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0 15:22:08

そして生活はつづく





[ 솔로 음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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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아라가키 유이]] ||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1. 개요2. 책 소개3. 책 목차4. 책 속 일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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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밋밋한 나의 일상이지만 즐거워하는 것. 이것이 이 에세이의 테마이다. 왜 이 테마를 선택했는지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중략)

현실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살 것 같은 사람도 밥도 먹고 빨래도 한다. 화장실 청소 또한 그렇다. 샤워 커튼 아래쪽부터 점점 곰팡이가 생겨 새 걸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도 어쩌다 들어간 화장실의 변기 물이 너무 세게 내려가서 깜짝 놀라기도 할 것이다. 어떤 흉악한 살인범이라도 밥을 먹으며 맛있다고 생각한다. 성격이 좀 독특한 사람도 혼자 살고 있다면 집세를 낸다. 전기세를 낸다. 수도세를 낸다. 세수를 한다.

전쟁이 일어났다 해도, 20억 복권에 당첨되어도 갑자기 실업자가 되어 파산하여 집 없이 떠돌아도 비정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생활을 계속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있다면 언젠가 다가올 ‘죽음’과 그때까지 영영 계속되는 ‘생활’뿐이다.

하지만 나는 생활이 너무나 서툴다.
2009년(당시 28살 쯤)에 일본에서 발매한 호시노 겐의 첫 번째 자서전 겸 에세이. 호시노 겐 본인이 무심하고 서투르고 밋밋하다고 느낀 자기 생활에 대해 쓰며 생활의 재미를 찾아나가고자 하는 에세이이다.

그의 유년기 일화나 그의 20대를 쏟아부은 인디 밴드 활동 시절(2000~2009)을 전반적으로 담고 있다.

2. 책 소개

배우이자 음악가, 호시노 겐의 첫 에세이집! 휴대전화 요금을 지불하는 것을 잊어도, 방이 엉망이 되어도, 사람과의 교제가 서툴러도, 누구에게나 아침 해는 뜨고, 무슨 일이 있어도 생활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그렇게 훌륭하지 않은 일상을, 재미없는 생활을 즐기자!

3. 책 목차

  • 요금 지불은 계속된다
  • 생활은 계속된다
  • 연재는 계속된다
  • 육아는 계속된다
  • 다리 떨기는 계속된다
  • 젓가락 고르기는 계속된다
  • 방 구하기는 계속된다
  • 흠뻑흠뻑은 계속된다
  • 바보는 계속된다
  • 복통은 계속된다
  • 할아버지는 계속된다
  • 구내염은 계속된다
  • 무대는 계속된다
  • 안경은 계속된다

  • 만화...
  • 나 혼자는 계속된다
  • 문고판 특별 대담

4. 책 속 일부 내용

좋아, 설거지를 해보자.

재킷의 소매를 말아 올리고 우선은 수세미에 세제를... 엇, 세제가 없다. 그렇다. 꽤 오래전에 다 써버려서 사야지 했었다. 귀찮다. 사러 나가야 하나?

이렇게 꾸물거리고 있는데 불현 듯 편집자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에 편의점까지 사러 가기로 했다. 그렇지만 기분을 깨고 싶지는 않아서 재킷을 입은 채로 갔다. 아래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코디는 간신히 괜찮은 정도였다.

근처 편의점까지 잽싸게 걸었다. 도중에 있는 전봇대랑 자동차 등을 이용해서 춤을 추면서 갔다.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은 없어서 춤을 추면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안으로 들어가서는 상식으로 무장한 어른 호시노 겐으로 등장했다. 춤을 추거나 차분함이 없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으며 가능한 한 보통 시민을 가장하여 세제를 집어 들었다. 이 어울리지 않는 재킷이 눈에 띌 거라고 모두들 말하겠지. 그러나 이것은 나의 소소한 반항 정신의 표시다. 그냥 놔둬 주면 좋겠다. 돌아오는 길에도 춤을 추며 뛰어 왔다. 그런데 도중에 아저씨 한 분이 지나가셨기 때문에 일단 멈추고 어른 호시노 겐도 간간이 연출하며 집에 왔다. 편의점에 간 김에 19금 잡지도 하나 사 왔다는 사실은 편집자에게는 비밀이다.

