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015년에 나온 작가 곽재식의 단편집. 수록작 중 한 편의 제목이기도 하다.곽재식이 쓴 단편 소설 중에 근작들을 모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곽재식 소설들이 장르가 모호한 이야기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와 달리 이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는 절반 정도는 요즘 한국 과학소설의 범위에 들어 가는 책이다.
2. 특색
기본적으로 문장이 난잡하지 않고 정돈된 편. 심각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데에 능한데, 받아들이기에 따라 단점이기도, 장점이기도 하다.이 소설집에는 '특정 장르에 속하지 않는, 기본적으로 독자의 재미를 추구하는' 기존의 곽재식 소설 스타일로 쓰인 단편이 몇 편 있는가 하면, 과학소설의 색체가 강한 단편도 몇 편 있다. 다만, 이공계 출신인 작가가 쓴 과학소설이라곤 해도 전형적인 한국 과학소설과는 차이가 있고, 또한 더욱 인간적인 점이 눈에 띈다.
아마도 작가의 본업이 연구원이라 흔히 과학소설에 쓰이는 소재도 친숙하게 느끼고, 그래서 타 소설에 비해 딱딱하지 않은 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수록작 중 <독심술>은 주인공이 연구원인 소설인데, 근미래가 배경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일상적이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3. 내용
3.1. 그녀를 만나다.
단순한 독감인 줄로만 알았건만 죽음의 바이러스[1]는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가고 마침내 목숨까지 잃을 지경에 이른다. 마지막 치료방법인 '뇌 이식법'을 감행한 '나'는 죽지 않고 수술을 견뎌내고 오랜 시간 내 옆을 지킨 그녀를 다시 만나고자 고통의 치료를 견뎌나간다. 그리고 20개월 후 마침내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지만....3.2. 독심술
실장의 막무가내식 짜증에 쫓기듯 나온 대기업의 휴대전화 케이스 입찰 사전설명회에서 '나'는 '지리산 계곡 맑은 물' 컬러의 케이스를 원한다는 클라이언트의 주문에 황당해한다. 처세와 대처에 뛰어난 건실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인내심과 독심술을 요구하는가. '나'는 과연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인가.3.3. 초능력
승객이 많은 출퇴근 지하철 속에서 귀신같이 자리에서 빨리 일어날 사람을 찾아 매번 앉아서 목적지에 다다르는 상준. 모든 직장인들의 워너비 초능력을 가진 듯한 상준의 비밀을 벗기기 위해 출퇴근길에 그를 밀착 감시하는 유진. 그러나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상준의 능력은 아리송하기만 하다.3.4. 최후의 마지막 결말의 끝
광속추진회로 실험의 첫 번째 파일럿으로 선발된 '나'는 두려움보다는 기쁨과 기대심으로 실험에 응하고 사랑하는 그녀를 지구에 남겨놓은 채 지구 밖으로 향한다.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는 우주선, 그리고 상대론적 효과로 느리게 흐리는 시간 때문에 '나'에겐 단 몇 초였지만 지구의 시간으로는 70억 년이 지난 후 우주선은 멈췄고, 자동 제어 장치도 고장 나 블랙홀만이 가득한 우주 한가운데 '나' 혼자만이 존재하게 된다.3.5. 로봇 반란 32년
뛰어난 성능의 히트 상품 '쌈바 방식 세탁기'의 모터를 활용해 자동 아기 요람을 만들어보자는 사업이 추진되고 그 놀라운 효과로 인해 자동 아기 요람은 점점 더 고성능으로 진화한다. 인공 지능을 탑재하여 육아 로봇 기능까지 수행하게 된 이들은 인간 사회에 일대 변혁과 논란을 가져오는데....3.6. 열어 보면 안 됨
그녀로부터 절대 열어 보지 말고 426호 실험실에 이 서류를 갖다 달라는 부탁을 받은 '나'. 하지만 그녀에 대한 연정을 품고 있는 '나'는 호기심에 서류철을 열고 싶은 충동에 계속 시달리고, 그때마다 불굴의 인내심으로 유혹을 견뎌낸다. 과연 서류철 속 내용은 무엇일까?3.7. 읽다가 그만두면 큰일 나는 글
정부의 아입자 가속기 사업 진행 중 우주에서 날아온 정체불명의 프로그램을 두고 수많은 과학자들의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결국 현재의 지구가 거대한 우주 프로그램의 일부일 뿐이라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게 대두된다. 이런 주장이 날개를 펴고 있는 한가운데 평범한 게임 개발자인 '나'는 우주를 뒤집을 수 있는 일대 혁명적 명령을 수행하라는 지시를 받는데....3.8. 일요일 오후에서 월요일 아침까지
금요일 저녁의 기대도, 토요일의 나른함도, 일요일 오전의 여유도 사라져버린 일요일 오후, 닥쳐올 월요일에 대한 지난한 괴로움과 함께 '나'는 무심코 잠에 빠져들어 꿈을 꾼다. 그리고 고통의 월요일을 피하기 위해, 나는 이 꿈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데....4. 이모저모
- 지금은 절판된 책에 실려 있던 소설들이 몇 있다. 예를 들어서 <읽다가 그만두면 큰일 나는 글>은 <에스콰이어> 별책부록에 실렸던 소설이다.
-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하는 뒷 이야기들이 비교적 많이 실린 편이다. 각 편마다 1, 2페이지씩 뒷 이야기가 적혀 있고, 말미에 작가의 말도 따로 2,3페이지 정도 씌여 있다.
[1]
원래 신종플루 시기에 처음 발표되었던 소설인데, 묘하게도 소설집으로 묶여서 출간된 것은 메르스 유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