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7:04:46

세레나 세레니티/작중 행적/챕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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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a693b1,#a693b1><colcolor=#fff,#fff> 작중 행적 <colbgcolor=#fff,#2c2d2f><colcolor=#9574a6,#bda7c9> 챕터 1 · 챕터 2 · 챕터 3
인물 정보 인간관계

1. 개요2. 프롤로그3. 발단(1화~8화)4. 호텔 설립 기념식을 도맡다(9화~13화)5. 호텔 첫 출근(14화~16화)6. 프리드릭과의 진짜 관계(17화~21화)7. 사고를 성공적으로 수습하다(21화~23화)8. 헤럴드 회장의 초대(24화~35화)9. 프리드릭을 향한 의심의 시작(36화~37화)10. 미술품 콜렉터, '세라'(37화)11. 아이저와의 첫 데이트(38화~40화)12. 두 남자에게 기대했다가 불신하게되다(41화~43화)13. 과거사: 라타생 시절(44화~45화)14. 세레니티 호텔 설립 기념식 당일(46화~51화)15. 프리드릭에게 세라를 맡기다(51화)

1. 개요

웹툰 《 세레나》의 주인공, 세레나 세레니티의 Chapter 1에서의 작중 행적을 정리한 문서.

2. 프롤로그

프롤로그에서, 애첩[1]과 함께 가면 파티에 다녀온 뒤로 집에 와서도 술을 마시려한다. 애첩이 이를 말리자, 애첩에게 왜 화가 났냐고 묻는다. 그 이유는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자신을 향해 하는 욕을 들었기 때문인 듯했다. 세레나는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하는 욕들을 한두번 들은 것도 아니라서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내용을 줄줄 읊고는, 다 맞는 말이니 상관하지 말라는 태도를 보인다.

세레나와 애첩 간에는 명확한 상하관계가 있다. 애첩이 세레나에게, 세레나가 화가 난 것 같다고 말하자 세레나는 정말로 화를 낸다. 먼저 화를 낸 것은 애첩이고, 그래놓고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말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건방지다며 함부로 대하기 시작한다. 그의 머리채를 잡고, 유리잔을 깨고,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술이나 더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동등한 관계에서는 불가능한 행동이다.[2]

3. 발단(1화~8화)

1화 시작부터 남편인 아이저가 아닌, 애첩 프리드릭과 한 침대에서 일어나는 파행을 보인다. 그날은 보석상들이 오기로 했지만 과음 때문에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일어나질 못했다. 세레나가 두통을 호소하자 프리드릭이 세레나를 더 재우려하지만 보석상을 맞이해야해서 더 자지 않고 단장을 시작한다.

세레나는 늘 프리드릭을 데리고 파티장을 돌아다니는 바람에 프리드릭이 세레나의 애첩이라는 소문이 사교계에 쫙 퍼져버렸다. 보석상들도 이미 그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세레나가 거물급 고객이고 윗사람인 것과는 별개로, 개인에 대한 시선은 좋지 못한지, 세레나가 오기 전까지 세레나의 험담을 한다. 그 내용이 다소 수위가 높은데, 지각하는 이유가 밤새 애첩과 뒹굴었기 때문에 늦잠을 자서 그런 것이 뻔하다는 내용이었다. 보석상을 맞이하러 응접실로 갈 때도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프리드릭과 동행한다.

보석상이 가져온 다이아몬드가 하필 세레나가 싫어하는 실론의 제품이었다.[심리1] 이를 투덜거리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풋내기 보석상이 프리드릭의 외모에 넋이 나가서 세레나와 보석상의 대화에 전혀 집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어린 보석상의 태도에 기분이 매우 상했는지, 예쁜 것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눈치를 주기 시작한다. 어린 보석상은 금세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지만 세레나는 만족하지 못하고, 보석상 앞에 프리드릭의 무릎을 꿇리고는 마음껏 보라며 비꼰다.[심리2][5] 보석상들은 더이상 세레나를 상대하지 않고 급히 저택을 떠나고, 세레나는 응접실을 떠난다. 저택의 시녀장인 수이의 말에 의하면, 이 날은 출장을 가서 한 달동안 집을 비웠던 남편, 아이저가 귀가하는 날이고, 그래서 세레나가 더욱 예민한 것 같다고 한다. 그날은 하필 수요일이어서 식사도 함께 해야했다.

세레나와 아이저는 견원지간이다. 평소에도 세레나가 아이저에게 시비를 거는 편이고, 아이저는 세레나에 대한 대부분의 것에 매우 무관심하다. 식사 때도 마찬가지로 세레나가 아이저에게 반항을 하더라도 아이저는 늘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딱 한 번, 아이저도 예민해져있던 날, 세레나에게 날카롭게 반박했다가 세레나에게 물세례를 맞을 뻔 했다. 물은 라울이 대신 맞았고, 그 이후로는 수이와 라울이 두 사람의 식사를 늘 긴장하며 지켜보곤한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식사 자리는 삭막하기만 한데, 그럼에도 두 사람은 부부이고, 각자 나름대로 세레니티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불편한 식사를 꾸준히 하는 것이다.

식사 중, 아이저가 먼저 세레나가 서명해야할 서류가 있다며 집무실로 오라는 말로써 입을 연다. 세레나는 자신의 서명이 의미가 있긴 하냐며 공격적으로 대꾸해보지만 크게 소용있는 일은 아니었다. 세레나는 식사가 끝나고, 아이저의 집무실에 찾아가 서류 내용을 확인하는데, 세레나로서는 서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세레니티 호텔에게는 설립 단계부터 도움을 주었던 여덟 가문[6]이 있다. 아이저는 세레나에게, 이들이 세레니티에 행사하는 권리를 해지할 것이라는 서류를 내밀었다. 세레나는 아이저가 자신의 사람들에 관여하고 인연을 끊으려는 것에 화가 났고,[심리2][8] 계약서를 찢는 행동으로 자신의 의견을 고집한다. 마침 할머니 이안사가 저택에 방문하고, 세레나는 아이저가 여덟 가문의 권리를 해지하려 한다며 일러바친다. 똑똑하고 현명한 할머니만은 자신의 편이길 바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할머니는 아이저의 편을 들어주었고, 할머니가 노망난 것 같다고 막말을 할 정도로 상황 자체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다.

할머니마저 아이저의 편을 들어준 것을 죽음의 위협으로 느낄 정도로 매우 불안정한 심리를 보인다. 공황장애가 있는지, 호흡이 가쁘게 흐트러진다. 세레나가 흥분하면서 점점 호흡이 버거워지고, 프리드릭은 세레나에게 키스하며 위로해준다. 세레나는 키스를 받아들이고, 점점 안정을 되찾는다. 프리드릭이 그래도 아이저가 세레니티를 살린 것은 맞으니 노여워하지 말라는 말을 보태자, 세레나는 아이저는 흉악무도한 그레이언 가문의 남자라며 프리드릭의 말을 강하게 부정한다.

세레나가 처음부터 이렇게 일탈을 일삼는 사람은 아니었다. 17살 무렵, 한순간에 어머니, 아버지, 오빠를 잃고 할머니와 세레나만 남겨지자 사방에서 세레니티를 위협하려 들었다. 세레니티는 전통적으로 여성이 대를 이어가며 호텔을 운영하는 가문으로, 세레나도 전통에 따라 호텔을 승계받을 예정이었음에도 어릴 때 경영을 전혀 배우지 않았다. 이는 세레나의 어머니인 벨라티아의 영향이 컸다. 벨라티아는 어릴 때부터 경영을 공부하느라 혹독하게 살아왔고, 그래서 세레나만은 어린 시절을 충분히 나이에 맞게 즐기다가 성인이 되었을 때부터 경영 교육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벨라티아의 바람과 달리 갑작스레 세레나에게 호텔이라는 무거운 짐이 주어지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이안사가 잠시 경영을 맡았으나, 이안사는 오래전부터 지병이 있었고, 나이가 듦에 따라 매우 쇠약해져서 한계가 컸다. 세레나는 경영을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여러가지 계약을 하는 데에 자유롭지 못했다. 세레니티는 자본을 모으기 어려워졌고, 빚더미에 앉았으며 두 사람에게 사기를 치려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세레나는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을 불신하는 성향이 강화되었고, 스스로의 능력을 비관하다가 무기력하고 우울해졌다. 마침 세레니티에 호텔을 살려줄 수 있는 아이저가 보물같이 나타났고, 할머니는 호텔을 살리기 위해 세레나가 성인[9]이 되기도 전에 결혼을 시켰다.[10] 아이저가 세레나 대신 권한을 위임받으려면 결혼이라는 제도를 이용해야했기 때문에 세레나가 원하지 않는다 해도 소용이없었다. 더 문제는 아이저가 돈이라면 사람도 죽일 수 있는 그레이언 가문의 사람이었다.[11] 아무리 호텔을 살리기 위해서라지만 그레이언 가문 사람을 데려온 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고, 하나뿐인 가족마저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생각에 더 외로워졌다. 아이저의 눈빛도 자신을 한심하게 보는 것만 같아 견디기 힘들었다. 세레나와 아이저는 사랑으로 시작한 관계도 아닌데 할머니와 아이저가 왜 서로를 신뢰하는지, 아이저는 할머니에게 무엇을 받기로 한 것인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으니 혼란스러운 것은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세레니티의 주인이라는 세레나의 이미지는 점점 옅어지고 그 자리를 아이저가 꿰차고 있으니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만 같은 불안도 심하게 느끼고 있었다.

부부의 건강검진이 있는 날, 주치의는 세레나의 몸 곳곳에 남은 스킨십 자국을 확인하게 되고, 임신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를 받는다.[12] 건강 검진이 끝나고, 프리드릭을 찾아 유리 화원으로 향한다. 그런데 프리드릭은 아이저와 함께 있었고, 아이저가 프리드릭에게 나쁜 말을 했을까봐 흥분하여 아이저에게 급히 다가간다. 아이저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아이저에게 밀쳐지면서 발목을 다친다.

프리드릭은 세레나를 넘어뜨린 아이저에게 화를 낸다. 의외로 세레나는 이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데, 막상 몸을 일으키려하니 발목을 삐어서 곧바로 일어나기 힘들었다. 프리드릭은 세레나를 안아들고 세레나의 침실로 가서 다친 팔을 드레싱해준다. 프리드릭은 아이저에 대해 알아두어야겠다며 아이저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다. 세레나도 아이저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기에 그런 질문을 하는 프리드릭에게 짜증을 내지만 아이저의 집안인 그레이언 가문에 대해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레이언 가문은 이전부터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기도 서슴치 않는 유명한 가문이고, 아이저의 모친도 사람을 죽인 것이 발각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게 세레나가 아이저를 믿지 못하는 이유였다. 아무리 능력이 좋고, 그래서 세레니티를 살려냈다한들 언제 돌변해서 자신을 죽일지 몰라서 무섭다고 고백한다.

아이저가 갑자기 침실로 들이닥친다. 아이저에게 당장 나가라며 날을 세우지만 아이저는 물러서지 않는다. 세레니티의 주인이 되겠다면서 꼴이 형편없다며 독설을 늘어놓고서는 무슨 이유에선지 자신을 가르쳐주겠다고 한다. 결국 손수 프리드릭을 내보내고 둘이서 대화를 하게 된다. 아이저는 뜬금없이 세레나를 가만히 두는게 맞다고 생각했다는 푸념을 털어놓고, 세레나는 이에 질세라 그냥 냅두라고 쏘아붙인다. 아이저는 세레나를 향해, 자신이 그렇게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도 왜 그렇게 자신을 싫어하냐고 묻고, 세레나는 이유를 숨기지 않고 대답한다. 아이저는 오히려 세레나가 살아주어서 세레니티가 자신에게 넘어오는 꼴을 보여줄테니 어떻게 하면 자신을 이길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충고해준다. 세레나는 세레니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면서도 경영을 가르쳐주겠다는 그의 심리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예측되지 않았지만 아이저의 촌철살인같은 말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아이저가 제발로 찾아온 것은 그를 쫓아낼 수 있는 천금같은 기회일 수도 있기에 자존심이 크게 상했으면서도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4. 호텔 설립 기념식을 도맡다(9화~13화)

프리드릭과 피크닉을 가는 길에 러비스를 만난다. 러비스는 세레나에게 반갑게 인사하지만 세레나는 별 반응을 해주지 않는다.