무사히 세제를 사왔으므로 설거지를 시작한다. 하기 시작하면 의외로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아져서 그 기세로 싱크대 전체를 닦았다. 그러고 보니 물을 사용하는 곳을 청소하면 피부가 깨끗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일 아침에는 뾰루지 따위 없어져 있을까. 아, 그건 화장실 청소였던가. 이런 생각으로 화장실을 들여다보았다.

살짝 지저분한 변기가 눈에 띄는데...

나는 재킷을 입은 채로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중략) 빠른 속도로 청소를 마치고 옆을 보니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한 샤워 커튼이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할까. 욕조 청소를 시작해야 하나. 원고도 써야 하고, 그 무엇보다, 귀찮다. 화장실 청소까지는 괜찮은데 욕조 청소까지 하는 건 너무 일이 커져버리지 않는가. 이건 뭐지, 뭔가 가슴속에 피어오르는 말할 수 없이 쪼그라드는 소극적 자세는. 내일은 휴일이고 하고 싶은 만큼 청소를 하면 좋지 않은가. 허나 이 샤워 커튼의 곰팡이는 빠는 것보다는 사는 편이 좋을 정도의 수준이다. 이런, 상당히 귀찮군. 당장 관두고 싶다. 지금 당장 그만두고 만화책을 읽고 싶다. 과자를 먹고 싶다. 뒹굴 거리고 싶다.

그래, 이것이 바로 마쓰오 스즈키 씨가 거듭 말한 ‘귀찮음의 힘’의 정체인가. 젠장, 귀찮음의 힘, 이 자식! 어쩔까, 어떻게 할까…….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또 편집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사를 하기로 했다.
이제 세탁실이 따로 있는 이 집과는 안녕이다. (중략) 창가에 대량의 벌레들의 사체가 떨어져 있는 이 집과 이제는 완전 바이바이다. (중략) 또, 점점 나무 바닥이 벗겨져서 플로링이 아닌 거의 합판 수준이 되어 버린 이 바닥과도 헤어진다. (중략)

그날 나는 대충 들어갔던 부동산에서 상당히 좋은 집을 발견했다. (중략) 계약을 하기로 하고 부동산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밝은 갈색 머리의 젊은 남자가 질문을 했다.

“죄송합니다. 전혀 관계없는 일을 좀 여쭙겠습니다만, 직업은요?”
직업?
“아, 네, 자격 심사를 해야 해서요.”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다. 계약할 때 방을 빌리려면 심사가 있고 빌리는 사람이 집세를 잘 낼 수 있는 급여를 받고 있는지, 제대로 된 직업이 있는지를 묻고 그 집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어쩌지.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마음이 조급했다. 나는 직업이 몇 개 있다.

배우.
음악가.
문필가.
촬영 감독.

전부 수입이 고정적이지 못하다. 이 직업들을 동시에 진행시켜 바쁘게 일을 하고 있어서 일단 수입은 안정되어 있지만 이런 엔터테이너의 일이란 언뜻 겉만 번지르르한 꿈을 좇는 직업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이 직업들을 지금 이 상황에서 이야기해도 설득력이 결여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중간한 일이 아니며 배우라는 직업 하나만 보더라도 주어진 일을 정확히 해내야 하며 때로는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을 찾아야 할 때도 있고 자신의 작은 실수가 소속사에 지대한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아주 막중한 책임이 있는, 즉 회사원과 다를 바가 없는 직업인 셈이다. 덧붙이자면 우리 극단은 굉장히 엄격해서, 지각을 하거나 하면 무서운 후폭풍이 몰아친다.

음악도 그렇다, 우리 밴드는 내가 중심이어서 밴드의 책임=나의 책임이기 때문에 그 압박감도 생각보다는 크고, 소속된 소속사 겸 레이블도 큰 회사가 아닌 작은 인디 회사여서 권리관계 같은 것도 공부해 둬야 하고 음악 업계에는 나쁜 사람들이 지이~인짜 산더미만큼 있으므로 이 또한 항상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태세를 갖추고 경계해야 한다. 정말 NO MUSIC NO LIFE 혹은 음악만 있으면 된다! 같은 멋진 기분이 되기는 좀처럼 힘든, 내 머릿속은 NO WORK NO MONEY라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내 나이 정도쯤의 사람들 중에 이런 직업을 가지려 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더 많다.

이렇게 고민을 하는 사이에도 그의 얼굴 표정은 굳어져만 갈 뿐이었다. 여기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자연스레 ‘무직’으로 흘러가버릴 수 있으므로 일단 대답을 해보기로 했다.

