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8-10 15:21:46

근접신관

1. 개요2. 종류
2.1. 자기장 감지방식2.2. 전파 방식2.3. 레이저 방식2.4. 적외선 감지 방식2.5. 기타 방식

1. 개요

/ Proximity fuse
목표물에 근접하면 작동하는 신관.
미국의 해군이었던 밴 앨런[1]이 개발한 신관이다

포탄/ 미사일이 목표물에 직접 명중하지 않고 근처에서 터지는 것이 유리한 경우나, 혹은 목표물에 명중하지 못했을 때도 어느정도 피해를 주기 위한 보험 차원의 용도로 쓰인다. 이 방식의 신관을 쓰면 정확하게 조준하지 않거나, 적이 회피하더라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명중률이 상당히 올라가는 이점이 있으나, 어떤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기존 신관에 비해 높은 기술력과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므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포탄의 경우 10,000G가 넘는 정신나간 수준의 가속도를 견뎌내야 한다.

근접 신관의 종류에는 자기장 감지 방식, 전파 방식, 레이저 방식 등이 있다.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다른 신관과는 달리 근접 신관 내부에 전자 회로가 들어가있기 때문에 당연히 전기가 공급되어야 작동한다. 그래서 납축전지같은 전지를 내부에 탑재한다.

사실 현대의 대공화기는 거의 대부분이 이것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영화나 만화에서처럼 아슬아슬하게 미사일이나 포탄이 빗겨가거나 하는 일(마크로스의 이타노 서커스라든가)은 없다시피 하다.

물론 근접신관 자체의 크기가 있기 때문에 소구경 화기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대공포의 경우 구경이 40mm 이상이면 근접신관을 사용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고, 대공 미사일은 40mm 포탄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스팅어 지대공미사일과 같이 작은 휴대용 미사일이 아니라면 근접신관을 탑재하는데 크기의 제약이 없다. 다만 40mm 구경 근처의 작은 포탄에 근접 신관을 넣은 경우, 근접신관이 내부 용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서 그만큼 화약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포탄의 파괴력이 많이 약해진다. 한동안 40mm보다 작은 포탄에 근접신관을 넣으려는 시도가 없었는데, 2020년 1월 노스롭 그루먼에서 30mm 부시마스터(Bushmaster)-II 기관포탄용으로 근접신관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줌왈트급 구축함에서 쓰기 위해 개발되었는데, 폭탄을 실은 멀티콥터를 수십~수백대 동원하여 자폭 공격을 해오는 드론 스웜(Drone swarm) 공격에 대한 대비책의 일환인 듯 하다. 근접신관을 넣을 경우 안그래도 위력에 한계가 있는 30mm 포탄의 폭발력이 더 약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상대가 방어력이 없다시피한 드론이라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과거의 대공 미사일들은 근접신관 신호만 들어오면 그냥 터져버렸지만, 최근의 대공 미사일들은 근접신관 신호가 들어오면 그 방향까지 파악하는 것들도 많다. 방향이 확인되면 한쪽 방향으로 폭발 할 수 있도록 설계된 폭약을 이용하여 폭발력이 그쪽 방향으로 집중되도록 해서 더 적은 탄두로도 더 확실한 살상률을 보장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방식들이 존재한다. 탄두 자체에 기폭장치를 여러 방향으로 두어 기폭위치를 결정하여 한 쪽으로 폭발력이 집중되도록 하는 경우도 있고, 탄두 형태를 변형시키기 위한 소형 폭약들이 탄두를 감싸고 있는 것들도 있다. 이것들은 주 탄두보다 한 순간 빠르게 폭발하여 한쪽 방향으로 탄두를 찌그러트린 다음 터지도록 하여 일종의 성형작약처럼 폭발력이 한쪽으로 집중되도록 한 것들이다.