피크닉에서 프리드릭과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아이저에게서 경영을 배우게 된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저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 자체는 내키지 않지만 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얼마나 이기적인 이유이든 간에 세레나에게는 드문 기회였다. 또한 경영을 제대로 배워서 세레나의 능력이 좋아지면 아이저를 내쫓을 명분이 생기게 되기에 더욱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프리드릭은 세레나가 원한다면 하는 것이 맞다고 하면서도 낮에 심심할 것이라며 투정을 부린다. 세레나는 밤에 많이 놀아주겠다고 위로하며 어쩐지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낸다.[13] 세레나는 프리드릭에게 또다시 예쁘다고 칭찬하고, 프리드릭은 그 말에 빈정이 상했는지 뺨을 꼬집고, 수염을 기를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세레나는 당황하는데, 이때 세레나는 '감히'라는 표현으로 상하 관계를 인지시키려한다. 프리드릭은 그날따라 온갖 스킨십을 다 했는데 뺨이 안될 이유는 없다는 식으로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세레나는 낮에 혼자 두겠다는 말에 심술을 부리는 것이라고 잘못 이해한다. 그러다 프리드릭이 세레나에게 키스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까지 흘러간다. 세레나는 들어줄 것처럼 하다가 거부하고, 프리드릭이 해보라고 한다. 결국 프리드릭이 세레나에게 키스를 한다.[14]

애정행각을 하던 중 라울이 찾아와 아이저가 읽을 것이 있으니 세레나를 데리러 오라는 명령을 했다고 전한다. 세레나는 아무리 아이저에게서 경영을 배우기로 했다지만 이런 식으로 아무 때나 오라가라 하는 것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나마 라울의 얼굴을 봐서 요구에 응해준다. 이는 라울이 하퍼스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아이저의 사람이라면 거의 거부하지만, 라울만큼은 오빠가 생각나는데다 오랜만에 저택에서 만난 연하라서 반가움에 도저히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레나는 옷을 싹 갈아입고 집무실로 간다. 아이저가 앉은 소파에 마주앉지 않고 다른 곳으로 향하는데, 집무실의 책상이었다. 책상을 차지하고서 아이저에게 읽을 것을 직접 가지고 오라며 명령한다. 집무실은 원래 이안사와 벨라티아가 쓰다가 현재는 아이저가 사용하고 있는데, 세레니티의 주인은 본인인데다 더욱이 그곳을 쓰고 있는 사람이 아이저인 것은 더욱 불만이었다. 그런 이유로 아이저가 아니라 자신이 세레니티의 주인이고, 아이저는 집무실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는 퍼포먼스를 보인 것이다. 이 행동으로 인해 아이저와 세레나 둘 사이의 분위기가 살벌해지고, 러비스와 라울은 눈치껏 자리를 피한다.

아이저는 세레나를 의자 째로 들어 비서 자리로 옮긴다. 세레나는 이안사와 벨라티아를 존경하고 있고, 아이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저는 세레나를 향해, 스스로 이룬 것도 없으면서 핏줄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은 양심이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존경의 깊이가 생각보다 너무 가벼운 것 같다고 조소한다. 대신 호텔 설립 기념 행사를 제대로 마쳐 내어서 능력을 증명하면 자리를 내어준다는 약속을 걸어온다. 아이저가 세레나에게 읽으라고 내민 자료는 호텔 행사 준비 과정의 기록본으로, 행사를 세레나가 직접 주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햐하는 자료였다.

호텔 설립 기념일은 매년 한여름마다 열리는 가장 중요한 행사로, 이날은 1년 중 유일하게 호텔의 객실을 전부 비운다. 호텔의 설립을 기념할 뿐 아니라, 매년마다 바뀌는 정세와 사업 방향에 맞게 행사를 구성하고 귀빈들을 초대하여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리고 친목을 공고히하는 것이 행사의 취지이다. 비단 세레니티만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가 아니라 최상류층 전체를 긴장시키는, 왕국 전체에서도 중요한 행사인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왕국에서 세레니티의 위상은 세레니티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나다. 왕국에서 세레니티의 사업 파트너들이라함은 최상류층인 동시에, 능력을 입증받은 사람들만이 세레니티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행사의 취지에 따라, 초대객은 대부분이 사업 파트너가 되므로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세레니티로부터 1년동안 그들의 권익을 보장받는다.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은 행사에 참여할 수 없으며, 더군다나 매년 받던 초대장이 끊긴다면 이는 세레니티와의 친목이 끊긴다는 의미이므로 어떻게보면 초대장 하나가 약속의 증서이면서 협박장인 셈이다. 이렇듯 초대장이 갖는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에 초대객 선정부터 신중을 기해야하며, 초대장의 수신자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담아 심혈을 기울여서 써야한다. 초대장을 받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가문이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왕국에서의 입지가 공고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므로 누가 초대를 받는지는 상류층의 가십거리가 된다. 세레니티 또한 자신들의 위상을 증명하는 자리이므로, 어떤 내용으로 연설을 할지,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 등을 철저히 계산하고 실행해야한다. 이 행사 한 번을 잘못 주최하면 세레니티가 입는 손상이 크다. 따라서 초대받은 모두를 만족시키면서도 철저하게 세레니티가 최대의 이익을 볼 수 있도록 계획해야한다.

그 정도로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행사인데 남은 기한은 고작 한 달 남짓이었다. 세레나는 이에 좋아하면서도 걱정한다. 그래도 아이저의 요구에 응하여 일주일 안에 읽어오겠다고 하는데, 아이저는 일주일씩이나 소모해서는 행사를 망친다며 겨우 하루의 시간만을 내어준다.

아이저가 업무를 보러 외출한 사이 별관으로 가서 기록본을 읽는다. 세레나에게는 수면 장애가 있는데, 갑자기 집중을 해버린 탓에 자신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 이는 의지로 조절되는 영역이 아니라고 한다. 기록본의 양이 너무 많아 투덜댔던 것과는 달리, 하루만에 기록본의 절반을 읽어버렸다. 아이저가 말하길, 기록본에는 사실 세레나가 이미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것들이 담겨 있어서 기록본의 내용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게대가 달린쿠르 재학 시절에 늘 학기 수석을 도맡아왔을 만큼 머리가 좋다고 한다.
서로에게 한 번씩 총을 겨누는 연출
파일:세레나 세레니티 총 1.jpg 파일:세레나 세레니티 총 2.jpg
세레나가 아이저에게 아이저가 세레나에게
큰 소리에 잠에서 깼는데, 눈 앞에는 아이저가 있었다. 별관은 본인 외에는 출입을 금한 공간이고, 아이저도 예외는 없었는데, 2년 전 어느 날, 아이저가 전화로 누군가에게 어떤 이를 죽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이후로는 종종 아이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별관을 찾기도 한다. 아이저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생각한 데에는 아이저의 가문 탓도 있지만 이 통화를 들은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통화내용] 이때는 아이저에게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갔다기보다는 본인이 가장 편한 곳이라서 찾은 것일 뿐이지만, 오롯이 자신의 것인 이곳에, 자신을 언제 죽일지도 모르는 아이저가 침입했다는 것은 세레나에게 목숨의 위협 그 자체였다. 세레나는 이럴 때를 대비해 마련해 두었던 총기[16]를 꺼내어 아이저를 향해 겨눈다. 아이저는 세레나야말로 할 일을 제대로 끝내지도 못하고 잠이나 자고 있었다며 세레나의 잘못으로 돌린다. 자신도 모르게 잠들어서는 침대까지 기어갔다는 사실[17]에 매우 수치스러워한다. 그래도 티내지 않고 여전히 총을 겨누고 있었는데, 아이저는 세레나가 총을 쏠 줄도 모르면서 총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총을 거칠게 빼앗고, 거꾸로 세레나에게 총을 겨눈다. 그는 상대를 겁주려면 장전을 하고 시범으로 총을 쏴서 소리를 귀에 똑똑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알려준 뒤, 그 말 그대로 뒤편의 화병을 향해 총을 쏘아버리고, 다시 세레나에게 총을 겨눈다. 세레나와 아이저는 서로가 서로에게 감히 총을 겨눈 것을 책망한다.

아이저는 자신이 세레나를 이용하듯이, 세레나도 자신을 이용하다가 목표를 먼저 이루는 사람이 돌아서서 먼저 배신하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한다. 세레나는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이 데스 게임을 받아들였다. 세레나는 별관을 빠져나가려는 아이저에게, 할머니와 어떤 거래를 했는지 묻지만 아이저는 대답하지 않고 다음날에 호텔로 출근해야하니 준비하라는 말만 한다. 세레나는 아이저를 이용해 경영을 배우고 세레니티의 진정한 주인이 될만한 능력을 갖추었을 때 아이저에게 이혼을 통보함으로써 아이저를 배신할 생각을 품는다.

5. 호텔 첫 출근(14화~16화)

세레나가 처음 출근하는 날 아침이 밝는다. 분명 전날 밤 아이저와 총을 두고 날을 세워 싸운데다 아이저와 동행해야하는 걸 알면서도 어쩐지 기분이 좋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 비단 프리드릭만 느낀 것이 아니라 수이도 느꼈을 정도로 오랜만에 밝은 모습을 보인다. 아이저와 함께 출근하는 차 안, 반드시 총을 먼저 쏠 것이라며[18] 의지를 갈고 닦는다.

호텔에 도착하고, 세레나의 첫 출근이니만큼 주요 직원들이 정문에서 배웅을 나와있었다.[19] 회의실에서 총지배인 로건에게서 수북한 양의 보고서를 받는데, 언뜻 기분이 나빠보여서 로건이 세레나에게 여유있게 검토해도 된다고 분위기를 풀어준다. 실은 그와 반대로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보고서를 전달받지 않고 직접 받는 것은 살면서 처음이었기 때문에 뭉클하고 울컥해서 표정이 언뜻 나빠 보였을 뿐이었다.

이후 여러가지 사안들을 의논하기 시작한다. 스위트룸 테라스를 증축해야하는 중대 사안이 있었고, 그래서 계약서가 다소 많았다. 12년 전 로비의 천장을 보수해야했을 때, 이안사가 세레나에게 계약서를 미리 보아두라고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때와 양식이 비슷했고, 어려운 용어들도 아이저에게서 귀동냥으로 들은 것이 많아서 제법 잘 따라간다. 그 외, 보안 강화와 크리스마스 행사 기획 등을 의논하게 된다. 회의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되고, 아이저와 로건은 휴식 한 번 없이 회의를 이어나가자 슬슬 따라가기 벅찰 지경이 된다. 아이저는 호텔에서 이토록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나서도 집에 와서 또 저택 및 호텔 업무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이저를 바라보며, 그처럼 일에 능숙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기회를 보아 세레나를 죽이겠다고 했던 그의 말과 다르게, 호텔 일을 가르쳐 주려는 태도는 진심인 것 같아서 아이저를 더욱 어렵게 느낀다.[심리3]

아이저가 어떤 생각이든 지금으로서는 그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고, 우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로 한다. 그때, 테라스 증축 공사 예산안을 집어들고 가만히 검토하기 시작한다. 가공비는 그대로인데, 원재료값이 갑자기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을 셋 중 가장 먼저 발견한다. 그 말인 즉슨, 이전에 라울을 통해 건네줬던 보고서에 써 있던 가공비와 원재료값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경영을 잘 모른다한들, 어릴 적부터 각종 계획서나 예산안을 눈으로 보고 자랐기 때문에 그것들을 무리없이 이해하고 파악하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 경험들이 세레나 자신도 모르게 자산이 되어 있었다.

로건에 의하면, 시공사 측에서 테라스 바닥에 쓰일 타일의 재료가 더 이상 채굴이 되지 않는 석재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테라스에는 심미성이 매우 중요하다보니 다른 바닥재로 바꿀 수가 없었고, 결국 석재를 공급해주는 측이 요구하는 대로 가격을 협의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른 석재는 조금씩 아쉬웠고, 맞춤 제작은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데다 예산 초과여서 불가능했다.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보니 얼추 퍼즐이 맞춰졌다. 바닥재를 생산하는 광산의 소유주는 도로테아 가문이었는데, 가면 파티에 갔을 때 술을 마시면 입이 거칠어지는 도로테아 가문의 안주인을 발견했다. 그때 이미 광산이 폐광이 되어 가치 높은 광물은 더이상 채굴되지도 않고 가치가 떨어진 돌덩어리만 남아 보관 비용까지 축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광산을 헐값이라도 하루 빨리 팔아넘기고 싶어했는데 정작 세레니티가 석재를 구매하려하자 가격을 올려 부른 것이다. 세레나는 세레니티를 호구로 본 것만 같아 화가 났고, 직접 협상을 해볼 생각이었다. 아이저는 이에 반대하는데,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한들 약점을 잡는 거래는 뒤탈이 많으니 도로테아에서 먼저 원하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야한다고 말한다. 아이저는 이전에 발전소 부지를 찾고 있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사람과 도로테아 가문을 연결시켜주는 기막힌 수를 제안한다. 세레나는 그 방법대로라면 세레니티의 이미지에 손상이 가지 않고 가격도 원하는 대로 낮출 수 있을 것 같아 만족한다.

