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5 07:46:33

도쿠가와 이에야스(소설)

대망(소설)에서 넘어옴
도쿠가와 이에야스
[ruby(徳川家康, ruby=とくがわ いえやす)]
Tokugawa Ieyasu
파일:91l1PbIWs1L.jpg
장르 역사, 정치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
번역가 이길준
박재희 동서문화사
출판사 파일:일본 국기.svg 코단샤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도쿠가와 이에야스'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동서문화사 '대망'
연재 기간 1950. 03 ~ 1967. 04.[1]
권수 파일:일본 국기.svg 26권 (完)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32권 (完)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20권 (完) 동서문화사

1. 개요2. 한국어판(대망)3. 특징 및 호평
3.1.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군상극3.2.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색다른 해석3.3. 3인 3색의 전국 3영걸
4. 문제점
4.1. 비현실적인 주인공 이에야스4.2. 갈수록 늘어지는 전개4.3. 매력없는 후세대
5. 총평6.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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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대하소설. 1950년부터 67년까지 집필했으며 총 26권, 각 권당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자랑한다. 태평양 전쟁 이후 불어온 이에야스의 재평가에 큰 영향을 끼친 소설이며 국내에서도 전국시대에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있다.

2. 한국어판(대망)

1970년경 고산 고정일이 사장으로 있는 동서문화사에서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국내에는 주로 이 제목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기가 높아 최근까지도 증쇄하며 판매해왔고, 번역 면에서도 십수년간 많은 수정을 거쳤기 때문에, 오히려 이후 출간된 정식 출간본보다 문장이 매끄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인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3부로 구성되어 있고 이중에서 제1부의 제목이 대망이다.(2부 승자와 패자, 3부 천하통일) 나중에 32권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이란 이름으로 재출간(솔)되었는데 이것이 원제이다. 동서문화사에서도 기존 번역본을 대망이라는 이름으로 2005년 재출간했다.

동서문화사에서 처음 출간 되었을 때는 의역 혹은 창작품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국내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춘고조'를 휘파람 새, 히데요시의 직명인 '태합'을 '평민영웅'이라고 바꾼 것인데... 휘파람새의 경우 이해에 도움이 되지만, 평민영웅은...

아울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서가에는 '대망'이 꽂혀있다"라고 하는 말은 다 동서문화사의 상술. IMF 이전 판본을 보면 대우 김우중 회장이 애독했다고 크게 광고 했는데... 대우가 부도나고 김우중이 해외 도피한 이후에는 '회장님들의 애독서'라는 카피로 고쳤다.

엄밀히 말하자면 동서문화사 판은 어느 판본이든[2] 도쿠가와 이에야스뿐만 아니라 요시카와 에이지의 미야모토 무사시,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 나라 뺏은 이야기, 언덕 위의 구름 등 어지간한 일본의 역사소설들을 모두 수록했으므로, 사실상 국내 유일무이한 일본 역사 소설 선집[3]에 가깝다. 각각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 스무권이 넘는다. 대망에 포함된 역사소설의 대부분은 이후 다른 출판사에서 별도로 번역되어 출판했지만, 창해 출판사에서 출간한 시바 료타로의 주요 작품들은 모두 이 대망과의 경쟁에 밀려서 절판되고 중고시장에서 몇배로 웃돈에 거래되고 있어 소장하려면 돈 꽤나 깨지며, 이토 히로부미가 등장하는 나는듯이와 러일전쟁기를 배경으로한 언덕 위의 구름은 다른 출판사가 처음부터 정식 출간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서[4] 이 대망 역본이 유일하다. 70년대 판에는 같은 작가의 '다테 마사무네'가 수록되어 있었다. 책이 나온 시기가 아직 '다테 마사무네'가 연재 중이었던 만큼 완역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유일한 번역이므로 나름의 가치가 있다. 심지어 다수의 역자가 참여한 집단 번역작인데 번역도 좋은 편이다. 올드한 번역이긴한데 그 올드함이 고전 역사소설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