“음, 그러니까……여러 가지 있는데요. (중략) 저는 배우와 밴드를 동시에 하고 있고 가끔 글도 쓰고 뮤직비디오 촬영도 합니다.” (중략)

옛날부터 딱 한 가지만을 추려내는 것이 서투른 아이였다. 옛날 동화를 읽을 때도 왜 작은 상자하고 큰 상자 중에서 하나밖에 고르면 안 되는 걸까 생각했었고 (중략) 그 버릇은 어른이 되어서도 바뀌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은 전부 가지고 싶다. 그래서 음악과 연극을 시작했을 때도 동시에 이 두 가지를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주변 사람들이 말려서 깜짝 놀랐다.

“하나만 해. 이 세계에서 양쪽을 다하는 건 안 좋아.”
엄마도 말했다. “너 제대로 잘 못하잖니, 항상 부업이 되잖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못 잡는 법이야.”

사실 그렇긴 하다.

하지만 늘 ‘짚신을 두 개씩 신으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현실적으로 짚신 위에 짚신을 하나 더 신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니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보고 싶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엄청 빠르게 도망치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 사람이 잡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현실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절대 무리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두 마리를 다 잡아 버린다면 멋지지 않은가.

둘 다 실현하기 힘든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모두가 절대로 안 될 거라고 말하는 일들을 최대한 노력해서 해보려 하고, 만약 가능해진다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 다들 그렇게 안 하는 것일까. 언제나 생각하는 소박한 의문점이다.

또, 예전에는 '겐은 연기보다는 음악에 더 소질이 있는 것 같으니 배우보다 음악에 전념하는 편이 좋겠다'고 자주 들었고 글 쓰는 재능도 그다지 없으니까 이제 그만두라는 말도 자주 들었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연기를 하는 재능도 글을 쓰는 재능도 딱히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알고 있으니까 잘 할 수 있게 되고 싶은 거였고 잘 못하기 때문에 동경했다. 처음부터 잘하면 그야 그 나름대로 좋겠지만 잘 못했던 일들을 잘 하게 될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고 실제로 후자 쪽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그 후 내가 하는 일들을 그에게 자세히 설명하면서 극단 사무소 선배 중에 쿠도 칸쿠로씨가 있다고 말하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점장이 슥 나와서 자기가 그분 드라마를 자주 본다며 유명한 분이 있는 사무소니까 괜찮지 않겠냐며 이야기를 거들어 주어 결과적으로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쿠도 씨 덕분에 무사히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간접적으로 내 인생을 지탱해 주고 있는 쿠도 씨는 여러분들이 다 아시다시피 배우이자 밴드맨이자 각본가로, 이 모든 일들을 온전히 해내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댄 애크로이드 같은 사람이다, 라고 이 글을 쓰면서 지금 알았다.

"오~ 배우와 밴드를 하고 글을 쓰고 뮤직비디오도 찍나요?"

이 말을 아주 큰 소리로 들었을 때, 윽, 지조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여겨져, 내가 하는 일을 솔직히 말 한 것을 후회하는 와중에 그는 얼굴이 거무칙칙해지면서도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대단하신데요”
구구단 후반부가 영 어렵다.
우리 집은 야채 가게였기 때문에 어릴 때 일을 도와드리면서 거스름돈 계산을 했던 덕분에 지금도 간단한 암산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구구단은 예외다. 7단 정도부터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하면서 9단은 거의 내기 수준이라고 할까 어렴풋한 확신을 가지고 대충 뉘앙스로 때려 맞춰서 숫자를 불러보지만 영락없이 틀린다.

덧셈, 뺄셈은 괜찮고 분수의 덧셈까지도 어떻게 버텨보겠는데 분수의 뺄셈, 곱셈, 나눗셈은 도통 계산이 안 된다. 그리고 그 보통 나눗셈의 수식? 아니지, 그 계산하기 쉽게 그리는 사람 옆모습의 머리카락 같은 그거.[1] 그 계산 방법도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리고 x나 y, 도형의 면적 계산이라든지 산수나 수학을 나름대로 어느 정도는 배웠건만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중략)

그림도 정말 못 그린다.
개나 고양이, 새 같은 동물을 그리면 약속이나 한 듯이 하반신은 대강 그려버린다. 내가 생각해도 참 이상하기는 하지만 머릿속에서 구체화된 형상을 제대로 그려보려고 하면 결국 마지막에는 하반신들이 전부 액체 상태마냥 대충대충이 되어버리고 만다. 미술 시간에 대체 나는 무엇을 배웠던 것인가.

