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7-02 08:41:30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목차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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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목차별 내용
2.1. 이별하는 방법을 알려줘 (さよならの仕方を教えて)2.2. 모르는 그녀의, 알 수 없는 그녀 (知らない彼女の、知れない彼女)2.3. 이 세상 빛의 한가운데서 (この世の光の只中で)2.4. 마지막 결빙 (終氷)2.5. 너에게 (拝啓、あなた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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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소설의 목차별 내용을 정리하는 문서이다.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아직 읽지 않은 경우 주의할 것.

2. 목차별 내용

2.1. 이별하는 방법을 알려줘 (さよならの仕方を教えて)

와타야 이즈미는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 그 이름은 가미야 도루. 자신의 친구 히노 마오리의 연인이었던 남자다. 하지만 도루가 보고 있는 상대는 언제나 마오리 뿐, 이즈미는 그에게 있어 그저 친구였을 뿐이었다.

그런 이즈미는 대학생 시절, 후배 나루세로부터 고백을 받는다. 도루를 잊을 수가 없었던 이즈미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이렇게 말했다.
나와 사귀어도 되지만 조건이 있어. 나를 정말 좋아하지 말 것. 지킬 수 있어?

그렇게 나루세와 이즈미는 연애 놀이를 시작했다. 서로의 이전 연인 이야기도 하고 데이트도 했지만, 나루세는 이즈미가 무언가 마음의 허전함을 느끼고 있음을 얼핏 눈치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이즈미는 나루세와 결별을 하자고 말한다. 나루세가 이에 왜 연애 놀이를 한 거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미안,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어서······. 하지만, 잊어야 한다는 건 아니까. 연애 놀이를 하면 그게 전부, 해결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나 봐. 서로 깊이 들어가지 않고 표면적인, 그저 즐겁기만 한 연애를 하면. 그만두자. 처음부터 안 되는 거였어. 이렇게 될 줄 언제부턴가 알고 있었어. 게다가 처음에 내가 말했지? 다정한 남자가 싫다고. 다정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잖아. 그런 사람은······, 일찍 죽으니까.

이즈미는 마오리와 도루가 처음부터 호감을 느끼고 교제한 게 아닌 것을 얼핏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도루의 사정을 좀 더 빨리 알았다면 그를 싫어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또 몰랐을 적에도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루는 마오리의 사정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며 배려해 줬고, 마오리가 하루하루를 계속해서 즐겁게 해주고자 전력이었다.

그 무렵의 이즈미가 도루에게 느낀 건 사랑이 아닌 질투였다. 절친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질투.

그러다 도루와 마오리가 두 번째 데이트를 하려고 한 날, 이즈미는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 니시카와 게이코가 도루의 누나 가미야 사나에라는 것을 듣게 된다. 데이트 약속을 어기는 건 미안한 일이지만 누나와 만나기는 아주 힘든 일이라는 말에, 이즈미는 마오리에게 사정은 자신이 설명할 테니 그는 자신의 누나와 만나고 오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최근 들어 도루가 마오리를 기쁘게 해주려고 전력인 것을 보고, 그로부터 자신은 마오리의 기억 장애를 알고 있다는 것과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듣게 된다.

이 때부터 이즈미는 더 이상 도루를 경계하지도, 질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무렵부터 둘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연인인 둘 사이에 자신이 방해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즈미는 도루를 약간 좋아하게 되었다.

2.2. 모르는 그녀의, 알 수 없는 그녀 (知らない彼女の、知れない彼女)

마오리는 기억 장애를 회복한 뒤 이즈미와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언가 기억의 이상함을 느끼고 있던 중, 이즈미에게 그녀의 남자 취향을 물었다. 과거의 일기와 이번의 질문을 조합해 보면 그녀의 남자 취향은 이랬다.
ㆍ다정한 사람이 싫다.
ㆍ집안일을 잘하는 사람과는 궁합이 안 맞는다.
ㆍ요리를 잘하는 사람도 탈락.
ㆍ눈치 빠른 사람도 싫다.
ㆍ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는 맞지 않는다.
ㆍ착실하지 않은 사람이 좋다.
ㆍ연하가 아닌 사람이 좋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이는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형편 없는 사람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즈미의 취향에 의문을 느끼던 중, 마오리는 이즈미의 대학교 후배인 나루세와 만나게 된다.

