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09 07:46:29

호상

1.

복을 누리고 오래 산 사람의 상사(喪事).

고인을 떠나보내며 슬퍼하는 의식인 장례와 긍정적인 의미의 좋을 호(好)와의 조합이 다소 역설적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사람이 아무리 오래 살더라도 죽음은 피할 수 없으므로, 고인이 천수를 누리다 크게 고통받지 않고 떠난 경우는 특별히 슬퍼하지만은 않으며 고인을 좋은 분위기로 떠나보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호상이 이뤄질 명확한 기준점은 없지만, 보통은 고인이 평균수명에 필적 혹은 이상의[1] 천수를 누리다 별세했을 경우 붙이는 편이다. 이 외에도 생전 지병이나 악재 등으로 고생한 흔적이 없다던지, 자연사로 편하게 눈감았았다던지, 유가족 등등과 작별을 미리 충분히 나눴다던지 점들 또한 중요한 고려 요소다.

호상인 경우 장례식을 축제처럼 떠들썩하게 치르는 분위기가 세계적으로 생각보다 많다. 가나만 해도 Coffin Dance가 잘 알려져 있듯 호상일 경우 고인과 유족에 뜻에 따라 축제같은 장례식을 하고, 고인의 유언 등에 따라 유쾌한 퍼포먼스를 벌이는 일도 나름 존재한다.[2][3][4][5] 가족이자 지인, 친구의 죽음은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산 사람들이 너무 슬퍼하기만 하는 것도 고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고인과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작별인사를 해야 죽은 사람이 마음 편히 저승으로 갈 수 있으리라는 마음에서 생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엉덩이춤에 스트립쇼까지…장례식장 풍경이 왜 이래?

한국도 마찬가지로 본래 전통적으론 마을마다 사람이 작고했을 경우 술잔치나 풍악까지 곁들이는 행사를 벌였을 정도였고, 지역에선 이를 극대화시킨 전통 놀이 ' 진도 다시래기'가 국가 무형문화재 81호로서 당당하게 등재될 정도다. 이는 90년대 즈음까지도 존속되어 조문객이 지루해지지 말도록 화투패 혹은 바둑/ 장기판과 술상을 베풀어주고 조문객으로서도 발인식 전까지 밤새도록 술과 화투라도 즐기면서 분위기를 띄우며 고인 곁에 지내주는게 예삿일이곤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2020년대 오늘날까지 흔적이 남아있고 친구친척들끼리 장례식장에 모여 상주/유가족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곤 한다.[6] 응답하라 1988 중 당대 분위기를 재현한 장면

반대로 이런 요소들을 충족하지 못하는 장례는 악상(惡喪)이라 부르는 편이다. 평균 수명에 한참 미치질 못하는 어린 나이에 요절했다던지, 사고사, 자살, 타살 등 급작스런 죽음으로 주변인과 작별할 경황조차 없거나 고인이 투병 등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갔다던지,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작고하여 참척을 안기게 되는 경우, 객사한 경우 등이 대표적인 사안들이다.[7] 이 경우는 장례식장 분위기라는 관용어 그대로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문상객과 장례지도사로서도 언행을 지극히 조심해야하는 상황이다.[8]그래도 고인의 생전 입장이나 유가족의 재량에 따라 마냥 악상이라고 단정할 수 만은 없으니 현장 눈치껏 판단해야할 일.

정리하자면 호상과 악상 여부는 지극히 주관적 영역이라 외부에선 함부로 재단해선 안될 영역이고 상주와 유가족의 현장 분위기를 눈치껏 파악해야만 얼추 감별이 될 것이다. 아무리 위 호상의 모든 조건들을 갖췄을지라도 유가족이 침통해있는 장례식도 있기 마련이다. 애초에 '호상'이라는 어휘 자체가 장례식장이 너무 슬픔에만 가득 차 있는 걸 원치 않아서 상주/생전의 고인이 '내가 지금 죽어도 호상이니 너무 슬퍼들 마라'라고 했거나 유족이 '그래도 괴롭지 않게 편히 돌아가셨으니 호상이다'라고 하는 식으로 당사자 측에서 괜찮다고 말하는 용도로 있는 어휘지, 문상객 측에서 아무리 친하더라도 함부로 물어보는 데에 쓰라고 있는 어휘가 아니다. 문상객이 호상 운운하는 건 대단히 큰 결례다. 실제로 유족들이 정말로 호상이라고 느끼고 있을지라도 마찬가지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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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례를 치를 때 일을 처리하고 책임지는 것, 또는 그 책임자.

4.

활처럼 굽은 모양. 아치 꼴. 대표적으로 호상 열도가 있다.


[1] 2023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3.6세로 집계된다. # [2] 아일랜드 한 고인의 생전 계획하던 퍼포먼스로 장례식을 웃음바다로 만든 사연 # [3] 미국의 축구 선수를 지망하던 소년의 요절 뒤 친구끼리 계획한 고인의 마지막 골 퍼포먼스 # [4] 김정렬 서세원 영결식장 내에서 보여준 숭구리당당 퍼포먼스 # [5] 몬티 파이선의 그레이엄 채프먼은 유언으로 자신의 장례식에서 Fuck을 외쳐달라고 해서 동료였던 존 클리즈가 장례식 때 열심히 외쳤다고 한다.(...) [6] 교통편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는 조문객이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하게끔 5일장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돌아가는 교통편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장례식장에서 밤을 지내는 경우도 예삿일이었다. 허나 교통편이 발달하고 전국 각지가 반나절권이 되어버린 오늘날로선 밤길을 통해서라도 문상 후 귀가하는 경우들이 부쩍 늘어난 데다 3일장이 평균으로 자리잡아 문상 절차도 간소화된 편이다. 물론 이때문에 간혹 음주운전 적발 및 사고가 발생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7] 제아무리 자식이 80넘은 나이에도 충분히 수명을 누렸음에도 부모는 100세 이상 더 오래 장수한다면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펠레 어머니, 아들의 죽음을 인지 못해 [8] 위 잔치 분위기로 장례를 치르는 문화권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상황만은 분위기 띄우는 행사를 자제하곤 한다. 키스 리처드가 <Crossfire Hurrycane> 인터뷰에서 언급하길 본인이 장례식장에 등장하다간 서커스장 분위기가 되어버린다면서 한솥밥 먹던 브라이언 존스는 물론 부모님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