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6 22:39:55

성역화


1. 개요2. 은어3. 단어 사용의 문제점4. 관련 문서

1. 개요

聖域化

특정한 지역을 신성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을 일컫는 단어.

2. 은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대상에 대한 비판이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특정한 관점이나 태도만을 강요한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태원 압사 사고 등 무고한 다수 또는 개인이 희생된 사건을 추모하거나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에 대해 보상금을 받아내려고 한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 집권당을 공격하려는 수단으로 쓴다는 쪽에서 고의적으로 '사건을 성역화 하고 있다'는 식으로 쓰기도 한다.

성역화 은어일 뿐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인지 의견차가 있다. 예를 들어 예절 (매너)나 어린이, 노인, 약자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문화는 인터넷에서 자주 성역화라면서 공격받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사회를 이루고 생활하며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연스럽게 생긴 문화이다. 실제로 발생하는지 불명확한 사회적 현상에 자의적 이름을 붙여 논리적 허점을 감추고 쉽게 선동하는 수법은 예전부터 많이 있었다. 신성, 성스러움의 윤리는 온갖 대상에 부여할 수 있는 거대한 관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례나 율법, 사법은 신성시될 때[1] 가장 잘 작동하고, 성역에 대한 열망과 탐구는 사회를 발전시켜 왔다.

예를 들어 박정희는 대통령 집권 이후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같은 집단주의적 이념을 중시하며 상무정신과 화랑도, 의병과 국난극복, 삼별초의 항쟁, 충무공 이순신과 같은 애국선열과 호국영웅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였으며 박정희 정권의 '호국 영웅 만들기'. 민족중흥의 기치아래 이순신 장군을 '국민멘토'로 삼고 멸사봉공, 선공후사, 살신성인 등 이순신 정신을 '국가지도 이념'으로 정하였다. 박정희는 1962년 3월 1일 아산 현충사 일대의 성역화를 지시하여 1967년에 현충사의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완료되었으며 1965년 남해 충렬사 경내 이순신 가묘 옆에 기념식수를 했고 노량해전 이순신 전사지인 이락사 경내에 친필현판을 걸었다. 1975년에는 통영 한산도 이순신 진영의 제승당 정화사업을 실시하였고 특히 1968년 4월 27일 서울 광화문에 이순신 동상을 세웠다.

이러한 이순신 성역화에는 이순신의 대리 우상화로 박정희 자신과의 동일시하려는 목적 등이 다분했기 때문에 원균옹호론이라는 희대의 역사 왜곡이 나오는 계기가 된다. 임진왜란 최악의 졸장인 원균이 이순신의 성역화에 지나치게 폄하되었다는 논지인데 군사정권 시대가 끝나고 민주정권 시대가 되어 역사적으로 기록된 원균의 평가는 졸장밖에 안 되는데도 원균옹호론자들은 억지로 원균을 재평가, 옹호하고 더 나아가 이순신과 권율을 폄하하며 이에 대한 반론을 군사정권 당시에 있었던 성역화의 오류라며 궤변적으로 반발한다. 원균옹호론은 역사기록과 당시 시대상을 봐더라도 왜곡이 심한 주장인데 이에 대해 논리 있게 반박하면 옹호론측에서는 이순신 성역화에 대한 국민적 세뇌라고 주장한다.

2019년에는 세종대왕이 창시한 한글을 신미대사가 창시했다는 역사 왜곡이 나왔으며 이를 진실된 역사인 것마냥 묘사한 영화가 나랏말싸미다. 불교계에서 펼치는 주장도 원균옹호론과 마찬가지인데 국민들이 신미가 한글을 창제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세종대왕의 성역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3. 단어 사용의 문제점

성역에서 벗어나 판단에 있어서 새 경로를 탐색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줄 수 있으나 그 자체로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음모론을 추종하거나 반사회적인 사람들이 선동 목적으로 매우 악용하는 단어라서 주의가 필요하다. 홀로코스트, 4.19 혁명, 6.25 전쟁, 5.18 민주화 운동 등 명확히 사실이 밝혀진 사건에 대한 음모론(또는 그런 음모론을 동반한 정치선동)은 당연히 합리적 의문 제기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음모론자나 반사회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주장이 금기되거나 거부되는 이유가 사회가 '특정한 관점이나 태도만을 강요하고 있다', 즉 성역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증오 유발 선동이 홀로코스트를 불러와 생긴 유럽의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 등 인물이나 단체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도 성역화라고 공격당하기도 하는데 이런 법 역시 국가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 보면 성역화라고 보기 어렵다.

프로불편러들이나 차별, 혐오자, 극단적 선동가 같이 공감을 얻기 힘든 윤리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거나 합리적인 비판이라면서 음모론을 제기하고 피해자를 인신공격[2]한다면 사회적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성역화라는 단어로 자신의 주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공격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사회적 규범이나 법까지 성역화라고 지키지 않으려고 하면서 주장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부당하게 의견이 억압당한 피해자라고 코스프레하며 자신을 성역화하는 내로남불을 보이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남용되는 단어로 자유가 있다. 자유는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지 역시 사람들이 이해해줘야만 한다는 뜻이 아니다.

4. 관련 문서


[1] 혹은 고귀하게 여겨질 때 [2] 대표적인 사례로 재난의 희생자에게 나라를 구하다 죽었냐 식으로 폄훼하는 것이 있다. 물론 진짜 나라 구하다 죽은 군인들에 대한 대우와 사고 희생자들의 대우가 차이가 나면 이런 주장은 계속 대두되겠지만 그러면 희생자들을 폄훼하기보다는 순직자들의 대우를 올려달라고 해야 한다. [3] 노사모, 박사모, 대깨문, 대깨윤, 대깨준, 개딸 등으로 불리는 특정 정치인의 팬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베저장소 같은 극우 정치 사이트에서는 이승만,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을 성역화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