전에 F1 카레이스용 경주차를 그리려 했지만 청소기가 완성되거나 드래곤볼의 손오공을 그렸는데 알로에가 된 적도 있다. 정말 진지한 자세로 임했는데 결과가 그리되고 나니 오히려 유쾌하게 아예 남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졌다. (중략)

결국 나는 학교에서 배운 것은 거의 기억을 못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기억하고 있는 건 일본어 수업 때 擬音(의음)을 다른 말로 onomatopoeia라고 한다는 것과 과학 시간에 배운 린스는 두피에 안 좋다는 이 두 가지뿐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학력 대결을 펼친다면 절대적으로 나는 질 자신이 있다. 그 정도로 공부도 잘 못했고 공부도 안 했다. (중략)

나는 좌우지간 바보다.
그 사실은 어른이 되었어도 변하지 않는다.

요전에 새로 이사한 집에서 목욕을 하려고 했다. 전에 살던 집에는 없었던 자동 급탕기 스위치를 누르고는, 자동으로 욕조에 있는 물을 덥혀주다니 호화롭다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0분 정도를 기다리고 슬슬 다 되었나 생각을 하며 옷을 벗고 목욕탕으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갔는데, 욕조의 마개를 막지 않아 물이 콸콸 흘러내려가고 있었던 적이 있다.

더운물에 몸을 담근 채로 양치질을 하고 싶어서 전라 상태로 한 손에는 칫솔을 다른 한 손에는 치약을 들고 있던 나는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배웠거나 억지로 공부를 했던 것들은 금방 잊어버리면서 이런 바보 같은 일들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기억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이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일들뿐이어서 의기소침해지거나 할 일은 거의 없다.

어째서 이런 쓰잘떼기 없는 것들만 기억이 잘 나는 건지. 나에게는 어쩌면 이런 쓰잘떼기 없는 일 이외의 것들은 필요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죠, 그럴 리가 없잖아요."
K가 커피를 마시면서 말했다.
"바보니까 바보 같은 일밖에 기억을 못 하는 거예요.”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사람을 앞에 두고 사람을 대놓고 바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구나.

"예를 들면, 제대로 된 회사에 다니거나 경력을 중시하는 그런 곳에 호시노 상이 있다면 엄청나게 바보 취급당할 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호시노 상이 지금 있는 이 업계는 그런 바보스런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바보더라도 그리 힘들지 않게 지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구구단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게 일단 믿어지질 않고... 그리고 필산이죠, 그 머리카락같이 생긴 거 그려서 계산하는 나눗셈하는 방법."

...필산이구나!

"그래도 연기에 있어서도 작품을 만드는 일에 있어서도 그 컵라면을 난로 위에 올리는 그런 바보스러움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바보가 그 바보스러움에 오만함을 가지면 끝이죠. 부끄러운 일이에요."

대단하다. 기관총 같은 정론이 내 마음을 뚫고 지나간다. 나는 지금 매우 바보 취급을 당하고 있는데 뭔가 기분이 좋을 지경이다.

"아, 그래도 일본 지도 정도는 그릴 수 있는 게 좋지 않나요?"

"음?"

"호시노 상, 밴드랑 같이 전국 투어 가잖아요. 자기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응, 몰라."
"한 번 그려 보세요."

나는 K가 들이민 종이에 진지하게 일본 지도를 그렸다.

"이게 뭔가요... 서 일본 쪽은 어떻게 된 겁니까?”

K는 한숨을 쉬었다.
나는 내가 그린 지도가 재미있어서 쳐보다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잠시 후에 K가 입을 열었다.

"호시노 상, 세금 신고는 하셨나요?"

안 했는데요.

"아, 이런 바보! 이제 마감일까지 이틀밖에 안 남았다구요. 지금 여기서 이거 먹고 있을 때가 아니라구요."

"흠, 하지만 쓰잘떼기 없는 것들로 나는 됐어. 난 그냥 이런 채로 살아가고 싶어."

"안 돼요!"

"왜?"

"어른이잖아요! 바보라도 괜찮으니까 할 일은 좀 해 주세요!"