회의를 모두 끝내고, 일어서는데 다친 발목으로 높은 구두를 신은 탓인지 힘들어한다. 하지만 절대 티내지 않으려 애쓴다. 잠시 마스터룸[21]에 들러서 로건에게서 선물[22]을 하나 받고난 뒤 퇴근하게 된다. 퇴근 직전, 한 직원이 아이저의 선물이라며 급히 무언가를 가지고 온다. 그것은 다름아닌 단화였다. 세레나는 발목이 아프다는 것을 숨겼고, 발목이 아프다는 것은 약점 중 하나이다. 그걸 숨기기 위해 아프지 않은 척을 하며 약점을 숨기고 강한 척을 해보였다. 그런데 약점도 들키고, 강한 척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들켰다는 것을 구두를 통해 알게 되었다. 게다가 직원들 앞에서 단화까지 선물해서는 세레나를 걱정하는 착한 사람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 노력해도 약점만 들키고 아이저의 지위는 굳건하자 어찌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구두를 길바닥에 던져버리고, 운전 기사에게는 당장 출발하라고 호통까지 친다.[23]

저택으로 돌아가자마자 프리드릭을 찾으려다 마음을 바꾸고 기록본을 마저 다 읽으러 별관으로 향한다. 아이저가 제대로 선 세레니티를 온전히 자신의 소유로 만들기 이전에 이혼을 이루어내어서 세레니티를 방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매우 효율적으로 써야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기록본을 읽다가 졸음이 몰려오면 얼굴에 물을 묻혀서라도 잠을 깨려고 할 정도로 각성한다. 추가로, 수이에게는 자신의 침실 옆 빈방을 간이 집무실로 바꿔두고, 전화기도 새로 설치하라고 지시한다.

기록본을 전부 읽자마자 곧바로 아이저를 찾아가서 기록본을 다 읽었다고 보고한다. 그 많은 것을 다 읽어냈는데도 어쩐지 반응이 시큰둥하고, 이틀이나 걸렸다며 만족하지 않자 아이저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스스로가 대단하다는 근거를 나열한다. 아이저가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을 때는 행사 틀은 대체로 비슷하고 매년 달라지는 정세에 따라 어떻게 행사를 구성했는지, 누구와 인맥을 맺고 끊었는지, 결과적으로 세레니티가 어떤 이득을 얻었는지 파악했다고 대답한다. 빠르게 읽기만 한 게 아니라 숙제의 목적에 맞게 정확하게 읽어낸 것이었다. 세레나는 아이저의 칭찬을 기대하지는 않았어도 매사에 무감한 듯한 아이저가 세레나의 성과를 보고 조금의 동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저는 여전히 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하자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아 은근히 서운해한다.[심리4] 그런데, 아이저에게서 잠옷 차림이라는 사실을 지적받고, 그제서야 자신이 잠옷 차림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세레나는 아이저에게는 조금이라도 느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집 안이라도 드레스 차림에 높은 구두를 신고 진한 화장까지 하고 다닌다. 그런 세레나가 자신이 잠옷 차림이라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아이저를 찾아갔을 정도라면, 호텔일을 가르쳐주는 상대가 아이저일 지언정 잘 배우고 해내는 일을 그간 매우 갈망해왔다는 증좌였다.

세레나는 또다시 아이저에게 말려든 것 같아 기분이 상한다. 아이저는 초대 제외 명단을 새로이 건네주고, 호텔 행사의 초대장을 보내는 숙제를 새로 받아간다.

아이저에게 하루종일 휘말린 느낌을 지우고 싶어서 프리드릭과 함께 술집으로 향한다.

6. 프리드릭과의 진짜 관계(17화~21화)

프리드릭에게 술을 마셔도 된다고 허락했지만 프리드릭은 물만 마신다. 세레나에게 취기가 올랐을 때쯤 어떤 남자 둘이서 여덟 가문이 세레니티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는 고급 정보를 나누는 것을 듣는다. 세레나는 그 이야기를 캐내서 아이저보다 먼저 대비하고 성과를 낼 생각으로 이들에게 접근한다. 프리드릭은 세레나를 말렸지만 세레나에게 여덟 가문의 속셈을 알아내는 것도, 아이저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것도 모두 너무나도 중요했기 때문에 말을 듣지 않고 일행에게 접근한다. 이들은 세레나에게 정보를 알려주려 하지는 않고 세레나를 어디론가 강제로 끌고 나가려고만 한다. 세레나가 아직 정보를 얻지 못해 난감해할 즈음, 프리드릭이 개입해 이들에게 주먹을 날려버린다. 세레나는 프리드릭의 행동에 정색하고, 경찰이 오기 전 재빨리 프리드릭을 데리고 술집을 떠난다.

세레나는 명령을 지키지 않았다며 프리드릭에게 화를 낸다. 프리드릭도 세레나가 무모했고 그 사람들은 알려줄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며 화내고 걱정한다. 세레나는 프리드릭에게 아무리 술을 마셔도 된다고 허락해도 늘 술 한 잔도 마시지 않고 맨정신을 유지해 자신을 지키려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프리드릭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무모하게 행동했다고 말한다. 이때 세레나가 프리드릭에게 진짜 관계를 잊었냐고 충고하면서 프리드릭이 세레나의 정부가 된 계기가 자세히 밝혀진다.

2년 전 아이저의 통화 내용[통화내용]을 우연히 엿들은 세레나가 목숨의 위협을 느꼈고, 이때 아이저가 죽이겠다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혹시나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라면 직접적인 목숨의 위협인데다, 자신이 아니라도 언제 돌변해서 죽임을 당할 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수이에게 살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아 자신의 24시간 경호원으로 붙이라고 했고, 그렇게 온 것이 바로 프리드릭이다. 굳이 살인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만 했던 이유는, 아이저를 죽일 때 조금의 주저도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26] 두 사람은 이렇게 만나 아주 빠르게 가까워졌고, 실제로 서로 좋아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프리드릭이 호위라는 진실이 드러나면 곤란하기에 세레나는 대외적으로 첩을 끼고 다닌다고 욕을 먹어도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기까지 한다. 그깟 소문보다 자신을 밀착 보호하고 편을 들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레나의 감정은 단지 그정도일 뿐이었다. 세레나는 아무리 서로가 좋아하고 아낄지언정 사랑을 논할 사이는 못되니 이런 일에 화를 내는 등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한다. 프리드릭은 전부 이해했으니 별관에서도 세레나를 지키고 싶다며 별관 출입을 허락해달라고 한다. 전날 있었던 총소리 때문에 더욱 조르는 듯 했으나, 세레나는 개인 총기와 경비원이 있으니 괜찮다며 별관 출입을 조금도 허락하지 않는다.

술집에 다녀온 뒤로 며칠간 여덟 가문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는데, 이들은 세레니티 호텔 설립 당시부터 큰 공이 있었던 사업 가문이지만 좀처럼 성장하질 못하고 세레니티의 이름을 대고 다니며 빚만 잔뜩 만들어왔다. 그래도 세레니티는 그 공적을 높이 산데다 호텔 시설 중 여덟 가문이 관련된 것이 워낙 많아서 예우를 다해주었다. 그래서 그동안 그들이 친 사고를 조용히 수습하고 다녔고, 여기까지는 세레나도 알고 있었다. 조사 후 세레나가 모르는 사실이 속속히 드러났고, 그제서야 여덟 가문에게 왜 권리 해지를 통보했는지 이해한다.

그 사이, 세레나의 간이 집무실이 완성되고, 전화도 설치되었다. 첫 번째 전화는 로건에게서 온 전화였다. 로건은 세레나의 정보 덕분에 아이저가 제안한대로 발전소를 짓고 싶어하는 사람과 도로테아를 연결해줄 수 있었고, 그 덕에 석재를 공짜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로건은 세레나를 크게 칭찬했다. 성인이 된 뒤로는 그간 아예 관심을 주지 않거나 한심한 취급을 받았는데, 처음으로 칭찬을 받게 된 것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큰 성과는 아니었지만 작은 것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했고, 이 일은 세레나의 자존감에 큰 도움이 되었다.

몇 시간 뒤 여덟 가문과 관련되지 않은 은행인 다비노 은행과 해리어스 은행 둘 중, 어떤 은행을 기념식에 초대하는 것이 좋을 지를 아이저에게 물어보러 간다.

아무 것도 모르고 그들을 옹호한 것을 후회하면서도 이 일을 자신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것에 의문이 들어 라울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다. 라울에 의하면 여전히 호텔의 많은 물품과 시설들을 여덟 가문과 관련된 사업체에서 조달을 받고있어 매우 신중하게 그들과 얽힌 부분을 풀어나가야 하는데, 세레나 성격에 이를 알면 성급하게 선수를 칠까봐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레나는 이 말에 차마 부정하지 못한다.

7. 사고를 성공적으로 수습하다(21화~23화)

며칠이 지난 새벽, 호텔에서 급한 연락을 받는다. 새벽에 전화가 왔다면 자연재해나 위급한 사건인데, 세레나가 마주한 사건은 그 중 고객의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세레나는 호텔 측에 아이저 없이 혼자 처리하겠다고 전달한다.

해당 고객은 유명 시인이었던 '나티아 달리'였다. 호텔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이번처럼 고객이 유명인인 경우는 처음이었다. 유명인이니 만큼 사건의 파장이 클 것이 예상되었고, 로건은 신문사의 보도를 최대한 막겠다고 한다. 우선 시신을 발견한 직원에게는 정신 요양 차 휴가를 내어 주었고, 유족에게 연락할 것을 지시했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우울에 대한 내용이 유서에 담겨있어서 타국 사람인지 파악해보기로 했다. 살인 사건도 아니고, 고객들이 동요할 수 있어 경찰들을 빨리 돌려보내려 한다. 하루만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유족들과 연락이 닿는 즉시 재차 회의하기로 한다.

나티아 달리를 조사해본 결과, 뮤라체비아 왕국이 아니라 뷔터베레크 공화국 출신이었다. 뷔터베레크는 불안정한 국가여서 뮤라체비아로 이주를 해왔고, 시를 쓰며 먹고 살았는데 내심 고국이 그리워져 우울감이 심했던 듯했다. 정산받지 못한 숙박비 문제도 있었지만 뷔터베레크가 워낙 폐쇄적인 국가여서 유족들과 연락하는 것도 쉽지 않아 숙박비를 받는 쪽은 포기한다.

남은 문제는 기사로 인한 호텔의 이미지 손상이었다. 결국 기사를 막을 수 없었는데, 이는 맥킨 신문사의 배경 탓이었다. 맥킨 신문사는 왕국에서 가장 큰 신문사인데, 맥킨은 여덟 가문에 해당하는 토드가 가문 부인의 입김이 세다. 특히나 토드가의 부인은 금년 호텔 행사 초대장을 받지 못한 일로 세레니티를 고깝게 여기고 있을 터여서 기사를 막기가 힘들었다. 보도 내용도 매우 악의적이었는데, 신문 1면 전체를 사망 사건에 할애하고, 호텔을 거대한 무덤인 양 호텔 사진도 크게 걸어두었다. 망자에게 실례가 되든 말든 사망한 방이 어디인지까지 상세하게 기사를 내버려서 해당 방 앞에 기자들까지 서성이게 만들었고,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까지 처리해야했다. 이런 상황이니 예약 취소는 물론이고 현장을 본 고객들의 환불 요청이 빗발쳤다. 이대로면 영업 손실이 막대해지는 상황에 처했다. 이제는 세레나가 오너로서 결단을 내릴 차례가 되었다.

세레나는 시인의 유명세 때문에 더 난처한 상황이니 이 유명세를 역이용하자는 묘책을 내놓는다. 나티아 달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호텔의 아름다움을 찬사하는 시, <노스탤지어>를 남겼다. 이 시를 공개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공개하기로 한다. 신문사가 맥킨이어도 상관 없지만 기사에는 시를 단 한 줄도 싣지 않고 시의 존재만을 알리는 조건으로 보도를 허락한다. 시를 감상하기 위해 어떻게든 호텔에 걸음을 하도록 만든 특단의 조치이고, 또한 시가 기사에 이용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고인에게 예의를 지킨 것이다.

