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문 배경
피처럼 붉고 둥근 달이 겨울 하늘에 떠오를 때면 프렐요드의 정령 주술사들은 자신들과 같은 존재가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게 된다. 야생과 대지를 조율하며 자신의 마음과 가장 어울리는 정령과 함께 나란히 걷는 자. 우디르가 태어난 밤에 떠오른 붉은 달은 평소와 무엇 하나 다르지 않았다. 어느 것도 우디르가 이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술사라는 사실을 보여주지 않았다. 모든 존재에게는 정령이 있다. 사람과 야수, 식물과 동물, 망자와 산자 혹은 죽음을 모르는 자들까지도. 하지만 자신의 형제들과는 달리 우디르가 가진 영적 연결의 힘은 하나의 정령에 한정되지 않았고 모든 정령을 들을 수 있었다. 주변 모든 정령들의 필요와 요구는 계속해서 우디르의 마음에 흘러넘쳤고 정령들의 포효 이상의 것을 듣기란 불가능했다. 우디르의 부모는 그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전쟁의 어머니는 소년의 훈련을 위해 다른 정령 주술사들을 보냈지만, 그들은 정령 주술사의 훈련은 자신을 닫는 것이 아닌 여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우디르가 처음으로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힘을 사용한 것은 서리방패 부족이 찾아온 밤이었다. 어린 우디르는 공포에 질려 숲에 몸을 숨겼다. 그는 모두의 삶이... 무너지리란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부족의 모든 사람들이 순식간에 학살당했다. 슬픔과 분노로 울부짖은 우디르는 숲의 정령들로부터 힘을 받았다. 우디르는 발톱을 휘두르고 날갯짓하며 서리방패 부족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홀로 슬퍼하며 어쩔 줄 모르던 우디르는 몇 년 동안 방랑하며 살아남기 위해 애썼다. 우디르는 겨울 발톱 부족의 사냥꾼들을 애먹이는 거친발톱을 죽이기 전까지는 사람과 교류하지 않았다. 감명받은 사냥꾼들은 우디르를 야영지로 데려갔다. 전쟁의 어머니 헤지안은 우디르가 자신의 딸, 칼키아와 함께 전투 훈련을 받게 했다. 야생의 소년은 외로운 딸에게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보여줬고 소녀는 소년에게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법을 보여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울 발톱 부족이 마치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허나 굶주리고 질병에 걸린 서리송곳니 늑대 무리가 야영지에 찾아오자 상황은 바뀌었다. 무리의 광기와 분노가 서린 안갯속에서 우디르는 자제력을 잃었고 한 아이를 공격해 거의 죽일 뻔했다. 우디르를 막기 위해 헤지안이 가진 얼음 정수와 칼키아가 필요했다. 헤지안은 늑대들을 살육한 다음 겨울 발톱 부족에서 우디르를 추방했다. 우디르는 자신이 해칠지도 모를 이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산으로 돌아갔다. 칼키아는 시간이 날 때마다 우디르를 찾았고, 마침내 부족을 이끌도록 부름을 받았다. 칼키아는 기쁜 마음으로 우디르의 추방을 철회했지만, 우디르는 돌아오길 거부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마음속에서 필요와 요구를 외치는 정령들을 통제하지 못했지만, 칼키아와 그녀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언제나 그 자리에 있겠다 맹세했다. 그날이 바로 두 사람이 서로를 본 마지막 날이었다. 정령 주술사와 함께 훈련하며 내면에 타오르는 용의 영혼을 잠재울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외국의 수도승이 찾아온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우디르는 거절했지만, 수도승은 함께 훈련할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우디르에게 도전했다. 두 사람은 한계까지 싸웠지만, 결국 누구도 승리하지 못했다. 수도승은 자신을 리 신이라 소개했고 그 전투에서 둘 모두가 배울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리 신은 훈련을 위해 아이오니아에 있는 자신의 고향으로 우디르를 초대했다. 프렐요드에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던 우디르는 리 신을 따랐다. 여행하는 동안 매일 함께 대련한 두 사람은 정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하지만 마침내 도착한 히라나 대수도원은 녹서스 침략자들에 의해 포위된 상태였다. 우디르는 아이오니아의 정령들을 부르며 전투에 뛰어들었다. 승리를 거둔 두 사람은 수도원장에게 가르침을 부탁하며 통제하는 법을 배우길 원했다. 