정리하자면 동서문화사판은 '대망'이라는 제목 아래 도쿠가와 이에야스(1~12권), 도요토미 히데요시(13~18권), 미야모토 무사시(19~21권), 나루토 비첩(22권), 나라를 훔치다(23~24권), 료마가 간다(25~28권 236p), 사무라이(28권 237p~29권 426p), 불타라 검(29권 427p~30권 442p), 나는 듯이(30권 443p~33권), 언덕위의 구름(34~36권)라는 10개 작품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책 어디에도 이에 대한 설명 없다는 것이 함정.

독자들을 더 헷갈리게 하는 것은 책의 표지나 서문을 보면 출판사 차원에서 대망=도쿠가와 이에야스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표지 날개에서는 '대망'을 읽은 6명의 명사들의 감상평이 있는데 전부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야기이며, 뒷표지 날개에서는 '대망 이데올로기와 퇴계 사상'이라는 내용이 쓰여 있는데 역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이와는 전혀 상관 없는 36권까지 동일하게 앞뒷표지가 사용된다. 마지막 언덕위의 구름은 러일전쟁을 다루었는데도 사무라이 복장의 표지를 그대로 쓰는 무신경함은 과연 이게 정발이 맞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또한 책은 12권씩 3세트로 판매 되는데,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를 보면 2, 3세트 조차 도쿠가와 이에야스 타령만 하지 정작 해당 세트에 있는 책 목록이 무엇인지 전혀 안내가 없다.(대부분의 인터넷 서점 동일) 어쩌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워낙 유명하고 잘나가니 그 명성에 13권~36권도 끼워 팔기 위해 출판사 차원에서 그 뒤는 엉뚱한 책이라는 것을 숨기는 것일 수도 있고.

대망(도쿠가와 이에야스)은 접근하기 힘든 작품으로 유명한데, 그놈의 복잡한 이름[5] 때문에 처음 일본 전국시대 역사물을 접하는 사람은 읽는 것이 고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망 뒷편에 있는 다른 일본 역사 소설은 복잡한 이름 체계 대신 그냥 변지 않는 고유의 이름을 사용하여 읽기 훨씬 편하다. 즉 일본 시대물 책이라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야마오카 소하치 작가의 스타일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이 복잡한 이름 체제와, 사람 정신 혼미하게 만드는 시공간을 뛰어 넘는 서술은 일본 시대물의 특징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만의 특징이다. 그러니 이 책을 처음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다른 작가의 전국시대물을 먼저 읽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보면 "아! B, C, D, E, F가 사실은 A를 다르게 부르는 호칭이구나."하는 식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대망 시리즈를 12권까지 다 읽어도 A와 B가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 단서조차 없다.
===# 해적판 논란 #===
결론부터 적자면 해적판이 아니며, 원작자의 허락을 받은것이 재판에서 밝혀졌다.

동서문화사의 '대망' 재출간은 저작권법 위반 시비가 있었고, 12년간의 분쟁 끝에 결국 소송전이 벌어졌다. 1,2심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유죄를 인정하였으나 2020년 12월,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6]

