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Autobiography of Red그날은
그가 자서전을 쓰기 시작한 날이기도 했다. 게리온은 이 작품에 내적인 모든 것들을
특히 자신의 영웅적 자질과 공동체에 큰 절망을 안겨줄 이른 죽음에 대해 썼다.
외적인 것들은 멋지게 생략했다.
캐나다 출신 작가 앤 카슨[1]의 대표작. 1998년에 나온 소설이지만 세련되고 파격적인 내용과 기법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에 번역 출간되었다.[2] 작가의 풍부한 그리스 고전 지식을 반영하여, 헤라클레스 신화를 퀴어 및 성장 소설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시로 쓴 소설' 이라는 부제답게 텍스트가 시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표현력이 돋보인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던 소년이 사랑과 결별을 경험하고 스스로의 이질성을 긍정하는 법을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가 자서전을 쓰기 시작한 날이기도 했다. 게리온은 이 작품에 내적인 모든 것들을
특히 자신의 영웅적 자질과 공동체에 큰 절망을 안겨줄 이른 죽음에 대해 썼다.
외적인 것들은 멋지게 생략했다.
2.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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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온
본작의 주인공. 헤라클레스의 12과업 중 열 번째 과업에서 희생된 괴물 게리온을 모델로 창작된 인물이다. 본작에서는 괴물이 아닌 현대 캐나다의 소년이지만 빨강 날개를 달고 태어났다. 극단적으로 내향적인 성격이며 동성애자이다. 취미는 사진 찍기와 자서전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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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
모델은 신화 속의 헤라클레스. 하데스[3] 출신의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이지만 이기적인 소년이다. 게리온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으나 그에게 깊은 슬픔을 주며 결별한다. 화산 폭발 현장에서 살아남은 할머니와 함께 살며 본인도 화산에 매료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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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시
헤라클레스의 새로운 연인. 페루 출신의 아름다운 남자로 묘사되며, 이름은 케추아어로 '가벼운' 이라는 뜻이다. 연적에 가까운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게리온이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상대를 존중할 줄 알고 사려 깊은 성격.
3. 줄거리
게리온은 어린 시절 또래에 비해 지적인 성숙이 느린데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아이였다. 게다가 남들과 달리 빨강 날개까지 달고 있어서 항상 옷 속에 숨기고 다닌다. 어머니는 그런 게리온을 늘 격려하고 존중하지만,[4] 형은 동생을 경멸한다. 게리온은 형에게 성추행과 놀림을 당하고, 어머니를 분리불안에 가깝게 사랑한다. 그러다 오직 내적인 것만이 가치가 있음을 깨달은 후 자신의 내면을 기록하는 자서전을 쓰기 시작한다.
내성적인 사춘기 소년으로 성장한 게리온은 우연히 헤라클레스를 만나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5] 그토록 사랑하던 어머니가 질이 좋지 않은 아이인 것 같다며 헤라클레스를 꺼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이다. 게리온은 헤라클레스와 함께 그의 고향 하데스를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헤라클레스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하면서 게리온은 혼자 집으로 돌아온다.[6]
이후 게리온은 실연의 상처를 안고 무미건조한 나날을 보낸 끝에 독일 철학을 전공하는 22살짜리 대학생이 된다. 몽상과 자괴감에 빠져 살며 자신이 미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한다.[7] 게리온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여행하는 도중 애인 앙카시와 함께 있던 헤라클레스와 우연히 재회한다. 헤라클레스는 아무렇지 않게 게리온을 대하지만 게리온은 극도의 감정적 동요를 겪는다.
세 사람은 즉흥적으로 리마에 있는 앙카시의 고향 마을로 떠난다. 이곳에서 앙카시는 게리온의 날개를 처음으로 보게 된다.[8] 게리온은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앙카시는 그가 '야스카마크'[9] 라고 말해 준다. 이로써 게리온은 전 남자친구의 현 애인이라는 불편한 존재가 처음으로 자신을 긍정해 주는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 후 게리온 일행은 야스카마크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우아라스로 간다.
우아라스에서 게리온은 헤라클레스와 잔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는 헤라클레스를 사랑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게리온은 자신을 때리는 앙카시에게 이 사실을 말해 주고, 앙카시는 게리온에게 날개로 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부탁한다. 게리온은 그를 위해 안데스의 화산 위로 날아올라 녹음을 하며 비행한다.[10]
우린 경이로운 존재야, 게리온은 생각한다. 우린 불의 이웃이야.
4. 기타
- 서문에서 고대 그리스 최초의 서정시인 스테시코로스를 소개한다. 또한 스테시코로스와 작가의 인터뷰[11]가 부록으로 붙어 있다. 이는 스테시코로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고전학자인 앤 카슨이 그의 서정시 <게리오네이스>를 번역하다가 많은 부분이 유실된 이 작품을 소설로 재구성하는 시도를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이 소설이 탄생했다.
- 후속작 레드 닥>[12]이 2013년 출판되었으며 국내에서도 2019년 번역본이 나왔다. 중년이 된 게리온과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1]
시인, 에세이스트, 번역가, 고전학자 등을 겸하고 있다. 여성 최초의 T. S. 엘리엇 상 수상자이며 두 번이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
여담으로 출판사에서 표지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여서 상당히 감각적이다.
[3]
우리가 아는 그
하데스가 아니라 지명이다.
[4]
지폐를 찢어서 공작놀이를 해도 혼내는 대신 칭찬해 준다.
[5]
첫만남이 매우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그는 헤라클레스를 만나게 되었고 삶의 세계는 몇 눈금 하강했다. 그들은 수족관 밑바닥에 있는 두 마리 우월한 뱀장어들이었고 이탤릭체처럼 서로를 알아보았다.
[6]
나중에 게리온에게 전화해서 우린 진정한 친구고 난 네가 자유롭기를 바라 같은 소리를 한다(...) 이에 게리온은 '난 자유롭고 싶지 않고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7]
이때 게리온의 내면과 발언들이 상당히 철학적이고 난해하기 때문에 읽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8]
보온을 위해 담요를 둘러 주다가 발견한 것이었다.
[9]
페루 우아라스의 전설에 등장하는 존재로 화산 내부를 보고 살아 돌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든 약점이 타서 사라지고, 날개가 달린 빨간 현자가 되어 돌아온다고 한다.
[10]
작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게리온이 날개를 숨기지 않고 사용하는 장면이다. 게리온이 날개로 대변되는 자신의 소수자성을 특별하고 가치 있는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성장했음을 보여 주는 명장면.
[11]
물론 앤 카슨이 창작한 가상 인터뷰이다.
[12]
오타가 아니다! 원래 제목에 > 기호가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