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9 14:17:07

비탁음

鼻濁音(びだくおん)

1. 개요2. 표준 일본어의 비탁음화 조건3. 표기법4. 지역별/세대별 분포5. 비탁음화와 비탁음

1. 개요

표준 일본어에서 탁음(특히 か행 탁음)이 특정 조건에서 비음화하는 현상. 탁음이 비음으로 변화하여 변이음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비탁음화'가 좀 더 엄밀한 표현이다. 일부 방언에서는 비음화된 탁음인 비탁음이 일반 탁음과 변별되는 음소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래 '비탁음화와 비탁음' 문단 참고.

표준 일본어 등 일부 방언에서는 が행(g+모음)에서 이런 변이음(變異音)이 출현한다. が행의 자음은 원칙적으로 유성 연구개 파열음 /ɡ/인데 비탁음을 변이음으로 가지고 있는 발음 체계를 가진 화자의 경우, 특정 조건에서 연구개 비음 [ŋ]으로 발음한다.[1] 일부 일본어 화자가 が행을 코맹맹이 소리로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바로 비탁음이다.

한국어 발음으로 설명하자면 が행의 자음은 본래 '농구'의 ㄱ 발음인데 비탁음화가 적용될 경우 '농구'의 ㅇ 발음으로 변한다. 예를 들어서 설명하자면, ' 나가사키'가 '낭아사키'로, '아리가토'가 '아링아토'로, '고야기(こやぎ[小山羊/子山羊], 새끼 염소)'가 '고양이'로 변한다. 들어 보기[2]

비탁음 が행을 옛한글로 적으면 'ᅌᅡ, ᅌᅵ, ᅌᅮ, ᅌᅦ, ᅌᅩ'가 될 수 있다.

과거 일본에서 한국어를 옮겨 적을 때 받침 ㅇ[ŋ]을 が행에 해당하는 'グ'로 전사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에도 시대 일본의 실학자 하야시 시헤이(林子平)가 1786년 그린 조선팔도지도에서는 한국 한자음 '동(東)'을 'トグ'로 옮겼다.[3] 해당 표기에 비탁음을 적용하면 [to.ŋɯ̟ᵝ]가 되니, 음절 말 자음을 표기할 수 없어 [ɯ̟ᵝ]를 덧댄 것을 제외하면 한국어 [toŋ]과 제법 흡사해진다. 오늘날에는 한국어의 '동'을 '돈'과 마찬가지로 'トン[toɴ]'으로 옮긴다.[4]

이외에도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제작한 한국어 회화집 "고려사지사(高麗詞之事)"에서는 꿩의 중세 한국어 'ᄭᅯᇰ'을 'スコグ[sɯ̟ᵝkoŋɯ̟ᵝ]'로 음차했으며, 1712년 데라시마 료안(寺島良安)이 편찬한 백과사전 화한삼재도회에서도 'ᄯᅡᆼ'을 'スタグ[sɯ̟ᵝtaŋɯ̟ᵝ]', '강(江)'을 'カグ[kaŋɯ̟ᵝ]', '콩'을 'コグ[koŋɯ̟ᵝ]', '명주(明紬)'를 'メグヂュ[meŋɯ̟ᵝd͡ʑɯ̟ᵝ]'로 적었다.

아학편의 流(흐를 류) 부분을 보면 일본어 훈독 부분이 'ナガル'라고 적혀 있고 그 옆에 한글로 '낭아루'라고 적혀 있다. 가운데의 ガ가 비탁음화하여 '낭아루'처럼 발음되는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2. 표준 일본어의 비탁음화 조건

표준어의 경우, 일반적으로 が행은 어두에서는 그냥 탁음으로 발음되고 어중·어말에서는 비탁음화한다.
  • 어중·어말에 올 경우 (비탁음화 적용)
    • すいん(水銀) → [sɯ̟ᵝiŋiɴ]
  • 어두에 올 경우 (비탁음화 적용 안됨)
    • っこう(学校) → [ɡak̚koː]

か행에 연탁이 적용되어 が행으로 변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비탁음화를 적용한다.