그렇지. 그렇구나. 세금 신고해야지.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혼자서 생활하시던 할아버지를 엄마는 '자립한 노인'이라 불렀다. 여든을 넘기시고도 청소, 세탁 등도 다 하셨다. 밥도 혼자서 지어 드셨다. 불평하시지도 않는다. 아들, 딸에게 기대지도 않는다. 할아버지는 어릴 적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아마 그때부터 쭉 혼자 삶을 꾸려 오셨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리 나이가 들고 혼자시지만 꿋꿋이 생활하셨다.

할아버지는 여든 일곱이 되셨을 때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한 쪽 다리가 마비되었다. 문병을 가면 할아버지는 부끄러운듯이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레이스 장에 가고 싶구나"

야마구치 경주장이다.

오토 레이스는 경마, 경륜처럼 오토바이 경주에 돈을 걸어 즐긴다. 할아버지는 오토바이 경주를 무척 좋아하셨다. 경주장 안에 있는 식당이나 상점에 채소를 납품한 적도 있어 가장 쉽게 즐길만한 오락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이가 드셔도 더 놀고 싶으신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웃어버렸다.

재활 치료를 끝내고 무사히 퇴원을 하시며 가게에도 나오시게 된 할아버지가 나한테 살짝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림을 그려 볼까 한다"

그런 말은 좀 의외여서 놀랐다. 하지만 굉장히 좋은 생각이라서 꼭 하시라고 말했다.

(중략)

부재중 메시지가 한 통 있었다. 들어 보니 몹시 어두운 목소리의 요코짱[2]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

무슨 소린지 몰랐다.

"새벽 3시쯤 집에서 돌아가신 것 같아. 장례식 준비해야 하니까 이거 듣는대로 빨리 전화 줘"

갑자기 눈물이 났다. (중략) 즉시 할아버지 댁으로 달려갔다. 부모님과 친척들이 모두 모여 계셨고 나에게 손짓하셨다.

"겐, 한 번 만져 보렴"

누워 계신 할아버지는 얼굴 근육이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이상해 보였다.

"차가워. 얼음같아"

시체를 만지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무서워하면서 할아버지의 이마를 만졌다. 거의 얼음같았다.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웠다. 놀람과 동시에 마음 속에 커다란 생각이 떠올라 웃었다.

다시 살고 싶다.

조금 부끄러울 정도로 긍정적인 발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되니 어쩔 수 없다.

그때까지 주변 사람의 죽음은 당연히 고통스러울 정도로 낙담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할아버지의 몸에 닿는 순간, 이상하리만큼 긍정적인 내 자신과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그 생각이 너무 커져버린 탓에 조금 웃어 버렸던 것이다.

제대로 된 강인한 삶을 살아온 사람의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은 이렇게 오히려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나는 할아버지의 발에 버선을 신겨드리며 마음 속 깊이 무언가를 느꼈다.

그 후, 장례식장에 붙어 있던 종이를 보고 나는 이전에 녹음했던 곡 제목을 ' 七七日(칠칠일)'로 정했다.

'칠칠일'이라고 쓰고 '사십구일'이라 읽는다. 할아버지 덕분에 만들어진 이 곡을 들으면서 49일의 여행을 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49일'은 '7×7'이니까 '칠칠일'이라는 마치 농담같은 표기 방식도 할아버지같은 느낌이 났다.

몇 개월이 지나 전부 녹음을 끝낸 우리들은 곡의 믹싱 작업을 하러 우리집에 모였다. 돈이 없기 때문에 스튜디오는 못 빌리고 오디오 매니아인 아버지의 자랑거리인 스피커가 있는 우리집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SAKEROCK 멤버들을 불러 아버지 방에서 믹싱작업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작업은 힘들었고 특히 '칠칠일' 믹싱은 힘들었다. 그때는 내가 기계를 조작하면서 음 조절을 하고 다른 멤버들은 뒤에 있는 소파에 앉아 그걸 들으면서 여러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다.

별 다른 진전도 없이 몇 시간이 흘렀다. 나는 너무 답답한 나머지 머리를 감싸며 주저 앉아 버렸다.

그러자 뒤에서 누군가 톡톡 어깨를 두드렸다.