수도원장은 자아 통달에는 보장된 끝이 없다고 말했지만, 두 사람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으로 우디르의 정신은 자신의 생각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정도로 고요해졌다. 우디르와 리 신은 그들과 함께하는 정령들을 완벽히 통제하기 위해 함께 수련했다. 우디르는 새로운 지식과 이해를 통해 리 신과 그의 용이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디르는 아이오니아가 조화와 상호 의존으로 균형을 이루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대로 프렐요드의 균형은 모든 프렐요드인들의 영혼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무정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장과 변화의 투쟁과 분쟁을 바탕으로 했다. 몇 년이 흐르고 우디르의 힘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우디르는 아이오니아에 머물며 훈련할지, 아니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치열한 고향으로 돌아갈지 선택해야 했다. 결국 선택은 분명했다. 리 신은 자아 통찰에 대한 그의 헌신을 떠올릴 수 있게 자신의 안대를 우디르에게 주며 약속을 부탁했다. 언젠가 우디르가 프렐요드에서 원하는 것을 성취한다면, 직접 리 신에게 안대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말이다. 우디르는 손에 안대를 감고 정령 주술사로 돌아가기 위해 떠났다. 프렐요드로 돌아온 우디르를 맞이한 것은 아바로사 부족과 겨울 발톱 부족 전쟁의 어머니들이 일으킨 새로운 분쟁이었다. 아바로사 부족은 프렐요드의 모든 사람들을 하나의 깃발 아래 규합하고 분쟁을 끝내길 원했다. 우디르는 그러한 행동이 대지의 정령을 해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반대 세력인 겨울 발톱 부족에 조언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런 우디르를 맞이한 것은 칼키아의 고집 센 딸, 세주아니였고 그는 세주아니에게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린 세주아니는 우디르의 도움을 받아들였지만, 정령 주술사와 그의 충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세주아니의 신뢰는 얻기 어려웠다. 우디르는 세주아니의 추진력과 현명함을 인정했지만, 그녀의 무모함을 염려했다. 세주아니는 우디르에게서 지혜와 전사의 정신을 보았지만, 잦은 부재에 신경이 거슬렸다. 이윽고 그들은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마치 양아버지와 딸처럼 서로를 가족으로 보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정령 주술사들이 남쪽으로 우디르를 소환했다. 하지만 거대한 외투를 입은 수상한 노파를 만나며 운명이 개입했다. 노파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불가능한 몇 가지 일에 도움을 요청했다. 우디르의 노력에 즐거웠던 노파는 우디르에게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짠 빵과 혈관을 얼어붙게 할 차가운 물을 제공했다. 노파가 우디르의 반응에 웃으며 외투를 여미자 우디르의 영적인 힘이 마치 산사태처럼 폭발했다. 기절한 우디르는 홀로 깨어났다. 하지만 내면의 무언가가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운 힘이 깨어난 것이다. 우디르는 노파가 변장한 여러 모습 중 하나인 바다표범 자매가 그를 시험하고 축복을 내린 것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기묘한 만남에 여전히 긴장한 우디르는 남쪽에 있는 형제들과 합류했다. 형제들은 우디르에게 각자가 느낀 이상한 영적 변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형제들은 대지의 정령들이 내부에서 무너지며 프렐요드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두려워했다. 우디르는 프렐요드를 통합하려는 아바로사 부족의 시도가 이러한 고통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른 정령 주술사들에게 이를 전했고, 겨울 발톱 부족과 함께 진군하는 아바로사 부족에 맞서 싸울 것을 요청했다. 많은 이들이 회의적이었지만, 우디르의 생각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다른 정령 주술사들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우디르는 프렐요드에 실존하는 위협을 영원히 끝내기 위해 내면에 흐르는 새로운 영적인 힘을 가지고 겨울 발톱 부족으로 돌아갔다. |
2. 저주받은 이들을 위한 묵념
자세한 내용은 저주받은 이들을 위한 묵념 문서 참고하십시오.3. 함께하는 목소리
