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14 23:47:26

관존민비

1. 개념2. 특징3. 문제점4. 대한민국에서5. 해결책

고사성어
벼슬 높을 백성 낮을

1. 개념

관리를 높게 보고 일반백성을 낮게 보는 것, 또는 그런 사고방식. 일본의 사상가인 후쿠자와 유키치가 일본의 유교적인 관습을 비판하면서 고안한 단어다. #[1]

먼 옛날 정부가 등장하고 관리가 생긴 이후부터 있었던 개념이다. 좋게 보자면 관리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으니 백성들이 뜻을 알고 잘 따르자는 말로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가를 위한 헌신은 뒤로 제쳐둔 채 낮은 백성들은 마땅히 높은 관리들을 대접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타난다는 게 문제.

사실 국민 개개인의 주권을 존중해야 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관리가 앞에서 이끌고 국민들이 뒤에서 받쳐주고 따라간다는 사고방식 자체도 맞지 않는다.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 해도 결국에는 왕정 시대에나 통용될 유물 수준에 그치는 낡은 사고관.

2. 특징

국가를 위해 일하는 관리들은 아무래도 정치적, 행정적 권력과 밀접할 수밖에 없으며, 높은 자리로 갈수록 지는 책임만큼 주어지는 것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책임의 무게를 생각하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부귀영화에만 집착하여, 권력 지향적 가치관이 사회에 퍼질 수 있다는 것. 관직을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출세와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의식구조를 가리킬 때 으레 등장하는 표현이다.

민간이 정부를 주도하고 심지어 '야경국가'와 같은 이념마저 강조되던 서양[2]과 달리 중앙집권적인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는 행정이 사회 발전을 주도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나 개인이 국가의 정책을 따라가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자연히 관존민비 혹은 그와 유사한 사고방식이 뿌리를 잡게 되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지시와 순응이 더 강조된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국가에 의존하면서도 불만을 표출하지 못해 답답해하게 되고, 높으신 분들은 시스템이 흔들리는 걸 두려워해 우월주의로 무장하여 국민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국가에서 일하는 것 말고도 먹고 살 길이 많은 선진국이라 해도 관존민비 문제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명예욕이란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인생 최종 목표를 정치계에 두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어디서든 자주 보이는 일이다.[3]

기본적으로 유교적 관념에 따르면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나라에서 가려 뽑은 인재들인데, 이렇게 전통적으로 관의 권위를 높게 보고 나라를 이끌던 한국이나 중화권의 국가에서는 그만큼 명예와 권력도 더 크기 때문에 선민의식이 생기기도 더 쉬운 편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처럼 강한 나라라도 관이 아닌 시장에 있는 사람들이 국가를 주로 발전시킨 경우는 한국에 비해 관의 권력이 낮은 편이다. 산업혁명은 통치세력에게도 다른 유럽 국가보다도 반기를 쉽게 들던 다원주의적인 잉글랜드의 풍토 하에서 일어난 것이며, 미국 독립 전쟁, 명예혁명, 프랑스 혁명은 아예 통치자 내지 관에 있는 사람들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엎어버린 혁명이었다. 나라에서 뽑은 것이 딱히 시민들이 뽑는 것보다 우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기는 정서가 있고, 기업가가 관을 오가는 경우도 많으며, 북유럽에서는 평등주의로 인해 그 경향이 더 심한 경우도 있다.

3. 문제점

대한민국 헌법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가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민 생활에 봉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직을 차지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국민을 지배하고 군림한다면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게 된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주권 사상에 상반되는 모순이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가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민 생활에 봉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관직을 가진 공무원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국민 위에 지배하고 군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은 국가가 국민의 주권을 지킬 생각이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관직 우월주의가 사회에 팽배하게 되면 권력 지향적 가치관이 사회를 지배하여 가치관 단순화를 가져와 사회발전이 어렵게 된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볼 수 있는 정경유착에 의한 금권정치의 근원을 살펴보면 결국은 관직우월주의에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4. 대한민국에서

한국의 역사에서 정치인과 관료의 삽질 및 부패는 여백이 부족할 정도로 많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그들의 오물을 치우는 자들은 애꿎은 국민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무원들의 지속적인 소통과 자성, 그리고 국민과 국가의 신뢰를 튼튼하게 하도록 유도하는 엄중한 법질서 확립이 필요하다. 원론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많은 문제들이 이 기본을 제대로 안 지켜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5. 해결책

국민들이 24시간 국가를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 국가가 기본적으로 국민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계속 감시해야 한다. 선거, 투표, 민원, 시위 등을 통해 계속 국가를 귀찮게 해야 한다. 절대 공무원들은 자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과도한 의전 등의 무조건적인 관 우위 사상을 보이는 태도까지 봉사자로의 마음을 가진 공무원마저 타락시킨다.

한국에 비해 선진국 소리를 듣는 유럽의 몇몇 국가들도 공무원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민들이 국가가 자신들 위해 군림하려 하지 못하게끔 확실히 국민들의 힘을 보여줬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관존민비 사상을 갖고 국민들을 대하는 경우는 적다.[4]


[1] 정작 후쿠자와 유키치는 나중에 민중은 개돼지라며 우민멸시사상을 주창했다. [2] 이쪽은 한국 같은 비현실적인 규제의 문제, 관의 부당한 권위 의식은 약하지만, 정부가 너무 약해서 치안이 불안하다는 식의 문제, 산업계에 정부가 아예 포획당하는 양상의 부작용도 일어나기도 한다. [3] 좋은 예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중국 하진이 있다. 남한 정주영 또한 통일국민당을 창당하여 14대 대선에 도전한 바 있다. [4] 영국의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과 프랑스의 시민혁명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혁명 당시 왕 모가지까지 따버린 적 있는 게 이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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