마치 "좀 쉬자"라고 말하는듯한 느낌이 들어 헤드폰을 벗고 "그러자" 하고 말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거실에서 멤버들과 부모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간식을 먹고 있는 것 같았다. 방에는 나 혼자였다. 작업에 집중한 나머지 모두가 나간 것도 눈치채지 못했나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보니 옆에 할아버지의 불단이 있었다. 또 와 주신건가.

아니, 쭉 가까이에 계시는 건 아닐까.

그 생각에 눈물이 핑돌았다.
한 사람의 집합체로 집단이나 조직은 형성된다. 아무리 결속력이 강한 수단이라도 얼굴도 목소리도 사고방식도 모두 다르다. 설사 북한 퍼레이드처럼 아무리 짜여져 보여도 하나가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인 '많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남녀도 하나가 될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둘이다.

집단 속에 오래 있으면 자연스레 '일치단결해야 한다'라고 느낀다. 그 집단이 진취적이면 진취적일 수록 연대감을 중시하며 '전원이 한방향을 향해야 한다'는 사상으로 기운다. 전원을 통솔하는 리더가 생기고 인원수가 늘어나면 대인원을 관리하는 규칙이 생기고 그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틀이 완성된다. 그리고 그 틀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거나 삐져 나오면 따돌림을 당하고, 거기서 쫓겨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서둘러 전체의 틀 속에 몸을 던져 집단과 함께 '하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것이 일본 사회에서 생겨난 집단의 기본적인 '화목(和)'의 기본 구조이다.

그러나 역시 그건 답답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모두가 제각각이라고 해도 뭐가 어떤가. (중략)

정말 우수한 집단이라는 것은 아마 '하나로 있는 것을 지속시킬 수 있는' 사람들보다 '모두가 다른 것을 생각하면서 지속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 엄청 흥행했던 영화 작품 이야기다. 그 당시, 나는 그 영화에 나왔던 배우들의 연기에 조금 당황했었다.

별로 심각한 상황도 아닌데 출연자들은 심각하게 항상 눈이 충혈되어서는 부들부들 떨면서 연기를 하고 있다. 감동이 밀려오는 장면에서는 모든 배우가 콧물을 20센티미터는 될 정도로 쭉 흘리면서 절대 닦지도 않고 그 콧물이 그냥 매달린 채로 꺽꺽 운다. 감정이입하기는 커녕, 반대로 연기하고 있는 연기자들의 본래 모습이 보여서 뭔가 보고 있으면 마음이 흩어져 버렸다. 그러나 그 작품에 관여한 사람은 모두 진심으로 감동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그 작품을 무시하고 싶은 게 아니다. 좋아하는 부분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여겨지는 부분도 확실히 있다. 그 위화감을 누군가와 서로 콕 찍어서 이야기할 수 있다면 분명히 작품 전부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주변에 그걸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실제로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위화감을 '안 본 걸로'치는 사람이 많았던 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무의식적으로 느끼지 않았던 척하는 사람, 의식적으로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마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공적인 자리에서 그 작품을 조금이라도 나쁘게 비평하면 그 사람은 '이렇게 감동적인 작품을 부정하다니 인정머리도 없네'라며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은 분위기가 당시에는 적잖이 있었다.

"그 콧물, 합계 몇 센티?"
라는 발언에 몹시 그리움을 느끼는데 말이다.
어느 여름 날, 나는 어째서인지 그 합숙 숙소에 있었다. 오디션에 붙어 버렸다. 아니, 붙은 건 정말 기쁜 일이지만 나는 옛날부터 운동 신경이 완전히 없다. 신체 능력을 보는 실기 테스트도 있었는데 어떻게 그걸 통과했다. 허허 통과한 건 뭐 좋은 일이라 쳐도 합격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쭉 잘 할 수 있을지가 머릿속을 가득 채워서 엄청 불안했다.

그리고 합숙은 시작됐다.

상상을 넘어선 힘든 특훈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운동을 한 적이 없는 몸으로서는 너무 힘들어서 모두의 발목을 잡는 민폐를 끼쳤다.교관은 쉽게 잘 가르쳤고 스파르타였다. 안되는 사람은 가차 없이 혼내고 되는 사람도 칭찬하면서도 한편으로 방심하지 않도록 엄격하고 힘든 과제를 주었다. 나는 특훈 중에 계속 혼났다. 제일 싫었던 게 가끔씩 하게 되었던 연대 책임으로 뭔가 잘 못할 때마다 모두의 차가운 시선이 고통스러웠다.

