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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한 재벌3세 치과의사
난 당신을 갖겠어요. 모든 걸 가진 내가 유일하게 원하는 거니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길 가던 꼬마도 듣자마자 아는
유명 재벌집안의 1남 2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재벌집 막내딸의 삶이란 늘 그렇듯 돈으로 가질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못 가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못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늘 필요로 하기 전에 준비 돼 있었다.
그게 당연한 삶이었다.
하지만 넘쳐나는 돈을 자신을 치장하고 꾸미는 데 쓰진 않았다.
치과를 운영할 정도로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노력했고
연례행사처럼 나가는 모임에서 만나는 그렇고 그런 외모만 화려한
양가집 규수들처럼 되지 않는 것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그렇게 노력해 온 그녀를 할아버지도, 오빠도 좋아하지만 딱 한 사람,
그녀의 어머니만은 그녀의 모든 게 불만이다.
왜 다른 집 딸들처럼 예쁘게 꾸미지 않는지,
에스테틱에 돈을 쏟아 붇지 않는지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여자는 예뻐야 시집을 잘 간다는데 살 뺄 생각도,
노력도 하지 않는 이슬이 답답하고 답답하다.
결혼에 대해 큰 뜻은 없으나 재벌가 생리가 그렇듯
그저 적당한 사람 만나 말만 통하면 일찌감치 결혼해서 살 생각이었다.
자신보다 자신의 신상명세를 더 자세히 꾀고 있는 엄마의 등쌀에 질려
오래도록 미루고 있던 숙제를 털어내듯 결혼할 생각이었다.
물론 성급하게 일을 진행하다 파혼이란 꼬리표를 달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그저 숙제 하나 해치우는 느낌으로 나간 맞선 자리였다.
그렇게 늘 있는 일상처럼 차나 마시고 돌아오려던 자리에서 리환을 만났다.
첫 번째 관심은 자신의 재산,
두 번째 관심은 자신의 상속순위,
세 번째 관심은 자신의 주식 지분,
네 번째 관심은 자신의 경영 순위인 남자들 사이에서 돈도, 외모도, 능력도
그 무엇도 보지 않고 그저 넘어진 자신의 손이 깨끗한지,
발목이 삐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이 남자가 낯설다.
낯설음이 익숙해지자 설렘이 찾아왔고,
그리고 처음으로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가지지 못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이 남자, 리환 만은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형성된 그의 세계는 너무 탄탄해 비집고 들어갈 수 없고
돈도, 능력도, 집안도 아무것도 자신이 내세울 게 없다.
하지만 기다릴 수 있다.
리환은 다정하며 자신은 가진 게 많고 이 마음은 지치지 않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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