들이 많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너무 튼튼해도 안 됐는데, 크라이슬러 임페리얼은 사기캐 수준이라 대부분 경기에서 사실상 밴 먹고 쫒겨난 신세다.보통 여기에 나가려는 드라이버나 팀은 지역 폐차장이나 개인 오너들에게서 차를 구입하며, 이런 풀프레임 차종들이 상태 불문하고 레어템으로 가격이 많이 뛴 현재는 80~90년대 이후 모노코크 세단, SUV, 소형차, 미니밴 등 다양한 차종별로 종목을 나누기도 한다. 장갑차급의 내구도를 자랑하는 미국 스쿨버스는 그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위치. 이 외에도 콤바인이나 잔디깎이 경기도 종종 열린다.
폐차라고 그 상태 그대로 출전하기에는 안전 문제가 많다. 그래서 충돌 시 파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리창, 전조등[3], 실내 트림 등 거의 모두가 제거되고, 배터리와 연료탱크의 위치를 실내로 옮긴다.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곳이라면 추가로 소화기와 전복 시 운전자를 보호하는 롤케이지를 설치하고 경기 중 열릴 수 있는 후드, 트렁크, 문짝 등을 용접으로 붙이도록 하기도 한다.
도색은 출전팀이 원하는 대로 가능하다. 보통 차가 그리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에 여타 제대로 된(...) 모터스포츠에서 보는 깔끔한 도색은 거의 볼 수 없고, 스프레이 페인트나 건축용 페인트, 테이프 따위를 쓰는 엄청난 저예산을 자랑한다. 규모가 큰 경기일 경우 출전번호를 표기하도록 요구하는 곳도 있으나, 이 역시 어디에 어떻게 표기하는지는 큰 제약이 없다.
3.3. 출전자
보통 16세 이상의 운전면허 소지자로 제한되어 있다. 안전벨트와 헬멧은 경기 중 항시 착용해야 하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3.4. 경기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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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적으로 흔한 규칙
각 라운드는 "히트 (Heat)"라고 불린다. 지역에 따라 결승전까지 같은 차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차를 끌고 와도 되는 경우도 있다. 토너먼트 방식이 흔하며, 경기를 더 오래 진행하기 위해 히트별 준우승자도 같이 진출시켜주는 경우도 있다.
운전자측 A필러에 깃발이 달린 나무판을 다는 것이 흔한데, 심판이 이것을 뜯어서 해당 차량을 실격시키거나 드라이버가 직접 뜯어서 기권의사를 밝히기도 쉽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신호가 떨어지면 서로 들이받아 상대 차를 고장내야 하며, 몸싸움이 기본인 종목 특성상 겁쟁이 플레이는 용납되지 않는다. 일정 시간 동안 다른 차들과 컨택트를 하지 않은 차는 샌드배깅 (sandbagging) 한다 하여 자동 실격되는 규칙을 통해 관중들의 재미를 보장한다. 엔진이 꺼진 자동차는 30초에서 1분 가량의 재시동 기회가 주어지며, 이 안에 차를 움직이지 못하면 파괴 판정을 받고 드라이버는 차를 두고 경기장에서 나와야 한다.
고의적으로 다른 드라이버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할 경우에도 실격 처리된다. 예를 들어 운전자측 문을 고의로 들이받거나, 전복시키거나, 여럿이 합심해 한 드라이버를 집중공략하는 등의 행위. -
아레나 방식
정해진 네모꼴, 혹은 원형 경기장에 참가자들이 진입해 모인다. 기동 가능한 차가 단 한 대 남을 때까지 계속된다. 빈 땅이 남아도는 미국이나 북유럽 등지에서 인기있는 방식이다. -
뱅어 레이스 방식
지역 트랙을 이용하기 때문에 구조는 다양하다. 일정 랩을 정하고 1위로 결승선을 끊는 차가 우승하는 기본적인 레이스 룰을 쓰는 곳도 있고, 이마저도 마지막 하나가 살아남을 때까지 무작정 달리는 곳도 있다. 이것 역시 미국에서도 인기가 상당하나, 특히 영국이 경차나 미니밴 가지고 미친듯이 달리기로 유명하다.
3.5. 수상
포디엄에 오른 사람들이 상금 타 가는 것은 당연한 얘기고, 딱히 정해진 규정이 없다 보니 인기상, 파괴상 등 별의 별 해괴한 상들이 승패 상관없이 주어지기도 한다. 주최측에서 인정하는 건 포디엄이고, 이런 그 외의 번외상은 관중들의 환호성으로 정하는 게 다반사.4. 보기
흙판에서 열리는 데몰리션 더비. 보통 소규모 지역경기라 하면 이런 모습이다.
정해진 규격이 있는 데몰리션 더비 챔피언십. 이곳의 경우 적극적인 엔진 개조를 허용하며 그에 상응하는 안전조치 또한 요구하고 있다. 아예 더비 전용 부품들도 개발되어 있는데, 영상에서 보이다시피 보통의 상용차처럼 배기 파이프가 차체 하부를 지나 뒤로 빠지는 게 아니라 소음기고 촉매고 다 씹고 헤더에서 바로 후드 뚫고 나오는 구조가 인기있다.
원형 트랙에서 열리는 뱅어 레이스.
옆나라 일본에서도 가끔 열린다. 단순 락카칠만 하는것이 대부분인 미국과는 다르게, 인조잔디로 도배하거나 무당벌레 무늬로 랩핑을 하고 베기구를 파이프에다가 용접해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바꾸는등 차량들 마다 개성이 넘친다.
5. 데몰리션 더비를 묘사한 게임
번아웃 시리즈, 카마게돈 시리즈와 같이 공도 레이싱 요소가 공존하는 게임은 제외.- GTA 산 안드레아스-서브미션 중 블러드링 뱅어라는 데몰리션 더비가 존재한다
- 그리드 오토스포츠
- DiRT Showdown
- 플랫아웃 시리즈 - 번아웃, 카마게돈과 더불어 폭력 레이싱 분야의 전설. 이 시리즈의 개발자들이 만든 최신작이 Wreckfest이다.
- 더 크루 2
- Wreckfest
- 디스트럭션 더비
- 데몰리션 더비:3D 레이싱
[1]
Delaney, Bill (1999). "Demolition Derby PM Style"
[2]
MacDonald, Brady (July 21, 2001). "Some Cars' Road to Ruin Leads to O.C. Fair"
[3]
경기 시간대가 야간이어도 보통은 경기장 내 조명들이 있어서 문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