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7-01-31 09:20:48

영등일

영등일(靈登日)은 영등할머니가 내려온다는 음력 2월 초하룻날을 지정하는데, 액운을 쫒고 무병장수와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날로 바람의 신인 ‘영등신’을 받드는 풍속이 전해지고 있는 만큼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이 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들고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고 합니다.

‘영등’은 바람신으로 ‘영등할매’라고 부르는데, ‘영등할매’는 2월 초하루에 지상에 내려왔다가 인간세상을 살피고 10일 또는 20일 경에 하늘로 귀환하는데 인간들은 이때의 기후 변화를 살펴 한 해 농·어업 수확을 점쳤다고 합니다.

농촌에서는 영등신이 지상에 머물러 있는 동안 우순풍조가 이루어지도록 초하룻날 고사를 지내고 매일 아침 정화수를 장독대에 올려놓고 빕니다. 어촌에서는 흰떡을 쳐서 굵게 비벼 용떡을 만들어 용신에게 바치고 바다를 평온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큰 굿을 합니다.

보통 2월 초하루 때부터 꽃을 시샘하는 바람 즉 꽃샘바람이 부는데 바람의 신인 ‘영등신’이 지상에 오는 것이죠. ‘영등신’은 혼자서 다니지 않고 며느리나 딸을 데리고 다니는데, 이 날 며느리(비영등)를 데리고 오면 비가 오고 딸(바람영등)을 데리고 오면 바람이 분다고 합니다.

즉 ‘영등할매’가 딸을 데리고 오면 다홍치마를 휘날리게 하느라고 바람이 불어 흉년이 들고, 며느리를 데리고 오면 며느리가 미워서 다홍치마를 얼룩지게 하느라고 비가 내려 풍년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는 친정어머니와 딸은 서로 좋아하고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에는 불화와 갈등이 많은 인간세상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사람들은 영등의 딸보다 며느리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딸은 시집가면 남이요, 며느리는 내 식구라고 생각하던 전통시대의 사고를 반영한 것이죠.

인간들은 성질이 까탈스럽고 변덕이 심한 바람의 신이자 흉년과 풍년을 결정할 힘과 영험을 지닌 여신 영등의 비위를 맞추느라 온 정성을 다하며 물건을 사고파는 일 심지어는 빨래도 하지 않는 등 엄격한 금기가 뒤따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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