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2-05-29 20:08:48

퇴마진

퇴마록에 나오는 퇴마사들의 필살기(…). 퇴마사 전원의 영력을 한 사람에게 몰빵하는 수법이다. 국내편 초반에는 현암, 준후, 박신부 세 사람이 시전했지만 승희가 합류한 뒤로는 승희의 안에 있는 애염명왕의 영력이 증폭력으로 더해져 위력이 더욱 상승했다. 감당하기 힘든 강적을 상대하는 퇴마사들 최후의 수단.

사실 주술의 뿌리가 같다면 여러 주술사들이 힘을 합치는 것 정도는 전혀 드문 일이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퇴마사들은 각자의 내력이 몽땅 따로국밥이라는 것. 박 신부는 가톨릭 계통의 신앙심을, 현암은 도가 계통의 기공을 바탕에 두고 있으며 준후의 경우 밀교, 도교, 무속신앙 등이 짬뽕되어 있는 복합적인 내력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힘을 합치려고 하면 오히려 서로에게 공격을 하는 형세가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처음 박 신부도 현암과 힘을 합칠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짐작을 못 했다. 어쩌면 폭발할지도 몰랐다고... 하지만 퇴마사들은 영의 파장이 드물게 잘 맞는 편이라 처음부터 큰 무리 없이 서로의 힘을 합칠 수 있었다.

어떤 강적을 상대하느냐에 따라 선봉에 서는 인물이 달라진다. 불의 힘을 사용하는 상대(코제트, 가짜 커크 교수 등)에게는 준후가 맨 앞에 서서 '물'의 기술인 '삼매신수'를 사용한다. 물리력이 강한 상대에게는 현암이 앞에서 월향을 사용하고, 악마 류에게는 박신부가 가장 앞에 서는 듯.

경사스런 최초의 희생자는 서교주. 이후 퇴마록 국내편 < 측백산장>편에서 발동할 때 사용하던 "준후! 현암! 퇴마진이다!" "퇴마아아아!" "합진!" 디시인사이드 판타지 갤러리에서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매쉬! 오르테가! 제트 스트림 어택이다!" 와 비교해보자. 뭔가 재밌다.[1] 작가도 오글거린다고 생각했는지 국내편 초반 이후로는 '퇴마합진!' 같은 기합은 넣지 않지만 힘을 합치는 포메이션 자체는 주구장창 써먹는다.

말세편에서 수아, 준호, 아라, 로파무드가 사용하기도 한다. 단 이쪽은 영의 파장이 퇴마사들처럼 찰떡궁합이 아닌지라 약간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힘을 전달하는 순서를 변경해서 그럭저럭 퇴마진 같은 형세를 완성해 능력을 증폭시킨다. 요령을 전수한 준후의 평가로는 저 넷의 힘이 미숙하기 때문에 네 명을 다 합쳐도 현암, 박 신부, 승희와 함께하는 만큼의 영력을 준후에게 밀어줄 수가 없다고.... '한 5년 뒤라면 모르겠지만'이라고 준후가 생각한 것을 보면 저들의 성장이 원숙해지면 퇴마진의 위력 또한 상승할지 모른다. 실제로 저 네 사람이 퇴마진을 펴고 로파무드가 선봉에서 아스트라를 쏘자 바바지의 오라로 보호받고 있던 고반다도 주춤할 만큼 위력이 강했다.


[1] 1965년생인 이우혁 본인의 세대를 고려할 때 당시 8,90년대를 관통한 일본 서브컬쳐물, 즉 키쿠치 히데유키, 유메마쿠라 바쿠의 작품이나 건담, 공작왕, 그리고 여러 중화권이나 국내 무협물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유혹의 검은 장미'편에서 살해당한 피해자의 방에 일본만화 포스터에 DVD가 즐비했는데 이름이 쓰인 고전음악동호회 회원의 실제 취미가 바로 그런 거 수집이었다고. 이우혁도 그 친구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퇴마록을 비롯한 이우혁의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도 자세히 뜯어보면 꽤 예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근래 유행하는 애니나 만화 속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각종 모에 요소들이 풍부한 편이다. 지금 봐도 굉장히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성이 뛰어나 지금까지 퇴마록의 인기가 높으며, 다른 아류작들이 퇴마록의 아성을 뛰어넘으려 했다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