"그만두고 싶습니다"
합숙 이틀째에 소속사 사장님께 울면서 전화했다.
"그만둬도 되는데 이미 출연이 정해졌고 그만두면 우리 회사도 그만둬야 해. 그래도 괜찮아?"

난 좀 더 열심히 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30명 중에서 제일 안되는 남자라는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유일한 위안은 식사 시간이었는데 인간은 너무 지치면 식욕이 없어지고 게다가 조금만 움직여도 전신에 극심한 고통이 몰려오는 듯한 근육의 피로감이 젓가락도 못 들 만큼 힘들어서 별로 먹을 수가 없었다. 정신적으로도 너덜너덜한 상태가 되어 불안감과 중압감에 밤에 잠도 안 오고 구내염은 20개를 넘었다. 거울로 입속을 보고 너무 어이없어서 웃어 버렸다.

열흘이 지나 일단 합숙은 끝났다. 이번에는 좀 더 넓은 장소로 옮기고 더 본격적인 특훈이다.
내용은 훨씬 더 어려워지고 너무 힘들어서 기절할 뻔한 적도 있었다. 조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나는 제일 못하는 일인자로 계속 민폐를 끼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들의 틈에 낄 수가 없다. 가끔 말을 해주는 사람도 있어서 기뻤지만 원래 일은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억지로 사이좋은 친구를 만들지는 않았다. 좌우지간 심적으로 미쳐버리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특훈을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처럼 모두가 모였다.
보통 때라면 오늘의 특훈 메뉴가 발표될 텐데 모두가 뭔가 차분해져 있었다. 잠시 후에 험상궂은 표정의 교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요즘 몇 명한테 보고를 받았는데... 좀 문제가 있다"
문제? 무슨 일이지. 이런 일은 처음이다. 누가 다치기라도 했나,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호시노에게 친구가 없다"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호시노한테 친구가 없단 말이다"
나!?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교관 말로는 호시노가 대충대충 특훈을 받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호시노에게는 집단에 들어오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호시노가 친구를 사귀려 하지 않는 건 왜일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보고가 몇 개 들어온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모두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호시노에게 말해 보자"

그만둬 제발, 친구 필요 없어. 단지 연기가, 연극이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어졌지만 그럴 배짱도 없었다. 이것은 일종의 공개 처형이다. 나는 그리고 몇 십분을 다른 사람들한테 나의 안 좋은 부분들을 계속해서 추궁당했다.

너무 정도가 심해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떤 사람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싫은 티를 팍팍 내기도 했다. 하여튼 더 열심히 하라며 혼을 냈다. 그때 단지 공포를 느꼈다. 어느 누구도 나를 옹호해 주는 사람은 없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걸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거기에 개인의 자유는 없다. 이럴 때의 집단은 무섭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 생각을 말할 수 없었다.

"이런 상태라면 호시노군은 연예계에서 못 버틸 거라고 생각해요"

유일하게 기억나는 말이 이거다. 그 말을 듣고 내 속의 뭔가가 꺾였다.
단지 사과했다. '모두 나를 미워하고 있었다'라고 생각하려 했다. 마음 속을 미안한 마음으로 꽉 채우고 그때까지 내 마음속에 있기도 했던 '이 방법은 이상해' '왜 이런 말을 내가 들어야 하는 거지'라는 의문을 뭉개버렸다. 그런 나를 보고 교관은 전원에게 특훈 개시를 명했다.

그러고 난 후 나는 일을 어떻게든 제대로 끝까지 해냈다. 그리고 소속사도 그만두지 않아도 되었다.

얼마 전, 그때 같이 연기했던 배우를 그때 이후로 처음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가 실실 웃으며 입을 열어 처음으로 한 말이 이거다.

"우와, 전혀 열심히 하지 않았던 그 사람이다"

그렇습니다, 내가 바로 그 열심히 하지 않았던 아저씨입니다.

"그렇네"
라고 말하며 나는 웃었다.

그때 꺾여진 내 속의 그 무언가는 지금도 그대로이다.[3]

[1] long division이라고 불리는 ⟌기호. [2] 호시노 겐의 엄마 [3] 해당 드라마는 호시노 겐의 드라마 데뷔작인 '워터 보이즈'이다. 호시노 겐이 본인의 필모그래피에서 워터 보이즈를 언급하기 꺼리는 이유도 이 이유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