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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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알통이 굵으면 보수적이고 가늘면 진보적이라는 어이없는 걸 넘어서서 믿거나 말거나에서나 보일 법한 주장이 지상파 방송에서 떡하니 보도되었다. 혈액형 성격설만큼이나 근거를 찾아볼 수조차 없는 전형적인 유사과학이다.
이 사건 이전에도 언론과 엮인 대형 사건사고[1]가 발생한 전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MBC와 엮인 대형 방송사고다.
라고 기술되어 있지만 해당 내용은 저명한 심리학 저널인 Psychological Science에 2013년 출판된 논문을 바탕으로 한다 #. 그렇다고 방송 내용이 정확한 것은 아닌게,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 중 상체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보다 진보적인 정치관념을 지지했고,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 중 상체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보다 보수적인 정치관념을 지지했다. 즉 알통크기가 본인에게 유리한 포지션을 더욱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men with greater upper-body strength more strongly endorsed the self-beneficial position"). 또한, 이 연관성은 여성에게는 발견되지 않았다.
백업본 1
백업본 2
2. 전설의 시작
2월 18일자 8시 뉴스데스크에서 해외의 논문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있는 두 사람의 알통 굵기와 실제 정치 성향을 비교하면서 알통은 정치 신념과 상관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문제는 이것이 과학적으로 잘못된 주장임은 물론, 상식적으로도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결국 뉴스데스크는 보도 직후 1차적으로 누리꾼에게 집중 사격을 당했으며 다음날 19일 화젯거리의 냄새를 맡은 타 언론사들이 2차적으로 집중 포격을 가하면서 논란은 폭발적으로 커져 버렸다.
3. 원본 논문의 해설 및 한국 방송의 문제점
이코노미스트에 올라온 논문의 원문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근육질인 사람들은 복지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개인적 이해득실에 크게 영향을 받지만, 마른 사람들은 그런 경향이 훨씬 덜하다.
원래 논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정치라는 현상의 근원을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저자의 의도는 '근육질인 남성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자신의 처지에 이익이 되는 쪽을 강하게 주장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과 이 원인으로 '선사 시대에는 힘이 센 사람이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컸으며, 이에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내세웠던 것이 현대까지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선 사람들을 상위계층인 소득이 높은 사람과 하위계층인 소득이 낮은 사람으로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의 복지혜택을 위해 세금부담을 늘리는 새로운 복지 정책이 등장하게 되면 상위계층은 소득이 많으니 그만큼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것에 더해 원래 소득이 많았으므로 금전적 여유가 많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복지혜택을 보다 적게 누리게 된다. 즉, 자기 돈은 많이 거둬가는데 정작 자기는 혜택을 별로 못 보는 이 새로운 복지 정책을 반대하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반대로 하위계층이라면 소득이 적으니 그만큼 세금을 적게 내는 것에 더하여 원래 소득이 적었으므로 금전적 여유가 없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복지혜택을 보다 많이 누리게 된다. 즉, 자기 돈은 조금 거둬가는데 자기는 혜택을 많이 보는 이 새로운 복지 정책을 찬성하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여기서 대상자가 근육질이라면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경향이 높고 반대로 비근육질이라면 자기 의견을 소극적으로 주장하는 경향이 높다. 따라서 원본 논문은
'근육질 + 상위계층 = 적극적으로 + 보수'
'근육질 + 하위계층 = 적극적으로 + 진보'
'비근육질 + 상위계층 = 소극적으로 + 보수'
'비근육질 + 하위계층 = 소극적으로 + 진보'
가 되는 식이라는 통계 결과를 실은 것이다. 결국 체형은 보수냐 진보냐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self-interest)에 얼마나 충실하느냐에 대한 지표인 셈이다. 이마저도 상대적으로라는 단서를 붙여 두었으며 애초에 이 논문은 영미권 저널에 실린 것이다보니 대한민국에서 정치성향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거론되는 안보 문제는 논외로 두고 있다. 특히 제1저자인 미카엘 페테르센(M. B. Petersen)은 덴마크인이며 복지국가 및 복지 시스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에 많은 관심을 가진 젊은 진화심리학자다.[2] 즉, 이 논문은 어디까지나 소득재분배 문제를 포커스로 하고 있으며 안보는 상대적으로 논외로 하므로[3] 이 연구를 한국의 보혁문제에 고스란히 대입하긴 힘들다.