우디르는 저 위에서 바람을 타는 독수리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강하고 자신감에 찬 소리였지만 우디르의 생각을 방해할 정도로 가깝진 않았다. 이렇게 인간답게 있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울음소리는 잠잠해지는 법이 없었으나 우디르는 불평하지 않았다. 잠깐의 휴식도 드문 일이었다. '내 숨소리는 들리는군… 적어도 지금은.' 오늘 우디르는 혼자 걸었다. 산비탈을 오르자 차가운 바람이 뒤따랐다. 세찬 바람이 불 때마다 아이오니아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기억이 점차 휩쓸려 갔다. 우디르는 몇 달 전 히라나 대수도원을 떠나면서 수도승들에게 작별 선물을 받았다. 그것은 우디르가 영력을 완전히 익힐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수께끼였다. 겨울의 머리 아래 자연의 순수한 생명의 정수가 흐르지만 지금은 유리로 변한 곳 아이오니아 언어로 읽으면 더 아름다운 수수께끼였지만, 푸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몇 달 동안 눈먼 수도승과 함께 돌아다닌 우디르는 자연히 아이오니아인의 말 뒤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울봉우리의 가파른 동쪽 비탈에 다다른 우디르는 멈춰서 눈 앞에 펼쳐진 호수를 바라보았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야생 동물뿐 아니라 죽은 주술사나 사제의 뼈와 주검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몇 달, 몇 년, 그보다 훨씬 전 먼저 이곳으로 왔던 자들이었다. 우디르는 가슴을 풀어 헤친 채 눈을 감고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맞았다. '이 땅은 내 고향이었지…' 우디르는 얼음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봤다. 긴 여정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휴식도 끝이군. 그들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얼음이 흔들리며 금이 갔다. 얼음에 비친 우디르의 모습이 서로 다른 파편으로 갈라졌다. 곧 얼음판 전체가 깨지며 조각이 둥둥 떠다녔다. 우디르는 가만히 기다렸다. 얼음장 같은 물에서 거품이 일었다. 천천히 올라오던 거품은 이내 미친 듯이 끓어올랐다. 수면에서 김이 피어오르자 공기가 후끈해졌다. 마음의 준비를 하며 조용히 숨을 들이쉬는 우디르의 어깨가 들썩였다. 안개 속에서 얼음으로 된 짐승이 튀어나왔다. 이 땅의 마법으로 조각되어 호수에서 태어난 존재였다. 짐승이 우디르를 향해 거대한 발을 내딛자 땅이 흔들렸다. 우디르는 자신보다 세 배는 큰 야생의 혼을 올려다보았다. 막 내린 눈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낮고 부드럽게 들려오던 속삭임은 곧 빠른 속도로 커졌다. 증오가 섞인 불안한 소리였다. '왔군.' 투덜거리는 소리는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는 고함으로 바뀌며 정신없이 뒤섞였다. 그들의 분노는 우디르의 정신을 붙들어 모든 사고를 산산조각 냈다. 처음에는 여러 목소리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했다. 엘누크, 드류바스크 등 우디르가 머릿속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목소리였다. 곧 그들은 하나가 되어 우디르가 가장 두려워하던 형태를 갖추었다. 굶주린 호랑이였다. "정령 주술사여. 가까이 오거라. 그리고 왜 돌아왔는지 말해 봐라." 우디르는 그저 가빠 오는 숨소리를 억누르기 위해 애썼다. 머릿속에서 무겁게 울리는 소리 때문에 다리 힘이 풀렸다. 몸을 지탱하기 위해 손으로 땅을 짚은 우디르는 고개를 들어 흉포한 호랑이를 올려다봤지만 답할 생각은 없었다. 우디르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호랑이의 포효가 다른 목소리를 억눌렀다. "넌 프렐요드를 고향으로 여길 자격이 없다. 넌 너무 약해." 우디르는 정령이 머리를 들이박자 충격에 대비했다. 얼음으로 된 정령의 파편이 우디르를 찔렀다. 멀리 굴러간 우디르의 몸이 딱딱한 바위에 걸려 멈췄다. '포기하면 안 돼.' 다시 중심을 잡은 우디르는 아픔을 참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차가운 땅에 주먹을 꽂자 팔을 타고 욱신거리는 감각이 올라왔다. 손에서 어깨로 피가 요동쳤다. 우디르는 또 다른 공격이 날아오면 피할 준비를 하며 일어섰다. 정령이 또다시 포효했다. "강한 자는 싸운다! 하지만 넌 목소리를 억누르고 숨기 급급하지!" 정령이 저돌적으로 돌진했다. 우디르는 피하려고 했지만 상대는 더 빠르고 강했다. 정령은 옆으로 구르는 우디르의 다리를 발톱으로 할퀴었다. 우디르는 고통에 한쪽 다리를 꿇고 주저앉았다. 차오르는 분노가 느껴졌지만 계속해서 억눌렀다. '포기하면 안 돼.' 