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7:51:44

월산대군/시


파일:상위 문서 아이콘.svg   상위 문서: 월산대군
파일:풍월정집.jpg
파일:풍월정집_1.jpg
파일:풍월정집_2.jpg
<colbgcolor=#94153E> 월산대군의 시가 수록된 《풍월정집》
파일:osjojchp.jpg
월산대군 시를 적은 현판
파일:ostkbdbfsj954.jpg
월산대군의 시조를 새긴 동판이 박힌 보도블록
1. 개요2. 추강에 밤이 드니3. 창밖에 국화를 심고4. 백척의 동대는 자줏빛 연기에 싸이고5. 밝은 달이 내 연못을 비추니6. 제청산백운도(題靑山白雲圖)7. 전주 덕진지 출여지승람8. 가을밤 품은 생각9. 음주10. 임금이 지은 이른 봄 일에 갱진하여11. 장의심승(藏義尋僧)12. 흥덕상화(興德賞花)13. 반송송객(盤松送客)14. 종가관등(鍾街觀燈)15. 제화선(題畵扇)16. 기군실(寄君實)17. 신야풍소객(伸也風騷客)18. 유소사(有所思)19. 대월유회(待月有懷)20. 회낭옹(懷浪翁)21. 봉교어제사친필화란(奉敎御製寫親筆畵蘭)22. 봉갱어제문병사약(奉賡御製問病賜藥)
22.1. 122.2. 2
23. 사사의약유소아병환(謝賜醫藥愈小兒病患)
23.1. 123.2. 223.3. 3
24. 봉굉어제하일억형숙좌사제(奉賡御製夏日憶兄寂坐私第)25. 불두화 필 때 왕이 보낸 시에 화답하며26. 옛 절에서 꽃을 보다27. 우희유제(又戲有題)28. 입석조어(立石釣魚)29. 봉화어제원일내연시(奉和御製元日內宴詩)30. 한식(寒食)31. 양화답설(楊花踏雪)32. 목멱상화(木覓賞花)33. 애련정(愛蓮亭)34. 제천완월(濟川翫月)35. 마포범주(麻浦泛舟)36. 모춘일여백윤동유망원정유감(暮春日與伯胤同遊望遠亭有感)37. 봉갱어제사설화백지사장(奉賡御製賜雪花白紙四張)

[clearfix]

1. 개요

조선 의경세자 장남이자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이 지은 시를 다룬 문서이다.

월산대군은 본래 성종보다 왕위계승 서열이 높았으나, 정치적 이유때문에 즉위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면서 책과 문장을 가까이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를 지었으며 이는 현재까지 남아있다. 이 시들은 작품성에서 인정받는 명시들이다. 본 문서에서는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2. 추강에 밤이 드니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

3. 창밖에 국화를 심고

창밖에 국화를 심고
국화 밑에 술을 빚어 놓으니
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 오자 달이 돋네
아희야 거문고 청쳐라 밤새도록 놀아 보리라

4. 백척의 동대는 자줏빛 연기에 싸이고

백척의 동대는 자줏빛 연기에 싸이고
시신은 언제고 백량편을 받드네
신마가 음보 전함을 이미 즐겼는데
흉노가 변경 침범함을 다시 한하였네
제사 파한 감천에서 눈물을 흘렸는데
약 없는 봉도에서 신선을 찾을쏜가
소고 울리며 횡분한 즐거움을 그 누가 알 것인가
오늘날 다시 찾으니 옛일이 되었구려

5. 밝은 달이 내 연못을 비추니

밝은 달이 내 연못을 비추니
못 가의 정자가 밝고 밝구나
정자 위에서 홀로 술을 따르는 사람
근심에 정이 끝이 없구나
바람에 반딧불이 이미 자취도 없는데
이슬 맞은 풀에 빛이 더욱 반짝이네
갑자기 근심스런 적막함을 깨고
일어나 펼쳐진 은하수를 보노라
홀로 오언시를 지으니
맑기가 도연명 같구나
시가 이루어지니 달이 이미 지는데
때마침 찬 다듬이 소리 들리네

6. 제청산백운도(題靑山白雲圖)