나루세와의 이야기를 통해 이즈미가 고등학생 때 연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된 마오리는, 나루세와 다시 한 번 만나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한다. 그리고 마오리는 "이즈미가 고등학생 때 연인이 있었다면, 그건 정반대로 다정하고 착실한 사람이었을 거다. 그러나 그 사람을 지금도 너무나 좋아하고 잊을 수가 없어서, 일부러 정반대인 이를 좋아하려고 드는 것이다." 라고 추측했고, 나루세는 동의하며 "이즈미는 가끔씩, 옛 연인을 떠올리는지 굉장히 슬퍼 보이고 괴로운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라고 말한다.

그 뒤 나루세는 이즈미에 대해 뭔가 더 알게 되면 마오리와 공유하기로 하고 헤어지기로 하는데, 헤어지기 전 둘은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마오리: 나루세는 참 다정하네.
나루세: 다정하긴요. 어중간하기만 한걸요. 아무런 도움도 못 되는 그저 그런 다정함.
······왜, 일까. 다정한 사람은 언제나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자신의 다정한 성격을 힘이 미치지 않는 것, 무력한 것으로 인식하는 듯 하다.
원래 다정함은 무엇보다 귀한 인성인데 자신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고 진심으로 겸손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을 내가 과거에, 어떤 상황에서 생각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기억장애를 겪을 때였을까?
아무리 과거를 보완해주는 데이터가 남아 있다고 해도 그때 받은 인상과 사고를 완전히 공유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여하튼 마오리는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즈미의 고등학생 시절 사랑을 본인의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모른다고 대답했고, 이즈미에게도 직접 물었으나 그녀 역시 그런 사람은 없었다고 대답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마오리를 만나기 전까지 내 인생은 시시했어. 냉담한 느낌으로 뭔가를 다 아는 것처럼 바보 같은 일도 엉뚱한 일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말이야, 고등학교 때 마오리를 만난 일이야말로······.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럴지 모르지만, 마오리가 조금 힘든 상황이 되었기에 나는 내게 소중한 것을 만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그녀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서, 마오리는 정작 본인은 어땠나 생각하고 있었다. 일기를 보니 본인이 연인을 만든 기록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기억장애가 나은 뒤로는 그 어떤 남자에게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마침내 가미야 도루의 존재를 알게 된다.

2.3. 이 세상 빛의 한가운데서 (この世の光の只中で)

마오리에겐 자신이 좋아했던 남자 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건 거짓말이었다. 마오리가 기억하지 못 할 뿐, 이즈미는 고등학생 시절 좋아했던 남자가 있었고 그걸 마오리에게 들킨 적도 있었다.

상대는 가미야 도루. 마오리를 통해 한 다리 건너 그를 알게 되었고, 함께 어울리다 보니 이즈미는 어느새 그를 조금씩 좋아하게 되었다. 취미가 같아서, 마오리를 소중히 대해 줘서, 무엇보다도 한없이 다정해서. 도루는 마오리의 사정을 알면서도, 매일의 마오리를 즐겁게 해주고자 전력이었다. 그런 모습에 이즈미는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도루는 이렇게 대답한다.
진짜로 무리는 하지 않고 할 수도 없어. 하지만 약간 무리해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약간 무리해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내 인생은 시시했지 뭐야. 냉담한 느낌으로 뭔가를 안 것처럼 착각해서 말이지, 바보 같은 일도 엉뚱한 일도 해 본 적이 없었어. 그렇지만 지금은 순수하게 히노랑 보내는 하루하루가 즐거워. 약간 무리해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 히노가 나를 놀라게 하고 다시 보게 해줘. 이런 나도 조금이라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해주거든.

이때 무렵 이즈미는 마오리와 도루가 닮았다는 걸 깨달았다. 겉보기엔 둘은 전혀 달랐지만, 둘 다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마음 써주는 상냥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무렵, 이즈미는 마오리가 자신의 마음을 눈치채기 시작한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마오리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니까, 혹시 자신의 존재가 친구의 사랑을 방해한다며 자신의 연인과의 관계를 끊으려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연인은, 그녀의 사정이 있을 거라며 그녀의 결별 통보를 받아들이기로 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인이 도루와 연인이 될 리는 없었다.

이렇게 생각한 이즈미는 마오리가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해도, 그때마다 부정했다. 그리고 도루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며 어떻게든 마음을 숨기기 위해 애썼다.

그러던 가을의 어느 날, 문화 축제가 개최됐다. 이 날 마오리는 도루와 함께 축제를 즐기고, 이즈미는 공부를 하며 시간을 때우려 했다. 그런데... 마오리가 몸이 안 좋아서 학교를 쉰다는 거였다.

