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의?
1961년 결성된 영국의 또라이(...) 건축가 집단. 당시 건축계와 디자인계에 지대한 충격을 던졌고 5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전위적, 실험적 건축집단.아키그램이라는 이름은 건축(architecture) + 전보(telegram)의 합성어. 날로 무의미해져가고 척박해져가는 전후 영국 주류 건축계와 디자인계 현실에 제동을 거는 긴급 전보를 때린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이들의 활동은 주로 드로잉과 꼴라주로 이루어진 자신들의 작업물을 잡지로 발간하는 것이었다. 1961~1974년 사이에 총 9번의 잡지가 발간되었고 이 잡지들은 당시의 건축계의 뒷통수를 제대로 때렸다. 잡지의 내용을 몇 문장 소개하자면,
"확실히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어느 때보다 고분고분하며, 지극히 따분한 일이 되어버렸다."
"우주 공상과학만화에서의 미래가 이미 지어진 건물들과 다시 관련을 맺을 수 있을까?"
"(인위적으로)조성된 환경은 뭔가 다른 것이다. 조성된 경험은 더 좋거나 나쁜 성격의 것이 아니며, 평범한 자연환경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하지만, 어디 한번 모두 가져 보자. 우드스탁 뮤직 페스티벌에서는 우리는 모두를 챙길 수 있었다. 그 세 살 난 도시와 50만 명의 젊은이들, 온 지역이 흥분했고 유일한 기재는 증폭뿐이었다. 그야말로 최고였다."
"소모적 환경에 대한 생각들은 여전히 무질서한 것과 동일시된다. 그것의 제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기라도 해야할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을 밀어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건축 드로잉은 아래와 같이 펑키하다.
이 잡지에 실린 그들의 작업들은 기존의 영구하고 사회 전체를 통합하는 건축이라는 개념을 부정하고, 바뀐 시대를 대표하는 일시성, 개인성, 이동성을 강조하는 골때리는 건축을 보여준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당시 서구사회를 풍미한 히피 무브먼트와 사이키델릭 록의 영향도 짙게 느껴진다. 당시 그들의 드로잉들을 보면 채색이나 장면 연출이 사이키델릭 아트를 하던 다른 일반 미술가, 일러스트레이터(사이키델릭 록 뮤지션들의 음반 커버 그림을 그려준 사람들도 많다. 로저 딘이라든가)과 흡사하게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이다.
2. 건축?
쿠쉬클마치 누워서 타는 자전거 같이 생겼는데, 펼치면 집이 된다. 유목민과 같은 신세로 전락한 도시민들을 어느 정도 풍자하는 프로젝트.
수탈룬
쿠쉬클보다도 작은, 아예 입고 다니는 집이다. 이들은 이걸 사용할 경우 집을 살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설명하는 그림이 므흣하다(...)
캡슐
우주선 캡슐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미래적인 주택 개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전SF의 주택양식의 초창기 모델이다. 주택을 산업디자인의 개념으로 생각해서, 공장에서 집을 찍어낸다! 말도 안 되지, 세상에 이런 건물이 과연 지어질까? 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일어났다! 사진은 도쿄의 나카긴 캡슐 타워.
하지만 이 건물은 이들이 설계한게 아니라 일본 건축가 쿠로카와 키쇼의 작품이다. 이들에게서 모티브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1]
이 개념은 후에 개스킷 주택이라는 조금 다른 아이디어를 낳는데, 이는 스팀펑크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또한 캡슐호텔에 영향을 줬다.
플러그-인 시티
이러한 일회용 건물들을 뛰어 넘은 일회용 도시(...) 프로젝트. 도시 환경 전체를 변화 그 자체를 위해 계획한다는 컨셉에서 출발한다.
먼저 도시 전체에 '소켓'과 같이 무언가가 꽂힐 수 있는 구조체를 짓는다. 그리고 거기에 무언가가 꽂힌다. 주택, 상가, 대학, 뭐든 간에 꽂히면서 도시는 그야말로 '성장'해 나간다!
도시 요소들의 수명은 다음과 같다.
욕실 및 부엌과 거실의 바닥:3년
거실, 침실: 5~8년
주택의 위치: 15년 간 유지
가게 위치: 3~6년
자동차 격납고 및 도로: 20년
주요 거대 고층 구조물: 40년
도시라는 것이 영구적이지 않고, 고정적이지도 않으며 생물처럼 성장한다는 개념을 제시한 프로젝트.
워킹 시티
일회용 도시보다 더한 움직이는 도시 프로젝트.
"도시 간 혹은 그 내부의 교통 문제와 같은 도시의 주요 문제점들은 여전히 미결상태로 남아있다. 이러한 것들에 충분한 용기와 헌신을 들인다면 그것들은 즉시, 효과적으로, 그리고 말끔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충공깽
이와 비슷한 인스턴트 시티 프로젝트도 존재한다. 이건 비행선을 타고 도시가 착륙한다(...)
3. 영향?
전위적, 실험적 건축 뿐만 아니라 건축계 전반적으로 임시성, 이동성 등의 가치를 주목하게 되었고, 68혁명 시기와 연계되면서 '근대건축'이 '현대건축'으로 전환되는데 일조한다.건축적인 기여 외에도 디자인적으로 이들이 창조해낸 키치적인 이미지는 후대에 많은 영향을 줬다.
여담으로 대중매체에선 BBC에서 이들에 관한 프로그램과 TV영화를 방영했으며, 심지어 아키그램에 대한 오페라가 무대에 올라갔다고 한다(...)
위의 대부분의 내용은 건축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학부생 수준의 글이라 할 수 있다.
다분히 공상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계획안들은 고도의 경제성장과 정보산업의 발달에 따른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미래의 예측이었으며, 우주라는 보다 더 넓은 시각에서 세계 디자이너로서 건축가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이런 차원에서 유토피아적이고 비현실적인 개념이 현대건축경향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왔고, 개념과 설계작업사이의 상호관계는 어떤방식으로 형성되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는 의견이 2000년대 초기의 대다수의 학술논문의 의견이다.
아키그램은 하이테크 건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미쳤으며, 아키그램의 상상력이 현실화 된 것은 리차드 로저스(렌조 피아노 합작)의 퐁피두 센터와 런던 로이드 해상보험회사, 노만 포스터의 상하이 홍콩은행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4. 멤버
워렌 초크 (1927~1987)최연장자이며 가장 비판적이고 거칠었다고 한다.
론 헤론(1930~1994)
조용히 관찰하다가 프로젝트를 통해 한번에 창조해 버리는 낙관주의자. 런던의 Imagination headquarters in London 등의 건물을 실제로 지었다.
데니스 크롬톤 (1935~)
아키그램이 만들어낸 것들의 기술적 사항을 담당했다. '밤에 꽝하는 것들'(things that go bang in the night)의 발명가....라고 프로필에 써 있다(...)
피터 쿡(1936~)
그룹 내에서 가장 수다스럽고 대중적인 사람. 그래서인지 아키그램 그룹원들 중 현시대에 가장 유명하고, 이런 박물관을 지었다.
데이비드 그린 (1937~)
그룹에서는 시인으로 통했다.
마이크 웹(1937~)
상당 시간을 미국에 거주하며 실질적으로 그룹의 통신원 역할.
[1]
쿠로카와는 메타볼리즘 건축의 대표중 하나다. 메타볼리즘은 아키그램이랑 같은 시기에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