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7-17 17:04:21

교향곡 제7번(말러)

말러의 교향곡
1번 D장조 '거인' 2번 C단조 '부활' 3번 D단조 4번 G장조 5번
6번 A단조 '비극적' 7번 E단조 8번 E♭장조 '천인' 9번 D장조 10번 F♯장조 (미완성)
대지의 노래*
* 교향곡 혹은 가곡집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음. 자세한 사항은 해당 문서 참고.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 개요2. 작곡 과정3. 초연과 출판4. 곡의 특징5. 곡의 구성
5.1. 악기 편성5.2. 1악장5.3. 2악장5.4. 3악장5.5. 4악장5.6. 5악장

1. 개요

구스타프 말러가 7번째로 작곡한 교향곡.

흔히 이 7번 교향곡의 제목으로 알려진 "밤의 노래"는 말러가 이 교향곡 전체의 제목으로 붙인건 아니다. "밤의 노래"는 2악장과 4악장의 제목으로 붙여져있다. 그렇지만 7번 교향곡이 '밤'의 분위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바가 없다.

2. 작곡 과정

7번 교향곡에서 가장 먼저 작곡된 부분은 바로 이 2악장과 4악장의 "밤의 노래"의 부분이었던걸로 보인다. 1904년, 6번 교향곡을 작곡할때 함께 작곡된걸로 보이는 이 부분은 사실 평탄한 과정을 거쳐서 나오지는 않았다. 말러는 여름 휴가철말고는 작곡에 전념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만큼 악상이 안떠오르는것은 말러에겐 생각하기도 싫은 지옥이었을 것이다. 4번 교향곡의 절반가량이 얼마 남지 않은 휴가의 위기감 때문에 완성된 사례도 있기도 하고. 결국 1904년에 말러는 악보와 전쟁을 벌이다 악상을 얻기 위해 마이에르니히를 떠나서 토블라흐로 부터 남 티롤지방을 여행했다. 이때 "밤의 노래"의 악상이 떠오른듯 하다. 마주리나라는 호수를 여행하던중 "밤의 노래"의 주제를 구상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이듬해인 1905년에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두개의 "밤의 노래"의 악장들은 각각 개성이 뚜렷해서, 이 두 악장들에 연결될 다른 악장들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던 탓이다. 말러는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남 티롤지방을 여행했다. 하지만 운은 두번 반복되지는 않는다던가. 말러는 작곡과 음악에 대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을 편두통과 투숙한 여관의 소음때문에 작곡에 집중할수가 없었다. 이어 찾아간 백암지역(the Dolomites)에서도 2주 정도 지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그런데 결정적 순간은 말러가 작곡을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때에 나타났다. 말러가 알마에게 보낸 편지에 의하면, 모든걸 포기하고 마이에르니히로 돌아가려고 호수를 건너기 위해 배를 타서 노를 젓는 순간 1악장의 악상이 폭포처럼 쏟아졌다는 것이다. 말러는 마이에르니히로 돌아간후에 4주동안 1, 3, 5악장을 작곡했고 친구인 귀도 아틀러에게 8월 15일, 곡의 완성을 알렸다. 완전판은 이듬해인 1906년에 나오게 된다.

3. 초연과 출판

7번을 완성했을때는 아직 6번을 초연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말러는 7번의 연주는 좀더 뒤로 미뤄야 했다. 그래서 6번을 초연한 이듬해인 1908년에야 초연의 기회를 잡을수 있었다. 체코필의 60주년 기념연주회의 지휘를 위촉받은 말러는 그 연주회에서 7번을 초연하기로 한것이다. 하지만 6번이 실패한탓에 초연 몇 주전까지도 말러는 출판사를 구하지 못했다. 결국 그만한 명성을 가진 음악가로서는 구차하게도 자신의 비용으로 오케스트라 악보를 만들었으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결국은 라이프치히에 기반을 둔 라우터바흐 & 쿤(Lauterbach & Kuhn)이라는 출판사에서 1909년에 출판하게 되었다.