한편 근접신관이 너무 강조되다 보니 미사일이 무조건 근접신관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근접신관을 사용하는 미사일들은 충격신관을 겸비한다. 이는 대공 미사일도 마찬가지. 일반적으로 대공 미사일의 근접신관은 옆구리에 달려있으며 옆구리를 스쳐지나가는 물체가 있으면 무조건 작동한다. 대부분의 경우 표적인지 아닌지 신관은 판단하지 않으며 그저 근접한 물체가 있으면 무조건 작동한다는 개념. 대신 대공미사일은 정면의 표적에 대해 근접신관이 작동하는 경우는 없다. 정면에 표적이 있다면 그대로 직격하는 것이 훨씬 확실하게 표적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접신관은 표적에 미사일이 명중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인 셈. 이것 때문에 개발 단계에서 곤란한 경우도 있다. 미사일을 실제 사격하는 시험에서는 대부분 실험조건이다 보니 미사일이 거의 표적에 명중해버린다. 그렇다고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실사격 시험 중 근접신관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판단하기가 곤란하다고... 천궁의 경우에도 개발과정에서 여러번 실사격을 했는데 대부분 명중해버려서 정작 실사격 시험 중 근접신관은 거의 작동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일부러 표적 상공에서 터져서 넓은 범위에 피해를 줘야하는 공중폭발 방식의 포탄/폭탄이나, 일부러 배 밑에서 터져서 소위 말하는 버블제트 효과를 내야 하는 대형 어뢰의 경우에는 직격하는 것 보다 근접신관이 본래의 목적에 더 적합한 상황이 된다.

포병의 경우에는 지상 일정 상공에서 폭발시켜 파편을 비산시킬 목적으로 사용한다. 공중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포복하거나 참호로 들어간 인원에 대해서도 살상확률이 올라간다. 다만 근접신관을 신용하지 않는 군대는 시한신관으로 공중폭파시킨다.

2. 종류

2.1. 자기장 감지방식

무기의 목표물이 주로 금속재질인 것을 감안하여 발명되었다. 선박은 그 자체가 거대한 금속덩어리이므로 주변의 자기장을 교란시키고, 신관은 이러한 교란된 자기장을 감지하여 기폭하게된다. 선박공격용 중(重) 어뢰 기뢰가 이러한 신관을 많이 사용 중이다.

특히 중어뢰의 경우 선박에 직접 부딪혀서 터지는 것이 아니라 선박 밑을 지나가다가 폭발해, 이때 생기는 강력한 압력으로 선박의 용골을 박살내 침몰을 노린다. 말 그대로 선박의 척추를 부러뜨리는 셈.

하지만, 지구내의 자기장은 나침반을 작동하게 하는 지구 자체의 자기장부터 철광맥에 의한 자기장, 침몰선에 의한 자기장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지역, 특히 위도에 따라서 자기장의 특성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2차대전 당시 자기장 감지방식의 신관을 쓴 어뢰는 1년 이상의 기간동안 엄청난 오작동을 보여 쏘면 내 위치를 적에게 광고하는 무기로 악명이 높았으며, 2011년 현재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신관이나 감지장치는 다른 방식의 탐지기를 보조로 사용해서 판단의 오류를 막는다. 미국과 독일 모두 만든 곳에서는 괜찮았는데 전선에선 바보가 되어 악명높았다. 그게 다 자기감응 신관을 테스트한 해역대와 실제 잠수함 작전이 벌어진 해역대의 위도가 달라 발생했던 삽질이었다. 그 당시 부족했던 지구과학 연구때문에 왜 그런지 알아내지 못해 현장에서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이 방식의 신관에 대한 대응책은 자기장을 발생시키지 않는 재질로 무기를 만드는 것이다. 일례로 자기장 감지방식의 신관을 피하기 위해 기뢰제거용 선박인 소해함은 비자성 물질로 선체를 만들곤 한다. 이런 기뢰제거용 선박은 긴 줄로 연결한 자기장을 발생하는 부표를 끌고다니며 기뢰가 알아서 터지도록 하기도 하며, 더 안전하게 항공기나 헬리콥터가 공중에 떠서 이런 일을 맡기도 한다. 현대에는 특수 처리를 통해 자기장을 없앤다. 디가우저 참조.