세레나의 결단으로 호텔은 자연스레 추모의 장이 되었고, 예술을 감상하고 논하는 자리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게 되면서 활기를 되찾았으며, 호텔을 방문한 김에 호텔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호텔은 홍보 효과를 누렸다. 스위트룸 투숙객에게는 한정판 웰컴 토이를 판매하여 스위트룸 이용자 수를 회복하고, 인형 판매 수익으로 손실을 메꾸겠다는 창의적인 발상도 내놓는다. 결국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내는데 성공하면서 잠재력을 증명한다. 본인의 예민한 성향을 이용해서 호텔의 향도 개선시키고 수건이나 이불, 비누 등의 질을 대폭 향상시켰다.

인형으로 얻은 수익이 꽤나 쏠쏠했는지, 호텔 설립 기념 기간에도 특별 한정판 인형을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상시 판매 인형도 구상한다.

8. 헤럴드 회장의 초대(24화~35화)

어느날, 헤럴드 회장이 부부를 동시에 초대한다. 이동 시간이 길어 아이저와 외박을 해야만 했지만, 사업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직접 듣고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싶어서 내키지 않음에도 감수한다.

같은 날, 러비스가 세레나를 찾아온다. 어쩌다보니 러비스에게서 손수건을 빌린 적이 있었는데, 손수건을 돌려받을 목적이라고 한다. 세레나는 러비스를 돌려보내려하지만, 러비스는 끝끝내 세레나의 집무실에 처들어왔다. 세레나는 러비스를 시종일관 껄끄럽다는 듯이 노려본다. 러비스는 어색한 공기를 바꿔보고자 하퍼스 이야기를 꺼내고, 세레나는 아무리 하퍼스 이야기이더라도 흔들리지 않으려한다. 하퍼스와 세레나의 차이에 관한 주제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러비스에게 무관심했지만, 세레나가 12살 때 콜린이라는 친구에게 고백했다가 차였던 과거를 러비스가 말하는 순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비명까지 질러버린다. 하퍼스가 러비스에게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던 모양이었다.

러비스는 세레나가 아이저를 싫어하는 만큼, 자신을 싫어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고 덧붙인다. 사실 세레나는 러비스를 싫어하기 때문에 경계하는 것은 아니다. 시종일관 세레나에게 웃어주고, 친해지고 싶어하는 러비스가 미울 이유는 없지만, 아이저와 이혼을 하고 나면 아이저의 사람일 러비스와는 필연적으로 어색해질 것이고, 러비스가 지금 세레나에게 보여주는 그 웃음의 의미는 더이상 호의가 아니게 된다.[심리1] 그 껄끄러운 결말을 만들기 싫어서 처음부터 거리를 두고 상처받는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다. 러비스는 세레나의 비밀을 알고 있던 것이 미안해서 본인의 비밀도 하나 알려주기로 하지만, 세레나는 러비스에게는 크게 호기심이 없었고, 아이저에게 감정적인 약점이 있는지를 묻는다. 러비스는 하는 수 없이 있다고는 대답해주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까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이 감정적 약점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는지 저녁에 아이저를 찾아다닌다. 기껏 아이저를 술창고에서 찾아냈지만 아이저는 이미 잔뜩 취해서는 잠을 청하고 있었다. 아이저는 흐트러진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기해하며 뚫어져라 보던 중 아이저가 인기척에 깨버리고, 세레나의 팔을 잡아끌고서 무어라 중얼거린 뒤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세레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아이저가 도저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급히 자리를 뜬다. 세레나는 아이저의 손이 닿은 살갗이 뜨거운 듯 하여 신경이 쓰이고,[사랑] 아이저가 부른 누군가의 이름이 어쩐지 사람 이름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회장의 저택으로 향하기 며칠 전, 기분이 좋지 않아보이는 프리드릭을 위로하려한다. 그러자 프리드릭은 괜찮다며 열심히 사랑을 표현해준다. 세레나가 또다시 프리드릭에게 예쁘다는 말을 하자 프리드릭은 예쁘지 않은 것도 있다며 과감한 스킨십[29]을 한다. 세레나가 요즘들어 프리드릭이 못 참는 것 같다고 하자 자신은 왕국에서 가장 참을성있는 사람이라며 부정한다. 이때 프리드릭이 세레나를 보고 만지는 행위를 할 때마다 마지막 이성만은 초인적인 힘으로 끊어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으며, 육체적인 행위로도 가장 깊은 곳에 닿지 못했듯이 마음으로도 세레나의 가장 깊은 곳에 다다르지 못했다고 방백을 한다. 작가가 두 사람이 마주 닿은 자세와 프리드릭의 방백을 통해 매우 은유적으로 두 사람이 아직 정을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30] 세레나가 그동안 프리드릭을 아껴왔기 때문에 프리드릭이 세레나를 만지는 것을 허락했고, 허용한 스킨십의 수위도 꽤나 높았지만, 아끼는 인형에게 애착을 드러내는 행위에 가까웠지 한 남자에게 욕정을 표현하는 행위는 아니었다.[31]

헤럴드 회장의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독한 술을 마시고도 그 다음날 곧바로 멀쩡하게 출근하고 일을 하는 아이저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그간 아이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어서 아이저를 기피했지만, 공포가 너무 강해서 아이저를 밀어내는 데에 집중했지 먼저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세레나로서는 처음으로 아이저에게 호기심을 가진 것이지만, 알아내기 위해 애쓰고 싶은 수준의 강한 호기심도 아니었고, 여전히 정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라서 금세 아이저에게 신경을 끄고 가져온 자료를 읽는 데에 집중하려 한다. 새벽 동안 행사 준비를 하느라 피곤했는데도 자료를 마저 다 읽으려 애쓴다.

밤이 되어 도착한 곳은 한 여관이었다. 세레나는 라울이 예약을 한 곳이라기에 첫 외박을 할 숙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막상 마주한 여관은 오래되고 어쩐지 스산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아이저는 밖에서 까탈스럽게 굴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고, 세레나는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것 같아서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혹시나 아이저와 방을 같이 써야할까봐 같은 방을 쓰지 않겠다고 하지만, 아이저는 각방을 예약했다고 선수를 친다. 각방으로 들어가기전, 출장을 다니다보면 매번 숙박 환경은 바뀌기에 적응해야한다는 가르침을 받는다. 첫 외박이었지만 방 안에 시계는 전부 치워져있었고,[32] 묵는 사람도 아이저와 세레나 일행 둘 뿐이라 시끄럽지도 않았다. 이런 세심한 배려를 라울이 아니라 아이저가 했을까봐 잠시 기대감을 품는다. 내부도 세레니티 호텔만큼 으리으리하지 않을 뿐 정갈한 편이었다. 여전히 혼자 자고 일어나서 혼자 씻고 단장해야한다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어서 긴장되었지만 분명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자기 전, 미리 준비해둔 헤럴드 회장의 자료를 꺼내서 읽어본다. 그는 세레나가 어릴적만해도 조그만 제철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시대의 흐름을 등에 업고 크게 성장해서 대부호가 되었으며, 현재는 자선 사업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이안사와 헤럴드 모두 유사점이 많고 공통적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무렵, 아이저의 말대로 자신이 이안사와 벨라티아가 인생을 바쳐서 만들고 지켜낸 자리에 너무 쉽게 앉으려 한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세레나는 경영을 배우고 나서는 처음으로 반성을 한다. 동시에 잃을 뻔한 세레니티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아이저도 대단해 보였다. 여전히 아이저를 믿을 수 없지만 세레나와 세레니티를 소중히 여기는 이안사가 능력 하나만으로 아이저에게 둘을 맡겼을 것 같지도 않았다. 아이저에게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 다시금 호기심을 느끼며 잠에 든다.

다음날, 세레나는 제 시간에 일어나서 씻고 화장까지 했지만, 블라우스 단추 때문에 애를 먹는다. 본래 혼자 입고 벗기 간편한 옷으로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등 쪽에 단추가 13개나 달린 블라우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애를 먹는 사이 아이저가 찾아왔고, 세레나는 여자 종업원을 불러달라고 부탁하지만 여자 종업원은 그곳에 없었다. 결국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이저 뿐이었지만 자존심에 아이저에게 차마 부탁하지 못한다. 아이저가 일방적으로 세레나의 방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아이저는 화장으로 떡칠된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란다. 결국 아이저의 요구로 화장은 지웠고, 아이저는 늦었으면서도 세레나에게 크게 화를 내지 않고 세레나를 놀리는 이상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더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서 큰 맘을 먹고 아이저에게 맡기기로 하지만 아이저는 아예 제대로된 부탁을 원하기까지 하며 상황을 즐긴다. 결국 처음으로 아이저에게 저자세로 부탁해야했고, 그제서야 아이저가 단추를 채워준다. 프리드릭의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옷을 갈아입었던 것과 달리 아이저 앞에서는 너무나 부끄러웠는데, 좋고 싫은 대상의 차이 때문이라기에는 프리드릭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맨몸을 보이고 옷을 갈아입는 것이 크게 부끄럽지 않았으므로 그런 이유는 아닌 듯 했다.[프리드릭] 이미 이 상황에서 성적 긴장감이 만들어졌는데, 세레나가 끝까지 립스틱만은 바르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아이저가 입술을 닦아주는 상황이 만들어지자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다.[사랑]

헤럴드 회장과의 첫 날, 회장 부인을 보고 떨떠름해 한다. 회장 부인은 저녁 식사에 참여하지 않았고, 회장과 아이저, 세레나 셋이서만 식사를 하게 되었다. 회장은 세레나에게 후원해보는 곳을 직접 찾아가보면 후원의 의의를 다시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해주고, 그 김에 아이저와 함께 공원도 걸어보면 좋을 것이라 덧붙인다. 아이저는 다른 할 이야기가 있는 듯해 보였지만 회장이 피하고 있었다. 이때 디저트로 복숭아를 대접받는다. 회장은 세레나가 복숭아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복숭아를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땄다고 한다. 세레나는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데, 복숭아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회장의 귀에 들어간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회장이 힘들게 딴 복숭아를 먹지 않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추가로, 회장 부인은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으로 강력하게 의심되었다. 가면 파티에서 세레니티의 험담을 하던 무리가 있었는데, 그 사람들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독특한 목소리가 인상 깊어서 목소리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가 회장 부인과 너무나 똑같았던 것이다. 과거에 세레니티에 빚을 진 사람들이 악의를 갖고 벨라티아가 먹을 음식에 벨라티아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복숭아를 재료에 섞어서 넣었고, 기도가 부어서 정말 죽을 뻔 한 적이 있었다. 이 이후로 세레나는 약점이 들키면 언제든 목숨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약점을 어떻게든 숨기려 노력하고 살았다. 설사 회장 부인이 악의로 그랬든 아니든, 자신을 싫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고, 그러니 더욱 자신의 약점이 복숭아 알레르기라는 것을 숨기고 싶었다. 다행히 세레나는 벨라티아와 달리 알레르기가 약한 편이어서 그냥 복숭아를 한 조각만 먹어서 해결해보려한다. 이때 갑자기 아이저가 물컵을 깨뜨리고, 회장이 사용인들을 부르기 위해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린 사이 복숭아를 이미 집어먹은 자신의 접시와 세레나의 접시를 서로 바꾸어준다.