音楽(おんがく)처럼 [ŋ]로 발음되는 ん 뒤에 が행이 오는 경우에도 역시 비탁음화가 이뤄져 [oŋŋakɯ̟ᵝ] 식으로 [ŋ]이 2중으로 발음된다. 앞의 [ŋ]는 ん의 변이음이고 뒤의 [ŋ]는 비탁음화 된 /ɡ/의 변이음이다.[5]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는 어중·어말에 오더라도 비탁음화가 적용되지 않는다.
  • 외래어: 외래어는 원칙적으로 비탁음화가 이뤄지지 않지만 들어온 지 매우 오래된 외래어의 경우 예외적으로 외래어임에도 비탁음화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예외적인 경우들은 따로 외워야 한다.
    • 예로 イギリス( 영국): 이처럼 들어온 지 매우 오래된 외래어는 고유어나 한어(한국어의 한자어에 대응되는 일본어 어휘)처럼 되어 버렸기 때문에 비탁음화가 이뤄진다. 즉 イギリス는 '잉이리스'로 읽힌다.
  • 수사 '5'(ご): 숫자를 하나하나 일일이 나열할 때는 5라는 숫자가 각각 독립적인 지위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전체 단어를 이루는 음절에 불과할 때만 나타나는 비탁음화가 수반되지 않는다.
    • 단, 숙어로서 익숙해진 경우나 수를 세는 본래의 의미에서 이탈하여 인명(人名) 등에 사용되는 경우는 비탁음화를 적용한다. 이 경우 ご라는 음이 의미상 완전히 독립된 의미를 가진 하나의 수사로 취급되지 않고 전체 단어에 포함된 음절 중 하나에 불과해진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비탁음화가 이뤄진다.
  • 가벼운 접두사 뒤의 が행 음이나 접두어에 가깝게 사용되는 단어의 が행 음.
  • 의성어, 의태어, 반복어에 사용되는 が행 음
  • 복합어에서 후행 형태소가 が행으로 시작되는 경우.
    • 단, 두 형태소의 결합도가 강한 경우는 비탁음화를 적용한다.[6]

3. 표기법

표준 일본어에서는 음운론적으로는 유성 연구개 파열음(/ɡ/)의 변이음이므로 が행을 보통 탁음으로 발음하나 비탁음으로 발음하나 의미상 큰 차이는 없다. 그래서 일반적인 표기에서 비탁음화된 が행을 보통 が행과 같이 が, ぎ, ぐ, げ, ご(ガ, ギ, グ, ゲ, ゴ)로 표기하여 구분하지 않는다.

다만, 학술적으로 비탁음화된 が행을 표기상으로 변별시켜야 할 때는 は행(/h/)의 반탁음(/p/)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반탁점(゜)을 결합 문자로 붙여 か゚, き゚, く゚, け゚, こ゚ 로 표기한다. 일부 일본어 방언 중에 /ɡ/와 /ŋ/이 음운론적으로 다른 음소로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다음 단락에서 설명).

4. 지역별/세대별 분포

전국 여러 지역에서 비탁음이 두루 쓰이고 있다. 일본 동북부 지역( 도호쿠, 홋카이도 등)에서는 비탁음화도 잘 이뤄지고 있다. 일부 방언에서는 아예 /ɡ/와 /ŋ/가 음운론적으로 다른 음소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7] 그러나 서일본으로 갈수록 비탁음이 사용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주고쿠 시코쿠, 규슈 등에서는 비탁음화 현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두 지역의 가운데쯤에 있는, 도쿄를 포함한 일본 수도권의 경우 일본어 표준어의 기준인 에도벤은 원래 [ŋ] 발음이 /ɡ/의 변이음으로 존재하여 비탁음화가 활발하게 나타났었는데 근래에는 소멸되는 추세다.

비탁음의 적용/비적용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일본어 화자들이 꽤 있다고 한다. 비탁음을 적용하는 화자는 비탁음을 적용하지 않는 발음에 거부감을 느끼고, 반대로 비탁음을 적용하지 않는 화자는 비탁음을 적용하는 발음에 거부감을 느끼는 식이다. 현재로선 원칙 그대로의 표준어는 비탁음을 적용하는 쪽이고, 적용하지 않는 쪽은 상대적으로 비격식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정말 '표준어스러운' 일본어 발음에서는 원칙적으로는 비탁음을 적용해야 하지만, 젊은 세대로 갈수록 비탁음을 발음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져서 전국적으로 비탁음 사용자가 줄어가는 추세이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일본어 음운 체계에서 비탁음화 현상은 짧으면 수 년, 길면 십수 년 후에 아예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어의 , 와 비슷한 현상.