일단 그 사실을 도루에게 알리고, 학교에서는 공부를 하러 가기로 했는데... 도루가 같이 축제 즐기러 가지 않겠냐고 권했다. 이즈미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나, 와타야에게 미움받을 짓을 한 거야?
라는 한 마디에 그녀는 마음이 변했다. 어디까지나 친구로서 자신을 볼 뿐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온전히 자신만을 봐주고 있는 것이 기뻐서, 이즈미는 도루와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그와 함께 축제를 즐기기로 한다.

그렇게 둘은 축제를 즐기던 중 잠깐 쉬기로 하는데, 이때 이즈미는 누나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런데 도루는 책을 쓸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이에 도루는 책을 쓰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털어놓는데...
실은, 사진에 약간 관심이 있거든. 사진은 소설처럼 다양한 장소로 자신을 데려가 주잖아? 난 가정 사정도 있고 해서 여러 곳에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인지······. 종종 사진에 굉장히 마음이 끌리더라고. 예쁜 사진을 보면서 그 장소에 있는 나를 상상하기도 하고, 실제로 나도 어딘가에 가서 그런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걸 가족이나 히노에게 말하면 심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말이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어. 와타야 말고는.

이 말에 이즈미는 가족이나 연인보다 자신에게 먼저 비밀을 털어놓은 게 기쁘면서도, 혹시 나중에 도루에게 카메라가 생기면 그걸로 마오리를 찍을 거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러니 그 전에, 휴대전화를 빌려 줄테니 최초로 자신을 찍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찍은 사진을 같이 확인해 보니... 찍힌 이즈미는 본인조차 놀랄 정도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기쁨을 견딜 수 없는, 절친인 마오리 앞에서도 지은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

이런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는 건 이즈미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녀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지냈다. 일이 바빠 자주 놀아주지 못하지만 양복이 어울리는 멋진 아버지와 디자이너를 하고 있는 세련된 어머니, 이즈미는 그런 두 사람을 정말 좋아했고 또 함께 지내는 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아버지는 좀처럼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어머니도 일에 열중하게 됐다. 어쩌다 마주하면 싸울 뿐이었다. 그런 일을 겪게 되니, 이즈미는 안심할 수 있는 장소도 사람에 대한 신뢰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도루와 함께 있으면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고, 천진하고 행복하게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도루가 이즈미는 하고 싶은 일이 없냐고 물어봤다. 솔직히 이즈미는 지금껏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같은 건 생각한 적 없었지만, 이야기를 하고 나니 책을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서 둘은 헤어졌는데... 어디선가 마오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오리는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몸 상태가 좋아졌고, 이즈미가 보고 싶어서 몰래 학교에 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녀가 도루와 함께 축제를 즐기고 있던 걸 몰래 보고 있었다고도 말했다. 이즈미는 친구끼리 그냥 같이 축제를 즐긴 것 뿐이라고 말했지만, 마오리는 말했다.
나, 축제 구경하는 모습, 봤어. 그것만이 아냐. 이러면 안 된다고,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옥상에서 두 사람이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도, 보고 있었어. 나는 그, 너희랑 어제가 다르니까······. 그래서 잘 보이거든. 이즈미, 가미야 도루를, 무척 소중한 듯이 보더라.