그대는 강태공이 반계에서 늙은 것을 의심하지말라
그 사이에서 낚싯줄을 드리우지 않았으니
또한 엄자룡이 부춘산에 누웠음을 의심하지 말라
그 사이에서 낚시터에 임하지 않았으니
인생의 행복은 참다운 즐거움을 만남이니
이 땅에 편히 깃들고자 하나 늦었나 보네
그림을 보고 마음이 트이니 기쁘고
돌이켜 보면 이 속된 생각이 아주 미미해지네
좋은 수레와 옷이 나의 일생을 그르쳐 늙게 하였으니
흰머리가 듬성듬성하고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하다네
그대는 웃지 말게 나는 돌아가리니

7. 전주 덕진지 출여지승람

깊은 연못 바라보니 파란 하늘이 비쳐있네
예부터 이 못 여느라 파낸 많은 사람 공일세
마을의 저녁연기 멀리 가을 달을 감싸고
고깃배 노 젓는 소리 저녁바람을 비끼도다

8. 가을밤 품은 생각

두 살쩍이 이미 다 희었거니
그윽해지네 이 밤 내마음이여
하늘 끝으로 기러기 줄지어 날고
서리 내린 저 밖에는 다듬이 소리
뜰 나무에는 가을 달 그림자 지고
처마 구름은 저녁어스름 만드네
그리운 정은 다하지 않아
머리 돌려 그대 그린 시를 읊노라

9. 음주

혜강은 양생을 좋아했지만
양생은 장수의 계책이 아니었네
어지러운 때를 만나 죽임을 당했기에
이름을 끝네 전하지 못하였네
사람이 한 세상 사는 동안에
목숨이 금석처럼 단단하지 못해
그러므로 내 몸을 귀히 여김이
어찌 바로 눈앞에 있지 않을까
삶이란 다시 즐길 수 없는 것
세월은 흐르는 강물 같은 것
두어라 날마다 술이나 먹지
어질거니 어리석거니 따지지 말자

10. 임금이 지은 이른 봄 일에 갱진하여

임금이 지은 이른 봄 일에 갱진하여
아침 해 뜨자마자 대궐 문 비추니
새봄의 경물자태 어그러짐 하나없네
못가에 가는 풀은 푸른 빛 잎을 내고
동산 속 긴 가지는 푸른 빛으로 바뀌였네
단청 건물에 제비 쌍쌍히 지나는 걸 이미 보았는데
다시 보니 궁궐 깊은 곳엔 몇 사람만 돌아 오네
태평세월 이곳에 경물자태 다함 없음은
이로부터 군왕이 만기를 맡아 보기에

11. 장의심승(藏義尋僧)

푸른 언덕 일만 겹이 푸른 옥 같은데
그 안에 있는 절 거의 3백 곳
나는 샘물 폭포 되어 절벽에 걸렸는데
바위 가에 큰소리 옷감이 찢기는 듯
노는 사람 이 좋은 경치 두고 혼자서 돌아가리
종일토록 중을 찾아 마주 앉아 말하네
머리 돌리니 인간 세상은 꿈만 같으니
이곳은 정녕 노닐 만한 곳이네

12. 흥덕상화(興德賞花)

누대 그림자 겹겹이 물속에 비치는데
누대 앞 연꽃 아침 이슬에 씻겼어라
난간에 옮겨 의지하여 풍경을 구경하니
6월의 맑은 향기가 모시옷에 풍겨난다
붉은 깃대 푸른 일산 수없이 많은데
마주 앉아 때로는 총채를 휘두르네
서늘한 기운이 뼈에 스며 구슬 자리 차가운데
날 저물자 가벼운 바람 비를 불어오네

13. 반송송객(盤松送客)

오늘 아침 천리 길 떠나는 손 전송하니
나를 대해 앉아 황금 술잔 사양마소
떠나는 길에 술을 부으니 눈물자국 젖었는데
이별하는 마음 얼마인가 수심도 그지없네
사람이 이 세상에 사는 것이 삼상(參商)과도 같아
가고 오는 저나 내나 모두 애끊는 일이로세
바람을 당해 서서 세 번 탄식하고 다시 슬퍼하는 것은
그리운 그대 볼 수 없고 마음만 망연하여서라네

14. 종가관등(鍾街觀燈)