하지만 MBC는 위에서 극히 일부만 그것도 굉장히 어설프게 해석하고 이를 억지춘향으로 이어붙여 버려서 그 결과가 '근육질 = 보수', '비근육질 = 진보'가 되어 버렸다. 원래 논문이 의미하는 바의 5%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그나마 원본 논문은 통계적 한계점으로 인해 상기한 대로 "상대적"이라는 조건을 달아야 했다. 그래도 원본 논문은 최소한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많은 질문들을 바탕으로 한 평균적인 조사값을 기반으로 결과를 낸 편이었지만 MBC에서는 위에서 나오듯 보수적인 주장을 하는 상대적으로 알통 굵은 남자 1명과 진보적인 주장을 하는 상대적으로 알통 굵지 않은 남자 한명 씩 겨우 2명에게 질문 1개를 하고는 이 두 명이 한 주장을 비교해 보니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다는 원본 논문도 한 적 없는 주장을 날림으로써 제대로 쐐기를 박았다.
게다가 이 사안은 자칫하면 우생학적 파시즘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내용이 놀랍게도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지상파 뉴스에서 나온 데다 이 꼭지 바로 뒤에 나온 기사가 유전자와 정치성향의 상관성 분석인 것을 확대해석하면 '보수적인 사람은 건강하고, 진보적인 사람은 허약하고 병들었다.' → 보수 = 정상, 진보 = 비정상이라는 무시무시한 결론도 나올 수 있다. 실제로 파시스트들은 육체미를 중시하며 근육질의 육체를 찬미했고 일본의 극우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는 동성 연인에게 좌익에겐 남자의 매력이 없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나치스도 강건한 육체에 대한 환상을 적극적으로 내비쳤다. 진중권 역시 자신의 책 '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에서 대한민국의 군사독재 시절이나 구소련 무렵에는 유독 강인하고 탄탄한 남성의 육체가 강조되었다는 언급을 '몸 튼튼 간 퉁퉁 머리 텅텅'이라는 유머와 함께 언급한 적이 있다.
굳이 해당 보도를 옹호하자면 자기관리가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는 상류층이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싶었다는 억지춘향이 가능하겠지만 실험 표본이 고작 두 명에 불과하니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셈이므로 결국 어떻든간에 기자의 소양 부족이 드러나기는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잘못된 보도라면 번역의 실수 또는 잘못된 이해로 인한 보도라고 볼 여지가 있겠지만 저 내용대로라면 MBC 측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자극적인 타이틀로 왜곡보도를 했다는 점이 명백해진다. 결정적으로 저 비교 직후에 한 논문 소개는 비교적 제대로 함으로써 왜곡 보도 의혹에 결정타를 날려버렸다.
김남훈처럼 알통 굵은데 진보인 사람도 있고 이윤석처럼 알통 가는데 보수인 사람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심플하게 반박이 가능하다. 이것은 상기한 해석처럼 원본 논문에서도 소개한 내용이며 여성의 경우는 아예 다루지도 않았다. 대다수가 가는 팔뚝일 테니 전부 진보란 말일까?
결국 2013년 4월 18일 방통위는 이 보도에 대해서 주의 처분을 내렸다.