초연은 1908년 9월 19일 프라하에서 체코필의 연주로 이뤄졌다. 말러의 새 교향곡이 초연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말러의 친구들이 프라하로 몰려왔다. 알마와 더불어 말러 교향곡의 중요한 증인중 한 명인 브루노 발터는 물론이고, 아르놀트 베를리너, 이오시프 가브릴로비치[1], 오토 클렘페러[2], 알렉산더 젬린스키[3]등이 그 친구들의 면면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말러의 끊임없는 개정을 악보에 옮기는 부역에 동원되었다. 말러는 리허설이 끝날때마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보를 가져와서는 개정작업에 친구들을 동원했다. 물론 말러 자신이 더 많은 분량을 해치운것 같지만. 알마가 프라하에 도착해보니 말러의 숙소는 오케스트라 악보들로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이쯤되면 솔직히 무자비한 대마왕 말러의 부역에 동참한 친구들이 더 대단해보일 지경.[4]

이런 말러와 친구들의 열성적인 작업에도 불구하고 초연 당시의 반응은 3번을 제외한 말러의 전통(?)대로 신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듬해인 1909년 11월 3일에 열린 빈에서의 초연은 후배인 아놀드 쇤베르크를 감동시켰다. 1909년 12월 말 그는 말러에게 편지를 보내어, 어떤 악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도저히 얘기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이 투명하게만 보였으며, 형식의 섬세함을 느꼈고, 언제나 곡의 주 라인을 쫓아갈 수 있었으며, 왜 더 빨리 이런 곡을 쓰지 않았느냐고 찬사를 보냈다. 이에 감동한 말러는 1910년 1월 바로 답장을 보내, 당신이 한 말을 100퍼센트 이해할 수 있으며, 자신 또한 완전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 편지들이 오고갈 무렵, 쇤베르크는 이미 무조성의 세계에 들어섰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1909년에 쇤베르크의 5개의 관현악곡 op.16이 쓰여졌기 때문.

4. 곡의 특징

이 곡은 여러 면에서 매우 진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첫째, 1악장의 발전부의 조성이 너무 대담하게 전개되어 중심 조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사실 말러 교향곡에서 이런 특성은 갈수록 발전해서 나중에 가면 9번 교향곡에선 아예 교향곡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중심 조성마저 포기해버리는데에 도달하게 된다. 3악장 'Schattenhaft(그림자처럼)'은 말러의 몽타주 테크닉으로서 재료를 삽입하는 첫 모델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각 악장 속에서 한번 정도는 템포나 다이내믹이 급격하게 변화되는 부분이 있어 느슨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곡은 낭만적이기도 하다. 곡에 내용에 대해서 알마 말러는 "밤의 음악을 작곡할 때 말러는 찰랑거리는 분수, 독일 낭만주의인 아이헨도르프의 시적 감흥을 가졌다. 그 외에 이 교향곡에 프로그램은 없다."고 한다. 요제프 폰 아이헨드로프는 '숲의 시인'이라 불리는 19세기 초반에서 중엽까지 활동한 독일의 대표적 낭만주의 시인이다. 그의 시중에는 '밤의 꽃'이라는 시도 있다. 어쨌든 알마의 언급을 바탕으로 해보면, 밤이라는 주제는 아이헨도르프에게서 온것일지도 모른다.

리하르트 슈페흐트에 따르면, 말러의 지지자들은 곡의 첫 악장이나 전체의 제목을 '밤의 산책'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곡에 제목이나 표제붙이기를 싫어했던 말러도 여기에는 별로 반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2악장의 밤의 노래는 '오랫동안 잊혀졌던 행진 리듬과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옛 노래에 맞추어 움직이는 유령 경비들의 행진'이라고 하며, 4악장의 밤의 노래는 '작고 기묘한 한 작은 마을의 달빛이 비치는 광장에서의 달콤한 사랑의 노래, 신비한 속삭임, 분수의 찰랑거림, 보리수의 살랑거림으로 채워져 있다' 2,3,4악장을 통틀어서 '밤의 목소리' 라는 제목을 붙일수 있고 마지막 악장은 '아침으로'라고 불릴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말러의 의도가 여기에 있는건지는 알수 없지만, 이로써 보더라도 말러의 7번이 낭만적이라는것은 부인할수가 없을듯 하다. 그 당시로선 낭만주의는 19세기의 유물로 넘어가버린 시점이었다. 브루노 발터는 이 곡이 "이미 지나가버린 낭만주의"를 묘사하고 있다고 여겼다.