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해적판을 찍었다' 자체가 아니라, '그 개정판을 만들었다'에 있다. 대한민국은 베른 협약에 가입하기 전에는 수많은 해적판 번역서가 나왔지만, 베른 협약에 가입한 이후로는 이러한 행위들은 모두 불법화되었다. 그러나 소위 회복저작권이라 불리는 법률 예외 조항에 의해서, 베른 협약 가입 및 이에 따른 개정 저작권법 시행 이전에 출판된 해적판에 대해 처벌하거나, 판매를 의무적으로 중단시키지도 않았으며 그런 해적판들의 판매 또한 법적으로 범죄가 아니었다.
따라서, 동서문화사판 <대망> 번역은 그 자체로는 해적판이기는 하나 지속적인 판매 및 추가 인쇄는 보호받는다. 하지만 베른 협약 가입 이후에 개정판을 찍어냈기 때문에 '새로운 불법 해적판'이 되어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 사태를 보도한 헤럴드경제 기사에서도 '과거의 대망 번역 자체는 저작권법 유예조항에 의해 판매가 가능했으나 문제는 2005년에 개정판을 출간한 이후에 생겨났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2020년 6월. 원작자 야마오카 소하치 유족들과 협의를 마쳐 당당히 개정판을 내놓는데 성공했다. 12권에서 20권으로 늘었으며 야마오카 소하치 조카의 편지와 서명이 담겨있다. 여기서 밝혀진 대망 출간 비화에 의하면 기존 대망은 단순 해적판이 아니었다. 저자 야마오카 소하치에게 허락을 받고 출간되었다.
소하치는 금전적 이득은 물리고, 대신 원문의 한자와 일본 고어들을 신경써서 번역해 달라는 부탁만 했으며, 생전에 자기 책이 한국에 번역되어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널리 읽힌다는 사실을 굉장히 자랑스러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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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처음 출판된 당시의 책의 첫머리의 헌사를 봐도 "헌사 저희들이 《대망》 한국어판 번역에 들어갈 때 고단사(講談社) 문예부를 통해 격려편지 보내주신 야마오카 소하치 선생님, (후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원작의 저자도 모르게 몰래 출판한 해적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 특징 및 호평

3.1.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군상극

제목이 제목인만큼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주인공으로 하고 그 생애를 두고 이야기가 전개되긴 하나 동시대 인물들의 비중 또한 만만찮다.

이에야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이마가와 요시모토, 다케다 신겐과 같은 당대의 명장들이나 오다, 도요토미, 도쿠가와 가의 가신들과 거기에 연관된 다이묘들에 대해서도 분량이 할애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등장인물의 수가 어마어마하고 이야기의 구조 또한 상당히 복잡하다. 전국시대의 유명한 무장들뿐만 아니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어머니인 오다이를 비롯하여 노히메, 요도기미 등의 그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시점에서 서술 되는 비중도 크다. 그럼에도 각각의 인물들의 성향를 잘 잡아내 수준 높은 극을 그려내고 있으며[7] 등장인물들의 가치관 등을 세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이야기에 더 몰입하기 쉽고 독특한 개성을 지닌 몇 등장인물들 덕에 재미있다.

특히나 당시로선 상당히 희귀할 정도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말년에 대해 정확히 묘사했다. 물론 이에야스에 대한 정통성, 대의 부여의 측면도 있겠으나 21세기로 넘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히데요시의 말년은 대충 넘겼던 당시 문화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충격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당당하게 태양의 아들을 외치던 히데요시가 자식인 히데요리를 위해 가신들에게 호소하고 양아들인 조카와 그 가문을 몰살하는 등 비참하기까지 느껴지는 내용은 특이하고 호평할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무라이의 로망을[8] 장중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할복이나 '깨끗한 죽음'과 같은 관념이 자주 다뤄지기 때문에, 이런 쪽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이라면 아연실색할 장면도 가끔씩 나온다. 작품이 다루는 시대의 특이성과 작품이 쓰여진 시기의 특이성을 잘 가감하고 읽자.

3.2.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색다른 해석

이 소설이 나오기 전까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묘사는 메이지 유신으로 인해 천황의 지위가 올라가고 막부에 대한 평가가 나빠짐에 따라 비열하고 간사한 너구리라는 이미지가 확고했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을 거치며 점차 재평가의 바람이 불었고 그 와중에 이 소설에서 표현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상당히 특이했다.

기존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쇼군이 되기 위해 온갖 수법으로 힘을 모으고, 상대를 속여 함정에 빠트리는 치밀한 전략가였다면 야마오카 소하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참고 또 참는 인격자이며 평화주의자로 묘사한다.