서울 10리 천만 집에 거리
등불 곳곳마다 붉은 안개 감도네
향 수레 보배 말 길 가득 지나가니
취한 노래 노는 여자 얼굴이 꽃 같아라
밝은 달 휘황하여 맑기가 대낮 같은데
옆사람 오가는 것 작은 원숭이처럼 여기네
인간 세상 즐거운 일 여기에 많나니
음악 소리 끝나는 곳에
새벽녘 물시계의 물 떨어지는 소리 들리누나

15. 제화선(題畵扇)[1]

黃葉秋風裏(황엽추풍이)
가을바람 속 누른 단풍잎
靑山落照時(청산낙조시)
청산에 해지는 시간
江南渺何處(강남묘하처)
강남은 아물아물 어느 곳인지
一棹去遲遲(일도거지지)
노 젓는 배 느릿느릿 떠나간다

16. 기군실(寄君實)[2]

旅館殘燈曉(여관잔등효)
여관 새벽에 가물거리는 불빛
孤城細雨秋(고성세우추)
아무도 없는 성에 가랑비 내리는 가을
思君意不盡(사군의부진)
그대 생각하니 온갖 생각 다 일고
千里大江流(천리대강류)
천리 기나긴 큰 강물 흘러만 가는구나

17. 신야풍소객(伸也風騷客)

伸也風騷客(신야풍소객)
신은 픙류객이요
詩名又一奇(시명우일기)
시명 또한 뛰어나도다
獨能兼古律(독능겸고률)
홀로 능히 고시를 겸하였으니
不奈是珠璣(불내시주기)
어찌 아름다운 구슬이 아니랴
吟裡思無盡(음리사무진)
시 속의 생각이 무궁무진하여
閑中喜有期(한중희유기)
한가로운 기망 있음을 기뻐하노라
相逢一樽酒(상봉일준주)
서로 만나 한 통 술을 마시며
談笑興遲遲(담소흥지지)
담소하니 흥취가 느긋하도다

18. 유소사(有所思)[3]

朝亦有所思(조역유소사)
아침에도 그리운 사람
暮亦有所思(모역유소사)
저녁에도 또 그리운 님
所思在何處(소사재하처)
사랑하는 님 어디 계시나
千里路無涯(천리로무애)
천릿길 아득히 먼 곳
風潮望難越(풍조망난월)
풍랑으로 건널 수 없고
雲雁托無期(운안탁무기)
구름 속 기러기라 소식 못 전해
欲寄音情久(욕기음정구)
오랜 사랑 전하고 싶지만
中心難如絲(중심난여사)
내 마음은 엉크러진 실타래라네

19. 대월유회(待月有懷)[4]

灩灩高樓月(염염고루월)
높다란 누각 위엔 달이 휘영청
團團玉窓裏(단단옥창리)
둥그런 옥창 가에 기대섰으리
娟娟一美人(연연일미인)
아리따운 그 미인 바로 내 사랑
渺渺隔秋水(묘묘격추수)
아득해라 가을 물이 가로막혔네
紉佩不可見(인패불가견)
차고 있는 패란은 아니 보이고
蘭香空在玆(난향공재자)
난초의 향내만이 여기 있구나
思之望何處(사지망하처)
그리워서 어느 곳을 바라보아도
腸斷亦天涯(장단역천애)
애닯아라 그 역시 하늘 끝일 뿐

20. 회낭옹(懷浪翁)[5]

近來宗室老
근래 종실에 늙은이가
知我嘆相離
자신을 알고자 한탄하여 이별하였네
會面何時識
언제 그것을 깨닫고 만나게 되려나
論情底處期
정을 논함이 그 어느곳일지 기약하네
江山微雨後
강산의 보슬비를 뒤로 하고
煙樹夕陽時
안개 낀 나무에 석양이 비치네
對此亦惆悵
이런 곳에서 또한 애달퍼하며
思君終日思
그대 그리며 종일토록 그대만 생각하네

21. 봉교어제사친필화란(奉敎御製寫親筆畵蘭)

幸得萬機暇
다행히 정무 가운데 한가함을 얻어
揮毫造化來
붓을 휘두르니 조화가 찾아왔구나
蘭莛圖已妙
난꽃 그림은 이미 묘한데
詩詠興相催
시를 읊어 흥이 서로 돕는구나
對物思無盡
사물을 대하니 생각이 끝이 없고
霑恩感幾廻
은혜에 젖어 감회를 몇 번이나 돌이키네
相看似眞性
형상을 보니 본성을 잘 나타냈으니
疑是手栽培
아마도 손수 재배한 것인 듯하네

