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와 함께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일컫는 표현. 대개 본드를 도와 악역의 음모를 저지하는 조력자 포지션이 많지만, 악역으로 본드를 골탕먹이기도 하고 그러다가 죽음을 당하는 등 여러 유형이 있다. 무엇보다 본드의 연인, 섹스 파트너이자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빼어난 외모로 섹스 어필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2. 상세
초창기 본드걸의 이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007 두 번 산다[1] |
초기 작품에서는 본드에게 일편단심인 본드걸이 많았으나 썬더볼 작전부터 팜 파탈 요소를 가진 본드걸이 적으로 등장하여 본드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실 시대가 변해가며 전세계에서 여성차별에 대한 의식이 점점 더 바로 서고있는 현시대에, 옛날부터 대중매체에서 묘사되어 왔던 여성들의 모습(성적대상화, 수동적인 모습)엔 여성 혐오나 차별적인 시선이 담겼을 수도 있다. 따라서 여성들이 능동적으로 되어 가는 시점에서 메이저 영화인 007 시리즈이 단순한 섹스심벌 캐릭터들을 늘어놓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시리즈가 주춤하던 시절엔 꽤 이름있는 여성 배우들이 다른 능동적이고 멋진 배역들 놓고 그저 야한 모양새로 뛰어다닐 뿐인 본드걸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아서 캐스팅에 고난을 겪기도 했다. 때문인지 현대로 오면서 본드걸들 또한 단순한 제임스 본드의 연인 역할에서 여자주인공으로 위치가 격상하는 분위기.
선역일 경우에는 큰 활약을 보여 본드가 작전을 수월히 이행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위기에 빠진 본드를 구해주는데 대표적인 게 문레이커의 굿헤드이다. 우주왕복선을 조종할 정도로 뛰어난 스펙을 가져 본드에게 큰 도움이 된 파트너였고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등장한 본드걸은 아예 KGB 요원이다. 악역으로 등장할 경우에는 적대 세력의 간부로서 제임스 본드와 대척점에 있는 경우가 많다. 소피 마르소가 연기한 엘렉트라 킹이 대표.
즉 본드걸들은 저마다 시리즈에서 꽤나 다양한 역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대개 액션연기가 어느 정도 가능한 배우는 조력자 본드걸을 맡고, 아름다운 외모의 여자배우들은 섹스어필하는 고전적인 본드걸이나 유혹적인 팜므파탈 악역을 맡는 편이다. 본드와의 연애 묘사도 고전작품에선 그저 본드의 원나잇 상대이거나 본드의 유혹에 일방적으로 넘어가는 식이었지만, 현대로 오면서 본드와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그에 따라 본드 또한 순애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2.1. 본드걸의 저주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역대 본드걸을 맡은 배우들은 007 영화에서는 주목받았지만 정작 그 이후 커리어는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두고 '본드걸의 저주'라 불리기도 한다. 이런 속설 때문인지 본드걸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은 적도 많다고. 1962년 007시리즈의 1편 '007 살인번호'의 본드걸 우슬라 안드레스는 극중 육감적인 몸매를 보여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이후 안드레스는 단 한 편의 영화에서도 빛을 보지 못했다. 1979년 '007 문레이커'의 본드걸 로이스 차일스나 1985년 '007 뷰 투 어 킬'의 타냐 로버츠 또한 크게 주목받으며 반짝 스타로 떠올랐지만 이후의 커리어는 주목받지 못했다.1990년대 이후 제작사에서는 이러한 세간의 평을 인식해서인지 본드걸로 신인 배우를 쓰던 기존 캐스팅 관행에서 탈피해 유명 배우인 소피 마르소, 할리 베리 등을 캐스팅하며 본드걸의 저주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그런데 이 두 배우들도 본드걸 출연 이후 헐리우드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2] 2011년에는 여왕폐하 대작전에 출연했던 안젤라 스쿨라가 청산가리를 마시고 층계에서 굴러떨어져서 자살했는데 이 또한 '본드걸의 저주' 가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본드걸로 출연한 배우가 이후 부침을 겪는 것은 007 시리즈가 워낙 대작이라서 유명세를 얻고 나면 해당 배우를 향한 대중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그 배우의 차기작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는 경우가 많았던 것. 그나마 기존에 인지도를 쌓아둔 배우야 꾸준히 활동이 가능하지만, 그러한 실적조차 없는 신인들은 더욱 활동이 어려워지니 '저주'가 더 부각되어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거 본드걸들은 주로 성적매력이 부각되는 역할을 수행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게 뜬 배우들이 성적인 이미지에 갇혀 비슷한 연기만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라이징 스타나 모델들이 007에 캐스팅되고 싶어했던 건 전세계적인 인기 프랜차이즈 007에 본드걸로 등장해 빠르게 유명세를 얻고 영원히 본드걸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골드핑거의 셜리 이튼처럼 매우 상징적인 명장면을 통해 단역 조연 수준의 적은 비중이어도 수십년간 기억되기도 한다. 성적 이미지로 고정된다해도 본드걸로서의 모습이 영원히 남는다는 점 때문에 매력적인 배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본드걸의 저주는 2000년대 이후부턴 사라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소피 마르소, 할리 베리, 모니카 벨루치, 레아 세두처럼 이전부터 순조롭게 연기활동을 해온 배우들은 물론 다이애나 리그, 제인 시모어, 팜케 얀센, 로자먼드 파이크, 에바 그린, 제마 아터턴, 올가 쿠릴렌코등 본드걸을 통해서 인지도를 얻고 그 후로도 꾸준히 활동하는 배우들도 많아지고 있다.[3]
3. 여담
역대 본드걸들의 이름을 보면 말장난식 이름이 많다. 허니 라이더, 푸시, 도미노, 티파니, 굿나잇, 굿헤드, 메이 데이, 오나토프, 크리스마스, 징크스, 스트로베리 필즈 등. 이 점은 007 시리즈의 또다른 단골 여성 캐릭터인 머니페니의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엘렉트라 킹은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뒤집은 듯한 인상이 들게 된다.본드걸 오디션을 볼 때는 시리즈 2번째 작품인 위기일발에서 제임스 본드와 타티아나가 첫 대면하는 장면을 연기하게 시킨다고 한다.
주디 덴치가 M 역할을 수락한 이유가 재밌는데 남편이 '자신도 본드걸[4]과 살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서라고 한다.
4. 역대 본드걸
자세한 내용은 본드걸/목록 문서 참고하십시오.
[1]
오리엔탈리즘과 옐로우 피버는 덤.
[2]
비록
소피 마르소는 이후 할리우드에선 활동을 중단했지만 프랑스에서는 인기 배우로 여전히 군림하고 있다.
[3]
서프라이즈에서 본드걸의 저주를 다뤘는데 여기에서 소피 마르소와 할리 베리도 저주 희생양이 되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소피 마르소는 영화 감독을 자신이 직접 맡아 영화제에서 감독상도 받은 적도 있고 할리 베리는 본드걸의 저주(?)로 인해 골드 라즈베리 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원래 골드 라즈베리 상은 유명한 배우 위주로 잘 주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명배우들도 간혹 망작에 출연할 때도 있는데 그걸 저주라고 퉁치고 있다.
[4]
사실 M 역할은 본드걸이라 볼 수는 없고, 007 영화에 출연할 만큼 매력적인 여자랑 살고 싶다는 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