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3 15:30:27

공음전

1. 개요2. 특징과 문제점3. 폐지

1. 개요

공음전()은 고려 시대 관료들에게 공을 따져 지급하던 토지를 말한다.

음서와 마찬가지로 5품 이상의 관료들에게 주어졌으며 수조권을 세습할 수 있었다. 따라서 중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가문의 역사가 길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공음전이 늘어나며, 그에 따라 가문의 경제력이 폭증하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문벌귀족의 경제력을 책임지는 제도이다.

경종 대에 전시과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개국공신과 그외 공로가 있는 사람들에게 토지가 주어졌던 것이, 현종 대에 상속이 인정되었고, 문종대에는 이게 양반공음전시라는 이름으로 법제화가 되었다. 공양왕 대에 이름만 공신전으로 변했을 뿐, 고려가 멸명할 때까지 유지되었다.

2. 특징과 문제점

고려~ 조선 중기까지는 관료들에게 녹봉 뿐 아니라 국가를 대신해서 일정한 지역의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수조권이란 이 땅에서 농민이 얻어낸 소출의 십분의 일을 국가가 아닌 자기 자신이 즉, 관리가 가져갈 수 있는 권리.

전시과 제도 하에서 관료 군인, 향리, 서리 등에게 다양한 종류의 땅이 배당되었는데, 공음전이 중요한 것은 그 권리 세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이한 제도로 한인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6품 이하 하급 관료의 자제 중 관직이 없어 한가한 사람들에게 공부 잘 하라고 주는 땅이다. 관인 신분의 세습을 위해 주어졌다.

문벌귀족 음서를 통해 관직을, 공음전을 통해서 경제력을 세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조선시대의 양반과는 달리 귀족이라 할 만한 면모를 지녔다. 당장 1~2대에 걸쳐서 일이 잘 안 풀려도 어느 정도의 관직 재산을 계속 보유하므로 중앙 정계에 다시 복귀하거나 적어도 지역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조선 시대 양반들은 과거를 통과 못 하면 그저 지역의 잘나가는 유지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다만 공음전이 특이한 점은, 전시과 제도 하의 다른 땅들, 그리고 역대 왕조의 다양한 녹읍, 식읍, 과전법 등과 다르게 공음전인 땅을 받는 귀족에게 그 땅에 대한 면세권을 주는 것이었다. 귀족이라도 땅을 소유한다면 그 땅에 대해서 전세로 수확량의 1/10을 내야 했는데 만약 자신의 땅이 자신의 공음전으로 지정되면 그 귀족은 그 땅에 대해서 국가에 전세를 내지 않았다. 이를 자기가 직접 노비를 이용해 경영하면 100% 갖고 소작을 주면 반띵해먹고. 이러한 성격 탓에 공음전이 늘어날 경우 국가는 토지에서 세금을 걷을 수 없었고, 이 때문에 국가 재정이 파탄나게 된다.

3. 폐지

이런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조선의 토지 제도는 지급 범위를 경기도로 한정하고 수조권 세습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공양왕 때 정해져 실행된 과전법 하에선 공신전이 세습되고 또한 수신전, 휼양전이란 명목으로 세습이 가능했다. 그리하여 세조 때 직전법으로 바꾸면서 산관의 수조권을 없애고 수신전, 휼양전을 없애버렸다. 결국 관료들은 정부로부터 녹봉만을 받게 되고 토지 수조권을 받는 제도는 사실상 소멸하게 된다.

조선 시대에 수조권이 세습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은 생각치 못한 부작용을 낳게 된다. 관료가 죽은 뒤에 유가족의 수조권을 인정하는 관행, 또는 지금의 연금과 같이 수조권을 유지하게 해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이런 제도가 사라지면서 관료들의 은퇴 후 경제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관료들은 수조권이 줄어듦에 따라 권력을 동원해 자영농의 땅을 야금야금 갉아먹게 되고 조선 초의 그 많던 자영농은 수가 격감하여 결국 소작농만 남게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지금으로 치자면 연금이 모조리 삭감되자 열받은 공무원들이 은퇴 후를 위해 더 노골적으로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축재를 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공음전 측면에서는 조선이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 그 이유는 양반이 아무리 사재를 들여서 땅을 사모아도, 진짜로 국가에 밉보이면 역적크리를 먹어서 가문이 작살나고 재산이 몽땅 몰수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국가가 맘만 제대로 먹으면 사적으로 사놓은 땅 따위는 몰수나 국가가 지정한 가격대로 강제전매, 혹은 교환이 가능하다. 이는 일단 공음전이 되면 국가가 손도 못 대던 고려보다는 엄청나게 발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