22. 봉갱어제문병사약(奉賡御製問病賜藥)[6]

22.1. 1

此日逢身病
이 말 몸의 병을 만나
茅堂且獨居
초가 집에서 또한 홀로 거처하네
園林移鳥雀
동산의 수풀에서는 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池水樂龜魚
못의 물에는 거북이와 고기들이 즐거이 노니네
得趣唯新酒
취미를 얻음은 오직 새로운 술이요
論談亦古書
담론함은 또한 옛 서적일세
感君恩未極
임금의 은혜에 감사함은 끝이 없어
回望禁宮廬
머리 돌려 궁궐을 바라보네

22.2. 2

從來賜藥處
지금까지 약의 처방을 내려주시니
一一更忘憂
일시에 다시 근심을 잊었도다
聖澤忽如此
임금의 은택이 홀연 이와 같으니
深恩應已留
깊은 은혜 응당 이미 간직하고 있네
身閑唯卧宅
몸은 한가하여 오직 집에 누워있고
心感亦低頭
마음은 감사하여 또한 고개를 숙이네
須識屛營裏
모름지기 알겠노라 두려움 속에서
淸風吹解愁
맑은 바람이 불어 근심을 풀어줌을

23. 사사의약유소아병환(謝賜醫藥愈小兒病患)[7]

23.1. 1

有兒初病起
아이가 처음 병이 일어나니
忽忽感如何
허둥지둥하며 느끼는 감정은 어떠했으리
况被深恩重
게다가 깊은 은혜의 무거움을 입어
堪驚賜藥多
많은 약을 내려 주심에 놀랄만하네
宸心人罔極
임금의 마음에 사람은 망극하고
臣貌老還嗟
신하의 모습은 늙어서 도리어 탄식하네
稽首念無限
머리를 조아리며 생각은 한이 없고
看看雙淚沱
양쪽 눈에서 눈물이 흐름을 보네

23.2. 2

好生曰大德
살리기를 좋아함을 넓고 큰 덕이라고 말하니
孰不感君恩
누가 임금의 은혜에 감격하지 않으리요
到處仁風足
이르는 곳마다 인풍이 풍족하고
斯時睿澤臻
이러한 때 임금의 은택이 이르렀네
宸心憐眷重
임금의 마음은 사랑하고 돌보아 줌이 무거우니
兒子戲游頻
아이가 즐거이 놂이 잦아졌네
病起雖然樂
병이 일어나 비록 근심 걱정했지만 즐거우니
何知雨露新
어찌 비와 이슬이 새로움을 알았으리요

23.3. 3

金門拜謝處
궁궐 문에서 절하며 감사해 하던 곳
人問汝何爲
사람들이 묻기를 당신은 무엇을 하시오
我是君恩飽
나는 임금의 은혜가 가득하니
誰能此樂知
누가 이 즐거움 알 수 있겠는가
癡兒初病後
어리석은 아이놈 처음 병이 난 후
明主賜恩時
밝은 군주 은혜를 내려 주신 때이네
今日心多感
금일의 마음 감사함이 많도다
從前賜藥醫
지금까지 의약품을 내려 주심에

24. 봉굉어제하일억형숙좌사제(奉賡御製夏日憶兄寂坐私第)[8]

濃淡靑山暮
짙고 옅은 청산은 저물고
䆫前兩䯻丫
창 앞에는 양쪽 갈래머리 계집이 있네
將衰難可興
장차 노쇠하여 흥겨워하기가 어려우니
於物未堪誇
물건에 대해 자랑을 할 수 없도다
醒醉誰家草
성취는 누구집의 풀이며
傾陽此處花
경양은 이곳의 꽃일세
時平唯可樂
시대가 태평함이 오직 가히 즐겁고
身病亦堪嗟
몸의 병에 또한 탄식하네
戀彼朝天闕
저 궁궐에 조알함을 그리워하며
看他走錦車
저 비단으로 장식한 수레가 달려감을 보네
禁門雖可樂
궁궐은 비록 가히 즐거우나
蓬屋寂無譁
봉실은 고요하여 시끄러움이 없네
更惜殘生晩
다시 얼마 남지 않은 생이 끝무렵임이 애석하고
多慙聖澤加
임금의 은택이 더하여짐이 많이 부끄럽네
平生念祝筭
평생동안 오래 살기를 축원함을 생각하며
今日笑懷沙
금일 회사에 웃음짓네
閶闔思無盡
궁궐의 생각 다함이 없는데
煙雲望更遮
구름과 같은 연기 바라보니 또한 가리고 있으니
何時對宮苑
어느 때 궁궐의 정원을 마주 대할까
風物喜柔嘉
풍물은 온화한 덕에 기뻐하네