의외로 이러한 해석은 참신하다. 기존의 이에야스에 대한 음흉한 너구리 묘사가 대부분 도요토미 히데요리를 상대로 한 일련의 사건들(호코지 종명, 오사카 성 전투)로 인해 생긴 이미지라면 야마오카 소하치의 이러한 해석은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에 대한 해석으론 큰 반감없이 받아들여질만한 해석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고난의 삶을 살았고 미츠나리와의 세키가하라 전투를 제외하면 자신의 정적을 계책 등으로 물리치거나 강한 상대와도 패권을 두고 다투는 일보단 스스로 숙이고 들어가 인고의 시간을 기다렸으며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아들인 우지자네를 그냥 살려주는 등 적대 세력의 잔당이라고 해도 비정하게 죽이는 일은 드물었던 이에야스의 전반적인 일생과, 기존의 평가인 음흉한 인상을 히데요시가 가져간 덕에 소설 내에서 이에야스의 행보는 나름대로 적당한 설득력을 얻었고 소설의 전개에 큰 무리를 주지 않을 수 있었다. 요컨대 천하통일을 원했던 건 다른 자들과 똑같았지만 근본적으로 일본의 평화를 위해 싸웠던 인물로 표현될 수 있었고 이는 소설 전개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참신함을 가져다줬다.

딱 하나 이에야스의 가족관계에 있어서는 색다른 해석이나 미화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너무 비정해서 못한 것일수도 있다 장남인 노부야스를 죽음으로 몰아넣은게 비통하다고 하는 것이나 유키 히데야스, 마츠다이라 타다테루를 박대한 것을 슬쩍 없애는 등 아예 없던 것은 아니지만 히데야스를 히데요시의 양자로 내보낼 때 되어서야 가까이 하는 걸 두고 혼다 시게츠구가 '지금까지 아무것도 해준게 없으면서 막상 히데요시를 더 아버지처럼 여길 것 같으니 신경 좀 쓰이시나 봄? ㅋㅋ' 라고 비웃는다.[9]

3.3. 3인 3색의 전국 3영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비중은 워낙 엄청나서 노부나가가 죽는 6권, 히데요시가 죽는 12권까지는 이에야스의 독자적인 주인공 형식이라기보단 3인 주인공 체제에서 차례차례 떨어져나가 최종적으로 이에야스가 홀로 남는 구도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래서인지 3명에 대해서 각기 다른 개성을 많이 부여했다. 잔혹하지만 호탕한 철혈 군주 노부나가, 겉과 속이 완전 다른 악동 정치가 히데요시, 인내심이 강하며 평화를 위해 사는 인덕의 이에야스라는 재미있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이에야스가 특출나게 재해석됐지만 노부나가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란 이미지보다는 호탕함을 강조해 상대를 끌어안을 줄도 아는 면모를 부각시키고[10] 히데요시에게는 덴노를 위한 대의를 지우고 상대의 속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치밀하게 뒷공작을 하는 정치가로서의 이미지와 한편으론 누구보다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천한 출신으로서의 열등감과 그에 따라 오게 되는 과대망상적인 언행이 잘 묘사됐다.

또한 일생도 상당히 차이나게 구성되어 있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는 처음부터 완성형 주인공이었고 그 때문에 등장 시작부터 상당히 비범하고 그 뜻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살아간다. 노부나가의 경우는 혼노지의 변 이전까지 단 한번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며 히데요시 또한 시행착오는 겪게 되지만 죽을때까지 위기상황이라곤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야스는 처음부터 신불의 뜻을 품었던 것이 아니고 다혈질적인 면으로 인해 성급하게 나섰다가 전투에서 지기도 하고 힘이 부족해 주변 인물들을 잃기도 하며 소국에서 출발해 온갖 고난을 겪어가며 거기에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자세하게 그려나갔다. 즉, 성장형 주인공이다.

