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시 -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1995년 특별판에 수록된 에피소드. 3회차 이후 이와시타 아케미가 '너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적 있는가?' 라는 질문에는 배신당한 적이 없다고 하고 '사람을 배신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들을 수 있다.
이와시타는 사카가미에게 이야기한 적도 없는 상대를 사랑한 적이 있냐고 묻는다. 텔레비전의 연예인이나, 한 번도 대화하지 않아본 동급생, 지하철에서 보이는 사람, 근처 슈퍼의 점원 등. 상대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사랑하는 것은 분명히 그 사람의 자체보다는 그 사람에 대해 본인이 만들어낸 이미지이지만, 사랑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사람을 맹목적으로 만들어버린다. 거기다 사랑하는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또한 현대에는 「이차원 콤플렉스」라는 것이 있어, 애니메이션 등에 나오는 인물을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시타가 하는 이야기는 이렇게 마음 속의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버린 여학생의 이야기이다.
그 여학생의 이름은 무로토 아오이. 무로토의 자리는 3층의 교실 창가 쪽이었다. 그 곳은 전망이 매우 좋아서 운동장을 전부 바라볼 수 있었고, 무로토는 수업 시간 중에 다른 반이 체육수업을 하는 것을 바라보곤 했다. 몸이 좋지 않은 무로토는 운동장에서 남학생들이 뛰어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선망하게 되었고, 그런 막연한 동경이 시작되어 그녀는 특정 남학생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그 남학생은 얼굴이 잘 생겼거나 운동을 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아이같아서 쓸데없는 동작이 많고 늘 활기차며, 지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로토는 그 남학생이 그렇게 운동장을 누비면서 경기를 할 때마다 속으로 그 남학생을 의식하며 힘내라는 응원을 하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이겼을 경우에는 그 승리가 자신의 응원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왠지 과장되게 생각하면, 자신의 성원에 감사하는 듯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졌을 경우에는 왠지 자신까지 슬퍼져서 마음 속으로 힘내라고 응원을 하면, 곧 그 응원을 들은 것처럼 친구들과 장난치면서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시작되었지만 이내 무로토는 자신이 그 남학생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늘 수업시간을 기다리며 그 남학생을 보기만 기다려왔다. 그렇게 되자 무로토는 비오는 날을 무척 싫어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그 남학생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시타는 그런 무로토의 사랑이 허무하다고 말한다. 만약 무로토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가 몇 학년 몇 반의 누구인지, 어느 동아리에 들었는지, 어떤 여자아이를 좋아하는지 등은 금방이라도 알아낼 수 있겠지만 무로토는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고 그럴 마음조차 먹지 않았다. 어느 날 무로토는 복도에서 그 남학생을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곁을 지나갔기 때문에 그것으로 끝나버렸다. 마치 교실의 창틀을 하나의 액자로 두고, 그 액자 안의 그림에 나오는 듯한 남학생을 사랑하지만 본인이 거기에 개입하거나 관계를 진행하는 것은 꿈조차 꾸지 않는다. 이와시타는 이것이 과연 정말로 사랑일까 하고 물으며, 무로토가 그 남학생에게 먼저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않은 것은 본인이 생각하는 남학생의 이미지와 실제로 만났을 경우의 이미지가 엇갈려 실망하게 될 일을 무서워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무로토는 본인이 상처입고 싶지 않고, 그 남학생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닐까 하고 이와시타는 이야기를 마저 이어서 한다.
그리고 이런 무로토의 일방적이지만 진전없는 사랑 방식은 아주 간단하게 끝나버렸는데, 그것은 바로 자리를 바꾸게 된 것이었다. 무로토는 당황해서 큰 상실감을 맛보게 되었지만, 그 남학생의 이미지는 잊혀지지 않고 계속 무로토를 가슴 아프게 해서 무로토는 그 일 때문에 울기까지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운동장에 나와있을 그 남학생에게 다가가는 것은 여전히 완고하게 거절하는 무로토는 곧, 자신만의 사랑 방식을 찾아내게 된다. 처음은 눈을 감은 채 뇌리에 그 남학생이 뛰어다닐 풍경을 그렸다. 그렇게 무로토는 원래의 행복감을 되찾았고 어릴 때부터 공상의 세계에 갇혀 살던 무로토의 관찰력과 상상력으로 그 상상은 발전해갔다. 무로토가 원하는 것은 창틀 밖에서 뛰어노는 남학생의 모습이 전부였을 뿐 그 이상으로 진행되는 것은 무로토 본인이 피하고 있었다. 무로토는 곧 눈을 감고 집중하는 것만으로 운동장의 흙 냄새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소리, 즐겁게 이야기를 하며 가는 사람들 등 그런 세부적인 것까지 무로토는 분명히 마음 속에서 재현할 수 있었다. 거기에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기뻐하고 지치고 열중하고 낙담하는 그 남학생의 행동패턴까지 충분히 뇌리에 재현 되고 있었다. 더 한 것은, 본 적이 있는 광경을 재현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새로운 생명을 얻은 듯이 살아 있는 것처럼 돌아다녔다. 그 남학생을 둘러 싸고 있는 친구들까지도 제각각의 움직임과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고 있어 누군가 무로토의 눈꺼풀 뒤를 볼 수 있다면 그 영상의 정확함에 놀랄지도 모른다. 무로토는 그렇게 완벽하게 자신의 취향대로 현실보다 현실감 있게 만들어진 상상의 세계에 만족했다. 상상이니까 기후의 영향을 받지도 않고 무로토는 언제까지 그 세계에 빠져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무로토는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지적받아도, 친구가 불러도, 식사 시간 중에도 눈을 감게 되었고 점점 방에 틀어박히게 되었으며 몇 시간동안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게 되어 가족들을 걱정시키게 되었다. 밖에 나오는 것이 무섭기 때문에 현실을 거절하고 상상에 틀어박혀 더 밖에 나올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되자, 무로토는 이것이 상상이라고 결론짓는다면 자신이 좀 더 대담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그래서 어느 날, 무로토는 상상의 세계에서 그 남학생에게 고백을 하기로 결심한다. 남들이 듣기에는 무척 우스운 소리일 수 있지만 무로토에게는 겁쟁이인 자신을 부수기 위해 나아가는 첫 발걸음인 셈이었다. 그리고 그 고백의 타이밍은 그 남학생이 체육 수업을 듣고 있을 시간으로 맞추었다. 물론 창가에서 멀어진 무로토는 그 남학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무로토는 지금 창 밖을 봐도 똑같은 풍경이 재현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타이밍은 지금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와시타는 사카가미에게 만약 이런 여자아이가 자신을 좋아하면 어떨 것 같냐고 묻는다.