25. 불두화 필 때 왕이 보낸 시에 화답하며

留連光景竟何如
끊임없는 햇살이 마침내 어떠한가
政是春歸欲夏初
정말 봄이 가고 여름이 되려 하네
田麥登時風澹蕩
보리를 타작할 때 바람은 넘실거리고
園梅熟處雨殘餘
매실이 익는 곳에 빗방울 남아 있네
人多望重愁讒謗
사람들은 많이들 명망이 중하여 참소를 근심하는데
我獨身閑脫毁譽
나는 홀로 신세가 한가하여 칭송과 비방 벗어나 있다네
幸被聖君恩顧重
다행히 성군의 은혜 돌아봄에 무거우니
豈辭華髮曳長裾
하얀 머리에 긴 옷 끌고 다님 어찌 사양하리요

26. 옛 절에서 꽃을 보다

春深古寺燕飛飛
봄 깊은 옛 절에 제비들은 훨훨 날고
深院重門客到稀
깊숙한 집 겹대문에 찾아오는 사람 적네
我正尋花花正落
내가 꽃을 보러 갈 땐 꽃이 한창 지는 때라
尋花還爲惜花歸
꽃을 보러 갔다 되레 꽃 애석해 돌아오네

27. 우희유제(又戲有題)

太平宗室月山君
태평한 종실 월산군이
雙鬢雖衰爵齒尊
귀밑머리는 희끗하지만 벼슬과 나이는 높다네
庭下有兒多愛栗
뜰아래 많은 아이들 밤을 좋아한다지만
堂中無客共傾樽
마루에는 함께 술잔을 기울일 손님도 없다오

== 전교심방(箭郊尋訪)[9]
春郊細草如華茵
봄철 교외 가느다란 풀은 비단자리 같은데
春風載酒尋遊人
봄바람에 술을 싣고 노는 사람 찾아가네
朝乘駿馬踏靑去
아침엔 준마 타고 푸른 풀 밟고 나갔다가
日暮醉歸空惜春
저물녘 취해 돌아오며 공연히 봄을 아까워하네

28. 입석조어(立石釣魚)[10]

把釣閑來獨倚立
낚시를 들고 한가히 와서 홀로 서니
雨餘新水尙涵碧
비 뒤의 새물에 오히려 푸르게 젖었네
浮萍動處水紋散
부평초 움직이는 곳에 물결 흩어지니
魚戱有時潛復躍
물고기 노는 때라 오르락내리락
斯須釣出作膾羹
잠깐 동안 낚시로 회와 탕을 만드니
沽酒已知來滿甁
미리 알고 술을 사서 병에 가득 채워오네
人生適意古所重
인생은 자기 뜻에 맞는 것이 예로부터 소중하니
嚴光豈羡公侯名
엄광이 어찌 공후 이름 부러워하리

29. 봉화어제원일내연시(奉和御製元日內宴詩)[11]

乾坤和氣協新陽
천지의 화기가 새봄에 알맞은데
風景如薰禁苑香
봄바람이 솔솔 불어 궁궐이 향긋하네
閶闔九門迎木德
대궐의 아홉 대문에서 봄을 맞이하고
君王萬歲捧金觴
임금의 만수 빌며 금 술잔을 올리네
旌旗望見雲烟色
깃발을 바라보니 구름연기 감돌고
宮殿回看日月光
궁전을 돌아보니 해와 달이 빛나네
佳節已知供盛事
좋은 절기에 성대한 일 받듦을 알고서
歡呼聖壽與天長
임금께서 하늘처럼 장수하길 기뻐 외치네

30. 한식(寒食)

