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4 00:16:10

정통한 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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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하십시오.
1. 개요2. 왜 발생했는가?3. 존재하는가?4.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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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환빠 증산도, 나치스 같은 순혈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

작은 의미로는 "순수한 게르만 민족"과 같이, 외부의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혈통을 의미한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듯이, 현실에 그런 혈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좀 더 넓게 바라보면 특정 혈통이 특정 국가 사회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지만, 이 또한 단순히 혈통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옳게 볼 수는 없다.

정통한 혈통을 주장하는 집단들은 대개 자신들과 현재, 또는 가까운 과거의 특정 민족 구성원을 정통한 혈통으로 보며, 외국에서 유입된 인구와 정통 혈통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정통한 혈통을 더럽히는 더러운 존재로 바라본다. 대한민국의 경우, 정통한 혈통은 한민족이 되며 다문화 가정은 배척받아야 할 존재이다. 극단적인 경우, 남방계 민족과 피가 섞였다 하여 남부 지방 주민들을 정통한 혈통이 아니라고 하거나, 여진족의 피가 섞였다 하여 북부 지방 거주자들이 한민족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정통한 혈통이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이 중심을 이룬다. 이를 대하는 극단적 민족주의 등의 행태는 순혈주의 문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2. 왜 발생했는가?

순혈주의 등의 문서에서 드러나는 말과 같이, 실재로 정통한(순수한) 혈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근대 사회에서 기득권층이 혈통을 중시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당장 신라의 경우에도 골품제라는 거대한 사회적 장벽이 존재했으며 인도 또한 카스트 제도라는 악명 높은 신분제 사회가 존재했다. 이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제도는 서로간의 혼인을 통해 결속하는 것이었고, 극단적인 사례였던 합스부르크 왕조 같은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근친혼의 누적으로 인한 각종 유전병이 발생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레 각 개인은 자신이 해당하는 신분과 혼인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점차 혈통은 신분을 상징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또한 해당 시기에는 교통이 크게 발달하지 못해 일부 해안 도시를 제외하면 각 마을에 외지인이 매우 드문 상태였다. 혼사는 자신의 마을, 또는 기껏해야 이웃 마을 사이에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혈통은 지역적으로도 고립되는 성향을 가진다. 외지인과 구분되는 우리 마을의 혈통이 형성되는 것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외부인과 피를 섞는 일은 대개 침략과 같은 파괴적인 행위에 동반되었기 때문에 외부인과의 혼혈이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건 더욱더 힘들 것이었다.

근대에 들어서 민족국가가 수립되자, 민족이라는 개념이 혈통과 융합되어, 순혈민족이라는 환상이 완성되었다. 민족은 같은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는 공동체였지만, 국가의 입장에서는 외부와는 구분되는 한 가족으로 자국민들이 여기는 것이 국력을 더 융성하게 하는 길이었다. 수많은 외침을 겪은 조선이나 사보이아 공국- 사르데냐 왕국 이탈리아 통일 과정, 프로이센 왕국의 주도 하에 이루어졌던 독일 통일 과정에서 민족은 외부와 자국민을 구분짓는 기준이 되었다. 그로 인해 극단적인 외부인 배척이 발생하게 되었고 이 중 하나로 정통한 혈통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위의 사례들에서 공통점은 위기 상황에서 순혈주의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먹고 살 만한 소득 상위층과 날마다 공사판에 나가는 하위층 중 누가 조선족을 배척하는 성향을 보이는가? 상급교육을 받은 지식층과 필수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계층 중 누가 순수민족을 부르짖고 인종차별에 더 나서는가? 사회적 하층민들은 비록 잘 살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선동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거기에 그들이 못사는 이유가 그들이 아닌 다른 자들이 그들을 억압하기 때문이라는 선동이 덧붙여진다면 현실상의 원인이 아닌 적으로 설정된 존재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정통한 혈통을 그런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그들은 정통한 혈통이지만 외부인들과 외부인 혼혈들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다라고 말한는 선동은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큰 위력을 가지게 된다.

