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2-24 21:25:15

보름(소설)

보름
정해연 단편소설
파일:정해연_보름.webp
장르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저자 정해연
출판사 우주라이크소설
출간 정보 2021.08.13 전자책 출간
분량 약 2.1만 자
독점 감상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651000001
1. 개요

[clearfix]

1. 개요

작가 정해연이 2021년 8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

한 가족에 얽힌 비극적 서사 위에 호러와 서스펜스를 쌓아 올린 소설이다.

"할머니, 아버지를 봤어요."


반찬을 집던 젓가락이 멎었다. 종국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종국을 보고 있다가 안타까운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아직도 아버지 꿈을 꾸는구나."


'아뇨, 할머니. 그건 꿈이 아니에요.'


중국은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할머니에게 걱정을 끼칠 수는 없다.


언젠가부터 아버지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다. 헛것을 봤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처음 아버지를 본 것은 상을 치른 지 반년쯤 지났을 때였다.
경찰서에서 참고인 진술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동업하자던 윤석은 친구 여덟 명을 등치고 달아났다.
종국에게 했던 제안 그대로였다.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면 아마도 친구들 대다수는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돈을 대지 않아도 된다, 사무실을 운영해 주면 된다는 얘기에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이 망한다 해도 돈을 대지 않았으니 피해가 없으리란 안도가 윤석을 신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윤석이 노리는 것은 몇 푼 안 되는 친구들의 돈이 아니라 명의였다.
친구들의 명의로 회사를 차리고 수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투자금을 들고 달아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덟 명의 바보는 그대로 투자자들의 고소 대상이 되고 말았다.


종국의 피해자가 아니라 참고인의 명단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운명의 장난이었다.
그때 종국은 윤석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바로 다음날 사업자등록증을 낼 예정이었다.
그날 밤, 아버지와 할머니 사이의 그 일이 없다면, 아버지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장례를 치르는 삼일간의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면 종국도 피해자가 되었을 것이다.
윤석은 종국을 기다리지 못했다.
시간을 지체하면 피해자들이 사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 같아서였다.
윤석은 그대로 도주했고, 종국은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이 종국을 살렸다.
아버지라는 인간이 처음으로 종국의 인생에 도움이 된 순간이었다.

<보름> 본문 중에서