2.2. 전파 방식

자기장 감지방식은 외부의 자기장 신호를 수신만 하는 반면, 전파방식 근접신관은 능동적으로 주변에 전파를 쏘아보내는 방식이다. 발신한 전파가 다른 물체에 맞고 돌아오는 것을 마치 간이형 레이더처럼 감지한다. 그리고 정해진 거리 안에 물체가 들어올 경우 (보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수신한 전파의 세기가 미리 정해진 수준을 넘을 경우) 자동으로 기폭한다. 최대 탐지 거리는 근접신관에 따라 다르지만, 비행기를 격추하는 용도로 사용할 경우 대체로 3~20m 정도이다.

이 방식은 주로 항공기 공격용으로 많이 쓰이며, 2차대전 중 미국이 대공포탄용으로 개발하였던 VT신관이 그 효시라 할 수 있다. 대구경 대공포가 사장된 현대에는, 포탄 대신에 미사일에서 전파를 사용하는 근접신관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전파방식의 근접신관은 전파를 포탄이나 미사일의 옆구리 방향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적기가 포탄 및 미사일의 앞, 혹은 뒤쪽에 있다면 적기가 매우 가까이 있다 하더라도 터지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직격이 근접 폭발보다 훨씬 파괴력이 강하기 때문이며, 만약 포탄 및 미사일이 적기에 명중하지 못하고 스쳐지나갈때 작동하여 격추 확률을 높인다는 개념이다. 다만 내부공간에 여유가 있다면 대각선으로 각도를 주어 기폭 시점을 최적화시키기도 한다.

2차대전 중에는 전파 송신/수신용 안테나가 따로 없이 탄 껍데기 자체를 안테나로 쓰기도 했으나 현재는 별도의 안테나가 미사일에 붙어 있다(다만 외피랑 일체형으로 되어 있어서 어느부분이 안테나인지 잘 구분이 안가는 경우도 많다). 보통 안테나 하나당 90~120도 정도의 영역을 담당할 수 있으므로, 대공미사일에는 3~4개의 안테나를 쓰고, 발신안테나와 수신안테나가 분리되어 있을 경우 6~8개를 사용한다.

일단 발사된 이후에는 무슨 물체이던지 상관없이 근처에 뭔가 들어오면 기폭한다. 이 때문에 당연히 발사되기 전에는 근접 신관이 비활성 상태에 있는데, 미사일의 경우 발사 후 내부 회로가 신관을 활성화 시키고, 포탄의 경우 일정한 수준 이상의 가속도(보통 10,000G 이상이다)가 신관을 활성화 시킨다.

과거에는 단순한 연속파(continuous wave)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저고도로 비행하는 표적을 요격할 때 포탄이 날아가다가 지면에서 반사된 전파를 적으로 오인하여 기폭해 버리거나(...)[2], 채프 등의 ECM에 쉽게 재밍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요새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고 복잡한 파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없다.

2.3. 레이저 방식

기본적인 원리는 전파방식과 같으나, 전파 대신 레이저를 주변에 쏜다. 레이저라고 해서 사람 눈에 보이는 색의 레이저를 쏘는 것은 아니고, 보통은 적외선 레이저를 사용한다. 주로 ASRAAM과 같은 대공 미사일에 쓰이며, 적 전차 머리 위를 지나가다 폭발하도록 설계된 일부 대전차 미사일에서도 쓰이고 있다. 전파 방식처럼 최소한 4개 이상의 센서를 탑재한다.

전파 방식에 비해 크기가 작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레이저의 종류에 따라 기상상황에 영향을 받기도 하며, 반사체에 따라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적기와의 거리 측정이 전파 방식에 비해 부정확하며, 초저고도를 비행하는 적기를 요격할 때 지면을 적으로 오인하여 기폭할 수 있다. 다만 부피가 작다는 점을 이용하여, 단거리 대공 미사일과 같은 작은 플랫폼에서도 센서의 각도를 대각선으로 적절히 조정하여 탄두가 만들어낸 파편이 적기를 잘 덮치도록 설계할 수 있다.

2.4. 적외선 감지 방식

마치 미사일에서 적기가 위치한 방향을 찾아서 쫒아가기 위해 쓰는 적외선 시커처럼 주변의 높은 열원을 찾는 방식이다. 사실 적외선 미사일로 유명한 AIM-9의 초기버전들이 쓰던 방식이다. 적기를 놓쳐서 스쳐지나갈 때 적기 엔진에서 나오는 고온의 열기를 감지하여 탄두를 터트린다.