마오리가 지금껏 도루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았는지 알게 된 이즈미는, 아연실색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즈미의 사랑을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하고선, 마오리는 눈물을 흘리며 뛰쳐가 버린다. 마오리가 슬픔에 못 이겨 안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 예측한 이즈미는, 그녀를 쫓아가 결국 전부 털어놓았다.
나는······. 나는, 가미야를 좋아해. 그치만 말이야. 그 이상으로······, 두 사람을 정말 좋아해. 마오리가. 마오리와 있는 가미야가. 가미야와 있는 마오리가. 오늘의 마오리는 아직, 가미야를 잘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정말로 잘 어울리는 커플이야. 일기를 읽어봐. 그러면 분명 알 거야. 가미야가 마오리를 얼마나 소중히 대하는지. 마오리가 가미야에게 얼마나 큰 위안을 받았는지. 마오리가 얼마나 가미야를······, 좋아하는지. 나는 마오리의 일기를 읽은 적은 없지만 그래도 알 수 있어. 나는 말이야. 그런 두 사람이 좋아. 나 자신 이상으로, 정말로 소중해.
(마오리: 그치만 이즈미도······, 가미야 도루를 좋아하잖아. 그걸로 괜찮아? 괴롭지 않아? 나는 기억장애니까 가미야 도루도 이즈미가 더······.)
가미야는 그런 거 신경 쓸 애가 아니야. 혹시 마오리의 장애를 안다 해도 그걸로 마오리를 싫어할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런 애였다면······, 나도 좋아하지 않았을 거고. 가미야는 마오리가 어떤 상태든 마오리만을 좋아해. 그러니까 말이지. 그러니까······, 가미야는 나를 봐주지 않아. 흔한 일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응. 괴로워. 정확히 말하면 괴로웠어.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었으니까. 가미야를 좋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오늘의 마오리한테는 물어보고 싶어. 나······, 그래도 될까? 가미야를 좋아해도 괜찮을까? 두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가미야를 계속 좋아해도, 괜찮을까?
지금껏 두 사람에게 폐를 끼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억눌렀던 감정과 진심을 전부 뱉은 이즈미는, 마오리의 그 마음을 소중히 여겨도 된다는 말에 이제 후련해졌다며 그들과 계속 친구로 남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 마음이 무색하게, 도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생전에 부탁대로 이즈미는 일기에서 그의 존재를 지워 마오리의 슬픔을 덜어줬지만, 이즈미는 그럴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첫사랑의 죽음은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죽음으로 인해 끊어진 사랑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그녀는 계속 방황했다. 그러던 중 나루세의 고백을 받아 그의 연인이 됐지만, 도루를 닮은 그의 모습에 이즈미는 두려웠다. 도루를 잊고 싶었지만, 동시에 잊고 싶지 않은 마음에 결국 이즈미는 나루세와 결별을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오리에게 도루의 존재를 결국 털어놓게 되고... 그로부터 다시 시간이 지났다. 이즈미는 오랜만에 가미야 사나에와 다시 만나 자신이 도루를 좋아했다는 것과 그를 도저히 잊을 수 없음을 털어놓았다. 이에 사나에는 이렇게 대답한다.
목표란 건 인생을 심플하게 해 주거든.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자신을 잊을 정도로 그 일에 몰입해보는 것도 좋을 거야.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니까. 그러면 서서히 여러 가지 일이 과거가 되어가지. 잊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도 잊을 수 있을지 몰라.
이 말에 이즈미는 자신이 책을 써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음을 말하고, 도루의 이야기를 자신의 소설에 담아 써보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나아갈 길을 정한 이즈미는 우선 나루세에게 사과하기로 했는데··· 나루세는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걸 들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그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기회를 봐 사과하기로 했지만, 그것이 그저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생각한 이즈미는 결국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녀는 드디어 소설을 쓰기 시작해 대학교 3학년 때는 마침내 공모전에 응모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연락이 없었기에 수상에는 실패했다는 걸 직감했고, 그래도 시간을 들여 걸어가다 보면 어딘가에 다다를 거라며 수상작들을 확인하는데...

사진 작품상 가작: <마지막 결빙> 가미야 도루

라고 쓰인 것이 보였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싶어 이즈미는 사나에에게 연락했는데, 그녀는 "다음 달에 시상식이 있어. 초대 손님으로 해둘 테니까, 직접 네 눈으로 확인해 볼래?" 라고 제안했다. 이에 이즈미는 물론 그렇게 하겠다며 시상식이 열리는 도쿄로 향했는데...
"와타야 선배!"

거기에 있는 사람은 진짜 가미야 도루가 아니었다.
내 대학 후배였다.
가미야 도루라는 이름으로 수상한 그가······.
나루세 도루가 거기에 있었다.

2.4. 마지막 결빙 (終氷)

아직 그가 초등학생일 적, 나루세 도루는 사진 찍는 걸 좋아했다. "사진을 찍으면 모두 웃는 얼굴이 되기 때문" 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던 중학생 시절, 그는 사쿠라이라는 남자 선배를 만났다. 그런데 그때, 그는 나루세에게 이렇게 말했다.
있잖아 나루세. 너도 그렇고 이 학교 사진부가 찍고 있는 건 단순히 기록 스냅용 사진이야. 그곳에 있는 것을 아무런 의도 없이 그저 잘라낼 뿐이지, 사진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야. 너만 좋다면 내가, 사진 만드는 법이 뭔지 가르쳐줄게.
"사진이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니까 사진을 찍는다" 라고 말한 그는, 한순간의 변덕으로 그런 제안을 했다.