식사가 끝나고 저택을 둘러보던 중, 회장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회장은 자리를 비운다. 그 틈을 타 아이저에게 자신에게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지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다. 뜻밖에도 아이저는 세레나에게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호텔 설립 기념 행사 기록을 읽었을 때 벨라티아에게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고, 세레나가 복숭아를 보고 반응이 좋지 않자 대충 짐작만 했는데 그것이 적중했다고 한다. 이어 아이저가, 복숭아를 먹고 몸이 안좋아졌다면 호텔 기념 행사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냐고 다그친다. 사실 복숭아 접시를 바꾸어주었을 때만해도 세레나는 아이저가 자신의 약점을 먼저 알아주고 배려하고 지켜준 것일까봐 나름 기대하고 있었다. 오로지 행사를 우선시한 결과로 접시를 바꾸어줬다는 듯한 태도에 크게 실망한다.[심리5]

본래 계획대로라면 당일날 회장과 사업적인 이야기를 하고 바로 떠나야했지만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바람에 회장이 침실을 제공해준다. 저택으로 올 때 묵었던 여관에서는 각 방을 예약했고 따로 잠들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꼼짝없이 한 방에서 자야하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 아이저가 물컵을 변상하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우고, 아이저는 블라우스 단추는 다녀와서 풀어주겠다며 세레나를 놀린다. 세레나는 맨살을 두고 생기는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기 싫었고, 자리를 비운 사이 사용인을 불러서 블라우스를 벗어냈다. 문제는 씻고 난 다음이었는데, 잠옷을 갈아입으려고 보니 잠옷이 죄다 노출도가 높아보였다. 회장 부인은 자신을 싫어하는 감정에 복숭아로 골탕을 먹였을 지도 모르는데 그런 그녀에게 잠옷을 빌리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새삼 프리드릭과 있을 땐 옷을 벗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 다시 떠올라 스스로를 이상하게 여긴다.[프리드릭] 고민 끝에 세레나는 아이저의 옷가방에서 셔츠를 꺼내 입는다. 아이저가 돌아오고, 아이저는 세레나에게 셔츠를 벗으라고 요구한다. 세레나는 나름대로 변명해보는데 아이저와 대화가 통하지는 않았고, 아이저는 뜬금없이 금주 금요일 식사를 외식으로 하는 대가로 셔츠를 빌려주겠다고 한다. 아이저가 다리로 세레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가두자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외식 제안에 응한다.

다음날 결국 회장 부인의 짓이었음이 발각되어 사과를 받는다. 아이저의 화술 덕분에 회장에게 부탁을 하는 입장이었던 세레니티 측이 역으로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하지만 잘못이 없는 헤럴드 회장마저 면목 없어하며 세레나에게 사과하는 것만은 불편했고, 그래서 회장이 세레나에게 사과를 했을 때는 선뜻 사과를 받지 못하고 미안해한다. 아이저는 주저하는 세레나의 손을 잡고 끌고 나가버린다. 아이저는 입장을 함께하는 것이 부부이기에 회장도 함께 사과를 하는 것이고, 세레나와 아이저도 이들처럼 서로를 책임져야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9. 프리드릭을 향한 의심의 시작(36화~37화)

귀가 후, 수이가 경매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세레나의 침실에 있어야할 프리드릭이 보이지 않고, 프리드릭을 찾다가 별관에서 그를 발견하고 만다. 별관은 프리드릭에게 출입을 금지한 곳이었기에 크게 당황한다. 그새 아이저가 세레나를 따라 별관에 와서는, 세레나의 손에 총을 쥐어주고 프리드릭을 쏘는 듯한 자세를 취하게 한다.
||<table width=350><table align=center><table bordercolor=#a693b1,#a693b1><bgcolor=#a693b1,#a693b1> 아이저와 서로 총을 겨눌 때와 달리 함께 프리드릭을 겨누는 모습 ||
파일:세레나 아이저 총.jpg
총을 겨눌 상대를 점점 찾아가는 연출이다.

아이저가 떠나고, 세레나는 그동안 왜 별관 출입을 금지했는지 설명해준다. 별관은 가족들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는 곳이고, 냄새조차도 하루하루 사라져가는게 불안하고 슬플 정도로 아끼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버리면 냄새가 지워지는 것만 같아서 싫었던 것이다. 아이저가 온 뒤로는 아이저로부터 보호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저도 금지했지만 앞의 이유가 훨씬 중요해서 열렬한 신뢰를 보내는 프리드릭 조차 금한 것이다.

프리드릭이 처음 세레나에게 왔을 때, 세레나는 프리드릭에게 오로지 내 편만을 들어줄 것, 그리고 떠나라할 때 아무것도 묻지 말고 떠나줄 것 두 가지를 요구했다. 프리드릭이 세레나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면, 헤어질 날이 더 빨리 올 것이니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명령을 잘 이행하라고 경고한다. 둘은 침실로 돌아가고, 프리드릭은 세레나의 발을 씻겨준다. 세레나는 프리드릭과 빠르게 친해진 이유를 회상해본다. 프리드릭은 아이저와 모든 것이 달랐다. 비록 오답일 지언정 한없이 다정했고, 자유로웠으며, 곱슬머리까지도 세레나와 비슷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아이저마냥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다가 적발되었다. 혹여나 프리드릭이 자신의 생각과 달리 아이저처럼 이면에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을까봐 불안해졌고, 급기야 대야를 걷어차면서까지 신경질을 부린다. 프리드릭이 너무나 수상했지만 단지 별관이 궁금해서 그랬을 것이라며 크게 의심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 일요일, 프리드릭의 일로 생각이 많아 다시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있었다. 호텔 업무를 수이에게서 보고받다가 문득, 프리드릭을 데려온 장본인인 수이에게 프리드릭의 과거를 재확인한다. 프리드릭은 세레니티에 오기 전에는 군인 신분이었다고 한다. 이름, 나이, 군인 이력 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어서 수이에게 프리드릭의 과거를 아느냐고 묻지만, 수이 역시 그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수이가 먼저 나서서 뒷조사를 해보려하지만 어쩐지 세레나는 프리드릭에 대해 더 아는 것이 무서워졌고 일단 뒷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다.

10. 미술품 콜렉터, '세라'(37화)

'세라'라는 가명으로 그동안 미술품을 수집해왔음이 밝혀진다. 아이저가 세레니티에 들어오자마자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세레니티 소유의 미술품을 죄다 팔아치워버렸다. 그때 세레나가 유난히 팔기를 반대한 작품이 있었는데, 바로 휩 블레뫼르의 <잠식의 색>이었다. <잠식의 색>은 세레나의 부모님이 구매하기 위해 공을 들였고, 생전에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그림이었다. 그래서 그 작품만큼은 팔고 싶지 않았고, 세레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아이저를 찾아와서 부탁이란 걸 하게 되었다.[37] 하지만 아이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림을 팔아버렸다.[38] 이후로 세레나는 아이저의 돈을 쓰려하지 않고 오히려 갖고 있던 장신구를 팔기까지 했다. 그 돈은 경매에서 아이저가 팔아버렸던 미술품을 사들이기 위한 돈으로 사용되었고, 처음에는 사기도 당했다. 그럼에도 굴하지않고 이같은 행동을 반복 실행했고, 미술품을 되찾아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아예 재미를 붙여버려 세레니티의 소유가 아닌 다른 미술품도 모으기 시작했고, 소장품을 때맞춰 되팔기도 하면서 자본을 불렸다. 세라가 구매하는 작품은 유행이 될 정도로 업계에서 위상이 올랐다고 한다. 극 초반에 보석상을 부르고 파티장을 돌아다니며 사치를 부렸는데, 세레니티의 자금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 세라의 명의로 직접 번 돈으로 했던 것이었다. 단, 세라로 활동하게 된 계기였던 <잠식의 색> 만큼은 워낙 가치가 높은 탓에 좀처럼 경매에 나오지 않아서 되찾을 수 없었다.

11. 아이저와의 첫 데이트(38화~40화)

아이저가 외식을 요청한 날, 운전 기사 없이 아이저가 직접 차량을 운전한다. 아이저가 운전 면허가 있다는 것에 놀란다.

두 사람의 행선지는 식당이 아니라 라타생 예술원이었다.라타생 예술원은 세레니티가 후원하는 예술원 중 하나로, 세레나가 발레를 배운 곳이기도 하다. 서류 상으로만 보고받던 예술원에 직접 와보니 발레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을 통해 발레리나를 꿈꾸었던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그때 제이미라는 학생을 만난다. 제이미는 어린 나이에 이미 두각을 드러내어 세레니티에서도 특별히 신경쓰던 학생이다. 제이미는 자신이 세레니티의 후원을 받는다는 걸 알고 세레나를 만나고 싶어했고, 그러다 세레나를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이미는 세레나에게, 세레나처럼 멋진 어른이 되고픈 소원을 말하고 손수건을 선물해준다.

라타생 예술원을 나온 이후로는 근처의 공원에서 함께 걷는다. 부모님과 오빠가 죽음을 경험한 17살 이후로는 공원도 한 번 가본 적 없을 정도로 매우 폐쇄적인 생활을 했고, 당일 역시 프리드릭의 일로 기분이 좋지 않아서 외출이 영 내키지 않았다. 막상 후원하는 곳에 와서 꿈을 갖고 땀을 흘리는 어린 아이들을 보니 자신도 그렇게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헤럴드 회장이 직접 후원하는 곳을 보면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을 해주었는데, 그 말이 틀린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제서야 아이저가 외식을 요청한 이유가 헤럴드 회장의 조언을 실천하기 위함이었음을 깨닫는다. 아이저는 이 경험이 다시 헤럴드 회장을 만났을 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니 일의 연장선이라고 첨언한다.

아이저는 세레나의 높은 구두를 언급하며 호텔 첫 출근 때처럼 단화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세레나는 아이저가 그때 단화를 준 일이 기분 나빴다고 솔직하게 밝힌다. 세레나는 회장의 집에서 아이저에게 말했듯, 약점을 들키기가 싫다는 이유로 발목이 아픈 티를 내기 싫었고, 그래서 높은 구두를 신어서 발목이 더 아파왔는데도 꿋꿋이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하지만 하필 아이저에게 들켰고, 아이저는 놀리듯 단화를 보냈다. 무얼 하든 아이저에게는 약점이 들키는 기분에 생존의 위협과 모멸감을 느껴서 과민 반응을 했다. 아이저는 이에 대해, 굳이 약점을 감출 필요가 없는 오늘같은 날에는 높은 구두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준다. 사회에서는 세레나의 생각보다 세레나를 존경하는 사람이 많다. 세레나는 그동안 상류 사회에서 세레나를 고깝게 여기는 사람들에 치이며 병들어갔지만, 그 반대도 많은데 제이미를 예시로 들어주었다. 그들의 시선은 높은 구두를 신지 않아도 만들어진 시선이고, 그렇기에 아이저는 높은 구두를 신지 않아도 충분히 커보인다며 자존심을 추켜세워준다. 사실 높은 구두는 세레나에게 강박같은 것이다. 스스로가 쓸모 없게 느껴질 때, 화려하게 치장하고 구두로 키를 키우면 조금이라도 작아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기 죽은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구두에 집착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위로를 들었고, 큰 기쁨이 되었다.

또한 아이저는 유리 화원에서 세레나를 실수로 밀쳤다가 다치게 한 일을 사과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아이저의 사과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며 괜한 자존심을 부리기도 한다.[39] 아이저가 마냥 그레이언 가문이라서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았는데 그가 미안한 감정을 표하자 아이저에게서 인간의 정을 느낀다. 아이저에게 평소 갖고 있던 편견이 조금씩 깨지는 순간이었다.

외식은 저녁이 되어서야 하게 된다. 식사 자리에서 아이저는 바닷가에 새로운 세레니티 호텔을 짓고, 그 주변을 개발하는 큰 사업을 할 것이라고 알려준다. 지금의 세레니티 호텔은 사업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수도를 찾는 사업가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성격이 매우 강하고, 관광이나 만남을 위해 호텔을 찾는 사람들은 소수에 해당한다. 휴양지에 호텔을 지으면 딱딱하기만 한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또한 바다 자체의 의미도 굉장히 큰데, 뮤라체비아 왕국은 내륙국에 가까워서 바다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자주 했다. 세레나의 외할아버지[40]는 바다를 소유한 국가인 아티아젠을 속국으로 만드는 전쟁에 큰 공을 세우고 속국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정작 본인은 전사했다. 이런 가족사가 있어서 바다에 호텔을 세운다함은 세레니티에게도 의미가 있다. 하물며 국민들은 바다를 보유하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바다에 가기가 어려운 인프라 때문에 바다를 선망하고 있다. 귀족 출신인 세레나조차도 휴가 때나 겨우 바다에 한 번 가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바닷가 호텔 건설은 국민들의 환상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된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를 개발하고 그 중심에 세레니티가 세워진다면 대륙의 중심이[41] 세레니티가 될 수도 있다. 헤럴드 회장을 만난 이유도 한꺼번에 이해가 되었다. 바다까지 가는데에 필요한 철도와 기차역을 세우는 데에 헤럴드 회장이 꼭 필요하다. 아이저는 바닷가 호텔 사업에 집중하게 됨에 따라 수도의 호텔은 세레나가 전담하게 된다.

