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An Interview with HRH The Princess of Wales1995년 11월 20일 방송된 BBC의 인터뷰 프로그램 <파노라마> 방송분. 당시 찰스 3세와 별거 생활을 하고 있던 다이애나 스펜서가 출연했으며, MC 마틴 바시르의 진행으로 54분 분량으로 방송되었다. 지금까지도 유명 인사들의 인터뷰를 꼽을 때 반드시 언급될 만큼 유명한 인터뷰이며, 당시 영국을 넘어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다이애나는 이 방송을 통해 찰스 왕세자와의 결혼 생활 및 그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폭로하였으며, 또한 왕실이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지 않고 찰스의 불륜을 방관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이야기했다. 이 방송이 나가고 1년 뒤 찰스와 다이애나는 공식적으로 이혼하게 된다.
당시만 해도 무명 기자였던 마틴 바시르의 인지도를 순식간에 띄워준 인터뷰로, 이후 마틴은 BBC의 간판 기자로 유명세가 높아져 itv, ABC 등 여러 방송국에서 스카우트되어 일하게 된다. 훗날 바시르는 마이클 잭슨과의 인터뷰도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하여 방송하는 등, 영미권 내 유명 리포터로 이름을 날린다. 다만 이 인터뷰의 성사배경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이 많은 편으로, 결국 2021년 BBC 내부조사를 통해 이 인터뷰의 성사 배경등이 드러나면서 마틴 바시르는 결국 BBC를 퇴사했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
2. 내용
2.1. 방송 녹화
1995년 11월 5일, 다이애나가 거주하고 있던 켄싱턴 궁에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인터뷰 자리에는 마틴 바시어와 다이애나 2명만 배석했으며, 녹화본은 편집 과정에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안팀의 철통 경호 하에 편집이 진행되었다고 한다.당시 엘리자베스 2세를 포함, 왕실 구성원들은 다이애나의 인터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친아들인 웨일스 공 윌리엄과 서식스 공작 헨리 왕자도 어머니가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애초에 왕실 일원이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이전까지 없었던 일이기도 하고, 또 다이애나의 폭로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라 왕실이 사전에 알면 제작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이 프로그램을 계획했던 제작진과 다이애나 모두 방송 녹화 사실을 숨겼다. 켄싱턴 궁 안으로 촬영장비를 들일 때도 엠프를 설치한다는 핑계를 댔다고 한다. #
2.2. 인터뷰 내용
인터뷰 내용은 찰스 왕세자와의 첫 만남과 결혼 초기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한 아픈 상처와, 찰스와 결혼하고 난 뒤 생긴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자해를 했다고 털어놓았다.[1] 특히 결혼 초반부터 이어져왔던 찰스와 카밀라 파커 보울스의 불륜으로 우울증 증세가 더욱 심해지기도 했다. 이 때 다이애나가 세 사람의 삼각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남긴 "There were three of us in this marriage, so it was a bit crowded(우리의 결혼에는 3명이 있어서 엄청 시끄러웠어요)" 라는 말은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말이다. 다이애나는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왕실에서 왕세자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강요했으며, 다이애나가 아플 때마다 찰스의 지인들이 그녀에 대해 함부로 말해서 매우 수치스러웠다고 답했다.또한 다이애나는 앤드류 모톤을 직접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며, 대신 자신의 지인을 보내 대화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찰스와 별거를 시작한 뒤 왕세자비로서의 자신의 난처한 위치에 대해서 말하기도 했다. 왕실과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두 아들을 위해서라고 의지를 들어냈다. 윌리엄과 해리를 자신이 주관하는 에이즈, 기아 퇴치 운동에 데려가 엄마의 사회활동에 대해 보여주며 왕실의 역할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에서 주목을 받았던 또 하나의 부분은 바로 다이애나가 자신의 승마교관인 제임스 휴이트와의 밀애를 시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언급하며 언론이 자신의 사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불쾌한 심정을 들어내기도 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향후 왕실의 미래와 자신의 활동에 대한 소회를 말했다. 다이애나는 왕실이 지지받기 위해서는 대중들과의 관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지금까지 두 그룹 간에 있었던 심리적인 거리를 가깝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여왕이 될 것이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지만, 민중의 마음 속 여왕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소원을 말하기도 했다.[2] 가장 마지막 질문은 찰스가 언제 왕이 될지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다이애나는 이에 "그건 아무도 몰라요. 아마 모두의 머리 속에 호기심으로 남아있겠죠. 그런데 사람의 운명은 모르는 거잖아요. 그 운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알 수 없구요." 라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남긴다.[3]