일본 정부 내에서 일본어의 표준어 규정을 정하는 문화청 문화심의회 국어분과회에서는 소멸돼 가는 비탁음을 유지·재보급을 시도하지는 않고 있는 듯하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변이음까지 일일이 정책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히려 비탁음을 적용하지 않는 쪽이 가나 표기와 실제 발음이 일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탁음화는 NHK 아나운서의 발음에서 잘 들을 수 있다. 성우의 경우 사람에 따라 비탁음을 발음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한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들은 성우의 변동에 따라 비탁음이 있었다 없었다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역전재판 시리즈 나루호도 류이치는 연기한 성우가 누구냐에 따라 비탁음이 있었다 없었다 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상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 참고. 혹은 일본에 직접 갔다면 전철 안내방송에서 비탁음을 흔히 들을 수 있다. 가령 요요기역, 롯폰기역에서는 한글로 굳이 표기한다면 '요용이', '롭뽕이'에 가까운 발음이 된다.

한국이나 대만의 고령층 중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일본어 교육을 철저히 받은 어르신들도 일본어를 할 때 비탁음화를 대체로 잘 지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일본 젊은층이 쓰지 않는 것이지 과거에는 비탁음 발음이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8] 그래서 광복 이후 일본인들의 발음을 들어보지 못한 노인들은 비탁음화를 하지 않는 일본어 발음을 들으면 잘못됐다거나 이상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비탁음이 소멸된 최근의 발음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 심지어 제2외국어로서 일본어를 배운 손자, 손녀 세대의 발음을 들으면 잘못 발음했다며 비탁음을 넣은 발음으로 교정하려 드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다.

반대로 비탁음화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젊은 층, 특히 한국인은 업무 관계상 얽힌 중년층이 사용하는 비탁음을 단순히 이상하고 잘못된 옛날 한국식 일본어 교육 발음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경험 내에선 실제 일본인이 그렇게 발음하는 경우가 없었다는 것.

일본어로 애교(...)를 부리겠다면 비탁음을 발음하는 쪽이 더 좋다. 아무래도 파열음보다는 비음 쪽이 부드럽고 귀여운(?) 느낌이 들기 때문. 당장 "힉!"과 "힝..."의 어감 차이를 보자.

일본 내에서는 비탁음의 쇠퇴를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1982년에 '비탁음을 지키는 모임(鼻濁音を守る会)'이라는 단체를 만들기도 했고 2005년에 고토바 살롱(ことばサロン)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했다.[9] 2010년대에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지금은 홈페이지가 호스팅된 사이트의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홈페이지가 없어졌다.[10] 현재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ことばサロン을 검색하면 이 단체와 이름은 같지만 전혀 상관 없는 단체가 검색된다.