그렇게 들떠있는 순간, 잘 먹지 않는 세레나에게 아이저가 잘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조언해주는데, 오히려 이 조언 때문에 아이저의 통화 내용[통화내용]이 떠올랐고, 저택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심리6][심리5]

차를 타러 가는 길에 갑자기 큰 소리가 나고, 고양이 가족이 마차에 치인다. 마부는 그 고양이를 경사진 풀숲으로 걷어차버린다. 이 상황이 가족 모두를 떠나보낸 자신의 처지와 비슷해보여서 감정이 크게 요동친다. 비까지 쏟아지자 아이저는 세레나를 진정시키고 차로 데려가려한다. 세레나도 감정을 추스르고 아이저를 따르려하던 때에,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살아서 삐약거리고 있었다. 세레나는 자신의 처지와 다를 바 없는 새끼 고양이를 어떻게든 구하려 한다. 아이저는 이런 일에 정신 뺏겨서 할일 못하고 손해보지 말라고 하자, 울분을 담아 고양이를 구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비록 시간을 뺏기더라도 작은 생명 하나를 구하는 데 그 시간을 주저 없이 쓰는 것이 세레니티의 사고 방식이고, 부부는 서로를 책임지고 입장을 함께해야한다고 아이저가 말했듯 지금 세레나의 의견을 따르라고 일침한다. 세레나가 홀로 고양이를 구하러 가려던 그때, 아이저가 직접 나서서 고양이를 구하려한다.

아이저는 고양이를 절대 구해주지 않을 것 같았지만 비를 맞아가며 고양이를 직접 구해주었다. 아이저와 외출해있는 동안 아이저에게서 인간미를 여러번 보았지만 또다시 인간비를 발견하게 된다.

12. 두 남자에게 기대했다가 불신하게되다(41화~43화)

귀가 후, 아스탕스에게 고양이를 맡기고 침실로 향한다. 프리드릭은 세레나의 수면제를 몰래 꺼내어 정량 이상으로 먹고는 잠에 취해있었다. 잠든 프리드릭을 겨우 침대로 옮기고서, 프리드릭에 대해 아는 것이 독일지 약일지 고민한다. 이때, 프리드릭이 잠꼬대로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중얼거리고, 프리드릭에 대한 의심이 살아나면서 공황을 겪는다.[심리5][심리7] 바깥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비를 맞으면 정신이 들까하여 밖으로 나가서 무작정 비를 맞는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저가 데리러 온다. 세레나는 자신만의 공간인 별관으로 향하고, 그동안 프리드릭을 어떻게 할 지 고민해보기로 한다.

아이저는 데이트 당시, 호텔이 지어질 도시가 '플로 마리나'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않아 세레나가 호텔 부지 목적으로 사들인 부지가 '플로 마리나'에 있지 않고 '상토리아 블루'에 있음을 알고 말았다. '상토리아 블루'는 아티아젠의 무역 도시로, '셀터즈 은행'이 이곳 무역 회사들의 자금줄을 꽉 잡고 있다. 문제는 이 '셀터즈 은행'이 10녀 전, 그레이언 가문이 인수한 은행이라는 사실이다. 그레이언은 이곳에서 사채업을 하고 있는데다, 그레이언은 건축 회사여서 아이저가 세레나 몰래 그레이언의 건축 회사를 이용해서 '상토리아 블루'에 호텔을 짓는다면 호텔이 그레이언 가로 복속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세레나는 아이저가 오자마자 집무실의 책이며, 서류며 전부 마구잡이로 찢고 아이저에게 던지는 바람에 손을 종이에 베였고, 손은 피범벅이 된다. 겨우 세레나를 진정시킨다.

호텔이 '플로 마리나'에 지어질 예정인 것은 맞다고 한다. '상토리아 블루'를 호텔을 지을 부지라는 명분으로 구매하긴 했지만 그곳의 부지가 쓸만한 땅이고 나중에 이용할 계획으로 구매했을 뿐이니 원치 않는다면 팔아도 된다고 한다. 세레나는 아이저의 말을 마냥 믿을 수 없어서 앞으로는 바닷가 호텔에 자신도 함께 관여할 것을 선언한다.

아이저는 문득, 세레나에게 사회적인 이유 외에도 그레이언 가문을 싫어하는 이유가 있냐고 묻고, 세레나는 긍정한다. 세레나는 아이저가 이안사에게서 무엇을 받기로 했는지를 말한다면 자신도 그레이언 가문에게 어떤 원한이 있는지 말해주겠다고 하지만 아이저는 세레나의 질문에 침묵한다. 세레나는 그레이언 가문 때문에 좋아하는 발레를 그만두어야했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저가 알아봤자 소용 없을 것 같고, 아이저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만한 사람도 아닌 것 같아서 말하기를 포기한다. 그 짧은 사이에 얼마나 감정이 북받쳤는지 입술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하고, 입술에 피가 맺힌다. 아이저는 세레나의 입술에 맺힌 피를 손으로 직접 닦아주고, 손을 입 안까지 잠시 넣어서 피를 문지른다.

수이가 세레나를 찾으러오고, 세레나는 괜히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워한다. 아이저가 먼저 집무실을 뜨는데, 집무실을 뜨기 직전에 자신도 그레이언이라는 이름이 싫다는 말을 해버리고는 떠난다. 세레나는 다음날이 호텔 설립 기념 행사인 관계로 미리 마스터룸에 가서 자기로 한다.

잠들기 전, 로건이 선물해준 발레리나 오르골을 보고 과거를 회상한다. 아이저의 말이 무슨 의미일지도 궁금해한다.

13. 과거사: 라타생 시절(44화~45화)

어린 시절 부모님과 발레 공연을 본 적이 있다. 리본을 잔뜩 매달고 춤을 추는 발레를 보고 완전히 매료되었고,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졌다. 발레리나가 되고픈 마음에 옷이나 머리에 리본이 하나라도 없으면 만족하지 못할 정도로 리본을 좋아하게 되었고, 리본을 잔뜩 달고 다니는 바람에 리본 공주라는 별명이 붙었다. 부모님께는 발레를 배우게 해달라고 매일같이 조른 끝에[47] 벨라티아가 라타생 예술원에서 발레를 배울 수 있게 해주었다. 이때 세레나의 나이는 11살 무렵이었다.

발레를 배우는 학생들 중에 부유층은 거의 없었고, 가난하지만 빚을 져가며 발레를 배우고 집안을 일으켜보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과 달리 세레나는 거물급 가문의 딸이어서 당시 라타생의 원장은 세레나가 입학하자마자 사물함을 지정해주고 세레나를 돌봐줄 두 언니도 배정해주는 등 특별 대우를 해주었다. 두 언니 중 리제 언니는 세레나에게 늘 친절했으며, 에스더 언니는 자신과 달리 취미로 발레를 즐기러 온 세레나가 아니꼬왔지만 나름대로 세레나를 아껴주었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되면 리제는 달래주고, 에스더는 아직도 그만두지 않았냐며 시비를 걸어서 오기를 갖게 해주었다. 탈의실에서 언니들과 몰래 과자를 먹던 추억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다.

발레를 배운지 3년 째 되던 해의 어느날 리제는 에스더가 토슈즈를 두고 갔다며 원장실에 있는 에스더에게 토슈즈를 갖다주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연습실이 아닌 원장실로 가야하는 것이 다소 미심쩍었지만 이때까지만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원장실에 도착하자 선생님과 후원자 무리, 학생들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사실 당시의 라타생은 매우 암울했다. 후원자들은 비싼 교육비를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후원을 해주는 대가로 하는 공연을 시켜왔는데, 공연 횟수가 기존에 고지된 횟수보다 과도하게 많아서 피로감을 호소했다. 공연의 목적 자체가 자선 공연이 아니라 후원자들 앞에서 선보이는 접대 공연이어서 더욱 버거웠다. 게다가 후원자들은 모든 학생들은 라타생에서 묵묵히 연습을 하면서 국립 발레단 입단을 꿈꾸고 있는데, 국립 발레단 입단을 완전히 금지시켰다. 이것이 금지되면 나중에 강사가 될 수도, 대형 극단에서 자수성가를 이룰 수도 없다. 스스로 돈을 벌어낼 능력을 차단하고 후원자에게 종속시키는 저질 계약이었다. 공연에서 잘 보인 학생들은 개인 후원자가 연결되기도 하며, 아예 처음부터 개인 후원자가 학생들을 점찍어두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개인 후원의 실상은 교육비와 맞바꾼 매매혼이었다. 개인 후원을 하게되면 작은 소극단에서 공연을 하고 다니다가 개인 후원자에게 시집을 가는 결말을 맞는다. 한마디로 후원의 탈을 쓴 접대와 인신매매였다. 결국 학생들 중 에스더가 나서서 불공정한 후원 계약에 대해 항의하기로 하였고, 에스더가 겁을 먹고 주저하자 해리가 대신 나서게 되었다. 해리의 항의를 들은 후원자들 중 그레이언이라고 불린 남자( 아이저의 형 빅터)는 해리를 곧바로 그 자리에서 총으로 쏴 죽여버렸다. 세레나는 벌벌 떨며 주저앉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욕을 뱉으며 원장실을 나오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에스더는 자신이 해리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고통받았다. 예술에도 회의감이 심했다.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에스더와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그저 오락거리 내지는 상품으로만 바라보는 부유층들도 존재한다. 극과 극이 공존하는 예술 사회에서 에스더와 같은 사람은 부유층들을 위해 전시되어야한다. 에스더는 이 현실이 싫었다. 그런 와중에 라타생에 죽음의 공포까지 갖게 되었다. 그렇다고 라타생을 탈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만두면 후원받던 교육비를 전부 지불해야해서 거액의 빚을 떠안게되고, 도망가더라도 이들이 학생들을 못 찾아낼 사람들이 아니었다. 심지어 에스더는 자신을 받아줄 가족조차 없었다. 가족 하나 없이 도망자 신세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감히 알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에스더는 도망을 권유하는 리제에게 크게 화를 내었고, 괜한 화풀이까지 해버린 이후로 리제나 세레나와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세레나와 리제도 서로 거의 대화를 하지 않게 되었고, 에스더는 공연에, 리제는 연습에 매진했다.

세레나가 유난히 수업을 듣기 싫었던 날, 탈의실에서 외마디 비명소리와 어딘가를 바라보고 굳어있는 리제를 발견했다. 리제가 보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세레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주검이 된 에스더를 보고야 말았다. 리제는 사건 직후 곧장 발레를 그만두었고, 세레나에게는 그만둔다는 말이나 작별 인사 대신 세레나의 사물함에 자신의 토슈즈를 남겨두었다.

세레나는 더러운 소굴같던 라타생에 더 이상 있기 싫었고, 벨라티아에게는 15살이 되자마자 달린쿠르에 입학하고 싶다는 핑계를 대고 발레를 그만두었다.

당시 그레이언가의 안주인[48]이 사람을 죽이다 들켰고, 죽음으로 속죄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레이언 일가는 안주인의 죽음을 계기로 자선 사업을 벌였는데, 라타생이 이 자선 사업에 휘말리게 된 듯하다. 이들은 자선 사업을 하면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였고, 이미지 쇄신까지 성공했는데 실제로는 적자가 너무 커서 손실을 메꾸느라 하청 업체를 착취했다고 한다.[49] 빅터가 라타생에서 보인 행보를 보아, 하청 업체의 고위 관계자들에게 어리고 가난한 학생들을 팔아넘겨 부정한 이득을 취하는 방법으로 손실을 충당했거나 거래처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학생들을 바치고 몸값을 취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는 그레이언가 대신 세레니티가 후원을 하게 됨으로써 기괴한 방식의 후원은 사라졌다.

14. 세레니티 호텔 설립 기념식 당일(46화~51화)

세레니티 호텔 설립 기념식 당일이 찾아오고, 세레나는 전날 라타생에서의 끔찍한 일을 떠올리게 된 영향인지 오전에 라타생에 잠시 들린다. 탈의실을 잠시 찾았다가 몰래 과자를 먹고 있던 제이미를 다시 만난다. 제이미가 사용하는 사물함은 놀랍게도 리제가 사용하던 사물함이어서 리제를 잠시 회상하게 된다.