그래서인지 노부나가는 기존의 가신들과는 끈끈했으나 결국 미츠히데라는 새 가신에게 뒤통수 맞아버렸고 바라던 천하통일의 꿈은 사라지게 되었음에도 딱히 감정이 묘사되지 않고 불꽃처럼 사라져 간다.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갖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실수를 부정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져 말년을 안쓰러울 정도로 보내다 죽고, 히데요시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가신은 사실상 미츠나리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아무리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신들이 충성을 바치고 이에야스를 위해 싸워주는, 눈물 나는 군신관계를 가지고 있고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성장해간다. 출발선에서 다른 둘보다 불리했고[11] 위기상황도 많이 찾아왔지만 그 와중에도 고꾸라지지 않고 마침내 정상에 오르는 모습은 드라마틱하다. 삼국지

4. 문제점

그러나 이러한 장점들은 어디까지나 전개 후반부로 넘어가기 전까지 이야기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정적들이 모두 사라지고 에도 막부가 만들어지면서 독자적인 주인공화가 이루어졌을 때 싸그리 다 사라진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4.1. 비현실적인 주인공 이에야스

이에야스에 대해 참신한 해석을 한 것은 좋으나 무리할 정도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미화하는 면이 있다. 세키가하라 전투 정도까지는 관점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으나, 호코지 종명 사건이나, 오사카 성 여름 전투 등의 비열함까지 미화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화가 심하다 보니 오히려 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극중에서 가장 비현실적이고 괴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신 중 누구도 이에야스의 책략 전부를 꿰뚫어보지 못할 정도로 이에야스의 단수가 높지만, 어쩐지 사람들의 오해를 바로잡는데에는 그 능력이 전혀 발휘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억지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아들들도, 요도기미도, 히데요리도, 미츠나리도 전부 오해를 하고 있었지만, 이에야스는 그 오해를 풀어주지 못한채 결국 몽땅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다른 일에는 먼치킨이다 싶을 정도로 탁월한 대처를 보여주는 반면에 정작 이런 일들에는 끝까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변명만 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통수 미화가 너무 심하다. 심지어 배은망덕한 짓거리를 해도 실제 역사에도 없는 썰을 풀며 어떻게든 미화한다.

초중반까지는 이에야스가 천하통일 나아가 전 일본 국민의 안녕이라는 대업을 위해 싸운다는 측면 때문에 불필요한 다툼을 피하고 강자에게 숙이고 들어가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선마냥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같은 자세로 대하진 않으며 그 밑에서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장남을 잃을 때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참으며 지금 자기한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깨닫고[12] 미래를 준비하지만 이야기가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신불의 뜻을 좇는 것이 아니라 그 경지에 오르려는 것으로 묘사하는 바람에 이에야스의 느긋한 자세와 겹쳐 이게 정치가인지 도닦는 스님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렇게 이에야스가 신선마냥 경지에 올라 모든 것을 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식으로 묘사되고 그렇다고 상대방을 무작정 나쁘게 묘사할 수 없으니 이에야스의 뜻을 '오해'했고 그 오해를 풀지 못해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석하니 도요토미 가와의 분쟁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이고 한편으론 정말 도요토미 가가 못나보인다. 특히 히데요리의 보좌역인 카타기리 카츠모토가 요도도노에게 이에야스와의 내통 혐의로 쫓겨나가는 과정에서 다름 아닌 요도도노의 시녀들의 오해를 사 쫓겨나가는 것은 가관이다.

4.2. 갈수록 늘어지는 전개

사실 이에야스가 신불의 경지에 오르는듯한 묘사는 이야기가 초중반에는 난세의 영웅들이 싸우는 군웅할거였고 이에야스는 소국이었기에 거기서 계속 성장하고 힘을 길러 적들을 하나씩 물리쳐야 했던 반면 후반에는 이에야스가 패권을 다 잡고 막부의 지도자로서 군림하는 때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에야스가 마침내 신불의 경지에 오른다는 묘사는 드디어 난세가 끝났으며 앞으로는 평화의 시대가 찾아왔음을 말하는 것이고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분량을 너무 많이 차지한다.