2.3. 방송 후
다이애나, 불륜 고백 인터뷰로 왕실 '발칵'방송 당시 2300만명이 시청하며,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왕실 일원이 방송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전례에 없는 일인데, 게다가 그 내용이 왕세자의 불륜이라는 쇼킹 그 자체였으니 더욱 논란이 커졌다. 왕실 측에서도 처음에는 즉각적으로 반박을 했지만, 생각보다 인터뷰의 파장이 커지자 다이애나가 인터뷰에서 원한다고 말했던 명예 주영 영사직을 주겠다며 회유책을 내놨다. 이 인터뷰 출연을 계기로 다이애나와 왕실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났고, 여왕은 몇 개월 뒤 찰스와 다이애나의 이혼을 허가해주게 된다. 엘리자베스 2세를 다룬 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 5에 당시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다.[4]
2.4. 2021년 BBC 내사
2021년, BBC의 내사를 통해 이 방송의 성사과정이 밝혀졌다. 마틴 바시르가 다이애나의 친오빠에게 조작된 입출금 내역서를 제시하면서, 루퍼트 머독이 이 서한 유출 사건에 개입되어 있으며 MI5와 GCHQ도 개입된 의혹이 있다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이애나는 마틴을 직접 만나 왜 당신과 인터뷰해야 하냐고 이유를 물었는데, 마틴은 통제권이 보장되어있으며 높은 BBC의 저널리즘 브랜드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회유해 그녀의 인터뷰 승낙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이 사실에 대해 한 차례 내사가 이루어졌는데, 마틴은 조사에서 이 입출금 내역서를 인터뷰 성사 과정에서 활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징계를 받지 않았고 대신 이 사실을 제보한 디자이너가 불이익을 얻은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5]마틴은 해당 내사 결과가 보도된 뒤 인터뷰에서 다이애나와 방송 이후에도 친구로 지냈다며, 해리와 윌리엄에게는 미안하지만 인터뷰 성사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 반면 윌리엄은 성명을 발표하고 BBC의 조작된 인터뷰 때문에 어머니의 편집증과 우울증세가 심해졌다며, BBC의 인터뷰가 어머니의 삶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결국 마틴은 BBC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2022년 7월, BBC는 해당 다큐멘터리 방영에 대한 사과 및 보상을 완료하면서 해당 방송을 다시는 송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BBC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로 볼 수 없으며,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영상 일부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3. 여담
- 윌리엄과 해리는 이 방송을 직접 본 뒤 매우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리는 방송을 보는 것 자체를 거부하며 인터뷰를 주관했던 마틴에 대해 불만 섞인 소리를 하기도 했다고. 마틴이 엄마에게 매우 사적이고 공격적인 질문을 계속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
- 다이애나는 녹화 때 엘리자베스 보우스라이언에 대한 언급도 여러차례 했지만, 본 방송에서는 상당부분 편집돼서 나갔다.
- 마틴 바시르는 이 인터뷰를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면서 이 후 여러 유명인사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2003년에는 마이클 잭슨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것으로 유명한데, 마이클이 인터뷰를 승낙해준 이유 중 하나가 생전 친분이 있었던 다이애나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마틴을 믿었다고 한다. 다만 마이클 잭슨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Living with Michael Jackson> 역시 논란이 많은 편으로, 이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뒤 마이클의 아동 성추행 의혹이 터졌다.[6] 마이클 잭슨은 이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이후 마틴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느낀다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고, 얼마 뒤 자신이 직접 제작을 맡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Michael Jackson's Private Home Videos> 를 방영했다.
[1]
커터칼로 팔다리에 상처를 내고, 계단에서 굴렀다고 한다.
[2]
실제 다이애나의 별명이 'People's Princess(민중의 왕세자비)다. 왕족으로서의 권위를 내려놓고 민중의 낮은 삶을 보살폈던 그녀의 공적에 대한 존경이 들어간 별명.
[3]
찰스는 다이애나 사후 25년이 지난
2022년이 되어서야 국왕으로 즉위했다.
[4]
BBC 이사회의 일원이었던 리처드 에어 경이 밝힌 바에 따르면, 여왕은 방송 직후 열린 BBC 임직원들과의 만찬에서 "끔찍한 일을 했어. 내 며느리가 끔찍한 일을..."이라고 말하며 적지 않은 충격을 들어냈다고 한다.
[5]
이 후 해당 디자이너는 2021년 BBC의 재조사 과정에서 7500만 파운드의 배상금을 받았다.
[6]
2005년 6월 미국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