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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엮는 저주의 교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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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시 -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1995년 특별판 추가디스크에 수록된 이와시타 아케미의 이야기. 특별판에서의 해금 조건은 카자마 노조무의 이야기를 들은 뒤 이와시타 아케미를 고르고, 사람을 속이는 쪽이냐 아니면 속는 쪽이냐라는 질문에 '속이는 쪽' 을 고르는 것이다.

이와시타는 솔직한 건 좋지만 사람을 속이려고 하는 건 대견하지 않다며, 혹시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만약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면 그런 배신자는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고 한다. 이와시타는 사카가미가 사실은 어느 쪽의 인간인지 확실히 해주겠다며 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오래전 나루카미 학원에는 사노 아키코라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는 좋아하는 남자애가 같은 반에 있어도 내성적인 성격인 탓에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참고로 남자애의 이름은 사카가미 슈이치...는 아니지만 이와시타가 그 사람의 이름을 까먹어서 대충 사카가미의 이름을 빌리기로 한다. 어쨌든 사노의 마음이 통한 건지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다. 사노와 사카가미가 운좋게 같은 날에 당번을 맡게 된 것이었다. 칠판에 나란히 써진 사노와 사카가미의 이름만 바라보아도 그녀는 행복했다. 그런 기분을 곱씹듯이 사노는 당번으로서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일지에 적기 시작했다. 몇 시에 선생님이 들어오고, 어떤 학생이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했고, 쉬는 시간에 어떤 화제가 오갔는지... 거의 사노의 일기에 가까운 일지였지만, 그녀는 오늘과 같은 특별한 날을 잊지 않기 위해 정성스럽게 적어 갔다.

당번이 끝나는 방과후에 칠판에 적힌 두 사람의 이름이 지워지자 사노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사카가미와 당번을 하고 나서 사카가미를 향한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결국 참지 못한 사노는 사카가미에게 고백하기로 하고 방과후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사카가미의 책상에 러브레터를 넣었다. 다음 날, 그것을 읽은 사카가미는 기뻐하며 사노와 사귀기로 했다. 그러자 사노는 한 권의 노트를 가져와 사카가미와 교환 일기를 쓰는 걸 제안했다. 사카가미는 그것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적어 나갔다. 하지만 사카가미는 사노와의 일기를 쓰는 것을 점점 번거롭게 느끼기 시작했다. 반면에 사노는 현실에서 사카가미와 제대로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는데도 일기 속에서는 달변가가 되어 자신에 관한 것을 이야기했다. 점차 그녀의 일기는 도를 넘었고, 결국 그녀가 절대 알 수 없는, 사카가미가 휴일에 한 일까지 적었다. 그때 우연히 사카가미와 만난 친척 여자애가 누구냐고, 사노는 일기를 통해 따져 물었다. 사노는 몰래 사카가미의 뒤를 밟아서 그가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고, 수줍어하는 얼굴로 부끄러운 듯이 손을 떨면서 일기를 건넸던 것이다.

사카가미는 일기와 평소 사노의 행동이 너무나 다른 것을 알고 사노를 기분나쁘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카가미는 사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 사노는 그 말을 듣고 눈물로 가득 찬 눈으로 자기를 버릴 건지 물었다. 그녀가 형용할 수 없는 슬픈 눈동자로 사카가미를 바라보았지만 사카가미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이 떠났다. 그리고 3일 뒤 사노는 투신자살을 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가 몸을 던진 빌딩의 옥상에는 사카가미와의 만남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담겨있는 유서가 놓여져 있었다.

이와시타는 글만이 사노의 유일한 자기 표현이었고, 교환일기는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사카가미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곧 사노의 모든 것을 부정한 거나 다름이 없었으며, 사노는 그것이 너무나 슬퍼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이와시타는 사노의 자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데...

1.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사랑을 엮는 저주의 교환일기)2. 나와는 관계없다(그녀의 그림자)

1.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사랑을 엮는 저주의 교환일기)

이와시타는 사노가 죽은 것은 당연히 사카가미 때문이라고 말하며, 그녀가 착해서 사카가미가 살해당하지 않은 거라고 한다. 자신이었으면 자살 따위는 안 하고 사카가미부터 죽였을 거라고.

어쨌든 이야기 속의 사카가미는 사노가 죽고 나서 죄악감에 시달렸다. 그래서 사노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 최소한의 속죄라고 생각해서 사노의 교환일기를 버리지 않고 책상 서랍 깊숙이 넣었다. 굳이 서랍 안에 넣은 것은 항상 보이는 위치에 놓은 것은 역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노가 죽은 뒤 1주일이 지났을 무렵, 집으로 돌아온 사카가미는 자신의 방에서 책상 위에 노트가 펼쳐진 것을 발견했다. 아침에 집을 나갈 때는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사카가미는 펼쳐진 노트를 보고 얼어붙었다. 그 노트는 책상 안에 넣어둔 교환일기였다. 일기에는 그날 하루 동안 있었던 사카가미의 행적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사노는 죽어도 생전과 똑같이 사카가미에게 일어난 일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등줄기가 차가워지고 얼굴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사카가미는 검 테이프로 노트를 둘둘 말아서 자물쇠가 달린 찬장 안에 밀어 넣었다. 버리는 것도 생각은 했지만 버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사카가미의 행동은 무의미했다. 아무리 노트를 자물쇠가 달린 찬장에 넣어도 노트는 반드시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으며 여전히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도 기록되어 있었다.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나자 사카가미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사노가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사카가미는 휘청거리며 거리를 걸었다. 인파 속에 숨으면 조금이라도 사노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람들 속에서 사노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사카가미는 무아지경으로 달리다 횡단보도에서 트럭에 치여 즉사했다. 다음 날, 사카가미의 장례식이 조용히 치러졌다. 입관할 때 유족들이 관 속을 보자 그 안에는 사카가미가 넣은 기억이 없는 노트를 소중히 끌어안고 있었다. 결국 노트는 사카가미와 함께 불태워졌다.

