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설서인(說書人).말그대로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문자교육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문자를 읽을 수 있었던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한문을 읽고 쓸 수 있는 것은 지배층에 국한된 일이었으며, 그외에는 지방 향촌의 향리와 대상인, 승려 등 극히 일부의 계층만이 문자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나마 세종대왕 이후로는 한글이 보급되어 하층민도 문자생활권에 편입되었지만 굉장히 더딘 속도였고, 근대교육이 보급되기 전까지는 거주민의 절대다수가 문맹이었다. 거기에다 책이란 것도 예전에는 일일이 사람이 손수 베껴적은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책값도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고려사절요를 보면 명나라에서 들여온 책 두 권이 집 한 채값이라고 서술돼 있을 정도다.
이 경우는 귀한 외국서적이라 당시 하층민들이 즐겨 읽던 일반 군담소설이나 영웅소설과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무리겠지만, 그래도 당시의 책값은 충분히 비쌌다. 인쇄기술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양란 이후나 돼서야 서민들이 책을 살 수 있었고, 그 전까지는 양반가문이라고 해도 책을 산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생겨난 것이 바로 설서인이다. 설서인은 한문소설, 한글소설을 사람들에게 읽어주었다.
그 방식도 다양해서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고, 아예 가게를 차리고 책도 빌려주면서 정해진 시간에 맞춰 모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때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어려우니 이들 설서인들은 약간 내용을 개작해서 박진감 있게 꾸미거나, 군담소설의 경우 다른 사람들까지 동원해서 일종의 배우 역할을 맡겼다.
이들이 언제부터 존재하였는가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양해서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문헌상에 분명히 기록으로 설서인이라는 용어가 나타나는 것은 조선시대이지만, 직업의 특성상 그 이전에도 분명히 존재하기는 했을 것이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