寒食淸明二月天(한식청명이월천)
한식과 청명의 이월 맑은 하늘에서
東風庭院掛鞦韆(동풍정원괘추천)
동풍 불어와 정원에 그네를 매었네​
流鸎啼過畫樓去(류앵제과화루거)
꾀꼬리 울며 아름다운 누각을 날고​
一樹杏花開正姸(일수행화개정연)
한 그루 복사꽃이 예쁘게도 피었네

31. 양화답설(楊花踏雪)[12]

江村漁家數茅屋(강촌어가수모옥)
강마을 어촌에 초가 두어 채
籬下森森滿銀竹(이하삼삼만은죽)
울 밑에는 은죽 같은 고드름이 촘촘히 맺혔네
歸來此地足乘興(귀래차지족승흥)
세속 떠나 돌아오니 흥이 일어나
吟詩擧酒無休息(음시거주무휴식)
시 읊으랴 술잔 들랴 쉴 새 없네

32. 목멱상화(木覓賞花)

남산에 꽃구경
春雲窈窕春山高(춘운요조춘산고)
봄 구름은 우아하고 산은 높은데
翠微隱隱連溪橋(취미은은연계교)
푸르스름한 빛 은은히 다리까지 이어졌구나
登高賞花且就醉(등고상화차취취)
산에 올라 꽃구경에 술까지 거나하게
與君盡日斟葡萄(여군진일짐포도)
그대와 진종일 포도주를 주고 받네
蜂喧鳥咽幾村塢(봉훤조열기촌오)
마을 두둑엔 벌들은 붕붕 새들은 짹짹
花氣已蒸春晩雨(화가이증춘만우)
꽃 기운 쩌오르니 늦은 봄 비가 내리네
歸來日斜春陌長(귀래일사춘맥장)
해질녁 집으로 돌아오는데 봄 두덩은 길고
雲鐘街裏聞鐘鼓(운종가리문종고)
종로에서는 인경소리 들리네

33. 애련정(愛蓮亭)

鑽(鑿)得新塘又種蓮(찬(착)득신당우종련)
새로이 못 파고 연까지 심으니
風流可愛主人賢(풍류가애주인현)
풍류를 아는 원님 어질기도 하네
淸馨冉冉誰能賞(청형염염수능상)
솔솔 퍼지는 맑은 향기 누가 기리나
濃艶娟娟我獨憐(농염연연아독련)
고운 꽃 나 홀로 사랑하고 싶어라
翠蓋紅粧遙夜月(취개홍장요야월)
푸른 갓 붉은 옷 입고 달빛 속에서
碧波淸浪泛瑤船(벽파청랑범요선)
찰랑이는 맑은 물에 꽃배 띄우네
此間對酒堪乘興(차간대주감승흥)
이 풍경 대하며 술로 흥을 돋우고
唯得吟哦喜欲顚(유득음아희욕전)
시 읊으며 환희에 도취하고 싶네

34. 제천완월(濟川翫月)[13]

銀河無風素波靜(은하무풍소파정)
은빛 강물은 바람 없어 흰 물결 고요한데
老蟾吸此潭底影(노섬흡차담저영)
달빛은 못 밑까지 환히 비추네
江頭似轉白玉盤(강두사전백옥반)
강머리에서 백옥 소반 굴리는 것 같은데
雲際已吐黃金餠(운제이토황금병)
구름 저 사이로 벌써 황금 떡이 솟아났네
高樓樽酒冷似徹(고루준주냉사철)
높은 다락에 한잔 술 차갑고 깨끗한데
對此淸光欺白髮(대차청광기백발)
이 맑은 빛을 대하니 백발도 모르겠네
回頭橫笛一聲來(회두횡적일성래)
어디선가 잣대 소리 들려와 머리 돌리니
夜蘭似聽霓裳曲(야란사청예상곡)
깊은 밤 월궁의 음악소리 듣는 것 같네

35. 마포범주(麻浦泛舟)[14]

