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18 23:46:16

촛국 먹고 아그그

1. 개요2. 줄거리3. 기타

1. 개요

한국 전래동화. 촛국 소동, 양초 도깨비, 촛국 먹고 물 속으로 풍덩, 양초 귀신 등 여러 제목들이 있다.

2. 줄거리

옛날 옛적에 한 시골 마을의 청년이 한양으로 여행을 갔다. 시골에서만 살아온 그에게 한양은 말 그대로 신세계로, 정말 신기한 여러가지 볼거리가 많이 있었는데, 그 중 청년의 눈길을 잡은 물건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양초라는 물건이었다. 상인이 초에 불을 붙히는 시범을 보여주자 청년은 고향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면 딱이라 생각하곤 초를 잔뜩 구매해 갔다.

며칠 후 귀향한 청년은 마을 사람들에게 각각 초를 하나씩 나눠주었는데, 깜빡하고 초를 어떻게 쓰는지, 또한 무슨 용도로 쓰는 물건인지를 설명 안 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이 물건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하다 마을에서 학식이 가장 높은 훈장님을 찾아갔다.

마을 사람들은 훈장에게 초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물었는데,[1] 문제는 훈장도 이게 무슨 물건인지 몰랐다는 거다.[2] 하지만 자신도 엄연히 체면이 있었기에 모른다고 하면 놀림감이 될까봐 훈장은 "이게 뭔지도 모르나? 이건 뱅어라는 생선을 잡아 말린 거라네."라고 거짓말을 했다.[3]

그제서야 납득을 한 마을 사람들은 뱅어를 어떻게 요리해서 먹어야 하냐 물었고, 훈장은 이런 건 으로 끓여서 먹으면 몸에 좋다고 말했다. 훈장은 말 나온 김에 당장 먹자며 마을 사람들에게 초를 모두 가져오게 하곤 국을 끓여오라고 시켰다. 그렇게 해서 초를 썰어 넣어 끓인 촛국이 완성되었다.

국이 완성되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한 그릇씩 촛국을 받았다. 그런데 국을 보니 기름이 둥둥 떠 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왜 이렇게 기름이 많냐고 의아해했고,[4] 훈장이 먼저 촛국을 먹기 시작했는데, 당연히 맛은 실로 상당히 끔찍해서 목구멍이 아프고, 토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훈장 체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촛국을 억지로 먹어야만 했다. 마을 사람들도 다 같이 촛국을 먹기 시작했고, 역시 괴로워했던 건 매한가지. 몇몇 사람들은 이거 혹시 상한 거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훈장이 "원래 몸에 좋은 약은 입에도 쓴 법일세!"라고 말하자 "아그그!" 하고 괴로워 하며 억지로 다 먹었다.

이때 마침 훈장 댁에 인사를 올리러 온 청년은 마을 사람들이 전부 거기에 모여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청년을 본 사람들은 자네 덕분에 몸에 좋다는 뱅어를 아주 잘도 먹었다며 감사 인사를 올렸다. 청년은 의아해 하며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고, 사람들은 청년이 선물해준 하얀 물고기로 국을 끓여먹었다고 알려준 뒤 그걸 먹으면 원래 목이 그렇게 아픈 거냐며 묻는다.

이에 청년은 깜짝 놀라며 그건 음식이 아니라 양초라고 불을 붙힐 때 쓰는 물건이라고 말하곤 가지고 있던 양초를 하나 꺼내 심지에 불을 붙혀 시범을 보여주었다. 이에 사람들은 불을 먹어 뱃속에서도 저렇게 불이 타오를 거라며 통곡을 하며 땅에 굴러다녔고, 일부 사람들은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 훈장을 책망하기도 했다.

훈장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되도 않는 전문가 행세를 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쳐버린 본인이 순간 쪽팔려졌지만, 이내 부끄러움은 접어두고 벌떡 일어나선 "그럼 이럴 게 아니라 얼른 시냇가로 가야지! 당장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나?"라고 외쳤다. 주민들은 훈장이 자신들을 속인 게 괘씸했지만, 이것만큼은 백번 옳은 말이어서 훈장을 따라 시냇가로 가 전부 뛰어들었다. 그러곤 모두가 몸을 물에 담근 채 머리만 내밀고 둥둥 떠 있었다.

이때 한 나그네가 지나가다 그들을 보았다. 나그네는 날이 어두워져서 시냇물에 사람 머리가 둥둥 떠 있는 줄 알고 저들이 도깨비라 생각했다. 그러곤 도깨비는 불빛을 무서워 한다는 걸 생각하곤 횃불을 만들어 그들 쪽으로 휘둘러 댔다. 이에 물에 있던 사람들은 횃불의 불이 자신들 뱃속에 옮겨 붙을까봐 머리까지 물에 담가버렸다. 이에 자신이 도깨비들을 다 퇴치했다 생각한 나그네는 "역시 도깨비들은 불을 몹시 무서워 하는 겁쟁이들이로군!"이라 말하고 웃으면서 자기 갈 길을 계속해서 가는 걸로 끝.

3. 기타

  • 못 먹는 물건을 조리해서 먹은 것처럼 묘사한 내용과 다르게 실제 조선시대의 양초는 밀랍이나 동물의 기름으로 만들어져 식용이 가능했으며, 진짜 먹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맛을 보장하지 못할 뿐. 양초가 못 먹는 물건이 된 건 파라핀이 원료로 쓰이면서인데, 이것은 석유화학이 활성화된 20세기 이후이다.[5]


[1] 훈장 역시 이것을 선물 받았으며, 또한 본인의 집에는 자그마치 9개나 가져왔다고 한다. [2]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옛날 훈장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벼슬살이를 하던 사람이 그만 관직을 내려놓고 귀향해서 훈장으로 전업하는 것처럼 지식이 뛰어난 경우도 있었지만, 그냥 동네에서 글 좀 읽을 줄 알던 사람이 훈장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의 교사/교수/강사와 달리 옛날 훈장들은 검증 제도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슷하게 예시로 이런 훈장들이 난해한 한문 글귀의 뜻을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오역해서 알려주거나 잘 모르는 한자의 음을 대충 유추해서 잘못된 음가로 알려주는 경우가 있었다. [3] 마을 사람들이 생선인데 왜 눈이 없냐고 묻자 원래 눈이 없는 귀한 생선이고, 심지를 가리키며 이게 뭐냐고 묻자 주둥이라고 하고, 양초 밑의 구멍은 뭐냐고 묻자 똥구멍이라고 대답한다. [4] 이에 대해 훈장은 고깃국의 예를 들며 원래 몸에 좋은 음식은 기름이 많은 거라고 또 둘러댔다. [5] 다만 지금도 비상용으로 판매되는 것들 중에선 우지 등으로 만들어 식용 가능한 제품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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