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소설)

결국 서울로 돌아가지 못한 경준은 안양역에서 받은 비닐 우의를 뒤집어쓰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터덜터덜 걸어서 오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입구에 붙여 놓은 벽보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간 그가 중얼거렸다.


“이게 뭐야?”


“예비군 소집 명단이래요.”


팔짱을 낀 채 벽보를 보던 총무와 김미영 대리가 말했다.


“예비군?”


명단에 자기 이름이 있는 걸 확인한 경준은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언제 나타났는지 같은 색 비닐 우의를 쓴 나형섭 대리가 물었다.


“집에 안 갔어?”


“서울이 완전 불바다라잖아. 어떻게 가. 그나저나 나형섭 대리는 집이 안양 아니었어?”


경준의 물음에 나형섭 대리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지난달에 DMC 쪽으로 이사 갔어. 인 서울 했다고 마누라가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말이야.”


“이제 어떡하지?”


“몰라,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아파트 사느라고 대출이 완전 장난 아니었는데.”


“어차피 은행도 없어질 거라며?”

“이럴 땐 꼭 필요한 건 없어지고 없어졌으면 하는 건 끝끝내 살아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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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