4. 기타 논란
평소 MBC에 좋은 감정이 없는 사람들에게는DRD4라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사람은 친구를 많이 사귈수록, 진보주의적 성향이 점점 강해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라는 말도 "뭐, 보수는 정상이고 진보는 변이된 놈이라고!"라며 반발을 샀다. 사실 워낙 상식에 어긋나는 보도라서 보수 성향 네티즌들 상당수도 진보 성향 네티즌들만큼의 반발까지는 아니지만(어쨌든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이고 진보를 비하해 줬기 때문에) 크게 비웃으면서 뉴스데스크를 깐 것은 마찬가지였다.
맨 마지막의 기자의 마무리까지 어처구니없다.
다만 유전자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우리 모두가 어떤 정책이나 이념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지할 수도 있지만, 그냥 끌리기 때문에 옳다고 믿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증오를 품을 것이 아니라, 관용을 가지고 상대방이 옳은 부분은 무엇인지 고민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5. 패러디
이런 엄청난 내용 때문에 각지에서도 근육의 여부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놀이가 유행했다.드립으로 우선 근육질의 대명사인 숀리와 김종국은 보수로, 마른 몸매의 대명사인 이윤석[4]과 한민관은 진보 쪽으로 분류되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나 실베스터 스탤론은 파시스트[5][6], 피들스틱은 공산주의자, 근육맨은 우파의 교본, 헬스클럽은 세뇌 공작소, 새누리당에 '운동'권 출신이 많은 이유는[7] 80년대에 '운동'을 많이 해 알통이 커진 사람이 많아서
여담으로 근육질인 차범근과 차두리 부자는 18대 대선에서 진보적인 성향의 문재인을 지지했다. 그리고 파시스트의 지원을 받아 악명높은 군부독재를 펼친 포르투갈의 살라자르는 빼빼 말랐으며 박정희 대통령도 좌익 경력이 있었던 형 박상희보다 키와 몸집이 작은 편이었다.[11]
이 드립이 일부 사이트에서 유명해지면서 다음과 같은 패러디도 나타났다.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작가 모래인간의 패러디 #
계란계란도 웹툰 오늘은 자체휴강에서 패러디했다.
이 정도 패러디가 우후죽순 등장한 것만 보더라도 MBC 뉴스데스크가 얼마나 바보같은 말실수를 했는지 감이 잡힐 것이다(...).
2016년 11월 12일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반발하여 일어난 2016년 11월 민중총궐기의 언론인들 사전집회에서 공정하지 못한 보도를 향해 모래주머니를 던지는 퍼포먼스에서도 등장했다. PD 저널 기사
6. 그 외
- 딴지일보에서는 이 기사를 힐난하는 글이 메인 화면에 걸린 적이 있었다. 마지막 줄에 이 기사를 통해 MBC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의 결론을 시쳇말로 옮겨서 "진보는 그냥 X가 작다."였다고 적는 것까지 정말 딴지일보 스타일.
-
타임지에서 비슷해 보이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고양이 좋아하면 진보…개 좋아하면 보수적 원본 기사는 정치성향의 차이에 따라 다른 가치관에서도 차이를 보인다는 내용이며 특정 요소가 정치 성향에 영향을 준다는 논조가 아니다. 그리고
TV조선 및 일부 한국 언론사에서는 이걸 인용해
고양이 좋아하면 진보…개 좋아하면 보수적이라고 보도했다.
이게 '개'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보수, '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진보?아이고 부장님 깔깔깔
- "근육 색깔이 메달 좌우"…근육의 놀라운 비밀 이쪽은 찌라시가 아닌 과학적 사실이다. 어떤 종목을 훈련하느냐에 따라 운동선수가 발달시켜야 하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이다.