작중 히데요시가 죽고 이시다 미츠나리와의 치열한 싸움과 그 대미를 장식하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이에야스가 승리하고 쇼군이 된게 14권이다. 문제는 다음 이에야스의 중요한 전투인 오사카 성 전투가 18권이 돼서야 나온다. 15~17권동안 하는 일은? 쇼군이 되고 나서 마치 일상물이 떠오를 정도로 도요토미 히데요리와 하하호호하다 오해 때문에 사이가 벌어지고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과 소소한 막부 운영을 이 세 권 동안 묘사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게 세키가하라 전투(1600)와 오사카 성 전투(1615) 사이에 무려 15년의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런 군상극이 후반까지 소설의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잘 쓰는 것이 참 어렵지만 이런 맥빠지는 형식이라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차라리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난세를 평정하고 쇼군이 되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되었거나 오사카 성 전투 이전까지의 일들은 짧게 줄이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까지 든다.

4.3. 매력없는 후세대

이에야스의 아버지 대부터 충성을 바쳐왔거나 이에야스의 젊은 시절에 대두되는 주요 가신들, 오다, 도요토미 등의 당대 주 다이묘들과 그 가신들까지 초중반에는 난세에 걸맞도록 각자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고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등 세세하게 묘사됨으로서 하나하나에 감정 이입도 되고 다양한 삶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런 1,2세대 무장들이 사라져가고 그 자리를 대신해줘야 할 캐릭터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전형적인 선비 스타일인 문관형, 꼰대 사무라이인 무관형으로 두 종류로 나뉘게 되고 그렇다고 특별히 감정이입할만한 껀덕지가 주어지지도 않는다. 도요토미 히데요리는 세상사 아무것도 모른 채 여자나 후리고[13] 아내를 때리기나 하는 개초딩 마인드고 그 밑에 가신들은 이에야스한테 설설 기거나 아니면 반항기 청소년도 아니고 쓸데없는 오해를 하고는 이에야스와 싸울 궁리만 하고 있다. 그나마 오사카 성 전투에 들어서 비장하게 전투에 임하는 무장들의 최후가 위안인 부분.

그렇다고 도쿠가와 쪽이라고 뭔가 다르면 모르겠는데 정작 중요한 사건으로서 다뤄져야 할 에도 막부의 파벌 싸움인 무단파와 문치파의 대립, 그리고 거기서 딸려오는 오쿠보 나가야스 사건은 두루뭉술하게 서술되면서 이야기 전개가 맥빠지고 도요토미 가와의 대립은 이에야스 혼자서 거의 다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또 다테 마사무네에 대해서 뭔가 계략을 꾸미는 듯한 묘사를 하는데 정작 마지막에 가서는 흐지부지해져서 아무 문제없이 끝나버리면서 독자들을 난감하게 만든다. 사위이자 이에야스의 6남인 마츠다이라 타다테루 또한 비중 있게 다뤄지지만 이에야스와 크게 대립하지도 않는다. 실제 관계를 생각하면 참 오묘한 부분.. 삼국지로 치면 유관장, 조조, 제갈량 다 죽은 이후의 파트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5. 총평

고난의 소년기, 군주로서 혈기를 주체 못해 일을 저지르다 여러 위기 상황을 겪으며 성장했던 청년기, 드디어 소국에서 탈출해 떳떳히 패국을 노릴 수 있음에도 평화를 위해 숙이고 들어갔으나 조용히 미래를 내다본 장년기, 그리고 중년에서 노년을 내다봐야 할 나이에 세키가하라 전투 에도 막부의 건설 과정이란 지금까지 쏟아온 노력의 종지부를 찍는 것을 보면 한편의 대 서사시를 마무리짓는데 부족함이 없다.