5. 비탁음화와 비탁음

위의 설명은 표준 일본어를 비롯한 일부 일본어 방언에 한정된다. 이런 방언에서는 음운상으로는 /ɡ/라는 하나의 음소가 상황에 따라 비탁음 [ŋ]으로 실현되는 식이다(이 문서에서도 주로 이 현상을 설명한다). 이런 경우는 원래 음운상 비음이 아니었던 탁음이 실제로 비음으로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탁음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위와 달리 몇몇 다른 방언들에서는 모음 앞에 오는 /ɡ/와 /ŋ/가 완전히 독립된 다른 음소로 취급되기도 한다. 이런 방언의 경우 모음 앞에서 [ɡ]를 넣어 발음할 때와 [ŋ]을 넣어 발음할 때 완전히 다른 단어로 인식된다. 가령 아키타현 방언에서는 [ruby(開,ruby=あ)]げる([aɡeɾɯ̟ᵝ\], 아게루)는 '열다'([ruby(開,ruby=あ)]ける, 아케루)라는 뜻이고, [ruby(上,ruby=あ)]け゚る([aŋeɾɯ̟ᵝ\], 앙에루)는 '올리다'([ruby(上,ruby=あ)]げる, 아게루)라는 뜻이다. (여기에서는 /ɡ/가 표준어의 カ행(/k/)에, /ŋ/이 표준어의 ガ행(/ɡ/)에 대응된다.) 따라서 이런 방언의 경우 비탁음 /ŋ/이 탁음 /ɡ/와 별개의 독립된 음운 자질로 있다고 할 수 있어도 비탁음가 있는 건 아니다. 이런 방언에서 비탁음화가 이뤄지면 어휘 구분에 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어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1] 여기서 / / 안에 쓴 것은 음운론적으로 인식되는 음소를 나타낸 것이고 [ \] 안에 쓴 것은 음성학적으로 분석되는 실제 발음을 나타낸 것이다. 언어학에서는 양자를 구분하니 이 문서에서도 맥락에 따라 구분해서 표기한다. [2] 내용은 ' 돌아온 탕아'로, 예스러운 일본 문어(文語)로 읽어서 비탁음이 많이 들린다. 큰아들이 자신에겐 아버지가 염소 새끼 한 마리 준 적이 없다며 불평을 터뜨리는 대목에서 /kojaɡi/가 [kojaŋi\]와 비슷하게 발음된다. [3] 한글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기한 건 아닌지 'ㄷ'이 좌우 반전되어 있고 'ㅗ'의 짧은 획이 아래로도 뻗어 있어 가로 획이 긴 '+'처럼 쓰였다. [4] 사실 우리말의 /ㄷ, ㄸ, ㅌ/ 모두 무성음 /t, t͈, tʰ/이고, 음절 말의 /ㄴ, ㅇ/, 즉 /n, ŋ/ 역시 일본어에서는 변별되지 않으므로, '돈[ton\], 동[toŋ\], 똔[t͈on\], 똥[t͈oŋ\], 톤[tʰon\], 통[tʰoŋ\]' 모두 일본어로는 'トン[toɴ\]'으로 옮겨질 뿐이며, '돈, 동'이 유성음(한국어 기준으로 자음 중 /ㄴ, ㄹ, ㅁ, ㅇ/, 모든 모음) 뒤에 놓여 각각 [don\], [doŋ\]이 될 때만 'ドン[doɴ\]'으로 옮겨진다. [5] 굳이 한글로 표기하자면 옹응아쿠 정도가 된다. [6] 예를 들어 中学校(ちゅうがっこう: 중학교)는 中와 学校라는 두 형태소가 결합되었긴 하지만 中이 접두사처럼 쓰였기 때문에 결합도가 높아서 비탁음화가 이뤄져서 [t͡ɕɯ̟ᵝːŋak̚koː\]처럼 발음된다(물론 비탁음을 발음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이 규칙과 무관하여 그냥 [t͡ɕɯ̟ᵝːɡak̚koː\]처럼 발음한다). 하지만 高等学校(こうとうがっこう: 고등학교)의 경우, 高等이 접두사처럼 쓰인 게 아니라서 高等와 学校의 결합도가 낮다. 그래서 반드시 [koːtoːɡak̚koː\]처럼 발음해야지 [koːtoːŋak̚koː\]처럼 발음하면 안 된다. [7] /ɡ/와 /ŋ/가 음운적으로 대립되는 방언의 경우 비탁음'화'는 없는 셈이다. 비탁음'화'는 원래 비탁음이 아닌 음소 /ɡ/가 특정 조건에서 비탁음 [ŋ\]으로 실현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ɡ/와 /ŋ/ 발음이 음운적으로 대립되는 방언에서는 /ɡ/ 음소를 [ŋ\]로 발음하면 완전히 다른 단어로 인식돼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방언들은 비탁음'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8] 김동인의 ' 김연실전'에는 'ガ, ギ, グ, ゲ, ゴ'를 '응아, 응이, 응우, 응에, 응오'로 배우는 장면도 나온다. [9] 이 단체의 홈페이지가 있었던 시절 그 홈페이지에 적힌 연혁에 따르면 이 단체가 홋카이도에서 결성되었다고 한다. 역시 비탁음이 잘 보존된 지역 출신이라 이 발음에 애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10] http://www16.ocn.ne.jp/~bmk/enkaku/enkaku.html가 본래 홈페이지였으나 현재는 이 주소로 접속하면 홈페이지 서비스가 종료됐다는 안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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