- 17도 이하 순한 소주 광고금지되나…복지부 "신중 검토": 연합뉴스가 2016년에 내놓은 이 기사는 출처에도 없고 상식에도 반하는 사실(?)을 기자가 정리하면서 멋대로 추가시켜 문제를 키웠다는 점에서 '알통 보수'와 닮았다. SBS에서 이 기사를 검토도 없이 그대로 복붙했는데 SBS 공식 트위터의 트윗에는 아예 기자의 정리 멘트만으로 이 기사를 소개해 트위터리안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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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 다른 방향을 통해 어떻게 이런 뉴스가 방영될 수 있었는지가 밝혀졌다. 다름아닌
무한도전을 통해서인데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후일 강연에서 이 시기에
정
부로부터 정부 정책을 홍보하라는 외압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즉 이 시기에 언론을 향해 정부가 외압을 벌이고 있었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보수를 건강한 사람이라며 옹호하는 이런 기사였다. 실제로 좀 더 앞서 등장한
뉴스데스크 게임 폭력성 실험 사건 또한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보수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내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심이 든다.
혹은 일부러 논란이 일어날만큼 어설프게 옹호하는 뉴스를 내보내서 보수 정권이 욕을 먹게 하려는 MBC의 큰 그림이였을지도...
-
2020년엔 국민일보에서 이 뒤를 이은 '진보·보수, 뇌부터 다르다?'란 사이비과학 기사를 냈다.
#[13]
사실 이런 보도해도 아니라고 증명할 사람도 별로 없고, 안 믿을 분들은 입을 다물 뿐인데 그러니 맘대로 뉴스 만드는 거지. 진보보수, 뇌, 얼마나 솔깃한 주제야. 가짜뉴스 만세!
[1]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뉴스데스크 게임 폭력성 실험 사건
[2]
그래서 심리학 이외에도
사회복지학 쪽에서도 이 사람 논문을 접할 일이 종종 있다.
[3]
물론 진화심리학을 안보문제에 적용한 논문도 있다. 진화심리학자 애런 셀(A. Sell) 등에 따르면 자신의 성적인 매력이 크다고 생각되는 개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국제외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강력한 군사력으로 개입하는 것을 (즉, 주전론을) 더욱 선호한다. 이건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심리학》 개론서에도 실린 내용이다. Sell et al.(2009) 참고.
[4]
정작 이윤석은 방송에서 친일파에 대한 온건한 처리를 주장하고
민주당계 정당을 비판하는 등 보수 성향에 훨씬 가깝다.
[5]
파시스트는 아니지만 공화당원이므로 미국 기준으로 보수적인 건 사실이다. 사실 할리우드의 80~90년대 근육질 액션 스타 배우들은 보수파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주지사 선거 당시 아버지 구스타프 슈워제네거의
게슈타포 활동경력 논란이 잠시 있었다.
[6]
하지만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마냥 보수 성향만 있다고 보기 힘든 게 빈민 구제법 등 여러 정책에서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베스터 스탤론도 보수성향에 공화당 지지자지만 총기 소지는 반대한다.
[7]
근데 운동권(
NLPDR)은 예나 지금이나 굉장히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보수 정당보다
민주당에 운동권 출신이 훨씬 많다.
[8]
2023년 7월 3일부터
윤석열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역임했다.
[9]
미시마 유키오가 헬스를 시작한 후부터 극우화에 집착하며 사람이 완전 변한 것은 사실이긴 하다. 미시마 사건으로 사망한 이후에도 그의 극단적인 변화를 일컬어 '두 명의 미시마'라고 칭하며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도 있었을 정도.
[10]
사실 트렌트 레즈너는
도널드 트럼프를 극혐했다. 뉴스에 트럼프가 나오면 아이가 욕을 배울까 봐 TV를 음소거 상태로 설정할 정도였다.
[11]
근데 박정희 대통령도
남조선로동당에 가입하여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경력이 있다. 물론 전향 이후 크나큰 신체 변화를 겪는다던가 하는 경우는 없었다.
[12]
참고로 이것도 우연의 일치로 자국 내에서는 우파지만 파시스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인
윈스턴 처칠은 고양이를 좋아했지만 이보다 훨씬 우파에 가까운
아돌프 히틀러는 큰 개를 좋아했다.
[13]
원 논문을 읽어 보면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보다 안정성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고 겁이 더 많다고 볼 수도 있는
아전인수적인 결론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