적외선 시커와 같은 원리라서 적외선 시커의 문제점까지 싸그리 다 가지고 있다고 봐도 좋다. 기상상태나 주변환경에 따라 근접신관이 작동하는 범위가 들쑥날쑥하고 플레어에 잘 속는다. 그래서 요새는 신뢰성이 높은 다른 방식의 근접신관으로 교체되거나 열영상방식을 도입하는 추세이다.

2.5. 기타 방식

음향을 이용하는 신관도 있다. 신관에는 마이크가 연결되어 있으며 이 신관은 항공기의 독특한 엔진음이 들리면 작동한다. 2차대전 직전에 영국에서 아이디어를 냈고, 곧이어 독일도 유사한 신관을 개발중이었으나 두 나라 모두 대공포탄에 사용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공기중에서는 엔진음 같은 소리는 멀리 퍼지기 어렵고, 이걸 모아서 듣기도 어렵다는 점이었다. 당장 레이더가 실용화하기 전에 쓰였던 청음기 같은 경우, 잘 만들지 못하면 소음만 크게 증폭해서 듣는 꼴이 되므로 제작에 공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것에 비해 비행기를 탐지하는 능력은 바닥이었다.

대신 현재 일부 기뢰 어뢰는 이러한 음향 감지방식의 근접신관을 사용중이다. 주변에 선박소리가 들리면 폭발하는 것. 다만 이 기뢰에 사용하는 신관은 각 배마다 소리가 다른점을 감안하여 적국의 배(중에서도 군용선)에만 반응하도록 개발된 것도 있다. 물의 경우 공기와는 달리 특정 음을 멀리까지 뚜렷하게 전달해주므로 실용성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실제 종종 있었던 사고지만 발사한 어뢰나 기뢰가 내 엔진음을 듣고 나에게 도로 달려들거나 폭발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초기 원자력 잠수함 시기 때 미 해군 공격원잠 스콜피온이 어뢰발사 훈련 중 이와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침몰했다. 그래서 이런 식의 병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발사시 일정시간동안 작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사용즉시 깊이 잠수하거나 급속이탈을 하며, 유사시 대응할 디코이등을 발사준비만전상태로 하는 안전조치가 필수적이다.

일부 기뢰는 압력변화를 감지한다. 기뢰 위로 배가 지나가면 그 물결 탓에 주변 압력이 변하므로 이를 감지하여 터지는 방식. 이 방식은 교란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직접 사격해서 폭발시키는 방법밖에 통하지 않는다. 어뢰에서도 대형함의 항적을 추적하는 웨이크 호밍 어뢰가 있는데, 역시 교란할 수 없기 때문에 어뢰 대응용 고속 경어뢰를 발사하거나, 심각할 경우 호위함이 인간 방패가 되는 극약처방을 사용해야 한다.

이것만 보면 이런 근접신관을 사용하는 기뢰들이 만능인 것 같지만, 그 특성상 일단 설치되거나 발사된 후에는 설치한 사람을 포함해서 아무도 못 건드린다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설령 전쟁에서 이겼어도 뒷수습이 엄청난 문제가 된다. 그래서 이런 방식은 통제가능한 곳에서 제한된 숫자의 병기로만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도 설치자 측에서는 서류상 제대로 된 기록이 남아있다면 해체하는데 큰 무리는 없는 편이다. 단 기록누락이나 아예 기록망실이 발생했다면 그때부턴 적이 설치한 것과 다름없이 신경 엄청쓰며 수색-해체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2차대전 중에는 폭격기 공격용으로 광학식 근접신관을 쓰기도 했다. 무유도 대공 로켓에 장착되었는데, 로켓이 폭격기에 명중하지 못하고 폭격기 밑으로 지나간다면, 그 순간 폭격기의 그늘에 햇빛이 가리게 된다. 이것을 감지하여 폭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경우에는 기상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결정적으로 그림자가 항상 비행기 밑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로켓이 항상 비행기 그림자 쪽으로 빗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비용에 비해 효과는 적었다.

[1] 밴앨런대를 발견한 그 밴앨런 [2] 반대로 포병 포탄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참호나 보병 대상 포격시에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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