5. 곡의 구성

5.1. 악기 편성

피콜로 1, 플루트 4, 오보에 3, 잉글리시 호른 3, 클라리넷 4, 베이스 클라리넷 1, 바순 3, 콘트라바순 1, 테너 호른[5],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1, 팀파니, 심벌즈, 트라이앵글, 큰북, 작은북, 탬버린, 탐탐, 소방울, 류트, 튜블러 벨, 글로켄슈필, 기타[6], 만돌린[7], 하프, 현5부로 구성되어 있다.

5.2. 1악장

Langsam (Adagio: 느리게) - Allegro risoluto, ma non troppo, 소나타 형식.

호수에서 노를 젓는 듯한 B단조 4/4 박자의 서주가 E단조 2/2 박자의 강렬한 선율 뒤로 제1 주제와 2주제가 이어진다.상당히 신비로운 이 서주는 말러적인 장송행진곡풍의 느낌도 담고 있고 상당히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이 서주는 여러가지 면에서 1악장을 지배하고 있다. 제2주제는 서주의 주제와 장송행진의 리듬을 변화 발전 시키고 있다.

제1주제는 이 곡에서 가장 이상한, 편안하지 못한 느낌을 주는 화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화성은 쇤베르크의 <실내교향곡 1번>을 연상시킨다. 아마도 쇤베르크를 열광시킨것도 이 대목이 아니었을까. 제1주제와는 대조적으로 현악기들에 의해 연주되는 제2주제는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제시부의 끝은 서주의 행진 주제를 사용해서 시작된다. 이어 서주와 제1, 2주제가 활용되어 발전하는 전개부로 이어진다. 재현부는 악기의 사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제시부의 순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5.3. 2악장

Nachtmusik I(밤의 노래 1). Allegro Moderato, C장조 4/4 박자.

도입부-주부-트리오1-트리오 2-주부-트리오 1-도입부의 구조로 이뤄진 곡이긴 하지만 사실 그리 간단하게 구분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2,3,4악장은 교향곡 안의 교향곡이라 불리는데 어둠과 밤의 인상을 표현하고 있다. 깊은 산속의 어둠을 거니는 것처럼 호른의 선율이 어어지고 마침내 깊은 밤이 드리워지는 듯한 침묵으로 내닫는다. 말러는 이 악장의 분위기를 설명하기 위해 렘브란트의 '야경'을 언급하고 있다. 말러가 '야경'을 음악화 한건 아니다. 다만 분위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야경'과 비교한것일 뿐이다.

5.4. 3악장

Scherzo. Schattenhaft,(스케르초. 그림자처럼) D단조 3/4 박자.

'그림자처럼'이라는 말이 암시하듯 3악장의 중심적인 화두는 '그림자'라고 할수있을것이다. 대단히 음산하고 악몽같은 밤의 정경을 묘사하는듯 한 이 악장에서 스케르초는 그런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것 같다. 마치 자신의 그림자가 무섭게 자신을 따라다니는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악장은 흔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틸 오일리겐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에 비교되기도 하고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인 '마녀들의 밤의 향연'을 연상시킨다고 하기도 한다. "환상교향곡"과 비교하면 그렇게 과격하게 들리지는 않다는 점에선 "틸 오일리겐슈피겔"이 연상되지만, 또한 음산한 분위기로 생각하면 "환상교향곡"이 연상되기도 한다.

5.5. 4악장

Nachtmusik II. Andante Amoroso,(밤의 노래 2, 안단테 아모로소) F장조 2/4 박자. 3부 형식.