또한 전국 3영걸, 오다 사천왕, 시즈가타케의 칠본창, 도쿠가와 사천왕 같이 대 다이묘와 그 주군과 함께 해 온 가신들 등 많은 인물들이 난세에서 활약하다 져가는 것을 군상극으로서 풀어가며 사무라이의 로망을 잘 그려내서 초중반만 보자면 대하소설 중에서는 수작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미적지근해지고 지루하게 전개되면서 용두사미화 되어가는 것은 아쉽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국에서 일본의 전국시대를 알아보고자 한다면 한번쯤 읽어보는게 나쁠건 없다. 물론 지금은 폐기된 학설이나 군담소설의 일화들을 차용한, 어디까지나 소설인 점은 분명하므로 맹신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전국시대의 인물상과 대체적인 흐름을 잡으려 한다면 이만한 소설도 없다. 삼국지연의가 삼국시대에 지식을 늘려주는 것처럼 이 책도 입문서로는 훌륭한 작품이다. 특히나 전국시대 관련 서적을 찾기 힘든 국내에서는 이만한 히트작도 없다.

6. 기타

  • 요코야마 미츠테루 만화로 만들었으며 AK커뮤니케이션즈가 한국에도 번역 출판하였다. 총 13권 분량. 요코야마 미츠테루 삼국지와 캐릭터가 겹치는 부분도 조금 있다. 대표적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요코야마 미츠테루 삼국지의 유비와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고 아케치 미쓰히데는 주유와 같은 모습이다. 다만 일본 외 국가의 고증은 썩 좋진 않는데 임진왜란 파트에서 등장하는 잠깐 등장하는 명나라 인사는 삼국지의 문관 복장으로 나오며, 조선 수군의 선박 역시 판옥선이 아니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온다.
  • 히데요시가 천하통일을 한 직후인 9권 즈음부터 사카이 상인들이 대륙 진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나온다. 서양에서 속속들이 우리를 노리니 국내의 분쟁은 그만두고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나. 이 때문에 작가의 성향과 맞물려 대동아 공영권 쉴드치는거 아니냐는 말도 있다. 다만, 사카이 상인들은 어디까지나 '전쟁의 시대는 갔다 대세는 교역이다'는 것에 가깝다. 물론 이들은 전쟁을 통해 급격히 세를 늘렸고 그 때문에 차야 키요노부가 대 상인의 사치를 보며 식은 땀을 흘리는 묘사도 있지만 정작 히데요시가 조선과 명을 정벌하겠다고 군대를 일으킬 때는 한사코 반대했다.[14] 그리고 히데요시가 죽고 그 뒤 이에야스가 패권을 쥐고 나서는 대외 정벌에 대해 꿈도 꾸지 않았고 사카이 상인들 또한 그 자식 세대가 되어서는 정치에 관여하거나 하는 것 없이 비중이 공기화되면서 자연스레 사라진다.
  • 소설에서 임진왜란이 등장하다보니 조선에서 잡아온 호랑이 가죽이라든가 조선 도자기라든가 조선이 여러번 언급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가장 주인공인 소설인만큼 라이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은 부정적인 묘사들이 대거 등장하고 초반 육군이 승승장구할 땐 좋았는데 이순신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장군에게 수군이 연거푸 격파당해서 병사들 태울 배가 없다고 투덜대는 장면이 나온다. 전쟁 중에 히데요시가 틈만 나면 자기가 직접 조선으로 건너가겠다고 주장할 때도 측근들이 '만에 하나 수군에 침몰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저러신담…' 하며 전전긍긍하는 묘사도 나오는 등 은근히 조선 수군을 띄워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철병 과정에서 이순신 장군의 전사에 대해서도 가장 큰 타격이라고 표현한다. '이 싸움 도중에 일본군으로선 첫 싸움부터 무서웠던 적수 중의 적수인 이순신이 탄환에 맞아 전사했다. 아마 이 일은 조선의 수군에게 있어선 태양을 잃은 것만큼의 타격이었으리라.' .. 물론 한국에서 이순신이 영웅시 받으니 나무위키에도 언급되는거지 이순신 언급 자체는 소설 내에서 당연히 많이 나오진 않는다. 그 외 해전 중에서 소설에 언급되는 전투로는 '거제도 동쪽에서 크게 패했다'로 설명하는 옥포 해전, 구루지마 미치유키가 전사했다며 언급된 당포 해전, 그리고 위의 이순신의 전사를 통해 언급된 노량 해전 등이 있다.
  • 작가이자 1960-70년대 야권 주요 정치인이었던 유진오는 신병 치료차 일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일본의 지인이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지금 일본 정계 인사들이 앞다퉈 이 작품을 읽고 있다"고 하여 흥미를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가 재미가 들려 한 달도 안 되어 20권을 모두 읽어 치웠다고 하며, 이후 국내에 "대망" 제목으로 출간되자 추천사를 써 주기도 했다.
  • 문민정부에서 5.18특별법으로 구속된 전두환이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재심을 기다리면서 감옥에서 읽은 책이 대망이었다고 한다.(...) 독서와 불경 암송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대망은 무려 3번 넘게 정독했다고.
  • 탄핵되어 구속된 박근혜도 구치소에서 읽었다고 한다. 이명박하고 붙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패한 후에도 읽었다고 한다.