정령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무시무시한 울음소리를 내며 우디르에게 달려들었다. 제때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우디르는 몸 앞으로 양팔을 교차해 주먹을 쥐었다. 마법의 힘이 우디르를 감싸면서 호랑이 정령의 치명적인 일격을 막았다. 정령은 뒤로 미끄러졌다. 다시 몸을 가눈 정령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포악한 힘에 얼음으로 뒤덮인 몸에서 우지끈거리는 소리가 났다. 발밑에서는 과거 희생양들의 뼈가 쪼개졌다. 이곳은 죽음의 장소였다. 우디르는 이제 양쪽 무릎을 모두 꿇고 머리를 숙였다. 고통에 몸이 욱신거렸다. 정령이 주변을 서성이며 발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이건 아니야.' 우디르는 이를 악물었다. 꽉 눌린 입술에서 고통의 맛이 느껴짐과 동시에 다시 한번 땅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굉음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약한 자는… 사냥감이 될 뿐이다!" 고개를 든 우디르는 정령이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 피를 갈망하는 정령의 눈은 어찌나 크던지 우디르의 모습이 비칠 정도였다. 그 속에 비친 우디르의 눈 역시 같은 갈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해.' 우디르의 피부에서 황금빛 불꽃이 들불처럼 폭발했다. 앞에 있는 호랑이 정령의 분노와 대적할 만한 분노가 우디르의 몸을 타고 흘렀다. "드디어 사냥감이 싸우기로 결심했군!" 우디르는 고함을 지르며 호랑이 정령을 향해 곧장 돌진했다. 정령의 다리로 뛰어든 우디르는 얼음 조각을 잡고 박살 내며 엉망이 된 손으로 울퉁불퉁한 표면을 기어올랐다. 정령이 날뛰자 날카로운 얼음이 우디르의 피부를 찔렀다. 우디르는 자신의 힘을 즐기며 소리를 질렀다. 격렬한 싸움이 정신없이 이어지자 마침내 우디르의 분노가 적 안의 불길과 마주했다. 우디르가 가차 없이 달려들어 정령의 등으로 올라가자 정령의 옆구리를 타고 우디르의 피가 떨어졌다. 우디르의 몸으로 정령의 힘이 밀려들었다.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짐승들의 목소리가 우디르의 머릿속에서 거침없이 아우성쳤다. 호랑이에게 희생되어 울분에 찬 울음소리와 우디르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하나로 합쳐졌다. "난 사냥감이 아니다!" 우디르가 폭발적인 힘으로 주먹을 내리치자 정령의 몸을 따라 그물처럼 금이 갔다. 미친 듯이 할퀴고 베어낸 우디르는 고개를 뒤로 젖혀 정령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깊숙이 박아 넣었다. 우디르는 정령이 쓰러진 후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산산이 조각나 먼지가 되어 사라지길 기다렸다. 그러나 정령은 이미 목소리와 함께 사라진 상태였다. 그들이 비명을 질렀던가? 울부짖었던가? 높은 곳에서 독수리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집중하자. 진정해.' 우디르는 휘청거리며 단단한 땅으로 쓰러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호수 옆에 눕자 정령이 사라지는 게 보였다. 그때 뭔가 우르릉거리는 소리에 우디르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치 우디르의 승리를 축하라도 하는 것처럼 호수가 녹고 있었다. 남은 얼음이 하나씩 녹자 물이 차오르며 차갑고 딱딱한 땅을 적셨다. 히라나에서 수없이 반복했던 의식을 떠올린 우디르는 절뚝이며 앞으로 갔다. 두 손을 모아 머리와 어깨, 등에 시원한 물을 끼얹어 상처를 씻어 낸 후 조심스레 물을 마셨다. 우디르는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응시했다. 시선을 마주하는 남자는 다쳤지만 시험을 거쳐 살아남은 자였다. '나는 나다.' 우디르의 귀에는 물이 흐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디르는 웃지 않았다. '이 싸움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어.' |
4. 구 설정
4.1. 구 단문 배경
호랑이의 민첩성과 흉포함, 거북이의 생명력, 곰의 힘, 불사조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이 모든 것은 우디르의 다른 이름이다. 우디르는 고대 정령의 힘을 물려받았고, 이 야성의 힘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다. 그는 네 정령의 힘을 끌어내어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히려는 자들로부터 이 땅을 수호해 왔다. |
4.2. 구 장문 배경 1
리산드라 패치로 출신지가 아이오니아에서 프렐요드로 변경되었다.