1. 기분 나쁘다(시선의 저주)
망상의 세계에 갇힌 무로토는 병이 극한으로 달해 본인까지 등장시키게 되었다. 무로토는 상상 속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몇 번이나 마음 속으로 시뮬레이션 하면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마음 속 풍경에 낯선 여학생이 불쑥 나타났다. 무로토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애초에 이 풍경은 무로토의 마음대로 재현한 것인데, 원하지도 않은 여학생이 나온 것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여학생은 운동장으로 와서 그 남학생을 향해 똑바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무로토는 이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고백하려고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로토는 이 풍경이 자신의 망상인 것을 잊고 낙담하기 시작했다. 제작자의 의도를 넘어간 풍경은 실제인 것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무로토는 마음 속으로 제발 그 남학생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빌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로토는 자신은 기회가 있어도 고백하지 않은 주제에 자신 이외의 다른 여학생이 그 남학생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것 자체에 강한 분노를 느꼈다. 자신과 다르게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가 질투나서 어쩔 줄 모르던 무로토는 여학생의 등을 보면서 이때까지 없던 강한 질투와 함께 저주를 내린다. 이 시선의 뜨거움을 상상 속에서라도 전할 수 있다면, 불타버리라고 마음 속으로 재차 외치는 무로토의 소원이 이루어진 듯 여학생은 전신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카로운 비명은 상상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무로토의 등에서 강한 불길이 일어난 것이었다. 아무도 자신의 등 뒤는 잘 보지 않기 때문에 무로토는 자신의 등을 보고 다른 여학생이라고 착각한 것이었다.이후 「수업 중, 여학생이 자연발화」라는 제목의 신문까지 나오게 되고 무로토는 어떻게든 목숨은 건지게 되었다. 그러나 상반신이 심한 화상을 입고 그 영향으로 케로이드가 남아 머리카락의 모근까지도 전부 잃게 되었다. 그렇지만 외견이 그렇게 끔찍해졌음에도 더 심한 것은 무로토의 정신 상태였는데, 무로토는 지금도 병원의 침대 위에서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고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한다. 이와시타는 질투의 벌치고는 무섭지만 사카가미도 조심하라고 충고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2. 애처롭다(그를 부르는 소리)
무로토는 드디어 자신의 망상의 세계에 자신을 등장시키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무로토는 어차피 자신의 상상의 세계라고 마음을 먹고, 일어서서 창문을 연다. 무로토의 지나친 상상력 때문에 무로토는 운동장의 바람이나 풀 내음까지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로토는 운동장에 있는 남학생에게 큰 소리로 좋아한다고 외친다. 무로토는 생각보다 너무 크게 외친 것이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얼른 상상의 창문을 닫았다. 그 남학생은 갑자기 들려온 큰 소리의 고백을 듣고 반응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무로토는 상상 속이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그에게 영향을 준 것을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데 그 남학생은 마침 그 때 도로에 떨어진 공을 줍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격렬한 충돌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무로토가 정확히 상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중간에서 들려온 소리였기 때문에 그 소리가 상상에서 들린 것인지 현실에서 들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고개를 들자, 창가에 앉은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고 선생님은 창 밖을 보지 말라고 제지하기 시작했다. 불길한 예감에 무로토는 난폭하게 창가로 달려들고, 거기에는 자신이 상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본 남학생의 사고가 일어나 있었다.이후 경찰의 조사에 대해 그 남학생의 친구들은, 남학생이 공을 줍다말고 갑자기 무슨 목소리를 들은 것 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들은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체육 시간에 공을 줍다가 사망한 학생의 사건은 도서 신문에도 나와있기 때문에 이와시타는 만약 신빙성이 부족하면 그 신문을 찾아보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남학생이 도로 한 가운데 멈춰 서 있을 만큼 무로토의 소리는 영향력이 컸다는 소리가 되는데, 그렇게 강한 구상을 가질 바에는 차라리 현실에서 고백하는 쪽이 더 좋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웃으며 이와시타는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