그렇게 해서 나루세는 사쿠라이에게 사진을 만드는 법을 배워 사진 콘테스트에서 가작으로 입상했다. 하지만...
더 진지하게 도전했더라면 달랐을 거야. 나는 나루세에게 그 콘테스트라면 적어도 우수상은 받을 수 있는 사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줬어. 너에게 재능은 있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가르처주지도 않았을 거고. 그런데 넌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고 거기에 안주해 버렸어.
그는 화를 내는 게 아니었다. 그는 동아리 일원 중 유일하게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진에 전력으로 몰두할 사람을 찾았는데, 그런 그의 고독을 배신한 건지도 모른다... 나루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사쿠라이는 이 말을 끝으로 부실을 나갔다.
나루세는 결국 진심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군. 머리도 좋고, 하면 잘하긴 하는데······.
이 말이 마음 속의 말뚝으로 박힌 채, 나루세는 지금껏 살아오고 있었다. 그러다 이즈미와의 통화에서 그녀가 소설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녀가 응모하려는 공모전에서 사진도 뽑는다는 걸 알게 됐다.

이 두 가지가 마음 속에서 교차한 나루세는, '평범한 나는 이제 싫어, 이런 모습으로는 누구도 날 좋아하고 돌아볼 리 없어. 특별한 무언가가, 갖고 싶어.'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금 사쿠라이를 찾아가 말했다.
가작은 싫습니다. 이 말을 하는 데 6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말할 수 있어요. 저는 지금, 가작으로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갖고 싶은 것이 생겼거든요. 그러니까······. 제게 다시 한 번, 사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십시오.
이에 사쿠라이는 마침 공짜로 부릴 조수가 필요했다며 수락했고, 나루세는 자신에게 1년 만 시간을 허락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사쿠라이도 나루세의 부모님도 이를 허락했고, 나루세는 그 길로 사쿠라이의 밑에서 전력으로 사진을 배웠다.

그러다 휴학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즈미가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즈미와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 받은 나루세는 자신이 그동안 또 어중간했음을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일단 잡지에 소식이 실리는 최종 심사를 염두에 넣어두고 있었지만, 이즈미와의 연락을 계기로 그것은 단지 실패해도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막을 세운 것 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반드시 원하는 것을 이루기로 하고, 이루지 못하면 상처를 입자고 다짐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공모전 작품을 준비하기로 한 날, 나루세는 소재로 샘(일본어로 이즈미)를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사쿠라이는 심사워원 눈에 띄려면 더 어필할 수 있는 대상이 좋다고 말했지만, 나루세는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이 샘(이즈미)이기에 선택했다고 대답하자 결국 도와주기로 한다.

몇 번을 도전해도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오지 않고, 공모 마감일은 점점 다가오기만 하던 어느 날이었다. 마오리에게서 그녀의 남자친구인 "가미야 도루"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녀와의 통화를 통해, 나루세는 마오리가 선행성 기억상실증 환자였다는 것과 이즈미의 첫사랑이 그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과 이름이 같은 그의 존재를 알게 된 그는, 마침내 깨닫는다. 자신은 이즈미에게 다시 한 번 마음을 전할 계기를 찾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를 진심으로 웃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자신 안에 있음을.

그것을 깨달았을 때, 나루세는 마침내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는데 성공했다. 그러면 이제 작품명도 정했고, 이즈미가 바로 알아보게끔 출품자의 성명은 본명을 쓰기로 했는데...
하지만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나 자신을 점검하듯이 그 생각에 빠졌다.
사진은 찍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는 애초에 이 작품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무의식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나는 이미 마음 속에서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와타야 선배를 마음으로부터 웃게 해 주고 싶다고. 얼어붙은 표정을 없애주고 싶다고.
그 이야기의 막을 내리는 것은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 순간 내 이름이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과감히 이름을 바꿨다. 작가명을 포함해 이 작품은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 결빙> 가미야 도루

와타야 선배가 좋아한 사람, 가미야 도루.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떻게 웃는 사람이었을까.
내 선택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은 사람을 모독할 의도도, 장난질로 선배를 혼란스럽게 할 생각도 없었다.
선배가 좋아한 사람에 대한 경의와 존경을 담아 이 작품의 마지막 연출로서, 나는 가미야 도루의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응모를 마친 뒤, 시간이 꽤 흘렀다. 수상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는데, 결과는 가작이었다. 나루세는 또 가작으로 그쳤다는 사실에 실망했지만, 사쿠라이는 눈 뜨고 있는 동안 계속 사진 생각만 하지 않았냐며 그를 칭찬했다.