아이오니아의 신비는 발로란의 미스터리 중에서 가장 심오한 것으로 이들은 인간의 영적인 내면에 대한 탐구를 추구한다. 그들은 깨달음과 조화의 가장 독실한 지지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들과는 아주 다른 길을 추구하는 자들도 있었다. 우디르는 달이 붉게 빛나던 밤 잔디가 무성한 빈터에서 태어났다. 그는 항상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원초적인 본능에 이끌렸다. 그의 의지는 조절할 수 없었지만 그저 길들여지지 않은 것일 뿐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농장에서 일을 거들었지만 ,농장을 찾아오던 마을 사람들 보다는 멀리 떨어진 평원에서 풀을 뜯으며 노닐던 야생마에 더 깊은 유대감을 느겼다. 그의 부모는 가끔 그가 한밤중에 식은땀을 흘리며 밖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고 그들은 그런 그를 꾸짖으며 집으로 데리고 왔다. 우디르는 자신의 16번째 생일에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동쪽을 향해 집을 나섰다. 그는 문명화 된 사회를 등지겠노라고 마음먹었다. 문명의 관습에서 자유로워진 우디르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내면의 흉포함에 눈을 뜨게 된다. 그의 야성이 겉으로 표출되기 시작했고 우디르는 자신의 야성에 몸을 맡겼다. 우디르가 인간성을 잃어버린 것은 바로 이 시기였다. 그의 영역에 들어선 밀렵꾼과 여행자들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고 대부분은 들어간뒤 나오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여행하던 수도승이 그의 숲을 지나가게 되었다. 우디르는 그를 겁주기 위해 근처에 있는 덤불에서 튀어나왔다. 수도승은 별일 아닌듯 그를 향해 돌아섰고 이내 우디르를 한 쪽으로 제쳐버렸다. 화가난 우디르는 계속해서 몇번이고 그를 제압하려고 했지만 수도승은 꿈적하지 않았다. 우디르가 제풀에 지치자 수도승은 그에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했고 그들은 허라나 수도원을 향해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수도원의 수도승들은 아무말 없이 그를 받아주었고 그에게 야성을 제어하고 다루는 방법을 가르쳤다. |
4.3. 구 장문 배경 2
호랑이의 민첩성과 흉포함, 거북이의 생명력, 곰의 힘, 불사조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이 모든 것은 우디르의 다른 이름이다. 우디르는 고대 정령의 힘을 물려받았고, 이 야성의 힘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다. 그는 네 정령의 힘을 끌어내어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히려는 자들로부터 이 땅을 수호해 왔다. 프렐요드의 변방에는 미개척지를 터전으로 삼고 사는 특별한 수도승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연을 수호하는 이들을 정령 주술사라 불렀다. 이곳에서는 한 세대에 한 번, 피처럼 붉은 달 아래에서 정령계와 인간 세계를 잇는 선택 받은 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는 때가 되면 정령의 부름을 받아들여 자연의 균형을 지키는 수호자로 거듭날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우디르가 바로 그 아이었다. 우디르는 조상들의 언어를 배우기 이전부터 툰드라의 늑대 언어를 깨쳤고, 대자연의 생물들과 두루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우디르는 스승의 가르침과 대자연을 벗삼아 정령 주술사로 성장해 나갔다. 때때로 스승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정령들이 갈수록 불안해하고 있으며, 우디르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크고 가혹한 시련을 겪어야 할 것이라 일러주곤 했다. 그리고 어느 추운 겨울, 주술사가 말하던 시험의 날이 불현듯 찾아왔다. 무시무시한 소문으로만 들어 오던 악의 존재, 바로 얼음 마녀가 우디르와 정령 주술사를 느닷없이 공격했던 것이다. 얼음 마녀의 흑마법을 어린 우디르가 결코 감당할 수 없으리라 판단한 주술사는 목숨을 걸고 소년을 감싸 안았다. 