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5-18 17:53:32

그리면 나온다

1. 개요2. 하는 법3. 예시4. 신빙성이 있는가?

1. 개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도시전설의 일종.

스마트폰의 보급이 활발해지고 널리 쓰이기 시작한 이후 이를 플랫폼으로 활용한 모바일 게임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들 모바일 게임 중에는 게임 내의 랜덤 뽑기 시스템을 통해 캐릭터를 카드의 형태로 수집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 장르의 게임도 있었다. 이들 게임은 사람들의 수집 욕구와 경쟁심을 성공적으로 자극해 게임 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들은 매직 더 개더링 등의 기존의 트레이딩 카드 게임과 구분하기 위해 수집용 카드 게임(혹은 소셜 카드 게임), 즉 CCG라는 장르로 칭해지게 되었다.

초창기 이 장르의 게임으로서 대표적인 것은 확산성 밀리언아서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등이 있었고, 이들 게임이 돈을 잘 벌어들인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 여러 모바일 게임들이 게임 내의 랜덤 뽑기 시스템을 주 수익 모델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유사한 시스템을 채택한 CCG 게임들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 다수 출시되었고, 이들 게임은 게임 내에 등장하는 카드를 등급별로 구간을 나누어 그에 따라 획득 방법과 확률을 달리한다는 개념을 대부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게 되었다.

그러나 CCG 게임을 하는 모든 유저가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랜덤 뽑기 시스템을 채택한 대부분의 CCG 게임은 유저들의 선호도가 높은 일러스트의 캐릭터 카드들을 가장 높은 등급으로 책정하였고, 이들 카드를 얻기 위해서는 대량의 시간이나 현금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게끔 설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재화를 투입해 게임 내 뽑기를 실행했다고 해도 게임 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카드를 획득할 확률은 5% 이하로 책정해 두는 게 일반적으로, 그 등급 내에서도 여러 장의 카드가 존재할 경우 원하는 카드를 얻을 확률은 더욱 내려간다. 그리고 확률이라는 특성상 아무리 많은 시간과 돈을 CCG 게임 내의 뽑기에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카드를 반드시 얻을 수 있다는 기대는 할 수 없다. 게임 내에 일정 조건 하에서 확정적으로 특정 카드를 뽑을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이 없는 이상, 아무리 많은 재화를 투입해도 원하는 카드를 얻을 수 없게 되는 가능성은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면 나온다'라는 도시전설은 이러한 배경을 기반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 카드의 일러스트를 접하고 CCG 게임에 입문한 사람 중 몇몇이 그 캐릭터를 좋아하는 마음에 팬아트를 그려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우연히도 그 뒤 뽑기에서 원하는 캐릭터 카드를 얻는 데 성공하게 된다. 자연히 그 사람은 그 경험담을 커뮤니티에 자랑을 섞어 글을 올리게 되고, 그것을 본 다른 게임 유저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이를 따라하면서 '얻고 싶은 캐릭터 카드를 직접 그려 보면 그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라는 소문이 떠돌게 되었고, 이것이 비슷한 시스템을 채용한 게임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이 전설(?)은 확대, 재생산되어 공공연히 미신으로서 떠돌게 된 것이다.

인기가 많은 캐릭터 카드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낮은 게임일수록, 이 도시전설은 게임 유저들 사이에 더 폭넓게 퍼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CCG 장르의 게임 커뮤니티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캐릭터를 획득하는 데 랜덤 뽑기 시스템을 채용한 다른 게임의 커뮤니티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2. 하는 법

  1. 가지고 싶은 캐릭터 카드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을 시작한다.
  2. 원하는 캐릭터의 팬아트를 그린다. 그림 실력은 상관없다. 그린 그림을 해당 게임 커뮤니티에 올리면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3. 원하는 캐릭터 카드가 등장하는 게임 내 뽑기를 사용할 수 있게끔 재화를 모은다. 이 과정에서 현금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4. 원하는 카드가 나오기를 기도하면서 게임 내 뽑기 버튼을 누른다. 게임에 따라서는 던전이나 사냥터, 전투 지역을 클리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뭔가 다른 사람이 들으면 괴이해할 주문 같은 걸 읊는 경우도 있다.

3. 예시

Fate/Grand Order의 경우, 원작에 이미 캐릭터 연관성이 있는 아이템을 촉매로 하여 캐릭터를 소환한다는 개념이 존재하고 있기에 이 도시전설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져 있다. 심지어 게임 제작자들마저 캐릭터 관련 굿즈를 주변에 놓아 두고 게임 내 뽑기를 한다고 하니 말 다 한 셈. 다만 여기서는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보다는 캐릭터 관련 굿즈를 모셔(?) 두고 게임 내 뽑기를 하는 게 좀 더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웃기는 건 저 이론의 훌륭한 반례도 존재했다는 점.[1]

함대 컬렉션은 캐릭터 관련 2차 창작이 활발하기 때문에 이 도시전설이 이용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게임 내에서 얻기 힘든 캐릭터를 뽑는 것을 기원하는 수단으로 원하는 캐릭터의 팬아트를 그리거나 관련 굿즈를 구매하는 경우가 흔히 보인다. '그리면 나온다'라는 도시전설이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곳 중 하나.

소녀전선에서도 토템이라고도 하면서 어느정도 활성화 되어있다.

4. 신빙성이 있는가?

당연하지만, 위와 같은 행위는 원하는 카드가 등장할 확률을 전혀 높여 주지 않는다.

팬아트를 그린다고 해도 게임 내의 뽑기 확률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점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게임사가 자체 이벤트를 통해 팬아트가 많은 캐릭터의 등장 확률을 높여 주는 등의 변화를 시스템 내에 적용시켜 주지 않는 이상, 원하는 카드를 그리는 것은 게임 내 확률에 일절 영향을 줄 수 없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고 하면 그 캐릭터 카드의 원본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는 왜 자신이 그린 카드를 뽑지 못해 고통을 받았겠는가? 위에서 예로 든 확산성 밀리언아서의 경우만 해도, 자신이 그린 카드를 뽑기로 얻지 못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사례가 몇 가지 소개되어 있을 정도다.

다만 '그리면 나온다'는 도시전설은 팬아트 등의 2차 창작을 할 동기를 부여해 게임을 보다 폭넓게 즐기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 원하는 카드를 그리는 것으로 게임 유저들의 충성도 및 그림 실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도 가지고 있다. 거기에 게임 유저가 2차 창작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과 '원하는 카드를 그렸으니 이제 나와 주겠지'라고 생각하는 심리적인 안정감은 덤. 물론 그런다고 해도 원하는 카드가 나올 확률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게임 유저는 그로 인해 눈에 띄는 손해 역시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금도 어디선가 게임 유저들은 자신이 얻고 싶은 캐릭터 카드를 얻고 싶은 마음에 팬아트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린 다음 뽑아서 나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니까.

결국 '그리면 나온다'라는 도시전설은 실제로는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지만, 이 전설을 믿어서 손해 보는 것도 딱히 없으므로 사람들은 반쯤 장난삼아 이 루머를 퍼뜨리고 실제로 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들은 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이 도시전설을 논파하려고 하면서 서로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원시인들이 살던 동굴에 그려진 동물 벽화를 두고 고고학자들은 사냥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기복신앙으로 해석하는데, 당시 사냥이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복불복인걸 감안하면 꽤 그럴듯한 이야기이다. #


[1] 해당 인물은 2015년 7월 페그오가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자신이 쓰는 소설 주인공을 무려 3년 이상 획득하지 못했었다. 심지어 해당 캐릭터는 상시라 뜬금없는 픽뚫로도 얻을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