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나는, 내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기꺼이 무간지옥(無間地獄)을 걷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런데 그 길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냐? 이 저주받은 귀문의 연을 끊을 기회를 차 버리고? 네가 왜 나와 함께하겠다고 나서는 거냐?"
"아저씨, 바보예요? 난 이미 그 길을 걷고 있잖아요? 무서워요? 거기 동참하는 게 그렇게 무서워서, 그 꼴이 되어서도 피하고 싶어요?"
"으아하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핫! 그래, 좋다! 가자꾸나! 나의 소망이 이뤄질 때, 반드시 너의 소망도 이뤄질 것이다! 아하하하핫!"
- 팽주선과 금모하의 대화 중에서 발췌.
풍종호의 무협소설 『
투검지(鬪劍誌)』에서
귀문삼가(鬼門三家)라 불리는 귀문(鬼門)에서도 강력한 세 가문 중 팽가(彭家)의 당대 가주이다. 표정과 차림새에서 나오는 기품은 청수함이 저절로 배어 나올 듯하다. 하지만 주변에 야릇하게 맴도는 흑색의 아지랑이에 휩싸인 모습은 이질적이다. 마치 그 청수한 기품을 부정하는 듯, 그가 움직일 때마다 먹물처럼 흐느적거리며 번져 나간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깊은 유부(幽府)를 떠올리게 한다."아저씨, 바보예요? 난 이미 그 길을 걷고 있잖아요? 무서워요? 거기 동참하는 게 그렇게 무서워서, 그 꼴이 되어서도 피하고 싶어요?"
"으아하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핫! 그래, 좋다! 가자꾸나! 나의 소망이 이뤄질 때, 반드시 너의 소망도 이뤄질 것이다! 아하하하핫!"
- 팽주선과 금모하의 대화 중에서 발췌.
2. 행적
팽주선에게는 어릴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딸이 하나 있다. 그는 건강한 딸의 모습을 보기 위하여 지옥의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도 각오한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 가문의 시조인 팽조가 봉인한 역귀도(役鬼刀)를 되찾으려 한다. 그러려면 봉인된 금지의 귀문진(鬼門陣)을 열 수 있는 자격, 강력한 귀기(鬼氣)를 품은 귀물(鬼物)을 가진 인연자가 필요했다. 이 때문에 가문에 속한 미친 대장장이 장영이 간장(干將)과 막야(莫邪)의 고사를 따라 천하 최상의 명검(名劍)을 만들려는 패악의 짓거리를 묵인한다.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행위로 검을 만들려 한 시도가 태형도인(太衡道人)에게 걸려 실패하자 팽주선은 장영을 내쫓는다. 겉보기에는 패악질에 대한 징계로 쫓아낸 것이지만, 벌써 장영은 반귀진(返鬼陣)을 배운 뒤였다.[1] 쫓겨난 그는 철광이 있는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마을인 야장촌에서도 구석진 곳에 새로이 대장간을 차린다. 정신 나간 욕망을 이어갈 생각이었다. 때마침 우연히 야장촌을 찾아온 한 부부가 있었고, 그는 아이를 빼앗아 죽이겠다는 협박으로 부모를 뜨거운 쇳물로 강제로 밀어 넣는다. 이로 인해 갓난아이인 금모하만 다룰 수 있는, 부모의 혼(魂)이 스며들어 귀기를 품은 쇳덩이가 만들어진다.
태형도인이 상산삼귀(常山三鬼)를 끌어들이는 이호경식(二虎競食)[2]의 계책으로 장영이 죽는다. 몇 년간 홀로 된 금모하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팽주선은 가문의 하인 역위랑을 움직인다.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법기(法器)인 영귀도(靈鬼刀)가 보여준 대로··· 굶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부모와 잘 아는 사이라 속여 귀물을 챙기게 한 다음, 금지로 데려가 역귀도를 빼내도록 시킨다. 그러고는 가차 없이 내버리게 한 것이다. 이로써 팽주선의 딸인 팽하려는 역귀도의 힘을 빌려 몸을 움직일 수 있어진다. 다만 아직 완전한 상태는 아니라 밤에만 움직일 수 있었다.
만족하지 못한 팽주선은 딸이 낮에도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강력한 양귀(陽鬼)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것이 구음현공(九陰玄功)을 익힌 영호가(令狐家) 적자의 피로 양귀를 만들어내 취하는 것이다. 기회를 노리던 팽주선은 3년이 지나 망자(亡者)의 보관(寶冠)을 찾으러 주가 상단으로 향할 금모하 일행을 도울 겸 대상으로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영호복을 선택한다. 이번에도 예견대로 그를 죽여 양귀로 만드는 것까지 성공하나, 영귀도에 물든 팽하려는 아버지의 얼른 취하라는 애타는 외침과는 달리 행동한다. 그녀는 그 양기를 금모하에게 넘기는 대신, 홍랑(紅狼)을 대부분 뜯어 가져 간다. 더불어 팽주선을 공격하여 아주 작게 응축한 백귀(魄鬼)로 전변(轉變)시킨 후 기절한 금모하의 팔죽지에 매달아 기생케 한다.
몸을 잃었음에도 팽주선은 딸의 회복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동고동락(同苦同樂)해야만 하는 어리숙한 금모하가 수라음혼공(修羅陰魂功)을 얻어 한층 성장하자 그는 강제로 힘을 빌려 딸을 설득하려고 한다. 그러나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힘으로 꺾고 강제로 영귀도를 떼어내야 했기에 그는 금모하와 뜻을 합쳐 팽하려를 막기로 한다.
3. 귀둔
팽가주답게 귀력(鬼力)이 강력한 것은 물론 반귀도(返鬼刀)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환귀(幻鬼): 다양한 귀둔(鬼遁)을 다룰 수 있는 팽주선은 특히나 금모하의 힘으로 허락없이 환귀를 부려 영귀를 자극하여 며칠 뒤의 팽하려에게 말을 거는 기가 막힌 술수를 보여준다. 덕분에 금모하는 반향(反響)으로 고통을 느낀다. 그래도 앞으로 귀문이 열리는 장소를 보게 된다.
[1]
영귀도를 가진 팽주선이 장영의 짓거리를 모를 리 없다. 또한, 그가 반귀진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팽주선의 안배임을 예상할 수 있다.
[2]
먹이 하나를 노리는 두 마리 호랑이를 싸우게 만들어 약화시키는 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