호텔로 돌아와 행사에 맞춰 본격적으로 단장을 한다. 아이저에게서 높은 구두를 신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은 것이 큰 위로가 되었는지 웬일로 높은 구두에서 낮은 구두로 바꾸고, 화장도 연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처음으로 직접 주관한 행사이고, 따라서 1부 행사에 있을 연설을 아이저 없이 홀로 해야했지만 성공적으로 해낸다. 연설을 마치고 나서도 초대된 사람들과 철저히 계산된 주제로 대화를 하고, 사람들을 소개해야해서 매우 피곤했지만 스스로가 이룬 성과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 모습까지도 보인다. 2부까지 모두 끝내고 3부 시작 전, 이브닝 드레스로 환복하기 위해 잠시 드레스룸에 들어간다. 세레나는 전용 드레스룸을 사용하는데 뒤편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나고, 사용인일 리도 없었다. 그때 소름돋게도 '안녕, 자기야.'라고 말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세레나의 전용 룸에 아이저도 와 있었는데,[50] 그 여자는 아이저에게 인사를 건넨 것이었다. 아이저는 인사를 전혀 받아주지 않고 말 없이 몇 분 동안 그 사람을 노려본다. 인사말을 보아 헤어진 전 연인인 듯했고, 그 순간 해당 인물이 아이저가 지난 번 술김에 불렀던 이름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러비스가 말한 아이저의 감정적인 약점이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아이저의 나이가 27세이므로 연인이 있었을 법은 하지만 가슴 속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아이저를 반기는 불청객과 달리, 아이저는 여자를 거부하며 매우 차갑게 화를 낸다. 게다가 세레나와 아이저를 향해 가짜 결혼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슬슬 선을 넘는 태도까지 보이고, 이미 결혼을 한 아이저가 완강히 거부하는데도 여전히 자신이 연인인 것마냥 '자기'라고 호칭한다. 세레나는 아이저가 화를 내는 얼굴을 처음으로 보게 된다.

3부 도중, 아이저와 대화했던 여자가 세레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온다. 해당 인물은 다이아 더로랑으로, 더로랑 집안 사람이었으며, 더로랑 갤러리 관장으로 새로 부임했다고 한다. 더로랑 갤러리는 호텔과도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고, 세레나는 더로랑 소유의 작품을 자주 구매하는데도 초면이었다. 심지어 세레나는 더로랑의 사람을 초대한 적이 없다. 이에 매우 의아해하던 때에, 다이아가 스스로 해리어스 은행장 부인의 수행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밝힌다. 더로랑은 왕국에서 매우 위상이 높은 예술 가문이므로, 다이아 정도의 신분을 가진 사람이 체면을 구겨가면서 굳이 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했다는 의미이다. 아이저를 만나고 싶었다면 아이저는 호텔로 자주 출근하기 때문에 호텔을 직접 찾는 것이 가장 간편하다. 그러므로 다이아의 목적은 아이저보다는 세레나, 자신이라는 것을 금세 간파할 수 있었다. 초대객이 아니면서 참석하기 위해 수를 쓴 것도 괘씸하고, 세레나가 계획한 틀을 깨고 세레나의의 영역을 보란듯이 넘는 것도 불쾌했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다이아가 먼저 단 둘이서 대화하길 청하고, 세레나는 수락한다.

둘만의 자리에서 다이아는 하필 세레나가 세라의 이름으로 유행시킨 도자기, '엔젤 플라워 시리즈'를 선물한다. 이에 세레나는 다이아가 이미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을까봐 괜한 경계심이 든다. 다이아는 더로랑 갤러리에 세레나를 초대해서 공개하지 않는 작품들도 보여주겠다며 친분을 꾀하려한다. 이때 다이아가 세레나가 그토록 원하던 <잠식의 색>에 대해 거론해버린다. 다이아는 세레나의 가문과 <잠식의 색>에 대한 사연을 이미 들어 알고 있어서 언급한 것을 미안해하지만 세레나는 <잠식의 색>을 떠나보낸 일로 <잠식의 색>을 가질 자격이 부족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또한 <잠식의 색>을 떠나보내면서 세레나가 겪은 좌절 덕분에 '세라'가 만들어졌고, 세레나가 성장했다. 때문에 아쉬운 마음은 있어도 슬픈 감정은 없었다. 더로랑 측에서 <잠식의 색>만은 워낙 경매에 내놓질 않아서 어딘가에 팔았나했지만 개인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하니 어찌됐든 다시 사들일 기회가 없지는 않은 셈이니 한시름 놓을 수도 있었다. 대화의 끝에서 다이아는 머지 않아 있을 자신의 갤러리 관장 취임식에 세레나와 아이저를 초대하고 싶다고 했는데, 자신과 아이저를 따로 호칭하는 것이 어쩐지 계약 부부라는 것을 이미 알고 두 사람을 부부로 취급하지 않고 별개의 존재로 취급하는 듯해서 불쾌해한다.[51]

행사가 성황리에 끝나고, 아이저는 몸이 좋지 않다며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겠다고 한다. 왠지 다이아 때문인 듯해서 신경이 쓰이던 때에 다이아가 행사장으로 급하게 다시 찾아온다. 지배인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하고, 세레나에게 아이저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52] 다이아의 요구는 아이저를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이저에게 꼭 할 말이 있다고 간곡하게 청하지만, 아무리 급한 사정일지언정 약속도 없이 갑자기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고, 아이저는 몸이 좋지 않아 더욱 사람을 만날 사정이 되지 못한다. 세레나는 약속을 다시 잡고 오라며 거절했지만 다이아는 꼭 지금이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며 아이저를 직접 간호하겠다고 나선다. 비록 세레나가 아이저와 이혼할 생각이었다고는 하나, 서류상으로라도 명백히 현재의 아내 자리에 있는 세레나의 앞에서 감히 애틋함을 자랑하고, 자신과 아이저의 사이에서 세레나를 치워버리는, 그야말로 상도덕이 없는 발언이었다. 세레나는 다이아를 저지하려하지만, 다이아는 눈에 뵈는 게 없었고 세레나가 저지하든 말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한다. 다이아는 아이저 앞에서 세레나와 아이저가 가짜 부부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던 것과 똑같이 세레나 앞에서도 같은 말을 하고, 둘 사이에 어떤 애정도, 관심도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며, 따라서 아이저가 아프든 말든 세레나에겐 상관이 없을 테니 자신이 간호하게 해달라고 한다. 본인도 구설수가 신경은 쓰였는지 호텔 로비에라도 있게 해달라고까지 주장한다. 세레나는 다이아가 어쩐지 자신이 이혼할 것이라 확신하고 말한다고 느꼈는데, 사실 세레나는 아이저와 사이가 극단적으로 나쁘던 시절, 아이저에게서 경영을 배운 후 이혼하려고 하긴 했다. 그래서 자신의 수가 읽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어쨌든 서류상으로 아내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세레나이다. 그럼에도 세레나의 전용 룸에 멋대로 들어온 행위, 세레나를 대신해서 먼저 지배인을 내보내려 한 행위, 아이저의 곁을 내어 달라는 말도 안되는 요구, 세레나의 거절도 들은 체 만 체 하는 뻔뻔함, 계약 결혼한 사이라 해서 서로의 감정을 함부로 확언하는 행위 등, 다이아의 모든 말과 행동들은 세레나로 하여금 자신의 것을 넘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세레나는 내 것을 넘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심리1] 그래서 계약 결혼이라 하더라도 '서로가 필요해서' 한 결혼이고 지금은 '내 남편'인 것이 중요하니 돌아가라고 맞대응한다.[심리8]

다이아를 보내고, 아이저에게 '내 남편'이라는 말을 뱉은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 세레나는 자신이 의사 하나 없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결혼 초반에는 이런 이유로 아이저를 남편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런데 기어이 자신의 입으로 '내 남편'이라는 말을 뱉음으로써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서로가 부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이저를 간호하는 것도 크게 내키지 않았고, 누군가를 간호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헤럴드 회장의 집에서 복숭아를 먹지 않게 도와준 일도 있었으니 그때 일을 보답하는 셈 치고 아이저를 직접 보살피기로 한다. 잠든 아이저 옆에서 간호를 해주려던 찰나, 아이저가 잠에서 깨어 세레나의 손을 붙잡는다. 아이저는 세레나에게 다이아를 왜 돌려보냈냐고 물어본다. 그 말인 즉슨, 아이저는 자지 않고 자신과 다이아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이다. 남편이라고 칭했던 것까지 뻔히 들었을 것이고,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자존심에 낯선 여자가 이 호텔에서 가장 사적인 공간에 들어와 밤새 있겠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아프다는 아이저와 만나게 할 수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무례했고 기분이 나빴다며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아이저는 세레나의 말 중에서 '가장 사적인 공간'이란 말의 꼬리를 잡고, 가장 사적인 공간에 남녀가 단둘이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렇다면 지금 세레나와 아이저는 괜찮을지를 물으며 세레나를 놀린다. 세레나는 아이저에게서 경영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아이저가 정말로 자신을 죽일만한 사람인지, 자신을 멸시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맞는지에 대해 의심을 조금씩 하고 있었다. 아이저의 질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말하는 것도 쑥쓰러워서 대답 대신 아이저는 어떠냐고 물어본다. 아이저는 왜 그게 중요한지를 궁금해한다. 세레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었다. 아이저는 세레나에게 단 한 번도 미워한 적 없다는 말을 해준다. 세레나는 이 대답에 크게 놀란다. 세레나는 아이저가 그레이언 가문 출신이라서, 세레니티를 살려주어서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설 자리가 사라져갈수록 세레니티를 빼앗기는 것만 같아서 아이저가 밉고 불편했으며, 통화 내용을 들은 이후로는 정말로 빅터가 그랬듯 자신을 죽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아이저를 경멸했다. 아이저의 서늘한 눈빛 또한 무능력한 자신을 꾸짖고, 멸시하는 듯하여 아이저를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서로를 싫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지금껏 세레나가 아이저에게 못되게 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저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런 생각이 틀린 것만 같았다. 그리고 방금 막 아이저에게서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간 자신이 아이저에게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동시에 설레기도 했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에 급히 자리를 뜬다.

잠들기 직전에는 아이저와 사귀었던 다이아를 의식한다. 아이저가 자신을 만지듯이 다이아도 만졌을까봐 괜한 질투를 느낀다.

15. 프리드릭에게 세라를 맡기다(51화)

세레나는 프리드릭에게 호텔 설립 기념 행사 직후 저녁에 만나서 지시 사항을 전달하기로 했다. 그 약속을 절대 잊고 있지 않았지만 아이저와 투닥거리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고, 아침이 되어서야 저택으로 돌아온다.

프리드릭을 향해 불신의 눈빛을 뿜어내며 프리드릭을 자신의 침실에 더이상 출입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관계를 끝내지는 않는다. 프리드릭이 어떠한 목적으로 자신 옆에 있는 것은 확실하니, 세레나도 프리드릭을 이용하다가 목적을 달성하면 돌아서서 총을 쏘는 게임을 이제는 아이저가 아니라 프리드릭과 하기로 한다.[55] 세레나는 프리드릭을 이용하기 위해 임무를 바꾸어 세라의 호위를 하도록 한다.