[1] 연재처는 홋카이도 신문, 도쿄신문, 주니치신문, 서일본 신문 [2] 첫 판본부터 2005년 판본까지. [3] 전집까지는 못 미치지만(애초에 현실적으로 불가능) 당시의 유명 역사 소설은 대부분이 수록된 정도. [4] 언덕위의 구름은 1991년에 명문각에서 10권짜리 역본으로 출간했으나 당시 베른 협약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던 한국의 출판환경을 고려하면 해적판일 가능성이 높다. 절판된지 오래라 구하기도 힘들다. [5] A란 인물을 사람들 마다 서로 B, C, D, E, F라고 다르게 부르고, 승진 하거나 신변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이름이 바뀐다, 문제는 주인공급만 그런게 아니라 조연, 엑스트라까지 죄다 이런 식으로 바뀐다. [6] 링크 소설 ‘대망’ 대법서 기사회생 [7] 예시로 든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경우 에도시대에 폄하된 일화들을 대다수 차용하면서도, 지략과 포부, 거기에 능력이 따르는 인물로 묘사해내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얕보이지 않는 만만찮은 상대로 그려내고 있다. [8] 서양의 기사도 로맨스 소설과 비슷하다. [9] 그 외에도 미카와 영주 초기의 이에야스가 대책없이 여자들 건드려서 상처 입히는거 가지고 쓴소리 한 적이 있다. 주군 손을 거쳐서 좋게 끝난 여자가 어딨냐고. 이러고도 안 바뀌니까 문제지만. [10] 그리고 노부나가 쪽도 히데요시처럼 '바보스럽지만 속으론 누구보다 앞서 나가있다'는 점이 강하게 묘사되어있다. 다른 점이라면 히데요시는 철저히 정치가인 이미지에 비해 노부나가는 말 그대로 '사무라이', '무장'에 가깝다. [11] 소설상 히데요시는 바늘장수하다 바로 노부나가 눈에 띄어 가신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이에야스보다 좋다. [12] 이때까지 도쿠가와의 가신들은 군주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뛰어난 무용을 갖췄지만 너무 올곧아서 상대를 말로서 설득하고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점이 부족했다. [13] 심지어 정혼자 있는 시녀를 강간해서 애까지 만드는 바람에 성안이 발칵 뒤집히는데 본인은 천하태평… [14] 쉽게 정벌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고 전쟁일으켜봤자 진빠진 국내를 서양이 휘저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