그리고 시상식 날, 사쿠라이는 그에게 빌려줬던 카메라를 그에게 주었다. 그리고 언젠가 이즈미와 함께 자신을 찾아올 것, 프로가 아니라도 사진을 계속 찍을 것을 요구하며 그와 이별한다.

그리고 시상식에서, 나루세는 이즈미와 재회한다.
시상식 후 이즈미는 나루세와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리고 그와 만나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해 들은 뒤, 왜 갑자기 공모전에 응모했는지 묻는데...
선배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달라지지 않으면 영영 달라지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전력으로 뭔가를 하지 않는 모습으로는 당연히 와타야 선배가 돌아봐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노력해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스스로 자랑스러운 모습이 되면 이 상을 계기로 다시 선배를 만나고 싶었어요. 선배에게 다시 한 번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이즈미: 너무 무리했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무리하고 싶었던 거에요. 무리해서라도 돌아봐 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기쁜 일은 인생에 별로 없으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나루세는 가미야 도루의 이야기를 꺼냈다. 어쩌다 그 이름을 알았는지, 어쩌다 그 이름으로 출품했는지, 그리고 그 이름의 주인이 사진을 좋아했다든지... 그런 이야기를 하던 중, 이즈미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 앞에 있던 도루는, 다림질된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나는, 가미야 도루 씨 대신이 될 수 없어요? 당장은 어려울지도 몰라요. 그래도 저는 선배가 좋아했던 가미야 씨를 대신하고 싶어요. 나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것이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걸 갖게 되었으니까. 선배를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요. 가미야 씨에게도 지지 않을 거고요. 공모전에 도전하면서 깨달았어요. 그것이야말로 내가 정말로 손에 넣고 싶어 했던 나만의 것이라는 걸.
(이즈미: 하지만 나는 가미야를······. 도루를, 지금도 여전히 좋아해······. 도루가 없다는 걸 알아. 잊어야만 한다는 것도 잘 알고. 하지만 괴로워서, 그렇게 되질 않아서.)
왜 잊어야 하는 거죠? 선배는 가미야 씨를, 잊고 싶지 않은 거잖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 잊을 수 없는 걸 억지로 잊을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 잊지 않아도 좋아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선배는······, 가미야 씨를 사랑했으니까. 선배는 가미야 씨를 사랑한 거잖아요. 자신 이상으로 가미야 씨를 소중히 여겼어요. 그런 사람이 없어져서 지금도 괴로워하는 거고요. 하지만 사실 괴로워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잘 아는 것처럼 말해서 미안해요. 가미야 씨는 분명 이 세상에 없지만, 지금도 또렷이 선배 안에 있으니까.
이 말에 이즈미는 자신이 도루에게 느낀 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안심했다. 도루를, 그리고 도루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잊지 않고 계속 살아가도 된다는 것에.

2.5. 너에게 (拝啓、あなたへ)

또 한 명의 도루에게 고백받은 날, 이즈미는 일단 대답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죽은 도루의 누나를 다시 만나 그와의 일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도루를 억지로 잊지 않겠다고, 도루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그리고 그를 향한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가을의 어느 날, 이즈미는 나루세에게 마침내 고백에 대한 대답을 한다.
그건 그렇고, 너랑 사귀어도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 나를 정말로 좋아해도 좋아. 나도 널 좋아할 테니까. 이미 좋아하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그 대신 이것만은 지켜줘.

무슨 일이 있어도, 나보다 오래 살아.

마음 속에 있어 주면, 충분하다는 건······, 알아. 그래도 말이야, 당연하지만, 살아 있어 준다면 더 좋겠어. 훨씬 더 기쁠 거야. 그러니까 소원이야. 나보다 먼저 죽지 마. 앞으로 계속, 살아 있는 너를 소중히 여기고 싶어.
이에 나루세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나루세 도루와 연인이 되고, 이즈미는 계속해서 소설을 쓰며 그 안에 가미야 도루를 담고 있었다.

마오리가 그림과 자신 안에 잠들어 있는 기억을 토대로 가미야 도루를 차츰 기억해 내고 있는 것처럼, 이즈미는 소설과 남아 있는 기억을 토대로 그를 계속해서 기억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즈미는 자신의 소설 맨 앞장에 이런 글을 삽입했다.
이 소설을 지금은 세상에 없는 가미야 도루에게 바칩니다. 우정과 경애와 존경 그리고 각별한 사랑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