그러나 정령 주술사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고, 부모님과 같던 스승을 잃은 슬픔에 우디르는 분노의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그 소리에 온 대지가 그와 함께 포효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우디르는 야생의 정령이 자신의 몸으로 흡수되는 것이 느껴졌고, 이내 야수 그 자체가 되었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이 솟아오름과 동시에 분노 섞인 외침이 산꼭대기까지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거대한 눈사태가 쏟아져 모두를 덮쳤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우디르가 눈 사이를 파헤치고 올라왔을 때는 이미 얼음마녀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였다. 얼음 마녀의 습격 이후, 북녘의 땅에 사는 부족들에게 야생인의 영역을 넘나드는 일은 죽음을 의미했고 몇 년 동안 그 누구도 이곳에 감히 들어오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겁도 없이 이 성역에 발을 들인 침입자의 냄새가 우디르의 후각을 자극했다. 우디르는 곧장 경계태세가 되어 침입자를 찾아내 맹공을 퍼부었다. 그런데 이 낯선 존재는 아무렇지도 않게 우디르의 공격을 튕겨내는 것이 아닌가. 우디르는 쉼 없이 공격했지만, 그때마다 이방인은 번번이 피할 뿐이었다. 지치고 맥이 빠진 우디르는 어느새 침입자에 대한 반감도 잊고서 거칠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그는 리 신이라는 수도승으로 정령 주술사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먼 곳까지 왔다가 그만 길을 잃었다고 했다. 이윽고 우디르를 곰곰 살펴보더니 리 신이 말했다. 당신도 갈 길을 잃고 실의에 빠진 것 같소만... 수도승은 앞으로 우디르가 나아갈 길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하며 자신과 함께 거대한 힘과 지혜를 가진 불멸의 네 정령이 수호하는 사원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곳에서라면 우디르도 조화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리 신은 우디르의 고향과 정반대의 땅으로 그를 인도했다. 우디르는 마침내 아이오니아라는 땅에 도착했고, 놀랍게도 그곳에서는 동식물과 사람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살고 있었다. 이윽고 사원에 당도한 우디르는 난생처음으로 경계를 풀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자기를 에워싼 정령들과 함께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우디르는 사원에 머무르며 수도승들에게 본능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고, 명상을 통해 만난 사원의 고대 정령들로부터 지혜를 물려받았다. 비로소 우디르는 이 모두의 가르침을 통해 다음 세대 정령 주술사로서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아이오니아 사람들은 한사코 자신들의 공이 아니라 손사래를 쳤지만, 아이오니아가 지금의 우디르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디르는 몇 번이든 그들에게 은혜를 갚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녹서스의 군대가 아이오니아를 침공한다. 우디르는 이 평화로운 사람들을 박해하는 잔악한 군인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고, 궁지에 몰린 야수처럼 전장의 복판으로 사납게 뛰어들었다. 우디르는 숲 속에서 튀어나와 수십 명의 녹서스 군인들을 찢어발겼으며 강둑을 부수는 홍수처럼 그들을 덮쳐 들판에 지른 불처럼 인마를 송두리째 불태워 야생의 위대함과 공포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마침내 녹서스의 군대는 처참한 몰골이 되어 달아났고 그제야 우디르도 자신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오니아에 평화가 찾아왔다. 안타깝게도 우디르의 안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정령의 전언에 의하면 자연을 거스르는 사악한 존재가 다시금 빙하 속에서 기어 나와 고향 땅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원의 강력한 정령들로부터 힘을 부여 받은 우디르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세상을 뒤덮을 거대한 어둠의 전조인 얼음 마녀를 막기 위해 우디르는 곧장 프렐요드로 향했다. 대자연의 균형을 위협하는 존재들로부터 기필코 이 자연계를 수호하리라. 이는 우디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운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