이와시타는 천국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지낼지, 여전히 교환일기를 계속하고 있을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현실의 사카가미에게 여자애에게는 제대로 대답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2. 나와는 관계없다(그녀의 그림자)

이와시타는 사카가미 때문에 사노가 죽었다며, 다음번에도 이상한 소리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가책을 느끼지 않고 태연하게 살아가는 인간은 죽이고 싶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니 처음이니까 용서해주겠다고.

어쨌든 이야기 속의 사카가미는 사노가 죽었으니 이제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교환일기를 버렸다. 그러나 사노는 그렇게 간단히 사카가미를 놓아주지 않았다. 사카가미는 교실에 들어왔을 때 책상 안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얼어붙었다. 그것은 분명히 버렸을 터인 사카가미와 사노의 교환일기였다. 일기 속에는 어제 하루 동안의 사카가미의 행적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사노는 죽어도 생전과 똑같이 사카가미에게 일어난 일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본 사카가미는 노트를 한 장 한 장 찢어서 소각로에 태워버렸다.

그러나 아무리 버려도 그 교환일기는 사카가미의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태워도 찢어도 소용이 없자 사카가미는 일기에 대해 계속 무시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무시해도 본인에게 이상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사노로부터 일기가 오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마침 교환일기의 남은 페이지가 없어질 무렵이었다. 사카가미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다른 여자에게 흥미를 가졌다. 이름은 나카타 요코. 그녀는 사카가미와는 다른 반이었지만 사노와의 교환일기로 인연을 맺었다. 그 날은 교실 이동이 있어서 사카가미는 복도를 급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모퉁이를 돌 때, 사카가미는 한 여자애와 부딪쳤고, 그녀가 들고 있던 물건과 사카가미가 들고 있던 물건이 뒤섞였다. 사카가미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점심 시간이 되자 여자애는 사카가미가 까먹고 간 교환일기를 가지고 찾아왔다. 어떻게 알고 왔냐는 사카가미의 질문에 그녀는 같은 위원회 소속이라고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알게 된 두 사람은 사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간간이 인사만 하는 사이로 지내왔다.

하지만 사노가 죽은 이후로 사카가미는 사카타와 만날 기회가 점점 많아져서 언제부턴가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로 진전되었다. 나카타는 내성적이지만 순종적이고 착해서 마치 사노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나카타는 반도 다르고, 서로에 대해 알고 싶다며 교환일기를 쓰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교환일기는 지긋지긋한 사카가미는 강한 어조로 딱 잘라 거절했다. 나카타는 알겠다며 슬픈 듯이 중얼거렸다. 일순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겨우 사노로부터 해방된 사카가미는 그녀를 생각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한 멀리하고 싶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했으나 잘 풀리지는 않았다. 날이 갈수록 나카타의 행동이나 분위기가 사노와 닮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카타와 사귄 지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어떤 일이 발생했다. 그날은 사카가미가 당번인 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교실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은 사카가미는 칠판에 오늘의 당번으로 사카가미와 사노의 이름이 적힌 것을 발견했다. 죽은 사노의 이름을 적은 것은 장난치고는 질이 나쁘다고 생각해서 사카가미는 서둘러 사노의 이름을 지웠다. 반의 누군가가 적은 거라고 생각하고 교실을 둘러보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사카가미를 쳐다보았다. 수업이 시작해도 공포는 가시지 않았다. 사카가미는 선생님이 칠판에 글씨를 쓸 때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칠판에 써진 글씨가 교환일기에서 본 사노의 글씨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잘 보니 내용도 수업과는 관계없는 사카가미에 대한 것이었다. 사카가미가 경직돼서 잠시 동안 움직이지 못한 반면, 주위는 평범하게 수업을 받고 있었다. 사카가미는 비명을 지르며 교실 밖을 뛰쳐나와 단번에 교정으로 달려 나갔다. 숨을 헐떡대는 사카가미의 뒤로 그를 걱정하던 나카타가 다가왔다. 그런데 사카가미가 본 것은 나카타가 아니라 사노의 얼굴이었다. 사카가미는 공포로 다시 한심한 소리를 내지르며 달렸다. 사카가미가 아무리 달려도 어디에서나 사노의 기척이 느껴졌다. 전신주에 붙은 광고나 길에 세워진 간판에는 사카가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사노의 그림자는 그렇게 사카가미를 계속 쫓아왔고, 그대로 사카가미는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는 대체 어떻게 되었을까, 이와시타는 이 말을 끝으로 이야기를 다음 사람으로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