밤의 노래와는 달리 4악장은 세레나데에 가까운 완연한 밤의 노래라고 할수 있다.애매모호한 밤과 악몽같은 밤을 넘어서 그야말로 고요하고 평안한, 마치 달빛에 둘러싸인 밤에 인도된듯한 느낌을 준다. 말러는 이 분위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트럼펫, 트롬본, 튜바, 타악기 등의 무거운 악기를 제외시켰으며, 남은 관악기의 규모도 대폭 줄여서 사용했다. 만돌린과 기타는 밝은 심상을 묘사하며, 관악기들도 사랑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혹자들은 이 악장이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밤의 노래"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5.6. 5악장

Rondo Finale.(론도 피날레)- Tempo I (Allegro ordinario), C장조 4/4 박자. 론도 형식.

이 론도 피날레 악장은 테오도어 아도르노를 필두로 한 평론가들의 지탄을 받았다.[8] 그 이유인즉슨, 4악장까지 밤의 이미지가 지속되다가 느닷없이 5악장에서 일출광명을 묘사하는것 같은 급격한 전환 때문이다. 하지만 4악장과 5악장을 연계시켜서 생각해보면 급격한 전환이 이해가 안가는 바도 아니다. 다만 그게 논리적이지가 않아 보여서 문제일 뿐이지.

팀파니 독주로 시작되는 부분[9]은 밤의 기운을 몰아내고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발걸음을 묘사하는것 같다. 금관악기들의 론도 주제에 의한 행진곡풍의 분위기는 시끌벅적한 마지막 악장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말러는 에밀 구트만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선 쾌활한 작품'이라 표현하고 있다. 4악장과 5악장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경과구를 넣어 밤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여명의 순간을 표현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말러의 생각으론 4악장의 중후반부에서 여명을 묘사했으니 5악장으로의 귀결은 당연했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말러가 그의 교향곡 5번의 마지막 악장에서 론도 형식으로 푸가를 보였는데, 그와 유사한 진행을 이 악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략 9개의 주제가 대위적인 구조를 이루면서 론도 형식으로 곡을 이끌어나가는데, 5번의 론도에서는 대놓고 다양한 주제들이 대위적으로 결합한다면 이 악장에서는 각 주제의 리듬적 변화가 매우 역동적이면서도 구조가 느슨하게 되어있다. 따라서 이 악장을 "푸가 악장"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분명 대위적 구조가 꽤나 존재함으로서 결론적으로 5번에서보다 대위적인 구조를 파악하기 힘들게 작곡되어있는데, 이는 이후 그의 교향곡 9번의 3악장에서 구조를 매우 파악하기 힘들게 작곡된 푸가로 작곡방식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10]


[1] 마크 트웨인의 사위이다. [2] 이 당시 말러의 추천으로 프라하 독일 극장의 지휘자에 취임해 있던 중이었다. [3] 알마의 옛 연인으로 알마를 네토라레당한 사람이다. [4] 초연 과정에서 말러가 오케스트레이션 수정에 지나치게(?) 열중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완성 후 말러 7번은 4번과 8번 이후의 작품들을 제외하면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중 제일 적게 수정된 곡에 속한다. 4악장의 만돌린 일부 파트에 트레몰로가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오류 수정 수준이라 봐도 무방할 수준이라고 한다. [5] 1악장에서만 등장 [6] 4악장에서만 등장 [7] 4악장에서만 등장 [8] 아도르노는 "이 악장은 연극적, 완고한 온음계, 이런 푸른 하늘은 축제 목장 근처에나 있는 것."이라 말한바 있으며, 심지어 말러에 대한 전기를 쓴 옌스 말테 피셔는 "이 악장만 아니었으면 7번 교향곡은 말러 최고의 인기작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대놓고 혹평했다. [9] 이외에도 팀파니의 활약이 정말 두드러지는 악장이기도 하다. 총 13개의 음을 쓰기 때문에 빈필같은 보수적인 악단도 반드시 페달 팀파니를 써야하는 곡이기도 하다. [10] 이 세 악장이 모두 공유하는 특징이 있는데, 모두 대위적인 구조와 론도형식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