나치가 순수한 아리안 민족을 말하면서 유대인들을 박해했던 것은 당시 독일의 심각한 경제 상황 하에서의 분노를 돌리기 위함이었고, 현대의 도널드 트럼프 또한 망가진 미국 경제를 히스패닉으로 대표되는 이민자들의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화이트 푸어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후자의 경우, 정통한 혈통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발언들을 통해 백인이 타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다시 말해 백인이 미국의 정통한 혈통이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외침들을 거치며 나타난 혼혈 배척이 극단화되어 단일민족이라는 개념과 순수한 혈통을 혼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단순히 특정 세력의 이득을 위해 만들어진 개념 외에도 전근대적인 계층간 혼인이 정통한 혈통을 낳아버린 사례도 남아있다. 일본 부라쿠민은 기피대상이 되어버렸고 인도의 경우 폐지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카스트 제도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들은 근대의 민족주의와는 무관한, 말 그대로 원시적인 혈통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

3. 존재하는가?

좁은 의미의 정통한 혈통, 즉 순수한 혈통이라면 생물학적으로 오래 가지 못한다. 어떤 한 혈통이 보존되려면 혈통 내에서 어느정도 이상의 유전적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유전적 다양성이 확보될 정도의 가계도라면 이미 순수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되어 버린다. 그마저도 혈통간의 통혼을 통해 더 큰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있다면, 경쟁에서 서서히 밀려 얼마의 시간이 걸리건 언젠가는 도태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생존 이점이 단순히 유전적 이점을 말하지는 않기 때문에 순수혈통을 고집하는 집단이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 도태되지 않고 꽤 오래 버틸 수 있다. 고대의 많은 왕가들이 근친혼이 빈번한 집단이었고, 그 중 일부는 유전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살아남은 건 그들이 왕가라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 인간에게서 순혈주의라는 개념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한민족은 순수한 혈통이다와 같은 주장은, 이미 생물학적으로 이곳저곳에서 들어와 짬뽕이 되어버려 충분한 다양성을 갖춘 인간 집단을 순수한 혈통이라고 말하는 셈인데, 생각보다 동아시아 곳곳에서 유사한 유전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도 순수한 혈통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게, 순혈주의가 생존력을 가지고 전염되기 위해서는 순수한 우리더러운 저들을 구분짓는 게 중요하기 때문.

넓은 의미의 정통한 혈통, 즉 국가 사회의 정통성을 가지고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마땅한 혈통의 경우 이미 기회의 평등이라는 현대사회의 절대원칙을 져버린 생각이다. 이미 대부분의 국가[1]에서는 연좌제를 부정하고 있다. 혈통은 정당성을 부여해줄 수 없다. 대통령은 무조건 독립유공자의 후손이어야 한다거나,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은 무조건 국외추방해야 한다는 것들은 그 개념들 자체만으로는 타당성이 전혀 없는 말들이다.[2]

4. 문제점

이 용어 자체가 인종차별이며 순혈주의이고 극단적 민족주의이자 쇼비니즘이다.

문제점은 실재로 이 용어가 적은 사람들에게나마 먹혀들어간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남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목말라있는 일부 하층민들에게 정통한 혈통은 죄없는 외부인들에게 그들의 분노를 돌려놓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라 자체가 불경기에 들어가 상당수의 국민들이 좌절감에 빠져있다면, 혈통주의자들의 목소리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블루칼라 직종에서 주로 근무하는 힘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 침략자들이 되고 그들의 아이들은 순수하고 정통한 한국인의 피를 더럽히는 잡종들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인이 아니라 백제의 더러운 후손들인 전라도 놈들, 여진족 피가 잔뜩 섞인 탈북자 놈들과 같은 특정 자국민 집단에 대해서도 혐오감을 표출하게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건 그들에게 정통한 혈통을 규정지어 그들의 분노를 이용하려는 특정 집단에 의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1] 북한같은 막장국가를 제외하면 [2] 물론, 단순히 조상이 독립운동을 했기 때문에 어떠한 부도 물려주지 못해 후손이 빈곤하게 산다거나, 친일반민족행위자 조상의 재산을 물려받아 떵떵거리며 산다는 것은 다수 사회 구성원의 입장에서 불합리한 일이다. 하지만 만약 친일파의 후손이 조상과 연을 끊고 사회공헌에 힘쓴 운동가였거나, 독립유공자의 후손이 정치집단과 손을 잡고 민주화세력 탄압에 힘썼다면? 이들의 혈통이 아니라 행위가 정당성을 규정짓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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