滿浦煙光綠發地(만포연광록발지)
포구에 자욱한 안개 대지엔 초록빛 피어나는데
微風嫋嫋吹寒漪(미풍뇨뇨취한의)
미풍이 산들산들 불어 차가운 잔물결 일으키고
江邊小草綠於染(강변소초록어염)
강가의 작은 풀들은 물감색갈보다도 더 푸른데
堤柳又作黃金枝(제류우작황금지)
강둑의 버드나무는 또다시 금빛 가지를 틔우네
畵船蕭鼓橫渡頭(화선소고횡도두)
북소리 요란한 놀잇배는 나룻가에 정박해 있고
碧蘅紅杜生芳洲(벽형홍두생방주)
푸른 족두리 붉은 두견화는 모래섬에 피었는데
蕩漿歸來夕陽邊(탕장귀래석양변)
해저무는 강가에 상앗대 노를 저어 돌아오다가
回頭忽見來沙鷗(회두홀견래사구)
고개돌려 문득 모래밭에 내리는 갈매기를 보네

36. 모춘일여백윤동유망원정유감(暮春日與伯胤同遊望遠亭有感)[15]

望遠亭前三月暮(망원정전삼월모)
망원정 앞에 춘삼월이 저무는데
與君携酒典春衣(여군휴주전춘의)
그대와 술 마시려 봄옷 잡혔네
天邊山盡雨無盡(천변산진우무진)
하늘가 산은 다하여도 비는 그치지 않는데
江上燕歸人未歸(강상연귀인미귀)
강의 제비는 돌아가도 사람은 돌아가지 못하네
四顧雲煙堪遺興(사고운연감유흥)
안개를 돌아보니 흥을 풀 만한데
相從鷗鷺共忘機(상종구로공망기)
갈매기와 서로 좇아 사심을 잊는다
風流似慰平生願(풍류사위평생원)
이 풍류가 평생의 소원을 위로할 듯하니
莫向人間學是非(막향인간학시비)
인간 세상 시비를 배우지 마세

37. 봉갱어제사설화백지사장(奉賡御製賜雪花白紙四張)[16]

條風颯颯瓦簷鳴
조풍이 삽삽하니 기와얹은 처마가 우는데
忽覺終宵細雨聲
홀연 밤새 가랑비 소리임을 깨달았네
多病倦看身體冷
병이 많으나 간호함에 게을러 신체는 차고
凌晨坐待日華晴
이른 아침 앉아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네
衰顔短髮同枯槁
쇠약해져 핼쑥해진 얼굴과 짧은 머리털은 함께 마른거와 같고
美景良辰幾轉更
아름다웠던 모습의 좋은 시절은 거의 바뀌어
藥鼎響時心獨亂
약 달이는 솥이 끓어서 소리가 날 때 마음은 홀로 심란하네
君恩賜處眼雙明
임금의 은혜 내려 주던 곳 두 눈은 반짝였고
娟娟此物非常品
고운 이 물건은 평범하지 않은 물품이니
耿耿孤懷不奈驚
근심스럽고 외로운 마음은 어찌할 바 몰라 놀라고
爲染兎毫題此久
토끼털(붓)을 적시어 이것을 쓴지 오래이네
不知詩興動盈盈
모르는 새 시흥이 걸핏하면 가득해지로다

[1] 부채 그림에 읊기. [2] 군실에게 부친다. [3] 그리움. [4] 달 뜨기를 기다리며. [5] 낭옹을 그리워하며. [6] 임금이 글을 지어 병을 묻고 약을 내려주신데 대해 받들어 화답함. [7] 의약품을 내려 주셔서 아이의 병환이 나은 것에 감사함. [8] 임금이 지으신, 〈여름날 형을 생각하며 고요히 사가에 앉았노라〉 글에 받들어 화답함. [9] 살곶이벌을 찾다. [10] 선돌에서 낚시하다. [11] 임금이 원일에 궁중 잔치에서 지은 시를 받들어 화답하다. [12] 양화도 눈 밟기. [13] 제천정에서 달을 구경한다. [14] 마포 포구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정경을 읊다. [15] 저문 봄 백윤과 함께 망원정에서 노닐다가 느낌이 있어. [16] 임금이 지은 글과 설화백지 4장을 내려 주신데 대해 받들어 화답함.


파일:CC-white.svg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문서의 r1405에서 가져왔습니다. 이전 역사 보러 가기
파일:CC-white.svg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다른 문서에서 가져왔습니다.
[ 펼치기 · 접기 ]
문서의 r1405 ( 이전 역사)
문서의 r1405 ( 이전 역사)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