[1] 프리드릭 블룸. [2] 17~18화에서 밝혀지지만 둘의 관계상 세레나가 갑이고, 애첩이 을이다. 그 이상 가까워지기 싫으니 자신의 감정이 어떻든, 어떤 평가를 받든 상관하지 말라고 선을 그은 것인데, 술에 너무 취해서 격하게 표현해버렸다. [심리1] 24화 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실론은 세레니티가 잘나가던 시절, 세레니티에 온갖 사탕발림을 하고 세레나에게 금으로 된 토슈즈까지 선물해가며 잘보이려 애를 썼다. 아직 어리고, 사람의 악의를 잘 모르던 시절의 세레나는 실론이 정말로 세레니티를 좋아해서 호의를 보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부모님과 오빠가 사망하고 세레니티가 재정난을 겪게되자마자 실론은 돌변했다. 그동안 세레니티에 투자한 돈과 선물을 아까워했으며, 이안사와 세레나를 걱정하는 척 세레니티의 아픔을 가십거리로 삼았다. 심지어 실론은 세레니티는 세레나를 시집보내는 것이 최선이라며 마음 속에서만큼은 몇 번이고 세레나를 매매혼으로 팔아버렸다. 중매라도 서보겠다며 마음에도 없는 말로 세레니티를 조롱한 건 덤이다. 이 일로 세레나는 실론의 보석이라면 다이아몬드일지라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심리2] 안타까운 가족사를 겪고난 뒤 사람들이 호시탐탐 세레니티를 빼앗으려 했고, 우울•불안에 시달려서 예민해졌던 사실이 작품 초반부에 공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때의 돌발 행동을 설명하기엔 부족했는데, 48화에서야 이런 성격이 만들어진 이유가 온전히 밝혀졌다. 아이저와 결혼하고 나서는 아이저가 세레니티를 빼앗고 말 미래를 경계해야했고, 매 순간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것을 누군가 넘보는 상황에 점점 예민해졌다. [5] 프리드릭은 세레나를 안정시키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것이라 여길 이유는 충분했다. 단, 권력이 세지도 않은 어린 보석상이 프리드릭을 쳐다보았다는 것만으로 그녀가 프리드릭을 가져가고 싶어한다고 느낀 것은 상당히 비합리적이다. 이는 세레나가 갖고 있던 우울로 인해 사고에 편집이 일어났다고 보아야한다. [6] 왕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신문사인 맥킨 신문사에 많은 권리를 행사하는 토드가 가문. 최고 품질의 커피콩을 위해 독점 계약한 농장의 소유주인 윌 가문. 고가의 제품을 수입하는데 쓰는 선박 및 해외 사업장과 관련있는 에드몬드 가문 세 가문만 밝혀짐. [심리2] [8] 자신의 것에 해당하는 '세레니티'가 만들어지는 데에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므로 이들 역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만 했다. 세레나는 이들이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세레니티의 이름을 대고 돈을 꾸고 다니며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까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단, 아이저가 이들과의 인연을 끊기로 결심한 계기가 된 매우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악행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이는 세레나의 잘못이 아니라 아이저가 일부러 세레나가 모르도록 한 것이다. 자신의 것을 빼앗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받은대로 돌려주려하는 세레나의 성격에, 그들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를 알면 섣부르게 행동할 것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비밀로 했다. [9] 19세. [10] 왕국은 미성년도 보호자의 동의 아래 법적 결혼이 가능하다. 악용을 우려해 이 경우에는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복잡한 서류 절차 및 법원의 동의 하에 극히 드물게 허가되었다.(15~18세에 해당되며, 성인이 된 후에는 자의적으로 이혼이 가능하다.) 성인은 보호자의 동의 없이 결혼이 가능하며, 왕국의 결혼 적령기는 25세 이상부터이다. [11] 이들은 사회적인 평판도 문제가 있지만 세레나에게 개인적인 이유가 더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과거사 : 라타생 시절(44화~45화) 문단 참조. [12] 세레나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임신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런 세레나의 몸에 스킨십 자국이 많이 남아있었고, 이를 본 주치의가 세레나가 혹여 관계를 가졌을까봐 세레나에게 임신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부부의 건강검진 내용은 서로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저도 전달받았다. 다만 주치의가 이를 보고 염려했다고 해서 두 사람이 문란하게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에 관해서는 후술하였다. [13] 아스탕스가 임신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한 일도 있었고, 밤에 더 놀아주겠다는 말 때문에 오해를 불러 일으켰지만 사실 세레나는 자신이 뱉은 말이 야한 말인지 모른다. [14] 세레나와 프리드릭이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많은 것이 암시된 장면이었다. 세레나는 프리드릭에게 먼저 키스하려하지 않는다. 이전에 있었던 키스신도 세레나가 아니라 프리드릭이 했다. 물론 세레나가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세레나가 먼저 하고 싶어한 적이 영 없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또한 프리드릭이 세레나보다 3살이 더 많은데도 두 사람은 명백한 상하관계를 보이고 있다. [통화내용] '계속 지켜보는 중입니다. 그저 죽은 듯이 가만히 살고 있어요. 지금은 조용히 사는 게 도움이 된다지만, 시간이 흘러서도 쓸모없다면 없애야죠. 이용할 수 있을만큼 이용 하다 방해가 되는 순간 바로 죽일 겁니다. 그런 것쯤은 사고사로 위장하면 돼요. 사람들은 또 금방 잊을거고.' '정이라뇨, 남과 다를 바 없는 애입니다. 죽든, 살든 아무 상관도, 관심도 없습니다. 다만, 처리하더라도 제가 손댑니다. 기회를 보고 있으니, 기다리세요.' [16] 개인 소지 목적이기 때문에 불법 총기이다. [17] 실제로는 아이저가 옮겨주었으나 그럴 가능성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잠에 취해 침대로 가놓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8] 아이저 없이도 경영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서 이혼으로 아이저의 뒤통수를 치는 것. [19] 보통은 전용 후문으로 출퇴근하고, 정문은 손님들이 드나든다. [심리3] 여기서 세레나가 아이저에게 가진 감정이 언뜻 드러났는데, 세레나에게 아이저는 미지의 존재에 가깝다. 온전히 알 수 없다는 그 막막함에 아이저를 더욱 어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있다. 세레나는 그의 능력은 늘 인정하고 있다. 당장 쓰러져가는 가문을 살려주었다는 공이 있기에 아이저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확신한 적이 없다. 애초에 세레나가 들은 통화 내용에서도 아이저가 죽이겠다는 대상이 매우 불분명하다. 그렇다고 아이저가 자신의 편이라고 믿은 적도 없다. 그의 가문은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무서운 가문인데다, 아이저가 죽이겠다는 대상이 본인일 수도 있다. 본인이 아니더라도 남을 죽이려고 작정했다면 세레나도 언제든 죽일 수 있다. 결국 '최악의 경우' 자신을 죽일 지도 모른다는 강한 불안이 대두된 것인데, 이 최악의 경우가 무려 '죽음'이다. 죽음은 인간 최대의 공포이기 때문에 세레나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최악을 가정하고 아이저에게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21] 세레니티 일가가 묵는 호텔의 방. [22] 발레리나 오르골이었다. [23] 워낙 뜬금 없는 급발진이어서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일단 세레나는 심리가 불안정하고 행동이 과격하여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것이 맞다. 헤럴드 회장 에피소드까지 감상해보면 세레나가 왜 강한 척에 집착하는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데, 미리 짤막하게 언급하자면 약점이라 함은 죽음과도 이어질 수 있는 공포 요소이기 때문이다. 높은 구두 자체에도 세레나에게 의미가 크다. [심리4]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서 아이저가 긴장하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비록 칭찬을 기대하지는 않았다고하나, 자존심이 상해서 결국엔 자신이 얼마나 잘했는지를 아이저에게 자랑하고 말았다. [통화내용] [26] 즉, 프리드릭은 과거 모종의 사유로 누군가를 살해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심리1] [사랑] 성적 긴장감을 느낀 것이지만 자신이 느낀 감각이 성적 긴장감의 한 종류라는 것을 깨닫지는 못했다. [29] 마주보게끔 무릎에 앉혀버렸다. 하체가 밀착되는 자세였다. [30] 이 은유 표현이 정말 절제되어있었고, 주치의 입에서 임신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까지 나왔기 때문에 차후 직접적으로 언급되었을 때 많은 독자들을 당황케했다. [31] 세레나가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면 차마 참지 못하고 맨몸에다 입맞추고 구석구석 만지기까지 하여 세레나의 몸에 자국까지 잔뜩 남았고, 세레나도 이걸 허용해주었다. 하지만 세레나는 이런 애정 행각을 통해 프리드릭이 자신의 편이라는 것을 느끼고, 그 사실에서 위로만을 받을 뿐, 성적으로 안달한 적은 없다. 세레나 본인도 이런 행동이 어떤 감정에서 우러나오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더욱 허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세레나가 사랑해서 몸을 만지고 싶다는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고 있었다면 프리드릭의 행위를 허용했을지 아닐지는 미지의 영역이다. 세레나가 프리드릭에게 느끼는 욕구가 없고, 둘의 관계에서 명백히 세레나가 갑이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긴 하다. 실제로 프리드릭이 세레나에게 키스해달라고 했을 때, 세레나가 보기좋게 거절했다. [32] 아이저가 미리 주인에게 말해두었다. [프리드릭] 세레나는 프리드릭이 눈 앞에 있든 말든 거리낌 없이 환복을 하곤 했으며, 오히려 프리드릭이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맨몸을 보이는 것 자체는 세레나의 신분 상 여자 사용인들 앞에서 늘상 해왔던 일이라서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자연스럽다. 즉, 프리드릭은 세레나에게 다른 여자 사용인과 다를 바가 없고,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좀 더 심하게는 세레나에게 프리드릭은 그저 인형이나 다름없는 존재라는 서술을 토대로 인형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하여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듯, 프리드릭 앞에서도 그러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사랑] [심리5] 세레나는 사람을 많이 의심하지만 타고나게 우호성이 높아서 기대도 크다. 아이저는 미지의 존재이고, 세레나는 그가 최악의 경우에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동시에 이안사가 세레나를 맡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며, 보란듯이 세레니티를 살려준 만큼 아이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대도 함께 갖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고, 그래서 사람들을 경계하지만 경계하면서도 또 조금씩 기대하기도 한다. [프리드릭] [37] 블라우스 단추를 채워달라고 했던 것도 부탁이지만, 내켜서 한 부탁은 아니었다. 직접 아이저를 찾아서 한 부탁 중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하는 것이다. [38] 해당 작품은 경매에서 더로랑에게 낙찰되었다. [39] 정말로 그리 신경쓰고 있지 않기도 했으니 거짓은 아니다. [40] 칼 헤더슨 장교. [41] 바다를 통해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 그 사람들이 세레니티에 묵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화내용] [심리6] 아이저는 누군가를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이용하다 필요가 없어지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는데,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이용하려면 건강해야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아이저와 함께하는 외출 시간이 좋았고, 아이저를 믿는 마음이 이전보다는 강해졌다. 하지만 아이저가 이 좋았던 시간을 배신하고 세레나를 죽이려한다면 그 배신감과 허무함, 자책을 견디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이저를 다시 경계하게 된 것이다. [심리5] [심리5] [심리7] 심리5 각주와 같은 이유이다. 믿기 위한 사람으로 프리드릭을 고용했고, 자신과 비슷하다는 이유, 그리고 늘 세레나의 편을 들어주었다는 이유로 프리드릭을 쉽게 믿었다. 프리드릭이 별관에 출입한 일로 신뢰에 금이 가긴 했지만 그래도 프리드릭을 믿고 싶어했다. 하지만 프리드릭은 세레나에게 미안할 일을 만들어버렸다. 그 미안한 일이 무엇일지, 언제부터 만들었을지 상상하면서부터 세레나는 배신감, 허무함,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치는 공포를 경험하게 되었고 공황으로 이어졌다. [47] 아예 발레리나가 꿈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발레리나가 되면 경영을 할 수 없다는 어머니의 말에 좌절했다. [48] 아이저의 어머니. [49] 세레나와 아이저의 나이차이가 5살이고, 이때 세레나의 나이가 14살이므로 당시 아이저의 나이는 계산 상 19세 전후가 된다. 아이저의 어머니가 사망한 시점이 아이저가 19세가 되기 직전으로 밝혀졌으므로 시기가 들어맞는다. [50] 아이저도 무언가 할 말이 있어 세레나를 찾아온 듯하나, 불청객으로 인해 대화하지 못했다. [51] 세레니티 부부라고 두 사람을 묶어서 호칭하거나, 두 분 내외라고 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의 남편이 그 자리에 부재하는 상황에서 그 이름을 자연스럽게 부르는 것 또한 지적할만한 부분이나, 겉으로는 선을 절묘하게 넘지 않아서 딴지를 걸기도 힘들게 말을 했다. [52] 지배인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한 것부터가 이미 선을 한 차례 넘은 것이다. 지배인은 세레나의 고용인이지 다이아의 고용인이 아니므로, 요청을 하고싶다면 세레나에게 단둘이 있고 싶다고 먼저 요구해야 맞다. 세레나가 할 수 있는 권한을 다이아가 선수쳐서 행사하는 것이 이후 다이아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심리1] [심리8] 아이저라면 학을 떼고 이혼하겠다고 다짐했고, 여전히 그 수를 거둔 것이 아니라서 수가 읽혔다는 기분 나쁨을 물론 느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해도 아이저를 내 남편으로 처음으로 칭했고, 무엇보다 '내 것'의 영역에 아이저를 편입시켰다는 것이 매우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세레나는 아이저를 불신한다고 보기에도 불분명하고, 믿는다고 보기에도 불분명하다. 그래서 자신의 영역에 아이저를 보란듯이 넣었지만 이혼이라는 수를 거두지는 않았다. 긍정적인 점은, 세레나는 믿지 않는 것보다는 믿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한다. 또한 아이저는 2년 전의 통화 이후로 불신의 근거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아이저에게서 경영을 배우기 시작한 뒤로는 불신을 의심하게 되었다. 따라서 불신과 믿음, 둘 중 어느 것에 더 가까운지를 따지자면 믿음에 더 가깝다. 물론 아직은 가변적인 상태이다. [55] 프리드릭은 끄나풀에 불과하니 프리드릭의 배후를 세라를 이용해서 잡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면 프리드릭을 해고할 것이고, 해고가 세레나가 총을 쏘는 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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